1편, 「도깨비를 만난 외할아버지」,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6655244CLIEN
2편, 「귀신을 쫓은 도깨비」,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6658931CLIEN
본의 아니게 시리즈가 되었네요. 굳이 전편을 읽지 않으셔도 읽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습니다.
--- ** --- ** ---
산골의 해는 짧습니다. 아랫말 개복이네 잔치가 있어서 가서 음식을 해주다가 허리 펴고 일어서니 벌써 서산마루가 발갛게 노을로 물들었습니다. 외할머니는 서둘러 일어났습니다. 저녁을 할 시간입니다. 잔치 음식이 담긴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집을 나섰습니다. 개복이 어머니가 오늘 고생했다고 이것저것 잔뜩 챙겨줘서 소쿠리가 제법 무거웠습니다. 어둠이 슬금슬금 길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강당댁! 강당댁!”
우물가를 지나는데, 누가 외할머니를 불렀습니다. ‘강당댁’은 외할머니 별호(別號)입니다.
“누구유?”
우물가에서 외할머니의 허리쯤 오는 작은 사람이 튀어나왔습니다. 며칠을 안 씻었는지 꼬질꼬질한 차림새에 개 비린내가 심했습니다.
“나아~ 배고파서 그런데, 먹을 것 좀 주믄 안 되나?”
혹 아는 사람인가 싶어 찬찬히 살펴봤는데, 초면이었습니다. 배가 오죽 고팠으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았겠나 싶어 소쿠리를 내려놓고 그 위를 덮은 보자기를 걷었습니다.
“일루 와봐유.”
옆에 와서 쭈그리고 앉은 사내가 괜히 안쓰러웠습니다.
“청푸(청포묵의 충청도 방언)하고 수수떡인데 일단 이 걸루 배부터 채워유.”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사내의 뱃속에서 연신 꼬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집에서 밥 해줄 테니께, 먹고 가유.”
“아뉴우. 괜찮어유. 이제 배불러유.”
사내는 훌쩍 등장했던 것처럼 훌쩍 사라졌습니다.
--- ** --- ** ---
그날 밤, 누가 쾅쾅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강당댁! 강당댁!”
삐이걱.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왔습니다. 이상하게 조용한 밤입니다. 집안사람들의 코 고는 소리도 외양간 짐승들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누구유?”
휙! 툭!
마당으로 뭔가 떨어졌습니다. 마분지로 둘둘 감싼 담뱃잎입니다. 처음엔 누가 장난하는 줄 알았는데, 양이 점점 많아지니 외할머니는 덜컥 겁이 나서 외할아버지를 깨우려고 사랑방 문을 두드렸습니다.
“여봐유! 여봐유! 인나봐유!”
마당에 자욱한 안개가 목소리마저 삼킨 듯 말이 한 발자국을 넘어가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담배 농사를 짓는 이웃을 방문해 혹 사라진 담배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사람들은 ‘도깨비가 그랬나 부네.’ 허허 웃었대요.
--- ** --- ** ---
“나는 그게 여직도 의문이여. 큰 사우(사위의 충청도 방언)가 갖다 놓은 게 아닌가 싶어.”
삐이이익! 삑!
외할머니 보청기에서 삑삑 소리가 났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조정하는데도 고주파 음이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거봐유, 엄니! 걔도 아니래잖어유.”
어머니의 농담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아이공... 오체투지 이모티콘이 어려워 일단 절부터 하겠습니다.
넙_(__)_죽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외할아버지와 그 일로 옥신각신 하는 모습도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요.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들은 옛날 이야기 다 해주셔야합니다. 아셨쥬??
그럼 다음엔 '숫자를 잘 못 세는 귀신' 이야기 할까요?
아이 씐나!! 약속하셨습니다?!
캡쳐도 해야겠군요. ^_____^
남은 이야기는 너무 허황되어서 아마 재미 없을 거예요. 나중에 슬쩍 하나씩 꺼내 보겠습니다.
아이공. 작가라니요.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오! 귀찮음을 무릅쓰고 이렇게 댓글 달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우리 도깨비는 참 정겨운거 같습니다.
섣달 그믐 날 저녁이며는 배에 고살(告祀) 지내는 습관이 있어. 선주들이 음식을 장만해가지고 배에 가서 고살 지내. 그래[머뭇거리며] 그분 그 인자 여기도 역시 이 양반도, 저거 큰 아드님이 술, 떡, 고기 이렇게 음식을 장만해가지고 배에 고살 지내려 왔거든. 고사를 지내고야[머뭇거리며] 올라올 참인디, 딴 데 분 사람들은 다 이무 지내고 다 가부리기(가버리기) 땀세(때문에), 혼자 떨어졌다 그말이여.
고사가 막 끝내고 올라오는디, 방죽에가 우뚝허니 사램이 하나 서갖고 있어, 커다란 사램이. 그래 그 사램이 와, 자기한테로. 보니까, 사람으로만 알았거든.
“아, 여보시오! 누구신지는 몰라도 여(여기)배 고사 지낸 술도 있고 떡도 있심다. 여거 좀 자실라요?”
그런께,
“예.”
그러더만 와. 아, 다 먹어버려, 주니까. 그란디 이상스럽게 젙에서(곁에서) 음식을 먹는디 노랑 내가 나서 못 견디겄어, 그 사램이 먹는디. ‘노랑 내가 어떻게 이렇게 나는고?’ 허고 의심스럽제? 그란디 거서 갈려가지고,(1)[주]거기서 헤어져서 자기는 자기 집에 와부맀단 말이여.
그러자, 정월 보름이 됐네. 정월 보름이 되아서, 보름을 새고 어띠(어찌나) 치울(추운) 저녁에 방에 가 들앉아 있는디, 식구 다가(모두가). 아 바깥에 저거 밭이, 아까 이야기헌 토전 밭이 있다 안 그래? 웬 사람들이 수수 십 명이 저거 밭에서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야단이거든. 그 보름 달이 훤히 밝으니까, 문을 열고 보지. 나와서 보니, 하, 이 사람들이 대소변 합수거(合收去) 똥쏘매(2)[주]똥장군 이거를 어서(어디서) 가져 나와다가, 온 밭에 다찍 쏟고 대인디(다니는데), 냄새가 송도한다 그말이여. 그러자 한 놈이 와.
[565 쪽]
“나를 모르겠읍니까?”
“아, 잘 뭐 기억이 안 나요.”
“아, 섣달 그믐 날 지녁에 당신이 고살 지내면서 아 술, 떡, 음식을 날 잘 대접했소. 덕택으로 나 잘 얻어 묵고 간 사람이요. 나가 도깨비요. 오늘 지녁엔 은혜를 갚을라고, 우리 군사를 데리고 와서 시방, 이웃에서 전부 똥을 가지고 시방 당신네 밭에다 퍼 주요, 응.”
“하하!”
“그러니 안심허시고 들어가 노십시요.”
그런다 그말이여. 아 무서워서 들어와버렸어.
아,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까, 수 백 평된 밭에다가, 똥 오줌을 전부 기양 찍어다 났네(3)[주]‘뿌려 놓았네’의 뜻인듯. 그랴. 그래가지고 연 삼 년 곡식을 잘 해 묵었단 말시.
이런 이야기 정말 좋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넙_(__)_죽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이 너무 반듯한데 부드럽기까지 해서 부럽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렇죠? 꼭 장난꾸러기 같아서 무섭지 않았어요. 도깨비 이야기를 백 번도 넘게 들은 것 같아요. 그때마다 들었던 얘기도 있고, 새로운 얘기도 있고 그랬는데, 무섭다기 보다는 웃기고 재미있고 그랬어요.
아이고. 과분한 말씀입니다. 저보다 글 잘 쓰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이번편도 완전 빠져서 한달음에 읽었네요
글쓰시는 실력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기분 좋아지는 재미난 이야기 너무 좋아요 ㅎ
얼마 전에 본 도깨비 씨름 만화가 생각납니다.
작가 맞으시네요.
그런데 혹시 호롱불님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