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합의로 법사위원장을 누가 하든 간에 법사위 발목 잡기는 2개월을 넘길 수 없도록 하는 방법이 생겼습니다.
기존에는 법사위 심사 기한이 120일이었는데 이것을 60일로 대폭 단축한 건 잘한 일입니다.
그동안 법사위 심사는 패스트트랙을 태워도 최대 90일을 기다려야 했으니 이번 합의로 패스트트랙보다 더 빠른 처리가 가능해 졌습니다.
2.
다만 법사위 심사 기한 내 처리하지 않은 안건을 본회의에 부의하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조건입니다. 이것은 여당 의석 수가 충분하다면 해볼만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1번의 발목 잡기 무력화 방법을 써먹을 수 없게 됩니다. 민주당이 이 방법을 쓰려면 상임위 비율 조정에 실수가 없어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큰 쟁점이고 5:3 비율 조정에 실패한 상임위가 생길 때마다 여야 합의에 찬성한 민주당 의원들은 원망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3.
상임위원장 배분 11:7은 민주당이 총선 결과에 맞춰서 처음부터 그렇게 배분 하기로 했던 것이고 국짐당은 그 7개를 지금이라도 가져가겠다는 것이니 민주당은 이제 와서 강제로 막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4.
법사위가 하는 일은 체계·자구 심사입니다. 법안이 다른 법안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는지, 법안에 쓰여진 용어가 잘못 사용되었는지를 보는 사무적인 심사라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체계·자구로 문제되는 일 자체가 드물고 지적을 받아도 수정하면 됩니다.
문제는 야당이 체계·자구 심사 범위를 넘어서 법안 내용에 딴지를 거는 월권행위로 발목 잡기를 해 왔다는 것입니다. 관련 사례들은 아래의 기사에 나옵니다.
https://www.hankyung.com/politics/article/202005131315Y
그래서 야당 발목 잡기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월권행위를 못하게 해야 하고 그래서 이번 합의문에 그 내용을 추가한 것은 잘한 일입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원장을 하필 개혁을 제대로 하기 전에 내준 것은 실망스럽습니다.
저들은 인간이 아니고 타협의 대상도 아닙니다.
법사위를 좀 더 민주적으로 개선하는 일은 험난한 개혁이 다 끝나고 해야 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개혁파 의원들은 합의에 반대했을 것입니다.
만약 반대 의원 중에 김남국, 이수진(동작을), 황운하 등의 이재명 캠프 의원들이 있었다면, 합의에 찬성한 의원들은 앞으로의 개혁을 야당 책임으로 떠넘기고 싶었던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으며 이것은 차기 정권에서 대단히 위험한 신호라고 봅니다.
6.
법사위 발목 잡기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계·자구 심사에만 특화된 전문 기구를 국회 내에 따로 두고 정당 소속이 아닌 전문가로만 구성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작년에 민주당이 추진했던 원래의 법사위 개선안이었고 저는 최종적으로 이렇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1Z3UXQF152
7.
그렇다면 지지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열린당 키우기? 좋은 방법이지만 열린민주당을 왜 키워야 하는지 핵심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열린민주당은 공직 후보자 공천을 당원들이 직접 합니다. 그리고 당의 중요한 결정 사안도 지도부가 아닌 당원들이 결정합니다. 합당도 마찬가지죠. 당대표든 최고위원이든 당원들의 결정을 뒤집을 수 없는 시스템이 당헌당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열린당과는 다르게 지도부가 모든 것을 쥐고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사쿠라를 걸러내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특히 민주당 대의원 표 비중이 권리당원의 60배인 지금의 전당대회로는 민심이 왜곡되기 쉬워서 지도부 구성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고 그래서 저는 3개월 전에 권리당원 표 비중 문제를 지적했던 것입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6075330CLIEN
이번 여야 합의 과정에서 당원들이 의견을 낼 방법이 있었나요?
당원들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없었습니다. 개혁을 바라는 당원들은 철저하게 무시당했습니다.
즉 개혁 성공의 열쇠는 당원들에게 최고 의결권을 주고 당원들이 주인이 되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180석 믿고 저런건데 이거마저 아니었음 그냥 민주당이 알아서 국힘 한테 자리 내준 꼴밖에 안되는거잖아요.
정말 대체 표던져준 지지자들을 뭘로 알고 저런걸 협치라고 말하는건지 모르겠어요.
최소한 당원들의 선택이 의원들과 같은 비중으로 반영되야 합니다
열린당의 시스템은 정말 감탄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