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사용기 #17 - 아드벡 코리브레칸
지난주의 아드벡 10년에 이어서 이번에는 아드벡 코리브레칸입니다. 이로써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아드벡 주요 제품군 4종을 다 거쳐가게 되었습니다.
아드벡 코리브레칸의 경우 본래 2008년에 아드벡 커미티 한정판으로 출시되었던 제품입니다. 프랑스산 리무쟁Limousin 오크통에서 숙성하여 100 임페리얼 프루프(≈57.1%)로 병입되었으며, 주라 섬Isle of Jura과 스카바 섬Isle of Scarba 사이로 흐르는 동명의 만(또는 해협)에 위치한 소용돌이의 이름에서 따 왔습니다. 1984의 작가 조지 오웰이 빠져 죽을뻔했던 것으로도 유명한 이 소용돌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장 큰 소용돌이라고 하며, 그 강렬한 해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 위스키 역시 강렬한 맛과 향을 자랑합니다. 현재는 없어졌지만, 초기의 코리브레칸 포장은 레이블의 전면에 소용돌이가 그려져있기도 했습니다.
아드벡 코리브레칸Ardbeg Corryvreckan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 스코틀랜드 아일라Islay
도수 57.1% / 숙성년수 미표기 (프랑스산 버진 리무쟁 오크 숙성) / 비냉각여과, 카라멜 색소 미첨가
- 색상: Tawny (1.4)
- 향: 모닥불. 강렬한 피트 훈연향. 바닷가 공기. 흑설탕. 참기름. 구운 생선. 미량의 약국 냄새
- 맛: 어두운 과일류. 약간의 핵과. 흑설탕. 후추. 소금물. 살짝 탄 베이컨. 카카오 닙스. 기름진 질감
- 여운: 석쇠구이. 다크 초콜릿. 후추. 매우 길다. 약간의 소금물
이번에도 역시 모닥불을 연상시키는 아드벡의 피트 훈연향이 처음부터 맞아줍니다. 그렇지만 57.1도의 도수 덕에 더 강렬할뿐만 아니라 더 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바닷가 공기를 연상시키는 약간의 비릿함과 짭쪼름함이 있으면서, 동시에 흑설탕과 같이 감칠맛 나는 달큰함과 참기름과 같은 고소함도 느껴집니다. 훈연향과 어우러져 구운 생선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이름표를 붙이기 어려운 미량의 과일 냄새도 느껴지는 듯하나, 다른 향들에 비해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입에서는 (훈연향을 제외하면) 이 과일향이 제일 먼저 느껴집니다. 대추와 같은 어두운 과일류가 연상되기도 하면서 얼핏 복숭아 등의 핵과같은 느낌도 스쳐갑니다. 달달한 흑설탕 느낌은 그대로 있으며, 감칠맛이 마치 살짝 그을린 베이컨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소금물을 머금은 것과 같은 짭쪼름함이 약간 나타납니다. 리무쟁 오크에서 오는 듯한 쌉쌀한 탄닌이 마치 카카오 닙스와 후추처럼 다가옵니다. 이는 여운에서도 일관적으로 길게 이어집니다.
아드벡 주요 제품군들이 모두 적절한 가격에서 각자만의 선명한 특징을 갖고 있는 가운데, 코리브레칸은 강렬함과 굵은 선을 주무기로 갖고 있습니다. 높은 도수와 그만큼 원액에 가까움에서 오는 진한 풍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익숙해지고 난 후에는 다른데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을 보여줍니다. 위에서도 말한 것과 같이 코리브레칸이라는 소용돌이에서 따 온 이름이 잘 어울리는 훌륭한 위스키입니다. 가격은 10만원 중후반대. 점수는 9/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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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가다일?이랑 비교도 궁금하네요
우가달은 사용기 초반에 다루었습니다. 셰리 영향이 감칠맛을 더 이끌어주어서 마치 양념갈비를 굽고 난 석쇠같은 느낌이 들어 꽤 좋아합니다. 사실 예전에는 우가달이 더 좋았는데 지금은 코리브레칸을 더 좋아합니다.
아울러 위스키당 창당 신청한 상태입니다. 임시소모임에서 지지글 부탁드려도 될런지요.
사실 커뮤니티 내 커뮤니티의 역할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자립을 위해서는 규모와 신규 유입이 필수 요소인데, 아무래도 클리앙 소모임 일부를 제외하면 메타커뮤니티 내지 플랫폼으로서의 클리앙의 효용성은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원해 드리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위는 일반론적인 이야기이고, 결국은 하기 나름이니까요.
새삼 곱씹게 되는 말씀입니다.
그럼에도 보내주시는 성원과 매번 이어지는 리뷰에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또 어떤 위스키일런지 기대가 됩니다.
국내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한정한다면 피트 훈연 위스키 중에서는 제일 위에 놓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국내라는 한정을 두지 않더라도 최상위권에 있을 것 같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