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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사용기 #15 - 글렌모렌지 퀸타 루반 14년
현대의 몰트 위스키는 맥아로 빚은 밑술을 증류한 후 나무통에 숙성시켜 만들지요. 이 과정에서 나무통에서 여러 향미 성분이 우러나와 우리가 즐기는 위스키를 만들게 됩니다. 그 맛과 향의 어디까지가 증류액에서 나오고 어디부터가 나무통에서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일반적인 경우 나무통의 비중이 절반 이상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러한 나무통의 품질은 곧 위스키의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또한 역사적으로 스카치 위스키는 주로 다른 술을 한번 담았던 나무통에서 숙성시켜왔고, 이러한 형태가 지금까지 굳어져와있기 때문에 이전에 무엇을 담았던 나무통인가 역시 중요한 요인입니다. 주로 공급과 수요에 따라 스페인의 주정강화와인인 셰리를 담았던 나무통이 그래왔고, 조금 더 최근에는 미국의 버번 위스키를 담았던 나무통이 많이 사용됩니다.
셰리나 버번 외에도 종종 보이는 것이 포르투갈의 주정강화와인인 포트 와인(내지 포르토) 입니다. 달콤하고 과일향이 풍부한 포트 와인은 그 자체로도 많이 즐겨지지만, 이 포트 와인을 담았던 나무통을 위스키 숙성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포트 특유의 달콤함과 건과일류의 맛을 위스키에 더하게 됩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이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가 글렌모렌지 증류소의 퀸타 루반입니다. 이름의 퀸타Quinta는 포르투갈에서 포도밭 및 양조장을 일컫는 명칭이고, 루반Ruban은 스코틀랜드 갤릭어로 루비를 말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퀸타 루반은 루비 포트 와인을 담았던 파이프(나무통의 일종)에서 추가 숙성을 거친 스카치 위스키입니다.
글렌모렌지 퀸타 루반Glenmorangie Quinta Ruban 14년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 스코틀랜드 하이랜드Highland
도수 46.0% / 숙성년수 14년 (아메리칸 오크 버번 캐스크 숙성 + 루비 포트 와인 파이프 추가 숙성) / 비냉각여과, 카라멜 색소 첨가 (추정)
- 색상: Tawny (1.4) (그렇지만 루비 포트 특유의 핑크빛도 약간 비친다)
- 향: 건포도. 향신료. 오렌지 껍질. 건자두. 약간의 크림. 다크 초콜릿. 오크
- 맛: 오렌지 시럽. 약간의 당밀. 제빵용 향신료. 야채류의 씁쓸함. 우유같은 질감. 콜라. 약간의 수렴성
- 여운: 오렌지 크림. 자몽 흰살의 씁쓸함. 시나몬. 견과류. 중간 미만 길이
생각보다 포트의 영향이 선명하게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향에서는 글렌모렌지의 오렌지 향에 추가로 약간의 건과일류와 크림이 더 추가된 듯한 느낌입니다. 도수에 비해 코에서는 알코올이 약간 쏩니다.
입에서도 오렌지가 이어지지만, 약간의 당밀 내지 흑설탕의 느낌도 같이 나타납니다. 약간의 제빵용 향신료를 연상케 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단점으로 맛의 후반부부터 삼키고 난 후 여운으로 야채류와 자몽 흰살의 씁쓸함이 꽤나 긴 시간동안 거슬립니다. 이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무난합니다. 좋게 말하면 포트 와인 추가 숙성이 원래의 원액과 잘 어울리는 편이고, 나쁘게 말하면 포트 와인의 영향이 선명하지는 않습니다. 가능하면 한번쯤 바 등을 통해 맛을 보고, 쓴맛이 괜찮은 정도인지 확인해보고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격은 약 10만원대. 점수는 6/10점.
잘못된 형식의 이미지 링크입니다.글렌모렌지 증류소의 대략적인 위치
증류소 소개
글렌모렌지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 위치한 증류소입니다. 원래는 맥주 양조장으로 시작하였으나, 1843년에 위스키 증류소로 개조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후 비교적 적은 수의 소유주의 손을 거쳐 동명의 글렌모렌지 회사는 현재 루이비똥-모엣 헤네시(LVMH) 산하에 속해 있습니다. (그 중간에 글렌모렌지 회사가 아드벡 증류소를 인수하였고, 그 결과 현재 아드벡 역시 LVMH 소속입니다.)
글렌모렌지는 나무통 관리에 특히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든 나무통들은 최대 2회까지만 숙성에 사용된다고 하며, 또한 다양한 나무통을 숙성에 사용하여 셰리(12년 라산타), 포트(14년 퀸타 루반), 소테른(넥타 도르), 토카이 와인 등을 거친 제품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물론 그 핵심에는 버번 캐스크 숙성을 거친 10년 “오리지널” 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18년이나, 스타우트나 포터와 같은 흑맥주의 양조에 사용되는 볶은 맥아를 사용해 증류한 시그넷 등이 주력 제품군으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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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흑맥주를 좋아하는데 시그넷이 참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