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를 설명하다보니까 글이 자꾸 길어집니다 ㅜㅜ
그녀는 부자입니다.
저는 절약이 습관인 집에서 태어나 여태껏 보고 듣고 자랐습니다.
그녀는 고기반찬이 없으면 절대! 결코! 밥을 안 먹고(비록 반공기도 안되지만)
전 풀만 가득한 반찬들로 자랐습니다.
고기 먹는 날은 백프로 누구 생일이거나 기념일입니다.
부모님은 자식 없을 때 고기 드시는 걸 무슨 죄(?)처럼 여기시죠.
여기까지 저의 쪼잔함에 대한 기본 변명을 대충 마치고 넘어가겠습니다.
백화점에 갑니다.
둘이 만나 해가 지기 전까지 시간 때우기엔 가장 만만하죠.
전 돈 많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녀도 저 같은 빈털터리를 만나보긴 커녕 있는지도 몰랐을 겁니다.
(빵 없으면 케이크 먹으면 되지! - 실제 비슷한 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그녀한테서)
저한테 쇼핑은 아이쇼핑입니다.
그녀한테 쇼핑은 그저 수집이고 숨 쉬는 것보다 더 쉽습니다.
전 샵 밖에서 대충보고 말지만
그녀는 그냥 들어가서 대충 보지도 않고 손에 잡히는 걸 그대로 결제 합니다.
그녀 카드가 긁힐 때마다 제 심장이 턱턱 막힙니다.
한 시간도 안 되어 쇼핑백이 열 개 정도 됩니다.
밤이 되긴 아직 멀었는데 가잡니다.
전 아직 일층도 다 안 봤는데 왜 벌써 가냐고 하면 다리가 아프답니다.
네, 그렇죠.
전 평소에 입던 옷 그대로이지만 그녀는 하이힐에 풀 메이크업, 온통 명품입니다.
제 아무리 명품 하이힐일지라도 조금이라도 많이 걸으면 발이 편하지 않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명품은 다 좋은 건줄 알았는데......
명품 하이힐은 걷는 용도가 아니라 단지 신고 있는 용도로 쓰인다는 것도.
나중에 안 사실인데 쇼핑몰이나 백화점을 시간 때운다고 그냥 들어가면 안 됩니다.
미리 갈 거라고 얘기하지 않으면 쇼핑 내내 구시렁거리는 소리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바로 십분도 안 되어 완벽하게 새 옷으로 갈아입은 그녀를 볼 수 있습니다.
(구두나 신발까지 바꾸려는 걸 간신히 말린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녀가 허리에 두른 벨트 하나 값이 제 전체 옷값보다 비쌉니다.
지금 입고 있는 게 아니라 저희 집에 있는 옷들 다 합쳐도 말이죠.
역시 세상은 겪어봐야 안다고,
그렇게나 티비, 영화, 글과 말을 통해서 알았던 일들이
눈앞에 사실로 펼쳐지면 어안만 벙벙합니다.
몇 번을 십여 개나 되는 쇼핑백을 들고 다니다보면 내가 지금 뭐하나 싶습니다.
그녀 손에 넘겨주어도 곧바로 뭘 또 고르고 집기에 쇼핑백은 다시 저한테 넘어오기 일쑤.
다리 아프다는 그녀를 달래고 커피도 한 잔할 겸 카페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전 바로 부지런히 귀찮고 부피만 큰 쇼핑백들을 합칩니다.
제일 큰 쇼핑백에 그녀가 산 옷과 악세사리들을 차곡차곡 쌓아 자랑스럽게 보여줍니다.
네 남친 기술 좋지?
그녀 표정이 안 좋습니다.
이유를 그날 저녁에나 들으면 다행입니다.
며칠 있다 다시 같은 행동을 하다 제지를 당합니다.
신경질을 내며 그렇게 하면 나중에 찾기 힘들답니다.
응?
새 옷을 사면 바로 옷걸이에 걸어 다음날 입는 거 아니야?
아니랍니다.
그리고 일부러 다 따로 따로 담은 거랍니다.
아니 왜?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그녀를 만나고 처음 안 사실이 너무나 많습니다 ㅜㅜ)
쇼핑백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게 요즘 말로 ‘플렉스’란 걸.
우리시대 말론 ‘과시’죠.
생각해보니 헐리우드 영화에 비슷한 장면들을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금발은 너무해... 뭐 그런 영화들.
저같이 단순 무식한 사람한텐 전혀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인데
그녀는 저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된답니다.
기껏 샀는데 왜 그걸 한군데에 구겨 넣냐. (살다보니 지금은 이해되는 말이긴 하네요...)
보기 좋게 들고 다녀야 된다고.
그리고 제일 비싼 메이커에서 받은 쇼핑백에 넣어야지 왜 그걸 싼 메이커의 쇼핑백에 넣냐, 그러면 산 이유가 없다.
아니, 그게 유니클로(지금은 절대 안갑니다) 백이 제일 크니까......
너무 크게 화가 난 그녀에게 전 아무 말도 못합니다.
앞으로 쇼핑백은 자기가 다 들고 다닐 테니 걱정 말랍니다.
근데 그게 신의 한수였죠.
그녀와 전 상극이고 하나도 같은 게 없다고 했는데 사실 하나 너무나도 똑같은 게 있습니다.
둘 다 독불장군에 자기만 옳다고 믿으며 게다가 고집불통이죠.
백화점을 갑니다.
그녀는 역시 풀 장착, 전 평소 그대로.
역시나 한 시간도 안 되어 쇼핑백은 거의 열 개.
“이것 좀 들어줘.”
전 그냥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만봅니다.
신경질을 내건, 짜증을 부리건 상관하지 않고 쳐다만 보죠.
“남들 보여주려고 사는 건데 네가 들고 다녀야 뽀대가 나지”
그녀가 달그락 달그락 쇼핑백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줄 서라고 쳐놓은 차단봉의 줄들을 어찌어찌 피해 계산대로 향합니다.
독기 가득한 눈으로 저를 째려본 채 계산을 마친 그녀가 참고 참았다는 듯이 한 마디 합니다.
“나한테 이러는 사람 네가 처음인 거 알지? 남들은 다 들어줘.”
“그럼 그런 사람 만나던지. 난 거추장스러워서 목걸이, 시계도 안하고 다니는데.”
“남들은 사주지 못해 안달인데 넌 어쩜 애가 그러니!”
“난 돈 있어도 그런 것들은 절대 못 사주겠다. 차라리 가서 백 만원짜리 돈까스를 사주고 말지.”
뭐 더 싸우면 그대로 집에 가거나 같이 있어도 저녁 먹을 때까진 냉전이죠.
그녀는 그러면 그럴수록 더 불같이 화를 내고
전 그러거나 말거나 대응을 안 합니다.
어차피 밤이 오면...... 다 잊고 자잖아요(?), 쿨쿨.
사실 제가 저렇게 강하게 나간 건 그녀의 쇼핑 중독 때문입니다.
(절대 제가 쇼핑백 들고 다니는 게 귀찮아서가 아니... 조금은 있겠지만 뭐)
맘에 드는 걸 산다?
좋습니다, 자기돈 자기가 쓰는 건데 제가 뭐라 하는 게 웃기죠.
문제는 그게 그대로 쇼핑백에서 절대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싸면 쌀수록, 작으면 작을수록 그 확률은 절대적으로 높아집니다.
그녀 집 현관 옆 작은 방은 그런 쇼핑백들이 쌓이고 쌓여
거의 방 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ㅜㅜ
즐겁게 사고 집에 가서 휙 던져놓으면 끝.
몇 년에 걸친 제발 정리 좀 하라던 제 잔소리에도 꼼짝 안하던 그녀.
결국 이사 직전 딱 한번 정리라는 걸 했는데 도둑맞았다고 생각했던 옷을
십여 년이 넘은 영수증과 함께 찾았다고 얼마나 기뻐하던지.
(도둑맞았다고 기억하고 있는 걸 봐선 비싼 명품이 분명한데
그녀는 절대 가격과 영수증을 저한텐 오픈 안했습니다. 그래서 더 확신이 생겼죠.)
아 물론 당연히 이사 간 집에도 쇼핑백에 들어있던 물품들은 고스란히 창고 행.
쓰다 보니 헤어진 전 여친 뒷담화 같은데 아닙니다 ㅜㅜ
저도 그녀처럼 풍족하게 살았음 그렇게 했을 겁니다.
그녀도 자신이 쓸 수 있는 한계 안에서 돈을 쓴 거고
항상 부족하다고, 돈이 어디로 새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씀씀이는 틀린데 저나 제 주변 사람들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살죠.)
그리고 주변에서 남자들이 득시글거리며 뭐든 사다 바치면 저도 그랬을 겁니다.
그냥 저런 연애도 있구나하고 재미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나저나 전체연령가로 하려니까 글이 재미없네요.
옷 사는 얘기만으로도 충분히 야......
아니다 그래도 맞춰야죠,
신입주제에 뭐.
(가이드라인이라도 있음 좀 맞춰 쓸 텐데, 쩝~)
계속 연재해주세요.. ㅎ
아니 뭐 가둬놓고 연재하게 하려는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
어디 살아요?
아마 사람 따라 다른가보네요... 저라면 어우... 만나기가 너무 힘들었겠어요 ㅠㅠ
근데 사람따라 환경따라 다른 거 같더군요. 그리고 제가 워낙 짠돌이라서 더 했을수도... 만나기 힘들었기에 이렇게 글이라도 쓸 내용이 있었던 것입니다!
가장 많이 한건 스파5
- 기계면 설치하고
- 옷이면 옷장에 넣고
끝입니다. 힘들게 멀 백화점에서 과시하고 있어요
와이프랑 쇼핑가서 쇼핑백 2개 넘어감 슬슬 짜증내는게 환경을 위해서도 좋은거 가습니다. ㅎㅎㅎ
필요한거지만 그래 아직은 대체 할것이 있으니까 다음에 사야지 하면서요 ㅠㅠ
쇼핑백 과시할려고 잔뜩사고 쇼핑백채로 쌓아놓고
또 과시용으로 사고 좀 뭔가 결핍같네요
제가 부자라도 오래못갈듯~
"제가 부자라도 오래못갈듯" 이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죠, 제가.
그 부자집 아들이 저네요...
반성할께요.
뻥이에요.
마음만 부자죠....
웃픈 기억이 있는데
지금 그 생각이 나네요..ㅎㅎ
잘 읽고 갑니다!
그래서 다음 편은..언제..
응??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