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을 읽다보니 류현진의 올시즌 활약과 관련해서 ...
"구속과 기량이 떨어진 상태에서 커터와 체인지업으로 대안을 삼는 상태다"라는 요지의 말씀을 해주신 분이 계신데요.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있어서 몇 자 적어봅니다.
일단 저는 딱히 야구에 대한 전문지식은 없습니다. 다만 요새는 세상이 좋아져서 류현진이 데뷔한 2013년의 상세 게임로그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특정 경기에서의 구종, 구속, 구사율, 무브먼트 등 세부자료도 바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부정확한 기억력에 의존할 필요가 없죠. 해서 관련 자료 확인을 거쳐서 몇 가지만 정리한다면.
1. 구속이 떨어졌다.
아닙니다. '기량'이란 주관적인 표현은 일단 패스하고, '구속(Velocity)'만 보자면 전혀 안 떨어졌습니다. 2014시즌에 약간 올라간 것을 빼면 거의 측정 오차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최고 구속 얘기라면 밑에서)
< 시즌별 패스트볼 평속 >
13년 90.3mile / 145.3km
14년 90.9mile / 146.3km
17년 90.3mile / 145.3km
18년 90.2mile / 145.2km
19년 90.5mile / 145.6km
2. 어쩔 수 없이 커터와 체인지업에 의존하느라 삼진이 많이 나온다
커터와 체인지업은 (같은 기량 같은 구위라고 하면) 삼진이 잘 나오는 구종은 아닙니다. 헛스윙 보다는 범타(빗 맞은 공, 소프트 히트)를 유도하는 구종입니다. 커터가 왜 커터겠습니까. 방망이 안 쪽에 빗 맞아서 배트를 부러뜨리는 경우가 많아서 커터라고 하죠. 체인지업도 자체의 무브먼트가 큰 구종은 아니라서 헛스윙 보다는 범타가 더 많습니다.
K/9로 봐도 올시즌 K/9은 8.23 통산 K/9 8.12와 그다지 큰 차이는 없습니다. K/9이 가장 낮았던 2013 시즌은 (아래 적었듯이) 볼배합이나 결정구에서 체인지업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K/9이 낮아진 거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요. 물론 올시즌 삼진율이 더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만, 그건 여러 구종의 조합으로 타자를 제압해서이지, 체인지업 때문은 아닙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라고 하셨는데, 이 부분은 밑에도 서술하겠지만, 순서가 반대죠. 커터가 잘 들어가니까 (기쁜 마음으로) 슬라이더를 넣어둔 거.
3. 2013년 데뷔시즌 전반기에는 체인지업이 형편 없었고, 삼진도 적었다. (그러다가 하반기에는~)
역시 아닙니다. 2013시즌에 상대적으로 삼진이 적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다른 시즌과 비교했을 때 그렇고, 2013시즌 전반기와 후반기를 비교한다면 전반기에 더 삼진이 많았습니다. 류현진의 개인 최다 12삼진도 전반기 콜로라도 전입니다. 후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삼진 페이스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참고로 13년 6월 말 까지 방어율은 2.83, 시즌 종료시 방어율은 3.00입니다.
'체인지업이 형편 없었다'는 표현은 매우 주관적이라 반박하기가 어렵지만, 정말 그렇게 형편이 없었다면 전반기 성적이 양호하게 나왔을리가 없겠지요? '구종 가치'를 언급하셨는데요. '구종 가치'와 '구위'는 다른 개념입니다. 원 피치 투수가 아닌 이상 구종에 따라 카운트 잡기, 유인구, 결정구 등 여러 용도가 있고, 결정구로서 좋은 장면에 많이 쓰이면 같은 구위로도 더 높은 구종가치가 나옵니다. 세부 기록을 볼 때는 전반기에 체인지업의 구위가 안 좋았다기 보다는 후반기에 체인지업의 비중을 높인 것에 더 가깝습니다.
4. 2014년, 체인지업이 난타당해서 고속슬라이더 위주로 던지게 됐다
순서가 거꾸로 되었습니다. 고속 슬라이더를 장착한 것이 구종 상성상 체인지업에 악영향을 미친 겁니다.
5. 2014년 류현진의 주무기는 최고 96마일 페스트볼 + 88~90마일 슬라이더
류현진은 메이저에서 96마일을 던진 적이 없습니다. 기록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95마일까진 던졌죠. 아주 가끔. 하지만 평속이 90마일 대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정말 아주 가끔입니다. 류현진은 그 때나 지금이나 평속 90마일 투수입니다. 그리고 류현진의 2014시즌 슬라이더 평속은 84~85마일 정도 입니다. 슬라이더 90마일은(패스트볼 95마일 처럼) 가끔 한 두 번 나오는 수준이지 그걸 일반화 해서 표현하면 곤란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셨듯이 2014시즌의 고속 슬라이더 구사가 부상의 주요 원인일 수도 있는 부분이라 전혀 반갑지도 않죠.
6. 부상이후 구속이 2~3마일 줄어들었고, 슬라이더를 봉인해서 결정구가 애매해졌다.
일단 부상 이후 구속이 줄어들지 않았구요. 가끔 용쓰고 95마일 한 두개씩 던지던 걸 하지 않게 되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부상이후라고 해서 슬라이더를 못 던지게 된 건 아닙니다. 역시 순서가 바뀌었는데요. 커터가 슬라이더의 역할을(그 이상을) 하게 되었으므로 슬라이더를 안써도 되게 된 거죠. 슬라이더를 안 쓰게 되서 다른 구종을 개발한 게 아닙니다.
원래 류현진은 구속이 (메이저 기준) 높은 투수가 아니었을 뿐 더러 무브먼트가 좋은 투수도 아니었습니다. pitch f/x에 찍히는 구종별 종변화, 횡변화 이런 수치는 평범합니다. 부상 전에 평범했고, 지금도 평범합니다. 화면상으로 막 휘고 이러는 마구 같은 공은 던지지 못하죠. 류현진의 성명절기인 체인지업 부터가 마구처럼 휙휙 휘고, 빵빵 꽂히는 그런 공이 아닙니다. 패스트볼과의 조합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공이죠.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류현진은 투수 치고는 손이 작습니다. 손가락이 길지 않고, 악력도 세지 않습니다. 즉 공을 세게 쥐고, 강하게 채고, 강하게 회전을 주는 등의 능력은 뛰어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류현진의 장점은 각 구종을 정확하게 자기가 원하는 곳에 로케이션 하고, 다양한 구종을 적절히 배합하여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데 있습니다. 갈고 닦은 피칭 감각과 다양한 볼배합으로 '정확하게' 던집니다. 피지컬은 평범하지만 감각과 기술로 극복하는 거죠.
제목으로 돌아가서 '기량'이 떨어졌을까요?
그럴리가요. 기량은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그런데 팩트 는 전혀 아니네요 ㅋㅋ
일단 해당 영상에 대해서는 '영상 촬영자'의 해명도 있어서, 큰 문제 아닌 거로 결론 났고요.
메이저에서 류현진 팬서비스는 좋습니다.
워낙 말이 많아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메이저리그에서도 선수들에게 무한 팬서비스를 권하지는 않습니다. 시간과 장소에 제한을 두고 적절히 대응하라고 하죠. 특히 당일 선발 투수는 팬서비스 등에서 노터치 입니다. 그날 스케줄이 있는 선발투수라면 정확한 루틴, 감각 유지, 멘탈 유지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사인해달라고 요청하는 자체가 엄청난 무례입니다.
또한 메이저에선 선수들에게 '아무데나 함부로' 사인해주지 말라고 합니다. 그 사인이 상업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빈 종이 내밀고 사인하라는 건 큰 문제입니다.(빈 종이에 사인했다가 그 종이가 뭘로 변신할지 알고요?) 되도록이면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야구 용품'에 사인하도록 합니다.
투수에게 제구가 가장 큰 기량척도 아닌가요...
원래 파워피쳐도 아니었고요
이 글의 중간댓글 중에 있네요...
하... 이불킥 각인데
실제로 겉으로 들어나는 몸 부분만 보더라도 과거 류뚱.C컵 좌완등 뚱뚱한 체형이었던 류현진 (프로 첫 데뷔 시절에는 물론 그렇지 않았죠) 이었지만 올시즌 류현진의 몸을 보면 뚱이 아니라 그야말로 단단한 체형입니다. 타고난 큰 골격 (무려 190이 넘는 키) 에 확실한 몸관리와 근력 강화로 소위 말하는 근육질 몸짱은 아니더라도 아주 건강하고 단단한 체형으로 변모했죠. 이런 부분들이 전체적인 바디 밸런스 향상으로 이어져 투구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구요. 상대에 대한 분석들도 철저하게 하면서 더 효율적인 피칭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즉 경험.노력등이 합쳐서 지금 류현진의 기량은 훨씬 더 높아진거죠.
기량이 떨어졌다니...뭔 이상한 소리를 다 보는군요
신체적으로도 30대 중반 이후라면 확실히 동양인의 한계성이 있어서 힘들어 질 수 있겠지만 아직 류현진은 그 정도로 신체적으로 급격한 노화로 인한 하락을 걱정할 정도의 나이는 아닙니다.
저 개인적인 분석은 커터가 많이 올라왔고... 그에 따른 볼배합이랄지.. 타자 상대하는 방법이 늘었따고 봅니다.
비슷한 직구성 구종에 가까운 커터 / 직구 / 체인지업이 적절하게 배합해가면서 ... 직구가 많이 살아난게... 엄청 크다고 봅니다.
안아프니까 패스트볼 구속이 일정하게 나오고 제구에도 영향을 줘서 인하이 패스트볼 제구가 아주 좋아졌죠.
좌타자 상대로 투심도 춤을 추고.. 커터도 완전히 장착됐구요.
원래 영리한 투수라.. 수비쉬프트도 기가 막히게 활용하고.. 야구도사 수준입니다.
괴물들이 넘치는 MLB 에서 현재 유일한 ERA 1점대를 유지하는 선수인데
이걸 그냥 단순한 몇줄평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려는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건지 ㅋㅋ
류현진이 작년부터 방어율이 낮아진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꺾이는 투심-커터가 완성되서...
좌우타자 바깥쪽과 특히 안쪽을 공략할수 있는 자신감이 생겨서 그런거라고 봅니다...
더불어 다양한 구종이 장착되니 볼배합만 잘하면 정말 치기 어려운 투수죠.
최근들어 볼배합 노하우도 장착되니 리그 1위로... ㄷㄷㄷ
그리고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늘어나고, 철저한 분석으로 그 구종을 잘 쓰는것이 좋은 성적을 이끄는 원동력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이전에는 어깨가 좋지 않아 통증이 있는 날 구위의 기복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게 없고 관리도 잘 받아서 꾸준한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 우주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