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실용영어의 대표적 교재인 베이직 그래머 인 유즈(BGIU: Basic Grammar in Use)로 공부하는 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사실 이 글의 내용은 제 책을 포함해 소리 중심 영어회화·실용영어 교재 전반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사람마다 구체적인 학습 방법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뒤
1) 영어를 배우는 목적,
2) 현재 수준,
3) 학습 성향
을 기준으로 본인에게 맞는 계획을 세워 보시기 바랍니다.
<intro>
학습법은 ‘있는 그대로의 나’와 ‘이상적인 방법’ 사이의 줄다리기입니다. 블로그·유튜브에서 미드 쉐도잉, 영화 100번 보기, 필사 10번 하기 같은 방법을 권하지만, 막상 실천은 쉽지 않습니다. 시작했다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은 ‘어떻게 시작할까?’보다 ‘어떻게 지속할까?’에 초점을 둡니다. 읽으시면서 그 질문을 계속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1. 책을 얼마나 꼼꼼히 볼 것인가?
(예: 각 Unit의 좌측 상단 intro만 / 대표 예문만 / 연습문제 일부 / 연습문제 전부)
앞부분에서 과하게 힘주다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과감히 일부만 보면서도 진도를 나가시기 바랍니다. BGIU의 한 Unit은 왼쪽(예문·설명)과 오른쪽(연습문제)으로 구성됩니다. 보통 연습문제는 나중으로 미루고, 왼쪽 페이지의 주황색 사각형으로 표시된 대표 예문을 읽고 쓰며 익히는 편이 좋습니다. 이마저 부담스럽다면 1회독 때는 좌측 상단의 삽화와 말풍선만 가볍게 훑어보셔도 됩니다.


2. 모든 유닛을 순서대로 봐야 하는가?

저자 Raymond Murphy 선생님이 머릿말에서 이미 답을 주셨습니다. 목차를 훑어 급하지 않은 유닛엔 표시를 해두고 과감히 건너뛰세요. (예: Unit 71—역·공항·호수 이름에 the를 붙이는지 여부)
"Do not study all the units in order from beginning to end. It is better to choose the units that you need to do."
3. 소리 중심 학습 여부
수능·토익 등 기초 문법 정리가 목적이라면 소리 중심 학습이 꼭 필요하진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실용영어 듣기·말하기 기초를 다지고자 한다면 소리 중심으로 가는 것을 권합니다.
소리(음원)는 어디에서?
BGIU 카페를 운영할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선생님, mp3는 어디서 구하나요?”였습니다. BGIU 4판 eBook에서 예문에 대한 음원이 제공되지만, 매번 클릭해야 해서 사용성이 아주 좋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유튜브에 BGIU 대표 예문 연습 콘텐츠가 꽤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케임브리지(CUP: Cambridge University Press)도 최근 1~2년 사이에는 공식 음원이 아닌 사용자 제작 음원을 활용한 연습 영상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관대해졌습니다. 아마 이런 영상이 책 홍보와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현재 3개 레벨로 연습 영상을 제작 중인데, 아직 마지막(Unit 113)까지는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퇴근하고 틈나는 대로 만들고 있습니다.
4. 흘려듣기 vs 제대로 듣기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다 보면 쉽게 지칠 수 있습니다. 유튜브 연습 영상은 mp3로 변환해 들을 수도 있습니다(구글에서 youtube to mp3 converter 검색). 출퇴근이나 산책 중에는 부담 없이 ‘흘려듣기’로 귀를 풀고, 집에서는 짧게라도 ‘집중 듣기+따라 말하기’를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5. 쉐도잉 vs 한 문장씩 듣고 따라 말하기
한때 쉐도잉 붐이 있었습니다.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들으며 동시에 말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초보라면 한 문장씩 듣고 따라 말하기(Listen & Repeat)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대부분의 교재 mp3는 ‘듣기용’이라 문장마다 일시정지(Pause)를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이 때문에 쉐도잉으로 바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한 문장 단위로 끊어 연습할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이 많아졌습니다.
쉐도잉을 하고 싶다면 원음이 나올 때 동시에 1회, 이어지는 묵음(또는 아주 작은 볼륨, 소위 ‘모기 목소리’) 구간에서 1회 더—이렇게 두 번 반복해 보시기 바랍니다.
6. 텍스트 보고 따라 말하기 vs 텍스트 가리고 소리만 듣고 따라 말하기

텍스트를 보면 시선이 글로 먼저 가면서 자연스럽게 소리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초기에는 텍스트를 보며 따라 말하더라도, 나중에는 반드시 ‘텍스트를 가리고 귀로만 듣고 따라 말하기’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평가 영역에서는 이러한 테스트를 EI(Elicited Imitation)라고 부르는데, EI는 단순해 보이지만 음소 인식 능력뿐 아니라 어휘, 문법, 구문 이해도까지 함께 측정하는 종합 테스트입니다. 아무리 소리를 잘 들어도 문장에 모르는 어휘나 구문(예: 수동 진행형)이 포함되면 쉽게 당황할 수 있으며, 문장이 길어질수록 난도는 점차 높아집니다.
우서 가볍게 아래 영상에서 기초 문장 몇 개 따라해보시기 바랍니다.
위 영상에서 자신감을 얻었다면, 이제 난도가 더 높은 Versant Part B의 EI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원어민의 자연스러운 속도를 한 번만 듣고 따라 말해야 하므로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아래 모의 테스트에서 마지막 문장까지 완벽히 따라 했다면, BGIU 대신 한 단계 높은 교재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7. 필사에 대하여

필사는 필수는 아니지만 장점이 있습니다. 소리 중심 학습에서 놓치기 쉬운 문법·철자를 꼼꼼히 점검할 수 있고, 공부 흔적이 남아 루틴화가 쉽습니다(예: 하루 1유닛 대표 예문 필사). 친구들과 인증샷을 공유하며 독려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회독 내내 할 필요는 없고, 초반 적응기나 마무리 강화기에만 해도 충분합니다.
손글씨가 기본이지만, 엑셀에 대표 예문을 직접 타이핑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당장 듣기·말하기가 급하다면, 필사 대신 ‘따라 말하기’ 한 번을 더 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8. 속청(빨리 듣기 | 배속 듣기)
듣기가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음소 인식(예: f/p, v/b, l/r 등), 연음, 문장 구조, 속도, 맥락 등), '속도'도 그중 하나입니다. 원어민이 너무 빨리 말하면 'Could you speak a bit slower?'처럼 양해를 구할 수 있습니다.
속도에 적응하는 방법은 평소에 빠르게 들어보는 겁니다(속청). 유튜브에서는 배속 기능이 있어 2배속까지 들을 수 있는데, BGIU 연습 영상이 너무 시시하다고 느껴지시는 분들은 '텍스트 없이 듣고만 따라 말하기'를 2배속으로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럽지만, 듣다 보면 점차 들립니다. Listen and Fill English 쇼츠에서 Step 3에 1.5배속 듣기를 넣은 이유도 학습자분들께 속청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래 영상 1.5~2배속으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카페 소음이 신경쓰이는 분들은 위에 있는 소음 없는 버전으로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9. BGIU를 어느 수준까지 볼 것인가? 몇 번을 볼 것인가?
목표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소리 중심 실용영어 기초쌓기’가 목표라면 회독 수보다 아래 기준으로 자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 BGIU 대표 예문(약 2,500개)을 텍스트 없이 듣고 따라 말할 수 있는가? (소리 잡기 & 다시 던지기)
- 그 예문이 쓰일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실제 상황에서 입으로 바로 나오는가?
- 단어 1~2개를 바꿔 맥락에 맞게 응용할 수 있는가?
회독을 많이 하면 이해도와 응용력이 좋아지는 경향은 있습니다. 다만 밑줄 위주의 회독만 반복해 10회독을 했어도, 랜덤 EI(텍스트 없이 듣고만 따라 말하기)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회독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책을 보는 시간보다 듣고 말하는 시간에 더 비중을 두어, BGIU 대표 예문을 반드시 ‘내 것’으로 체화하시길 바랍니다.
10. 따라 말하기의 품질

비슷한 조건의 학습자 A와 학습자 B가 하루에 BGIU 10개 Unit의 대표 예문을 같은 시간 동안 (텍스트를 보든 안 보든) 따라 말한다고 해봅시다. 이때 학습 효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따라 말하기의 품질'입니다.
가능한 한 그 상황 속 인물이 된 것처럼 몰입하여 말해보세요. 때로는 원어민 성우의 감정을 넘어서는 표현을 시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단어를 순서대로 말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 목표는 '영화 오디션에 참가하는 배우처럼' 생생하게 따라 말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시간을 쓰는 만큼, 효율적으로 꽉 찬 연습(가성비갑 연습)을 하시길 권합니다.
같은 문장을 10회씩 반복한다고 해도, 기계적으로 읊조린 사람과 오디션을 준비하듯 몰입해서 말한 사람의 성취도는 확연히 달라집니다.

연습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No, thanks. I don’t drink coffee."라는 문장을 무심하게 / 친절하게 / 짜증스럽게 각각 다른 톤으로 말해보세요.
<Outro>
다시 강조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 헤매기보다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영어만 공부하는 게 아닙니다. 내 상황과 에너지가 100이라면, 보수적으로 70 정도를 기준으로 계획을 세워보시기 바랍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 공부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반짝이는 열정보다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사람이 결국 진짜 강자입니다.
강자의 기준은 외부가 아니라, [작심삼일의 나 vs 꾸준히 이어가는 나]의 싸움 속에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
P.S.
use는 명사일 때 발음이 ‘유스’에 가깝습니다. 원칙적으로는 ‘그래머 인 유스’가 맞지만, 국내에서는 ‘그래머인유즈’가 사실상 고유명사처럼 굳어 있어 본문에서는 관용적으로 ‘그래머인유즈’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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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세이펜 버전은 아마 3판일 거예요. 4판 ebook 버전이 나오면서 4판은 세이펜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네, 이런 데도 있군요.
공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항목 10 추가하였는데 참조하실 수 있습니다.
네,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영어 배우려고 하는데.
깊이 감사하니다.
제가 겉멋으로 초보인데. 괜히 영국시 에센셜그래머인유즈를 샀는데
걍그걸로 해도 될까요 ?
아님 미국판 4판 베이직을 살까요 ?
EGIU하고 BGIU 큰 차이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영국식을 영어가 필요하여 사셨으면 그냥 유지하시고, 제 영상은 참조로 보시고(아마 예문 90% 이상 일치), 미국식 영어 필요하시면 EGIU는 당근이나 중고로 처리하시고 BGIU로 사는 것도 방법입니다. (공부하면서 계속 신경이 쓰일 것 같으면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통합본 작업이 얼마전에 끝났는데 아래 링크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walire/224037220732
저는 ai이런걸 잘모르고 교육만하다보니 이런 능력들이 부럽네요. 저도 완벽한 영어교육 프로그램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