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거의 목수처럼 살고 있는 소모임 '뚝딱뚝땅' 당주 디자이너 민굴입니다.
디자인에 대한 글을 짬짬이 써보려했지만, 번번히 생활에 치여 못쓰다가,
최근 화장대를 의뢰받아 제작하며 디자인 했던 내용을 간단히 작성해보면 뭔가 도움이 되는 분이 계시지 않을까하여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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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샵에서 사용할 화장대 제작을 의뢰받으며 클라이언트가 요구했던 사항은 크게 두가지 입니다.
'용품들을 그때 그때 올려두고 쓰게 되는데, 둥근 제품들이 많아 굴러떨어질 수 있다. 굴러떨어지지 않게 가장자리에 턱이 있으면 좋겠다.'
'기존 화장대들의 빡빡하게 들어간 서랍들이 싫다. 주로 사용하는 상단 서랍 한두개면 충분하며, 몇몇 용품들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깊이의 서랍이면 좋겠다.'
우선 첫번째 요구사항인 상판 가장자리에 위치한 돌출부.
우선 아주 일반적인 상판에 서랍이 있는 일종의 캐비넷 형식의 구성은 위 그림과 같이 구성됩니다.
목재는 결방향과 수직으로 수축팽창이 일어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판의 결방향에 맞춰 측판의 결방향을 맞춰주게 됩니다.
이걸 우선 베이스로 디자인을 시작해봅니다.
아주 간단한 해결방법은 상판 가장자리에 얇은 쫄대를 대주는 방법이 있겠네요.
물건이 떨어지는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그림에서도 느껴지듯 단순한 조형임에도 난잡해보입니다.
문제 자체는 해결되었지만 미적으로 썩 좋은 해결책은 아니라 볼 수 있겠네요.
그럼 이번엔 상하판 사이에 들어가는 측판과 서랍을 밖으로 빼고 필요한 턱의 높이 만큼 높여주어 첫번째 요구사항을 해결함과 동시에 훨씬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사실 이정도만 진행해도 구조적으로 큰 문제도 없고 미적으로도 괜찮아 보일 것 같습니다.
서랍앞판이 이렇게 전면을 덮고 있는 구조는 서랍앞판의 하단부를 당겨 서랍을 빼낼 수도 있기 때문에 손잡이 없이 더욱 깔끔한 디자인이 될 수도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첫번째 그림에서 설명했던 수축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수직으로 되어있는 측판의 결방향이 서랍의 결방향과 맞지 않네요.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마구리면(End grain)인데, 마감을 하고나면 마구리면이 무늬결면(Face grain)에 비해 더 어두워져서 상판 가장자리에 올라온 턱부분도 위에서 봤을 때 톤차이가 나서 어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랍이 전면을 덮고 있는 형태라 무늬결이 더 눈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측판의 결방향은 되도록 서랍과 같은 방향으로 설정해주는 것이 좋겠네요. 하지만 이렇게 하면 애초에 가구를 제작할 때 고려해야 하는 수축팽창에 대응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측판의 모든 부분에 접착제와 장부로 고정을 하는 방식을 버리고, 측판에 홈을 가공해 상판을 끼워넣어 상판이 홈을 따라 수축팽창을 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렇게 구조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미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솔루션을 찾았으니,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이제 하단부를 디자인할 차례네요. 상단부의 넓고 딱딱 떨어지는 형태에 어울리게 특별히 곡선을 넣지 않고, 비율의 조절만으로 기본적인 구조를 만들어줍니다.
여기서 클라이언트의 두번째 요구사항 때문에 살짝 문제가 생깁니다.
용품들이 들어갈 수 있는 깊이의 서랍을 원했고, 그 서랍의 깊이 + 상판 가장자리의 턱 + 전면을 덮는 형태의 서랍으로 인해 상단부의 두께가 꽤나 두툼한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서랍앞판이 150mm정도의 높이라 일반적인 서랍이 있는 테이블의 두께보다 많이 두꺼운 비주얼입니다. 자칫 너무 투박해보일 수 있지요. 가구가 적당히 묵직해보이는 것은 좋지만, 그걸 넘어 투박해보이면 세련미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상단부를 살짝 띄워서 조금 가벼운 느낌이 들도록 스타일링해줍니다. 이렇게 떠있는듯한 조형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가벼운 느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에이프런의 위치도 좀 더 안쪽으로 밀어넣어서 일반적인 시선의 높이에서 바라봤을 때 실제 에이프런의 두께보다 얇아보이게 해주었고, 이렇게 안쪽으로 들어간 에이프런은 상단부의 '그림자'에 가려져 더욱 존재감이 사라지게 됩니다. 또한 손잡이 없이 서랍 아래쪽을 당겨서 사용할 때 에이프런이 손에 걸리지 않아 사용성도 좋아지게 되구요.
이런 과정을 거쳐 150mm나 되는 상단부의 두께에도 투박하지 않은 비율을 가진 화장대를 디자인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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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적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솔루션들입니다. 하지만 지난 글에서도 적었던 것 처럼 어떤 조형을 만들 때 '왜' 그렇게 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적용하면 그때 그때 즉흥적인 디자인이 아닌 체계적인 디자인을 해나갈 수 있게 됩니다.
오늘도 이 글이 누군가에겐 재미를 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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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과정은 매번 제대로 못남겨서 이번에도 몇장 없네요 ㅠ
//// 완성샷
저는 이만 또 대패질하러 뿅~!
목공소모임 '뚝딱뚝당'도 많이들 놀러오세요!
https://www.clien.net/service/board/cm_dduk
월넛 진짜 고급지네요.
아, 그리고 이렇게 결합하는 방법은 뭐라고 하는가요??
옆면부터 서랍앞판까지 한판으로 이어지는군요.. (혹시 뒷판까지?ㅎㅎ)
저도 요즘 목재가구 만드는 취미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굴님 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요?
그리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디자인이랍니다. 디자인 공부를 해야 본인만의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 글에 소개된 화장대의 경우도 특별한 기술이 들어간 것은 없거든요. 기술은 갖췄지만 디자인에서 막혀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참 많이 만나봤습니다. 디자인 공부를 꼭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 경우는 산업디자인(자동차디자인)을 전공했다보니 이 부분은 비교적 좀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어렵지만요.
도움이 되실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한번씩 남긴 글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목공을 시작하는 방법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7435820CLIEN
나는 디자인 감각이 없어서?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7833724CLIEN
멋진 작품 잘 봤습니다. ㅎㅎ
그게 저렇게도 해결 되는 거군요.
멋지다요.
너무 멋지네요! 계속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