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란에 스피커 자작을 하면서 측정 그래프를 종종 올리곤 하는데, 주파수 응답 측정은 스피커 자작 뿐만 아니라 룸튜닝을 할 때에도 접하게 됩니다. 클량에서 이런 주제에 흥미를 가진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댓글이 하나라도 달릴 지 모르겠습니다. ^^) 룸튜닝이든 스피커 자작이든 참고할 만한 얘기 하나 올려 봅니다. 제목에 쓴 것처럼 "주파수 특성과 극좌표 다이어그램을 출력할 때 비율과 크기(Scales and sizes for plotting frequency characteristics and polar diagrams)"에 대한 표준입니다.
제목만 보면 금방 와 닿지 않는데, 쉽게 설명하면 주파수 응답 그래프를 이미지로 그릴 때 Y축 스케일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 더 쉽게 얘기하면 얼마나 상하로 납작한 이미지를 그릴 것인가 하는 얘깁니다.
사실 이 주제는 룸튜닝에 관심 있는 분들은 대부분 인지하고 있는 내용인데요. 주파수 응답 그래프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얼마나 평탄한지, 피크와 딥이 어느 정도인지를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것인데, 종횡비가 다르게 출력된 그래프는 그 느낌이 아주 다릅니다.

위 두 그래프는 얼마 전 완성한 스캔스픽 유닛을 사용한 3웨이 자작 스피커(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6821603CLIEN) 의 측정치인데요(1/12 스무딩 적용, 게이팅 적용하지 않음).
동일한 측정치이지만 시각적인 느낌은 매우 다릅니다. 위 그래프는 꽤 평탄한 특성으로 보이지만 아래 그래프는 피크와 딥이 심한 그래프로 보이죠. 물론 종횡비 외에도 스무딩을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한 요소지만 대부분 스무딩 정도는 명시적으로 표기하고, 눈으로 봐도 충분히 그 차이를 고려하며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착각할 경우가 적죠.
암튼 주파수 응답 이미지의 종횡비가 특성파악에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 업체나 개인이 측정해서 제시하는 그래프를 살펴보면 그 정도가 들쭉날쭉, 출력하는 사람 마음대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종횡비에 관련해서도 표준안이 있습니다(뭐 이런 것까지 표준을..?). 바로 위에서 언급한 제목이 해당 표준안으로 IEC 60263:2020 입니다.
다만 종횡비가 하나의 표준으로 고정된게 아니라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달리 출력할 수 있는 여지는 있습니다만 원칙적으로 어떤 종횡비로 출력됐는지 표준을 함께 표기하면 시각적 판단을 좀 더 객관적으로 할 수 있죠.
구체적으로 해당표준은 아래와 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For graphs in which the y-axis depicts a level (in decibels) plotted versus logarithmic frequency on the x-axis, the aspect ratio shall be 10 dB/decade, 20 dB/decade, 25 dB/decade or 50 dB/decade."
y축이 음압(dB), x축이 주파수(log 스케일)인 그래프(우리가 흔히 보는 스피커 주파수 응답 그래프죠)의 종횡비는 10 dB/decade, 20 dB/decade, 25 dB/decade 또는 50 dB/decade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db/decade라는 단위가 생소한데, decade의 의미는 어떤 지점에서 10배가 되는 지점까지를 말합니다. 즉 x축에서 주파수가 10Hz~100Hz 구간이나 1k~10k의 구간, 또는 200~2k 구간일 수도 있죠. 로그 스케일에서 위 구간의 길이는 모두 동일합니다. 따라서 25dB/decade 라는 말은 x축의 어떤 지점에서 그 10배 주파수가 되는 지점까지의 거리가 y축의 25dB 만큼 거리와 동일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말로 설명하니까 어려운데.. 아래 50db/decade로 출력한 그림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됩니다.

위에 x축 화살표로 그린 decade는 100Hz~1kHz까지의 거리를 표시했지만 그 비율이 10배인 구간은 어디든 동일합니다. 임의로 아무렇게나 20~200, 300~3k, 1k~10k 구간 등을 찍어서 눈대중으로 비교해 봐도 모두 동일한 길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원래 로그 스케일이 그렇게 그려진 것이니 당연하죠 ^^)
다시 처음 올린 두 그래프를 보면 처음 것은 50dB/decade로 출력한 것이고 두번째는 25dB/decade로 출력한 것입니다. 만일 이것을 10이나 20db/decade로 출력하면 더 울퉁불퉁한 그래프가 그려지겠죠.
그럼 표준도 이렇게 여러가지인데 어떤 값이 맞다는 건가 의문이 드는데, 아쉽게도 이에 대해 강제한 표준은 없습니다. 다만 예시로 몇가지가 나와 있는데 마이크 입력감도 측정처럼 그 변동치가 크지 않은 경우는 10db/decade를 사용하고, 변동치가 큰 보청기는 50dB/decade로 측정합니다. 일반적인 스피커는 그 중간에 해당하는 25db/decade를 사용하고요. 물론 이는 강제는 아니고 측정하는 주파수의 변동폭에 따라 임의로 결정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읽다 보면 측정자가 맘대로 정할 수 있으니 의미가 없는거 아닌가 싶겠지만, 그래프와 함께 플로팅 기준을 정확히 명시하면 시각적 착각을 줄일 수 있고, 50dB/decade보다 훨씬 납짝한 (예를 들면 100db/decade 정도) 그래프로 마치 응답이 평탄하게 보이도록 조작(?)한 그래프를 쉽게 판별할 수도 있죠. 아래는 802D를 스테레오파일지에서 플로팅한 그래프인데 20dB/decade 정도 됩니다 (정확히는 이보다 조금 높은데 무시할만한 정도로 보시죠 ^^;;) 스테레오파일의 그래프는 대체적으로 이 종횡비를 일관되게 유지하는데 간혹 아닌 것도 있긴 합니다.;;

마지막으로 룸 튜닝하면서 측정에 많이들 사용하시는 REW(Room EQ Wizard)에서 그래프를 이미지로 저장할 때 이 종횡비를 지정할 수 있는 옵션이 있습니다. 표준 중 20dB/decade는 없지만 나머지 값들은 선택 가능합니다.

사실 표준이라는게 어떤 부분은 놀랍도록 디테일하고 상세하게 규정된 반면, 어떤 부분은 상당히 적용할 때 느슨하게 규정된 것들이 많습니다. 너무 디테일하게 모든 것을 규정해 버리면 실제 적용이 어렵거나 의미 없는 표준이 되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적용하는 입장에서는 사실 모든 걸 정해줬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죠 ^^
주파수 응답의 평탄성과는 별개로 Decay 패턴은 올려주신 정도면 개인적으로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고 보는데요. 25Hz이하에서 저음이 끌리는거야 일반적인 청취환경에서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35hz 이상 대역에서 거의 균일하게 Decay 타임을 유지하는 것은 꽤 좋은 측정치라고 생각합니다. Waterfall 그래프나 Spectrogram도 측정 결과가 좋을 거 같은데요.
오히려 저는 4~5kHz 사이의 살짝 꺼진 부분이 신경 쓰이는데 소리가 앞으로 쏟아진다든지 포워딩하게 들리는 문제는 없겠지만 곡에 따라서는 조금 생동감이나 라이브한 느낌이 아쉬울 때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이건 사용하시는 스피커의 유닛 특성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부분이라 FR 그래프만 보고 얘기할 부분은 아니죠. 다시 보니 해당 대역은 Decay 타임이 다소 길어서 완만한 딥을 보완해 줄 수도 있겠네요.
지금 임시로 해외 출장을 나와 있는데요, 홧김에 듀얼 서브우퍼하고 액티브 스피커를 질러서 룸모드만 잡아봤습니다.
책상 위에 두루마리 휴지 스탠드여서 고역대 comb filtering도 상당하구요, 방 한 구석에 비대칭으로 자리를 잡을수밖에 없어서 상상 가능한 최악의 상황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천장고가 2.8m로 높으니까 오히려 2.3m 높이에서 보지 못했던 dip이 딱 귀 높이에 걸리는 등 적응이 어렵더군요. 게다가 목조주택이라서 20Hz 초반에서 집 자체의 공진이 엄청납니다. 그래도 룸튜닝재를 전혀 쓰지 않고 얻어낸 결과로는 감상시 크게 거슬리지 않는 편이라 듀얼 서브우퍼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스피커는 주파수 응답이 평탄하기로 인정?받은 KH80이라서 측정치가 엉망이어도 스피커 탓은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네요 ^^
서브우퍼를 넣지 않은 KH80만의 측정치도 한번 올려봅니다. KH80 재생 대역보다도 꽤 아래인 48Hz에서 1차 룸모드의 위력이 엄청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앞 그래프는 청취위치(트위터로부터 약 90cm) 측정결과인데 이번 그래프는 트위터 앞 30cm 근접측정이라 고역대 comb filtering이 스피커 직접음 대비 상대적으로 작아져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출장에서까지 시스템을 구축하셨다니 보통 열정이 아니시네요. ^^
짐작하시겠지만 48Hz의 1차 룸모드는 PEQ로 잡힐 정도는 절대 아니구요, 듀얼 서브우퍼로 양쪽 벽면에 최대한 붙여서 정위상 출력하여 상쇄한 결과인 것은 맞습니다. 그 이후의 평탄화에는 PEQ가 필수적이었구요, 여기서 Dirac을 적용해보니 평탄화 정도는 오히려 망가지지만 decay가 꼬인 부분이 상당히 풀리는 효과 + 청감상 뭉쳐서 거슬리는 저역이 누그러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전공이 이공계 쪽인 분들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취미인 것 같습니다 ^^ 귀찮음을 극복하게 하는 뭔가 매력이 분명 있네요 ^^
워낙에 그래프 사기가 많아서 표준안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런 것에 산업표준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큰 책상과 3개의 모니터 탓에 플랫하곤 거리가 좀 있지만 아쉬운대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Standard Method of Measurement for In-Home Loudspeakers (ANSI/CTA-2034-A R-2020)"
https://shop.cta.tech/products/standard-method-of-measurement-for-in-home-loudspeakers
(판매하는 형태지만 가격이 0으로 책정되어 있어 invoice를 위한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마이크의 위치나 기준축에 대한 이야기, 스피노라마에 대한 얘기 등이 60페이지 분량으로 되어 있습니다. 다만 말 그대로 산업표준이라 무향실 등 일반 가정에 적용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아 그냥 참고용으로만 하시는게 좋겠죠.
150hz까지만 EQ로 플랫하게 적용하고, 나머지는 evo 50의 무향실 측정 기준으로 플랫하게 살짝 손본 정도입니다.
참고로 이전에 쓰던 T5v로 측정했을 때도 거의 같은 측정치였던 걸로 보면 스피커보다 룸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습니다.
룸 어쿠스틱은 어쿠스틱퓨저의 T-Trp-M 2개
클라우드로 설치한 R-Trap 15cm
자작해서 만든 1000*500*200짜리 글라스울 흡음패널 7개, 1000*500*250 7개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상과 모니터 탓에 중역이 출렁이지만 이건 어쩔 수가 없네요.
조금 더 흡음을 하고 싶은데 현재 방에선 구조상 무리라 이정도에서 그쳤습니다.
저는 그냥 헤드파이 조촐하게 하지만... 기백만원대 세트로 갖췄다가
현재는 중국산 올인원 DAC/앰프에 hd6xx를 매우 만족하면서 듣고 있습니다. ^^
대신 사기꾼들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어느정도 공학적인 지식도 필요하긴 하죠.
넵. 동감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리고요.
사실 저도 개별 리시버 측정치 보고 뭔가를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면서 들어보고는 있는데,
감각의 영역이고, 제 귀가 표준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취향에 맞게 가더라고요. ㅎㅎ
다만 사람의 귀는 1/3옥타브 이내의 급격한 변화는 잘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룸튜닝할 때는
1/3옥타브 정도의 낮은 해상도를 사용하죠. 10차 이상의 고조파 배음을 측정할 때는 1/24 옥타브 밴드까지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