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델타변이가 극성을 부리면서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돌파감염' 케이스들이 언론에 많이들 보도되고 있습니다. 인구대비로도, 절대적으로도 얀센의 돌파감염 케이스가 가장 많다고 하고, 그 다음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순이고, 중화항체가를 생각해보면 예상대로인데요. 아마 모더나도 화이자와 비슷하거나 좀 더 낮겠죠. 그래서 일각에서는 그럼 백신 뭐하러 맞았냐, 하며 회의론을 펼치기도 하는데, 오해를 풀기 위해서 코로나19 백신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왜 백신을 다 맞고도 감염되는 케이스가 생기는지, 하지만 왜 돌파감염이 일어나도 중증으로 가는 경우가 적은지 (곧 돌파감염에도 불구하고 백신을 왜 맞아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1. 백신 접종 후 돌파감염: 예상보다 강하지만 아직은 버틸 수 있다
이전까지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마친 경우 돌파감염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는 접종을 완료한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고, 이 정책에 반대하는 다른 전문가들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도 마스크를 안 쓰는 것을 걱정했지 접종한 사람들을 걱정하진 않았죠. 그런데 지난주 CDC의 발표 자료가 워싱턴 포스트에 의해서 유출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고 국면이 완전히 전환되어 버렸습니다. 한 슬라이드는 "전쟁이 바뀌었다(war has changed)"고 말할 정도입니다.
델타변이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도 훨씬 전염성이 강력해서 수두(chickenpox) 수준이 되었다고 합니다.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서 돌파감염시 델타변이의 Ct 값이 3.5 낮았다고 하는데요. PCR 검사를 할 때 바이러스가 검출될 때까지 PCR 사이클을 여러 번 돌려야 하는데, 이 때 사이클을 몇 번 돌았는지가 Ct값입니다. 처음부터 바이러스가 많았다면 Ct값은 낮겠고, 적었다면 Ct값은 높겠죠. 즉, 백신 접종한 사람들에게서 델타변이의 Ct값이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서 낮았다는 것은 그만큼 델타변이 돌파감염자들의 바이러스 양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Ct값이 30 이하로 유지되는 기간도(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으로 보면 되겠죠) 18일로 기존 바이러스의 13일에 비해서 길다고 하고요.
Ct값이 3 낮은 건 바이러스의 양이 10배 수준이라는 것인데, 미국 국내에서도 비슷한 데이터가 나왔다고 합니다. 또 매사추세츠주 Barnstable 카운티의 집단감염에서는 델타변이에 감염된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Ct값이 똑같았다고 합니다. 둘의 바이러스 양에 차이가 없는 겁니다.
흔히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높아지도록 진화하지만 대신 증상은 가벼워진다'는 인식이 있죠. 하지만 델타변이는 다릅니다.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감염력은 훨씬 강해졌으면서 동시에 중증화율도 높아졌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싱가포르, 스코틀랜드에서 모두 중증으로 갈 확률이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입원률과 사망률이 2배를 넘고, 4.9배까지 나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이건 코로나19가 전파되는 양상을 고려해야 하는데요. 기존에 저런 인식이 있는 이유는, 에볼라처럼 높은 치사율을 가진 감염병은 병을 옮기기 전에 숙주가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행이 특정 지역과 시간대에 한정되고 판데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지요. 만약 이런 질병의 치사율이 낮아진다면 병을 옮기기도 수월해져서 전파가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띱니다. 병을 옮기는 사람과 죽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옮기는 건 젊고 건강한 무증상, 경증 감염자들이고, 죽는 건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의 고위험군입니다. 델타변이의 전파력이 더 강해졌지만 이를 주로 옮기는 젊은 층에서는 대부분의 감염자들이 여전히 무증상, 경증으로 끝나기 때문에 병원성이 더 낮아져야 할 이유가 없고, 그러니 전파력과 병원성이 둘 다 강력해지는 것이 가능한 겁니다. 요약하면 코로나19, 그리고 델타변이는 감염병이 가질 수 있는 최악의 성질들을 딱딱 맞춰서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 자료에는 없지만 CDC의 다른 리포트에서 발표된 이후로 언론이 대서특필하는 데이터가 위에서 언급한 매사추세츠주 케이스인데요, 전체 감염자 중 469명 중 346명(74%)이 백신 접종 완료자였다는 일견 충격적인 데이터입니다. 이 중 90%가 델타변이였고요. Ct값이 접종자와 미접종자가 같았다는 것도 여기에서 나온 데이터입니다. 그래서 CDC는 이전에 백신 접종 완료자는 마스크를 실외든 실내든 벗어도 된다는 입장에서, 다시금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선회했습니다.
즉, 델타변이는
- 매우 전염성이 강하고
- 더 심한 질병을 일으키며
- 돌파감염자는 백신 미접종자 수준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도 있다는 결론입니다.
백신 접종은 90% 이상의 중증 감염을 막을 수 있지만, 전파를 막는 데는 덜 효과적일 수 있고, 그래서 백신을 맞더라도 돌파감염과 그에 따른 지역감염이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며, 그러므로 NPI (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 비약물적 중재), 다시 말해 즉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가 계속해서 필요할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이재갑 교수님 말씀대로, "델타변이가 판데믹의 패러다임을 다시 바꾸고 있습니다. Vaccine only 에서 Vaccine + alpha의 시대로. 여기서 alpha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실내에서의 환기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부분입니다".
그래도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에 걸릴 확률도 8배 감소하고, 입원, 사망할 확률은 무려 25배 감소합니다. 백신은 결코 쓸모 없지 않습니다. '전파를 막는 데' 예상보다 효과가 떨어질 뿐,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은 크게 막아줍니다. 아직 백신은 버티고 있습니다. 지금 영국, 미국 등에서 확진자가 폭증하는 것은 대부분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 때문입니다. 사실 매사추세츠주의 Barnstable county에서 감염자 중 74%가 돌파감염자였다는 통계도 이 곳의 백신 접종 완료율이 69% 수준으로 대단히 높았기 때문이었고, 백신을 안 맞은 비율이 높은 곳에선 당연히 백신 미접종자들이 훨씬 많이 걸립니다. 매사추세츠의 데이터는 '백신만으로는 전파를 막을 수 없다'는 경고를 준 것이지, '백신이 무의미하다'가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왜 백신이 전파를 막는데 효과가 이렇게 떨어질까요?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 시작입니다.
2. 전신 면역(systemic immunity)과 점막 면역(mucosal immunity): 현존 백신의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
현재 승인되어 접종되고 있는 모든 백신(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스푸트니크V, 시노백, 시노팜)은 근육에 접종하여 '전신 면역'을 유도하는 백신입니다. 전신면역은 주로 순환계(림프계와 혈관계)에서 작동하는 면역입니다. 그래서 백신을 맞고 나서 혈액을 채취해서 항체(주로 IgG가 생성됩니다)나 T세포 등을 검사해 보면 면역반응을 확인할 수 있고요. 이렇게 유도된 전신 면역은 바이러스가 혈관을 타고 다른 장기를 공격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겠죠.
그런데 코, 입 등 외부 세계와 직접 닿는 점막(mucosal membrane)에는 '점막 면역'이라고 하는 또다른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피부 장벽에 의해 보호되는 다른 기관과 달리 점막과 이에 연결된 기관들은 병원균들이 쉽게 침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 점막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면역시스템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점막에서 분비되어 바이러스를 강력하게 중화할 수 있는 분비형 IgA (secretory IgA, SIgA) 항체가 있습니다. 그래서 호흡기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점막 면역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특히 바이러스의 상기도 침입 자체를 차단함으로써 전파를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멸균 면역(sterilizing immunity)을 위해서는 점막 면역이 필수적입니다.
문제는 근육에 접종하는 백신은 점막 면역을 잘 유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백신을 맞았더라도 점막에서는 면역이 유도되지 않거나 유도되더라도 약하기에 점막에서의 '감염' 자체는 일어날 수가 있는 겁니다. 이걸 '돌파감염(breakthrough infection)'이라고 흔히 부르는 것이고요. 하지만 그렇게 감염이 되더라도 대부분은 상기도(코, 입, 목 윗부분 등)에서만 바이러스가 증식할 뿐입니다. 바이러스가 상기도를 벗어나 폐 등으로 침입하려고 하면 전신면역계에 유도된 중화항체가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것이고, 설령 바이러스에 변이가 생겨서 항체를 회피하여 폐 세포를 일부 감염시켜 버렸더라도 이를 인식한 CD4+ 도움 T세포가 면역체계를 불러모으고 CD8+ 세포독성 T세포(CTL)가 감염된 세포를 죽일 것이니 중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게 코로나19에서 돌파감염이 일어나더라도 대다수가 무증상이나 경증으로 끝나는 이유이고, 아무리 변이가 유행하더라도 백신을 꼭 맞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건 인도네시아에서 시노백 백신을 맞고도 코로나에 걸려서 사망한 의료진들이 다수 발생한 이유로도 이어지는데요. 첫번째는 항체 유도능 자체가 상당히 낮고(화이자에 비해서 시노백의 중화항체가가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연구), 두번째는 시노백, 시노팜과 같은 불활성화 바이러스에 alum 면역증강제를 사용한 전통적인 백신들은 일단 돌파감염이 일어났을 때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해야 하는 T세포 면역, 특히 항바이러스 면역에 중요한 Th1 (1형 도움 T세포) 면역의 유도능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즉 시노백, 시노팜은 델타변이 등이 항체를 회피해서 감염시켰을 때 이를 제거할 수 있는 면역시스템이 미약한 것이고, 그래서 백신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돌파감염에 의해 사망한 케이스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에 대한 최상의 백신은 1) 점막에서 강력한 SIgA 항체를 생성하고, 2) 전신에서도 강력한 IgG 등의 항체를 생성하고 (특히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 3) CD4+ Th1, CD8+ CTL 등의 T세포 면역을 강력하게 유도하는 백신입니다. 지금의 근육주사 백신은 (시노백, 시노팜을 제외하면) 2, 3은 잘 하지만 1은 부족합니다. 그래서 점막 면역에 특화된 백신, 곧 코에 스프레이로 뿌리거나 알약으로 먹어서 점막 면역을 직접 유도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비강 스프레이는 옥스포드대(지금의 옥스포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인 ChAdOx1-nCov19를 제형만 변경)와 워싱턴대(또 다른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등이고요, 경구 투여(입으로 먹는) 백신은 미국의 Vaxart나 이스라엘의 Oramed 등입니다. 이런 백신으로 점막면역을 유도하면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기관에서 바로 바이러스를 중화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근육주사 백신으로는 역부족인 멸균 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다만 점막면역 백신이라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고, 오히려 Altimmune이 개발하던 인간 아데노바이러스 5형(hAd5) 기반한 코 스프레이 백신은 중화항체 유도능이 떨어져서 개발을 중단했고, Vaxart의 먹는 백신은 비강과 혈장에서 IgA 항체 유도는 잘 되었지만 혈장에서는 중화항체나 IgG가 검출되지 않는 등 오히려 전신면역의 유도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개발 속도가 썩 빠르지 않고, 기대한 만큼 성능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전신면역이 약하다면 돌파감염이 일어났을 경우 중증화를 막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고요. 그래서 어쩌면 나중에는 전신백신과 점막백신의 교차접종을 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이렇게 될 거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도 있고요.
정리하면, 현존하는 근육주사 백신은 점막 면역을 잘 유도하지 못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코, 입 등의 점막을 통해 침입하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어서 상기도에서 돌파감염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항체 면역과 T세포 면역이 전신에서 잘 유도된 경우 상기도를 넘어 하기도나 다른 부위에 침입해 중증을 일으키는 것은 잘 막아줍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비강 스프레이나 알약 등의 제형으로 점막 면역을 직접 유도하기 위한 점막 백신이 개발되고 있고, 만약 성공한다면 감염과 전파를 더욱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3. 그래도 근육주사 백신이 무력하지만은 않다
근육으로 주사하는 백신이 점막면역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것은 일반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의 화이자, 모더나같은 백신들이 전파를 막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는 걸까요? 그렇다기에는 화이자의 경우 단순 유증상 감염만 보더라도 88% (영국), 64% (이스라엘) 등 델타변이에 대한 보호 효과가 충분히 나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나온 논문을 보면 더욱 그 효과를 확실히 알 수 있는데요.
델타변이에 감염된 경우 백신 접종자(=돌파감염)와 미접종자의 초기 Ct값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이건 미국 데이터와 동일한데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백신 접종자에서 Ct값이 매우 빠르게 높아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Ct=50, 즉 아무리 돌려도 바이러스가 안 나온 경우도 훨씬 많고(RT-qPCR은 Ct가 40이 넘어가면 확실하게 음성이라고 봐야 됩니다. 저렇게 많이 돌리다 보면 위양성의 확률이 높아집니다), 전반적인 Ct값의 증가 트렌드도 분명 빠릅니다. 높은 Ct값은 바꿔 말하면 백신 접종자의 경우 코에서도 바이러스 양이 훨씬 빠르게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즉 점막 면역이 분명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위에서는 근육주사 백신은 점막면역을 유도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이 논문이 그 힌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https://www.medrxiv.org/content/10.1101/2021.06.08.21258284v1.full-text
Highly-specific memory B cells generation after the 2nd dose of BNT162b2 vaccine compensate for the decline of serum antibodies and absence of mucosal IgA
위는 침에서 IgA를 측정한 그래프입니다. 점막면역을 측정하는 지표로 널리 활용되는데요. 보시다시피 백신 접종(vaccinated)한 사람에게서는 침에서 IgA가 거의 검출되지 않습니다.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한 사람들에게서는 약하게 검출이 되고요. 그런데 백신을 맞은 뒤 돌파감염이 된 사람들에게서는 강한 IgA 반응이 나옵니다. 이것을 해석해 보면 백신 접종 그 자체는 점막면역을 유도하지 못하지만 백신 접종 후 감염이 된 경우에는 점막면역이 강하게 활성화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 현상을 저자들은 백신 접종으로 인해 형성된 '기억 B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뒤 염증이 일어난 부위(=상기도 점막)로 이동해서 IgA를 분비했기 때문으로 봅니다. 실제로 이 연구에서는 백신 접종자의 모유에서도 높은 수준의 IgA를 검출했는데, 이건 B세포가 유선으로 이동해서 IgA를 분비했다는 의미입니다.
연구진들은 이런 기억 B세포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며, 1회 접종만으로는 바이러스 항원에 특이적인 기억 B세포를 잘 만들어내지 못하기에 2회 접종을 마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2회 접종 뒤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지는 항체가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항체와 그걸 생성하는 B세포가 천천히 사라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사실 자원 낭비니까요), 대신 일부가 기억 B세포로 남아서 '종자 중심'(germinal center)에서 더욱 강하게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를 만들도록 스스로를 변이시킨 뒤, 나중에 감염이 되면 빠르게 감염 부위로 이동해 항체를 분비함으로써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스스로의 변이는 기억 B세포에서만 일어나며 기억 T세포에는 일어나지 않습니다만, 기억 B세포의 변이 과정에는 여포성 도움 T세포 (Tfh, follicular helper T cell)가 필요하기 때문에 B와 T는 서로 상호작용하는 둘 다 중요한 시스템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싱가포르의 데이터를 봐도 백신 접종자들이 델타변이에 걸렸을 때 초기 바이러스 양은 미접종자와 비슷했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훨씬 빠르게 바이러스 양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 연구자들이 밝혀내고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데이터입니다. 처음에는 상기도 점막에 SIgA가 없으니 감염은 동일하게 일어날 수 있지만, 며칠 뒤에 스스로의 변이를 통해 항원에 더욱 강하게 결합하는 항체를 만드는 기억 B세포가 상기도 점막에 도착해 IgA를 분비하며 바이러스를 무력화시켜서 결국 바이러스의 양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즉, 현존하는 백신은 점막면역의 부재로 인해 멸균 면역은 이루지 못하지만, 바이러스에 일단 감염되었더라도 기억 B세포가 점막으로 이동해 와서 항체를 분비함으로써 상기도 점막과 전신 모두에서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는 면역체계를 갖추게 합니다.
4. 3차 부스터 접종에 대한 소회
지금까지의 데이터로 보면, 지금 몇몇 국가들에서 2차 접종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3차 접종 부스터를 공식화했는데 이게 맞나 싶습니다. 가뜩이나 선진국들이 백신을 이기적으로 독점해서 아직 개발도상국들 중에는 백신을 1회 맞은 비율이 인구의 1%도 안 되는 곳들이 수두룩한데, 이제 선진국들이 다 맞고 나서 개도국으로 백신이 갈 수 있나 했더니만 3차 부스터를 맞히겠다면서 다시금 물량을 선점하는 상황이죠. 물론 델타변이가 기존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은 사실이고, 최근 화이자의 발표를 보면 3차 부스터를 맞으면 델타변이에 대한 중화항체가가 상당히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수많은 데이터들이 백신 2회 접종을 완료하면 델타변이로부터 중증화를 크게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도 멸균 면역에 도달하지 못하고 돌파감염자들이 속출한다는 이유로 3차 부스터를 위해 백신을 또 사재기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사실 멸균 면역은 점막 면역을 유도하지 못하는 지금의 근육주사 백신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것인데도 말입니다. 오죽하면 제발 9월 말까지라도 부스터샷을 늦춰달라고 WHO 수장이 읍소를 하겠습니까. 그나마 양심적으로 항체 형성이 잘 안 되는 면역저하자 등 제한된 인구에게만 3차 부스터를 제공하겠다는 나라도 있지만, 이스라엘처럼 모든 60세 이상에게 3차 부스터를 맞히겠다는 나라도 있으니까요.
화이자의 데이터를 보면 3차 부스터 접종시 델타변이에 대한 중화항체가가 저연령층에서는 5배, 고연령층에서는 11배 이상 늘어난다고 합니다. 물론 그 전에도 상당한 수준의 중화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https://s21.q4cdn.com/317678438/files/doc_financials/2021/q2/Q2-2021-Earnings-Charts-FINAL.pdf
게다가 이렇게 개도국들의 백신 접근성을 막는 것은 오히려 새로운 변이의 탄생을 가속화시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변이는 결국 전파가 빠르게 일어나야 더 빠르게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모두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라는 말도 있고요.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아서 감염자가 줄어든다면 그만큼 변이가 발생하는 속도도 느려지겠죠. 그러므로 혹시나 모를 더 강한 변이의 탄생을 막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모든 국가에서 백신을 동시에 빠르게 맞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러니 모든 국가에게 백신을 평등하게 나누자는 코백스의 존재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고요. 하지만 지금처럼 선진국들이 백신을 사재기해서 개도국들이 백신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개도국에서 코로나가 퍼지면서 현존하는 백신을 완전히 회피하는 변이가 나올 수도 있고 (안 그러면 좋겠지만), 그러면 게임을 또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 오겠죠. 결국 제 발등에 도끼를 찍는 꼴입니다. 지금 세계를 휩쓰는 델타 변이, 람다 변이가 어디에서 처음 나왔는지 생각해 보면 말입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그런 국제 정의를 실천하는 나라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한국이 사실 그 예가 될 수 있었는데, 처음에 코백스를 주로 활용하려고 했다가 엄청난 정치적인 역풍을 맞고 결국은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선구매 행렬에 동참해 버렸죠. 호주도 마찬가지로 백신으로 정부가 공격받는 것을 보면 결국 선진국의 3차 부스터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싶습니다. 하지만 먼 곳에 정답이 있는데도 지금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가까운 오답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과학자들에겐 답답할 것이고, 개도국의 입장에서는 분노할 일이겠지요.
결국 코로나의 종식은 당분간은 요원한 듯 합니다. 내년에는 과연 전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백신을 다 맞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요. 이건 내후년에나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화이자 모더나 등 외에도 또 다른 효과적인 백신이 나오지 않으면 이 사단은 끝이 안 납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지요.) 합성항원인 노바백스와 사노피, 그리고 큐어백같은 mRNA 후발주자들이 힘을 많이 써야 할 것 같고요. 국내 백신 개발사들도 아직 기회가 많은 것 같습니다. 효과적인 백신이 꼭 우리나라에서도 나오고, 판데믹을 끝내는 데 한몫 거들었으면 합니다. 참 세상이 어렵습니다.
출처: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johnlee08&logNo=222461343689&navType=tl
감사합니다
부정확하던 것을 밝혀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IgA를 기반으로 하는 점막 면역에 학자들이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은, 사실 면역에 있어서 크게 중요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없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래서 별로 관심을 안 가지죠.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이걸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려면, 감염된 바이러스가 안으로 침투해서 증식을 해야 가능한데, 백신을 접종한 사람의 경우 안으로 침투한 바이러스를 금방(1~2일 이내에) 제거해 버립니다. 그래서 별로 아프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도 하지 않습니다. IgA는 점막에서 바이러스를 안으로 못 들어가도록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하는 건데, 이게 없어도 백신을 맞은 사람은 뚫고 들어온 바이러스를 충분히 빠르게 제거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물론 있으면 더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백신 접종자가 확진되는 돌파 감염 중에는, 대량의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던 사람 중에서 바이러스가 아직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상황에서 샘플을 체취해서 양성이 나왔었을 수도 있습니다. PCR이 굉장히 민감하게 잡아 내거든요. 이 사람은 이후에 바이러스가 안으로 들어가도 별 증상 없이 그냥 제거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너무 복잡하게 말씀드리게 되었는데요, 결론적으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간은 어쨌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평소 도움이 되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막면역 더구나 IgA가 별 중요하지 않다고 쉽게 할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면역학자들의 핫토픽이지 신경 안쓰는 분야가 아니죠.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얼마 지나지 않은 분야라 제대로 규명이 안되어 그렇지 점막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의 시발점으로 아주 중요한 지점입니다.
돌파감염이 단순히 pcr민감도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구요.
저는 az 1차 맞은 상태에서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서 전염됐다고 합니다.
어제까지는 전염 경로가 불분명 했는데... 어제 제 거주지 보건소 말고 사무실 관할 보건소에서 다른 확진자랑 같은 건물 동선이 있어서 확인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나라 역학조사 진짜..!!! 장난 아니에요!! 놀라움!! 그 전까지는 언제 걸린건지 추정만 있는 상태였는데 감염된 날짜가 특정되어서 너무 기뻐요... 안잡히던 버그가 잡힌거 같은 기쁨이에요!!
같은 동선인 분들이 몇명 더 있었지만 모두 음성 나오신거 보면 여전히 제가 손 물어 뜯는 습관때문에 '똑똑 입으로 바이러스 특송 왔어요~~' 하고 배달된건 변함이 없겠죠.. ㅎㅎㅎ ^^;;
손위생 엄청 중요합니다 ^^;;;;;
제가 궁금한건.. 바이러스가 전파력이 언제부터 심해지는걸까? 이게 너무 궁금합니다.
아들, 딸과는 목요일 저녁밥을 같이 먹은 이후
금요일 코로나 검사 이후에는 밥도 같이 안먹고 완전히 분리된 공간에서 지냈습니다.
차트는 역학조사하는 쪽에서 작성한건가요? 디테일 하네요 ㄷㄷㄷ
이런 내용들을 언론이나 매체에서 자주 언급해주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일반인이 알게끔 쉽게 설명해주신 수고 너무 감사드려요~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변에 백신에 대한 불신을 갖는 사람이 워낙많아서
변화하는 상황마다 대응해야 하는데 요긴하게 쓸듯합니다.
스크랩해놓고 여러번 읽어봐야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5699229CLIEN
코로나19 집단면역, 언제 달성되나 계산해 봅시다
저는 의학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데도 내용을 그냥 뇌에 꽂아주는 느낌이네요.
어떻게 이리 글을 잘 쓰시는지 내공이 장난이 아니십니다.
@SGCR님의 글과 @고약상자(FreeHK)님 의 댓글을 요약해 보자면
1. 백신접종은 몸속 면역체계를 담당하며, 바이러스의 외부 유입 통로인 상기도의 멸균/면역을 담당하진 못한다.
백신접종 후 돌파감염은 이런 이유로 설명 가능하다.
2. 하지만, 백신 접종후 감염되는 돌파감염에도 접종자의 바이러스 양은 미접종자 대비 급격히 감소한다.
이는 몸속 기억 B 세포가 바이러스 유입통로인 상기도로 이동하여 면역활동을 실시하고
반대로 몸속에는 면역체계가 백신에 의해 활성화? 되어있으므로 바이러스 침투와 동시에 제거되기 때문.
3. 고약상자님의 댓글을 첨가하자면, 백신 접종자는 돌파 감염이 되었다 하더라도
몸속으로 바이러스가 침투, 증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증으로 진행이 어렵고,
상대적?으로 상기도에 잔류한 바이러스는 양이 미비하기에 타인에게 전파시키기 어렵다?
찐 결론은, 백신 접종후에도 손씻기, 마스크는 여전히 중요하며,
다만, 백신 접종 후에는 돌파감염이 일어난다 해도, 중증 예방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며,
타인에게 전파위험도도 급격하게 낮아지니
백신접종은 무조건, 접종후에도 마스크, 손씻기 계속해라
언제까지? 전세계가 백신접종이 완료되고 어느정도 변이/전파에 대한 위험이 낮아질때 까지!
막줄 밑줄 긋고, 전파하러 갑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요약하면..
"델타변이로 돌파감염 됐다는 것은 입구초소(코, 기관지 등)만 털린거지 본진(폐를 포함한 내부장기)은 멀쩡하다"
1. 백신이 중화항체를 유도하여 즉시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고 면역세포가 남아 추후 대응
2. 따라서 면역력이 약한 노인층은 면역세포 보다는 중화항체에 의존해야 할테고
3. 주기적으로 백신을 맞아 즉시 대응이 가능한 중화항체를 일정 수준 유지해줘야 한다....
고령층에 대한 매년 백신 접종은 불가피하다는 의미가 되겠네요.
.그런데 화이자 모더나가 mrna 백신을 유럽 미국 등 주요 국가에 공급하는 동안 사용되지 않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a 백신 생산량도 많은 걸로 아는데... 거기다 성능은 떨어지더라도 시노백 등 중국계 백신도 그렇고.. 백신 공급 현황을 살펴봐야겠슴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본문에 나와있는 핵심적인 내용-
[그러므로 혹시나 모를 더 강한 변이의 탄생을 막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모든 국가에서 백신을 동시에 빠르게 맞는 것이 정답입니다. ]
이 부분은 전세계인이 동시에 일회용 사용을 금지합시다. 처럼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처럼 들립니다.
그렇게 될 수가 없겠죠. 국가간에는 불평등하면서 각 국가차원의 백신접종이
오히려 치명률이 강한 변이를 일으키는 주범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여지껏 인류가 그래왔듯, 자연스럽게 사회적 경각심을 같되, 고위험군 중심으로 백신접종하여 중증 증상을 완화하고,
일반적인 면역력이 있는 사람들이 감염되고 나으면 자연스러운 herd immunity집단면역에 도달하는게
사회적으로 인류애적으로나 나은 선택지처럼 보입니다.
mRNA백신이 아직 FDA공식 승인을 받은 것도 아니고 아직 장기적인 부장용 데이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인류가 영원히 마스크 쓰고 사회적 거리유지하며 분기별로 부스터샷 맞을 것이 아니라면 말이예요.
서사 구조와 앞뒤 맥락정보를 알려주시니 알 듯도 합니다
작성자분들 처럼 전문가 분들이 대중과 더 많이 소통해주셔야 사회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가게 되는게 아닌가 싶네요.
긴 글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글을 한 번 써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samsung family out
평소 궁금했던 내용이라 천천히 정독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작성해주신 분과 소개해주신 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