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5792434CLIEN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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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자작을 시작할 때 가장 만만하게 보이는 것은? - 인클로져
스피커 자작을 시작할 때 가장 어려워 보이는 것은? -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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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자작에 조금 감 잡은 후 해 볼만 하다 싶은 것은? -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스피커 자작에 조금 감 잡은 후 이건 내가 할게 아니다 싶은 것은? - 인클로져
갑자기 글 초반부터 무슨 얘긴가 싶으실 텐데요. 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스피커 자작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들 하시는 얘기입니다. 이미 자작을 시도해신 분이 계시다면 공감하시는 분도 있고, 아닌 분도 계시겠지요.
사실 스피커 자작을 시작할 때 2way, 3way 보다는 풀레인지로 시작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풀레인지가 갖는 정위감이나 고유한 음색을 좋아해서 풀레인지로 시작하는 분들도 계시지만(사실 이런 분들은 나중에 익숙해져도 일관성있게 풀레인지를 자작하시죠) 대부분은 구조가 간단하고 크로스오버 네트워크가 필요 없어 제작이 쉽다는 이유가 많습니다. 스피커 자작의 꽃은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의 설계와 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풀레인지만 제작해 보는 것은 좀 아쉬운 일이죠. 이는 풀레인지보다 멀티웨이가 우수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멀티웨이가 개인의 취향을 녹여낼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형식의 이미지 링크입니다.
(카오디오에서는 패시브 네트워크도 단품처럼 나오다보니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도 완성된 부품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요. 이렇게 그냥 부품으로 조합해서 바로 좋은 소리가 난다면 네트워크로 겁먹을 필요는 없을 텐데요.)
처음에 썼던 내용으로 돌아가면, 저 같은 경우 일단 인클로져는 어떻게든 만들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이전에 적당한 생활 가구들을 만들어 본 경험도 있고, 나름 손재주(?)가 있다는 근거없 는 자신감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물론 수천만원 대에 이르는 삐까뻔적한 인클로져를 만들 거라 생각한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1~2백만원 짜리 스피커의 네모 반듯한 인클로져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욕심을 크게 내지 않아 소형 북쉘프를 염두에 두었던지라 더욱 그랬지요. 사실 3웨이 톨보이는 작업 공간의 문제로 이제서야 시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암튼 웬만한 기성품 스피커를 분해해 봐도 딱히 굉장한 기술이 숨어져 있는 건 아닌 거 같고, 막말로 사과 상자에 구멍 뚫어 유닛만 박아놔도 소리는 나는 지라 인클로져는 만만해 보였습니다.
반면에 네트워크는 조심스러웠습니다. 이론적인 면은 예전부터 공부도 좀 해왔고, 전자공학은 아니지만 공대 출신이라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막상 이론대로 공부한 내용 만으로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강했습니다. 괜히 쓸데없이 시간, 돈만 낭비하고 역시 자작은 안되.. 라며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죠. 뭔가 회로를 스스로 꾸미고 부품을 선정한다는 게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고요.
암튼 한동안 주저하다가 청력을 완전히 잃기 전에 고등학생 때부터 꿈꿔왔던 스피커 자작을 해보자라는 결심을 한게 대략 7년전인거 같습니다. 그 이후에 작업한 내역들 중 일부는 클량 사용기에도 올린 것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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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많이 만들어 봤네요 ^^ 물론 스공에 올리지 않은 자잘한 것들도 꽤 많습니다)
그렇게 몇 년 자작해서 이제 네트워크는 통달했나?... 라면 당연히 아니죠. ^^
최근 들어서야 3웨이 설계를 시작했고, 여전히 헤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서두에 썼듯이 어느 정도 감이 잡히고 방향성이나 각종 변수에 따른 소리와의 인과관계가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또한 요즘엔 아마추어 수준에서는 충분히 넘치는 각종 측정 장비와 시뮬레이션 도구들이 값싸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반복 작업의 수고로움도 훨씬 덜 수 있고요. 결과되는 소리가 정말 좋은 소리냐 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나아갈 길 정도는 보이는 거죠. (물론 네트워크 튜닝하다 보면 어느 새 주화입마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헤매는 경우도 많지만.. 헤매다 보면 언젠가는 제 갈 길로 돌아옵니다. ^^)
그런데 처음에 만만히 봤던 인클로져.. 정말 갈수록 어렵습니다. 일단 저는 인클로져의 울림을 배제하는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트렌드를 지지하는 편입니다. 통울림을 잘 활용하거나 인클로져를 악기로 보는 관점은 제 개인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이건 제 취향을 말하는 것이지 해당 관점이 틀렸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목공예처럼 아름답고 가구같은 느낌의 인클로져보다는 진동이 없고 견고한 인클로져, 음향적으로 바람직한 형태의 인클로져를 선호하게 되는데 네트워크처럼 쉽게 부품을 바꿔가며 비교 평가나 다양한 실험을 하는게 자작하는 입장에선 한계가 있습니다. 공간, 비용, 노력 등 모든 면에서 규모의 경제가 안되면 너무 힘들고 - 예를 들어 매지코나 카시오페아같은 알루미늄 인클로져를 만들고 싶다 해서 개인이 쉽게 만드는게 불가능하죠 - 어찌 보면 네트워크 회로보다도 훨씬 더 변수가 많은 것 같습니다.
- 과연 트위터와 우퍼는 어느정도의 거리를 띄우는게 좋을까?
- 타임 얼라인먼트를 위해 뒤로 경사진다면 몇도나 젖히는게 좋을지?
- 집성목과 MDF, 원목, 자작적층의 소리를 정말 내가 들어서 구분할 만큼 다른 소리가 날까?
- 매지코같은 알루미늄 인클로져는 과연 목재 인클로져와 소리가 어떻게 다를까?
- 전면 포트와 후면 포트, 다운파이어링 방식 중 내 방에서는 뭐가 더 좋은 소리가 날까?
- 락포트처럼 합성수지를 채우거나 MDF와 알루미늄을 복합적으로 사용한 인클로져는 정말 음질에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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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port Technology의 Lyra 스피커. 저 틈새를 우레탄 코어로 채운다고 하죠. Rockport의 Atria나 Avior는 들어봤지만 그 이상 모델은 실제로 들어보진 못해서 소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인클로져를 만들면서 좋은 소리, 내 맘에 드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한두번씩은 고민할만한 의문인데 어느 거 하나 만만한 게 없습니다. (뭐 뒤로 젖히는 경사 각도 정도는 스파이크로 쉽게 조절해가며 비교해 볼 수 있긴 하네요 ^^)
이런 음향적인 문제를 떠나서 나는 겉모양만 예쁘면 돼~!라는 외모 지상주의자(^^)라도 기성품같은 품질을 원하면 고생길이 훤해집니다. 무늬목이든 광택마감이든 오일마감이든 개인이 기성품처럼 매끈하고 흠집 없는 완성도를 만드는 건 너무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엔 그냥 업체에게 주문하는게 제일 좋지만 일반 목공과는 다른 특성 때문에 아무래도 스피커 제작 경험이 있는 업체를 찾아야 하는데.. 선택지가 많지 않죠.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동일한 완성도라면 아마 개인이 직접 만드는 게 더 비싸게 들 겁니다.
그리고 재활용이 어려운 특성 때문에 더더욱 곤란을 겪는데, 배플 교환식이나 모듈식 설계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있지만 완벽히 해결하긴 어렵습니다. 집이 넓거나 창고를 갖고 계신 분들은 만들 때마다 계속 쌓아 놓을 수도 있겠지만 평범한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저는 도저히 불가능.. ㅠㅠ
결국 처음에 만만하게 봤던 인클로져가 오히려 더 난이도가 높고, 네트워크는 시작이 어렵지 조금만 공부하면서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에 감이 잡히고 나름대로의 노하우도 쌓이게 됩니다. 물론 아주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기성품의 수준에 도달하는 건 결국 불가능하겠지만 아마추어로서 만족할만한 수준은 충분히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주로 인클로져와 관련된 얘기가 많고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설계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는데.. 이건 제대로 설명하려면 기초적인 것만 해도 내용이 꽤 되는 지라 쉽지 않네요.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스피커공작 카페, 해외에는 diyaudio 사이트나 troels gravesen 사이트를 방문하시면 꽤 도움될 내용이 많으니 참고하셔도 좋겠습니다.
전 어릴적 깨작댈 때 가성비 좋다는 비마 정도 가지고 놀다 그만뒀는데, 공간적 여유가 있다면 다시 한번 시도는 해봤으면 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