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를 자작하는 취미가 흔한 취미는 아니지만, 드물게 관심을 갖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자작을 시작한 게 2013년초이니 어느 새 8년이 지났네요. 이것저것 사부작거리다 보니 나름 알게 된 것도 많지만, 여전히 초보의 입장을 벗어나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뭐 즐겁자고 하는 취미인데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요. ^_^
다만 같은 초보의 입장에서 정말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약간의 조언? 또는 경험담 정도 드리고 싶은 얘기는 있습니다. 어차피 취미라는게 뭘 어떻게 하든 자신만 즐거우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남들이 헛발질(^^) 했던 길을 굳이 다시 따라갈 이유는 없겠지요.
이 글에서 네트워크를 설계하는 방법이나 인클로져 제작법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려 하는 건 아닙니다. 기술적인 도움은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스피커공작 카페가 있고, 해외 사이트로는 Troels Gravesen 사이트에 유익한 정보가 많습니다.
(제가 제일 처음으로 만든 4인치 2웨이 스피커입니다. 지금도 현역으로 잘 쓰고 있네요 ^^)
제가 하고 싶은 애기는 기술 외적인 부분에 대한 애기입니다.
스피커 자작에 관심 있는 분들은 어떤 이유로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아래 3가지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1. 고가(적게는 1~2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 정도)의 하이엔드 스피커 소리를 저렴하게 듣고 싶다.
2. 내가 원하는 스피커는 워낙 독특해서 (소리, 디자인, 기타 아이디어 등) 기성품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3. 그냥 만드는 것 자체가 재밌다.
물론 위 3가지는 상호배타적인 내용이 아니므로 두 개 또는 모든 항목이 모두 해당될 수도 있겠지요. 이 밖에도 갑자기 졸업작품에 필요해서 만드는 분도 있겠고, 마눌님이 친구집에서 보고 온 예쁜 오디오를 보고 갑자기 만들어 내라고 할수도 있고(^^;;;) 이유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누가 시켜서 할 수 없이 하는 거 아니라면 대개 저 중의 하나일 겁니다.
그런데 저 중의 어떤 이유냐에 따라서 이 취미에 접근하는 방법이 많이 바뀝니다. 기왕에 시작한 취미, 적은 돈에 만족스런 스피커를 만드는게 제일 좋은데, 자신의 목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헛돈 쓰고 몸은 몸대로 고생하고, 만든 작품도 맘에 안들고 실망해서 포기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소리에 접근하는 자신의 스타일도 중요한데, 감성적인 측면을 중요하는지 측정값과 엔지니어링을 중요시 하는 지에 따라서도 많이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으려면 최소한 스피커를 자작하게 된 이유와 소리에 접근하는 자신의 스타일이 어떤지 정도는 확실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볼까요..
1번 경제적 이유로 접근하는 분들은 처음부터 고가의 드라이버 유닛, 네트워크 소자, 인클로져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적 지식이나 제작 경험 없이 부품 값만 계산하고 뛰어드는 경우인데, 사실 제일 실패할 확률이 높은 케이스입니다. "비싼 부품 썼다고 좋은 소리 나오냐"는 오디오판의 얘기만 재확인하고 스스로 포기하게 됩니다. 솔직히 지식이나 경험 없이 경제적인 이유로만 접근한다면, 자작보다는 그냥 특주품 제작을 권합니다. 상당 수의 국내 업체(사운드포럼이나 철가방 공방, LRSL, 아도르사운드 등..)은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특주품을 제작해 줍니다. 아마 카시오페아나 과거 에이프릴(현재 SAL) 정도가 특주품 없이 자체 제품 라인만 유지하고 있죠. 특주품 주문 비용은 자신이 직접 만드는 것보다는 비싸게 느껴지지만 그것도 총소요 비용으로 계산해보면 실제론 비슷하거나 오히려 쌉니다. 소리도 어느 정도 보장되고요.
(카시오페아 음향의 감마2 알파2. 요즘은 아큐톤 유닛과 알루미늄 인클로져로 제품 라인업에 변화가 크지만 기본적인 소리 성향은 일관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카시오페아의 밋밋(?)하지만 정직한 음색을 좋아합니다.)
다만 특주품은 중고품 처분 시 개인 자작품이나 별 차이 없이 손해봅니다만 어차피 자작이나 특주에선 감내해야 할 부분이죠. 내가 꼭 직접 만들어야 성이 풀린다는 분들은 킷트를 구입하시거나 하다못해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만이라도 공개된(검증된) 회로를 그대로 따라하시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국내엔 본격적인 키트 제품이 거의 없지만 해외 사이트를 뒤지다 보면 꽤 여러 제품이 나옵니다. 키트는 아니더라도 위에 언급한 Troels Gravesen처럼 설계 과정을 자세히 언급한 곳도 괜찮고요.
(문도르프의 MA30. 국내에선 거의 완성품으로만 판매됐지만 이것도 킷트로 나온 제품이죠)
경제적 이유로 접근했을 때 성공하는 케이스는, 오랫동안 자작을 하면서 지식과 경험을 충분히 쌓고, 자신이 목표하는 소리도 확실히 인지한 상태에서 수백만원의 비용으로 1~2천만원대에 이르는 기성품을 타겟팅하는 경우입니다. 물론 이 조차도 외양은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하지만, 소리 만으로는 그래도 성공할 확률이 높죠. 다만 이것도 해당 스피커의 제작 비용만 봤을 때 얘기고, 이전부터 투자했던 부품값, 노력, 시간을 생각한다면 총비용은 손해 보기 십상입니다. 그럼 2천만원 쯤 들여서 5천만원 짜리를 만드는 것은? .. 글쎄요. 이건 뭐라 말하기가 어려운데, 다만 개인이 아무리 돈을 들여도 공장에서 나오는 5천만원짜리 제품(물론 눈탱이 치는 엉터리 말고 제대로 만들어진 제품을 말합니다)을 만드는 것은 소리든 외형이든 쉽지 않습니다.
그럼 2~30만원 정도의 입문기는 어떨까요? 이건 고가 하이엔드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야말로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가격대라서, 개인이 아무리 잘 만들어도 총 비용 측면을 계산하면 소리와 만듦새에서 기성품을 능가하기 거의 불가능합니다.
(저가형 입문기로 한때 많은 인기를 끈 PSB 알파 B1. 대충 15만원쯤에 팔렸던 것 같은데 플라스틱 마감으로 저가 보급기의 냄새가 풀풀 풍기지만 막상 15만원으로 이만한 소리와 만듦새를 구현하려면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이유로는 자작할 이유가 전혀 없는 거냐, 라고 물어보실 수 있는데...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_-;;) 3백만원 들여서 3백만원 짜리 소리가 나와도 실패죠. 왜냐하면 브랜드 가치나 중고 처분 시 손해를 생각하면 그냥 중고품 3백만원 짜리 사는 게 훨씬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3백만원 들이면 최소한 천만원 짜리 소리는 나와야 성공한 거라고 봅니다. (물론 외형도 천만원 짜리만큼 나오면 대성공인데.. 이건 정말 힘듭니다.)
2번, 내가 원하는 스피커는 워낙 독특해서 (소리, 디자인, 기타 아이디어 등) 기성품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는 이유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입니다.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니 내가 만들 수 밖에 없는 거죠 ㅎ_ㅎ;
다만 이 경우에는 사실 상 기업이 해야 할 기획과 설계, R&D를 내가 하는 셈이니 비용은 기성품보다 훨씬 더 들어갈 각오를 해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거창하게 일을 벌일 필요는 없지만, 대량생산에 의한 원가절감이 불가능하므로 비용은 어쨌든 많이 들어갑니다. 다만 제대로 완성하면 그 성취감은 상당히 크죠.
3번인 경우는 뭐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냥 만드는 게 재밌다는 건데요. ^^; 취미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케이스 아닌가 싶습니다. 결과물이 소리가 좋고 완성도 높으면 더 좋고, 아니어도 만드는 과정이 재밌으니 그걸로 됐고..
얘기가 길어지다 보니 왠지 희망적인 얘기보다는 김 빠지는 소리를 한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커 자작은 일반적인 오디오 취미와는 분명히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이건 글이 너무 길어지니 다음에 이어서 해 보겠습니다. ^^
인클로져도 단순히 포장이 아니라 소리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에 저렴보다는 오래된거나 고장난거 구하셔서 해보시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이런 세계도 있군요. ^^
저는 스피커 자작은 경험이 없지만 앰프, DAC, CDP등은 자작을 했었습니다.
진공관도 두어개 만들고.. 프리앰프, 파워앰프 등 이것저것 하긴 했는데..
기성품에 비해 좋으냐? 물어보면 확신은 못하지요. ㅎㅎ
천만원 이상 하는 제품들을 그대로 카피한다거나..
혹은 더 좋은 부품을 아낌없이 때려박고도 비용은 백만원정도로 저렴?하고..
그리고 내가 직접 만든 것이라는 성취감? 그런 것에 만족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스피커에 비해 그 전단의 기기들은 나름 외형도 기성품에 근접하게 알루미늄 샤시로 이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샤시비용만 몇십만원 듭니다)
오디오 쪽은 이미 중국에서 엄청 가격적으로 치고 올라왔기에 자작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자작하려네 귀찮아서 포기했죠
앰프도 만들어보고 스피커도 만들어보고 했는데 기성품이 소리도 그렇고 가격도 그렇고 훌륭합니다.
제가 만든건 쓰레기 같아요 ^^;
/Vollago
취미로 꾸준히 해보겠다면 뭔가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가성비 얻겠다고 뛰어들면 난감한 경우 많이 당하는 게 보통이니까요.
사진은 카시오페아 음향의 알파2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