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팁과 강좌 게시판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ARM용 Windows를 만드는 이유" (http://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2664775CLIEN)라는 글과 댓글을 읽었는데요.
과거에 관련 분야와 살짝 걸쳐진(?) 일을 했었던 경험도 있고 한두 단계 건너 보고 들은 것들도 있는지라 일반 사용자와 약간 다를 수도 있는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 언젠가는 관련된 내용을 한번 써볼까 하다가 마침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번 글을 써봅니다.
혹시 바쁘신 분들을 위해 본문을 세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각종 산업 현장에서 윈도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기기가 타 운영체제 대비 절대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음.
- 윈도를 사용하는 기기 중 굳이 높은 성능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배터리가 더 오래가거나 상대적으로 더 작은 무게나 부피의 기기가 훨씬 더 유용한 경우가 많이 있음.
- 가정용 일반 사용자 시장만 놓고 보자면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ARM용 윈도의 개발이 원활히 이뤄진다면 대박은 아니어도 평타 이상의 성적은 거둘 것 같음.
꽤 긴 글이 될 듯 한데,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끝자락 서너 꼭지만 읽으셔도 되고요,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부담 없이 슥슥 한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그럼 시작해 보죠.
뜻밖의 곳에서 만난 블루스크린
일단 이런저런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괜찮으시다면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BSOD in odd places"(뜻밖의 곳에서 만난 블루스크린)라는 검색어로 한번 검색을 해보시겠어요?
혹시 예전에 비슷한 이미지를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위의 검색 결과 화면을 보여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https://images.google.com)
자,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마이크로소프트 이놈들 여기저기에 민폐 많이 끼치고 다니는구만, 정도이신가요?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런 검색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이렇게 많이 생각치 않은 다양한 곳에서 윈도 기반의 기기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산업 분야에서 윈도 운영체제는 어느 정도의 위치를 가지고 있을까요?
(출처: https://twitter.com/tim_cook/status/474935247335743489/photo/1)
위의 캡쳐 화면은 애플 CEO인 팀 쿡이 2014년 6월 미국 텍사스 어스틴에 위치한 맥 프로 공장을 방문하면서 촬영한 사진을 본인의 트위터에 올리면서 유명해진 사진입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자세히 보면 뭔가 이상한 점이 있죠. 바로 애플 맥 프로를 만드는 공장에서 아이맥에 윈도 7으로 추정되는 운영체제를 설치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애플 맥 프로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애플 CEO가 방문하는 자리에서 맥 프로를 생산하기 위해 윈도 운영체제를 사용해야만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었던거죠. 그만큼 윈도 운영체제가 산업 분야에서 얼마나 절대적인 위치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계측장비인지 생산장비인지 모르겠지만, 해당 장비를 위한 소프트웨어가 윈도 운영체제에서만 작동했을거예요. 애플의 아이튠즈가 얼마 안되는 사용자들을 위해서 리눅스 버전을 만들지 않듯이, 각종 산업 장비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역시 얼마 사용하지도 않을 맥OS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지 않죠. 대개 윈도 버전만 만듭니다. 그냥 이쪽 세계에서는 윈도 운영체제가 다 평정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화면 터치 및 디지타이저 펜 입력과 윈도 운영체제
다음으로는 윈도와 터치 이야기를 한번 해보죠.
이 주제가 나오면 곧바로 이어서 떠오르는 생각이 아마 "윈도는 터치에 친화적이지 않은 운영체제" 일겁니다.
하지만 이 말은 어떻게 보면 맞고 어떻게 보면 틀립니다. 왜냐하면 윈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화면 터치와 디지타이저 펜 입력을 데스크탑용 운영체제에서 지원했었거든요. 정확히는 "윈도 XP 태블릿 피씨 에디션"부터 지원을 했었죠.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운영체제의 터치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게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윈도 운영체제 전반적으로 터치에 친화적이지 않은건 맞습니다. 시작 버튼 하나를 누르려 해도 불편하고, 뭐 하나 설정을 바꾸려고 해도 영 불편하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터치 가능한 윈도 기기를 한번쯤은 사용해 보셨을 텐데요.
...? 아, 잠깐. 나는 한번도 윈도 기기를 터치로 사용해 본 적이 없는데? 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죠. 음 글쎄요.
혹시 터치가 되는 ATM이나,
(출처: http://pbsod.tumblr.com/post/172737157137/atm-failed-to-boot)
터치가 되는 무인발권기계,
(출처: http://www.techmynd.com/50-plus-blue-screen-of-death-displays-in-public)
터치가 되는 화면을 이용한 맥도날드 주문 기계,
(출처: http://pbsod.tumblr.com/post/177915893612/at-my-local-mcdonalds)
터치가 되는 코카콜라 자판기,
(출처: https://www.pinterest.com/pin/275704808408410138)
터치가 되는 펩시 자판기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limesik/2472967597)
등등을 한번이라도 이용해 보셨으면 이미 경험이 있으신겁니다.
그건 그렇고, 혹시 이용하시는데 메뉴가 너무 오밀조밀해서, 운영체제가 터치에 친화적이지 않아서 불편하셨나요? 아마 별로 그러지 않으셨을겁니다.
윈도 운영체제가 터치에 친화적이지 않다는건 운영체제 시스템 자체에 마우스/키보드를 위한 UI가 많아서 그럴 뿐입니다. 터치를 사용하기에 불편하지 않도록 하려면 그냥 터치에 유리한 UI로 소프트웨어를 만들면 그만입니다. 이를테면 ATM처럼 말이죠.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나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UWP의 저변이 더 확대되길 바라겠지만, 사실 이러한 산업 시장에서의 소프트웨어들은 UWP에 큰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굳이 더 예쁘거나 터치 친화적이라는 버튼이 필요하질 않아요. 기존에 쓰던 투박한 버튼을 그냥 큼직하게 만들어서 달아놓으면 그만인걸요. 터치했을 때 입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버튼이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예쁘고 더 편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꼭 그럴 필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ATM을 이용하시면서, 이 화면이 UWP로 만들어졌으면 더 좋았을텐데, 라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셨던가요?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윈도 기기의 성능
이번엔 각종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는 윈도 기기의 성능은 얼마 정도나 되는지 한번 살펴보죠.
물론 여기에 정답은 없고 말 그대로 "케바케"입니다. 상상 이상의 프로세싱 파워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고, 그저 윈도 IoT 버전만 돌아가면 괜찮을 정도의 기기도 있습니다. 다만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생각보다 절대적인 성능이 높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점이죠.
이를테면 앞에서 봤던 자판기를 생각해 봅시다. 과연 저 자판기에 들어갈 CPU는 어느 정도의 성능이면 될까요? 뭐 저걸로 매크로가 들어간 대용량 엑셀 파일을 열어볼 것도 아니고, 그냥 메뉴 화면 작동시키고 자판기를 제어할 수 있을 정도이기만 하면 될 겁니다.
마찬가지로,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계측장비에도 윈도 기기가 붙어있기 마련인데요. 얼마 전에 유튜브에 올라왔던 Consumer Reports 채널의 영상(youtu.be/FEAEKL4_E3g)을 보면 아래와 같은 장면이 나옵니다.
영상과 위의 이미지를 보시면 아시다시피, 헬멧에 가해지는 충격을 측정하기 위해서 계측장비 옆에 데스크탑이 하나 연결되어 있고, 거기에 측정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하나 띄워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데스크탑으로는 뭘 할까요? 측정도 하고, 데이터 가공도 하고, 리포트도 쓰고 그럴까요? 아뇨, 저 컴퓨터로는 그냥 계측장비용 소프트웨어만 돌립니다. 추가로 필요한 작업들은 다른 컴퓨터에서 따로 작업을 하죠. 그만큼 저 컴퓨터는 아주 낮은 성능일겁니다. 소프트웨어 딱 하나만 돌리면 되는데 굳이 성능이 좋을 필요가 없어요.
성능이냐 배터리 지속시간이냐
잘 아시다시피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일반적으로 성능과 배터리 지속시간이 반비례 관계입니다. 같은 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한다면, 대개 성능이 낮은 CPU를 사용할수록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죠. 뭐 당연한 이야깁니다.
그런데 만약 성능이냐 배터리 지속시간이냐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할 경우, 배터리 지속시간을 선택해야만 할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잠깐 삼천포로 빠져서 밀리터리 이야기를 한번 해보죠. 2005년에 있었던 이른바 "레드윙 작전"에 대한 내용입니다.
2005년 미국은 아프카니스탄에서 탈레반의 고급 표적을 제거하기 위해 특수부대원을 투입하는 작전을 실시합니다. 네명의 정찰대가 먼저 출발했지만 탈레반에게 위치가 노출되어 공격을 받게 되는데요. 간신히 본대와 통신이 되어 구조대가 헬기를 타고 출동했지만 이 헬기가 격추되는 바람에 구조대 역시 몰살당합니다. 결국 나중에 정찰대였던 단 한사람만 구조가 되면서 단일 작전중 무려 특수부대 요원 19명이 사망하는 비극으로 막을 내립니다. 관련된 내용을 바탕으로 영화 론 서바이버(Lone Survivor, 2013)가 제작되기도 했죠.
이후 탈레반은 사망한 미국 특수부대원들로부터 노획한 장비들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하게 되는데, 아래는 그 중 한 장면입니다.
(출처: youtu.be/UXhOnys5iME)
캡쳐 화면을 보시면 특수부대원이 소지했던 윈도 랩탑이 보일겁니다. 해당 동영상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 랩탑에서 하드 드라이브를 떼어내서 내부의 정보를 탈취하는 모습도 나오죠.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한번 생각을 해봅시다. 몇 날 며칠 잠입해서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 요원들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윈도 랩탑은 성능이 중요할까요, 배터리 지속시간이 중요할까요?
아 물론 둘다 중요하겠죠. 결정적인 순간에 버벅대는 성능이면 곤란합니다. 하지만 만약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요? 당연히 배터리 지속시간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빠르냐 느리냐의 문제가 아니라, 되냐 안되냐의 문제이니까요. 이와 비슷한 경우 쓸데 없이 높은 성능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딱 필요한 만큼 이상의 성능은 오히려 배터리를 갉아먹으니까요.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 서피스는 대안이 될 수 없을까
이제 슬슬 윈도 "태블릿"으로 초점을 맞춰보죠.
윈도 태블릿의 효용성을 생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른바 "대안"들입니다. 그러니까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 혹은 서피스 시리즈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인데요.
일단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탈락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바닥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들이 윈도 전용으로 개발되어 있거든요.
물론 돈 많은 기업이라면 하고 싶은거 다 해도 됩니다. 그러니까, 기존의 윈도 플랫폼에 추가로 모바일 플랫폼을 얹건, 일부분을 대체해서 활용하건 그냥 하고 싶은대로 다 하면 되죠.
하지만 절대 다수의 기업들은 그만한 물적 인적 자원이 부족합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플랫폼과 전혀 다른 플랫폼을 새로 도입한다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예요. 당장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시스템을 윈도로, 맥으로, 리눅스 시스템으로 바꾼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하물며 온갖 시스템이 얽히고설킨 기업이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두번째 이유로는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나 서피스 시리즈 등이 각종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하드웨어 성능을 대부분 맞춰주질 못하기 때문입니다. 화면 밝기, 배터리 지속시간, 확장성, 내구성, 정비성 뭐 하나 충족시켜주질 못해요.
아이패드 정도면 충분히 화면이 밝고 배터리가 오래가는거 아닌가요, 하실 수 있겠지만, 현재 러기드 윈도 태블릿 시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화면 밝기는 700에서 800니트 정도 됩니다. 선글라스 등을 착용하고 사용해야만 하는 사용자들을 위한 1000니트 정도 되는 윈도 태블릿도 있고요. 그리고 10시간 넘게 운용 가능한 배터리팩을 핫스왑으로 연달아 교체해 가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류의 윈도 태블릿들은 태양이 작열하는 네바다 사막 건축 현장에서, 높은 온도와 습기가 가득한 태평양 한가운데의 배 위에서, 남극 등의 극지방 연구소에서, 하루종일 우당탕 덜덜거리는 지게차에 매달려서 사용되고 있죠. 보호 케이스 씌우고 보조 배터리 같은거 연결해서 사용하는 그런 제품들이 낄 만한 곳이 아니예요.
그렇다면 러기드 윈도 태블릿만 의미가 있을까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제 어느 정도
- 산업 현장에서는 윈도 운영체제의 기기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고
- 윈도 운영체제 기기에서 터치 입력은 큰 문제가 없으며
- 높은 성능보다 오래 가는 배터리가 훨씬 더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 그렇다고 해서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 혹은 서피스 시리즈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점
등을 이해하셨으리라 봅니다.
그러면 이제 이런 의문이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윈도 태블릿을 꼭 험한 환경에서만 사용하는건 아니지 않느냐 하는거죠.
네 맞습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죠. 그래서 실제 현장에서는 윈도 2-in-1 기기나 평범한 윈도 태블릿 기기들도 꽤 사용됩니다. 대표적인게 병원 등의 헬스케어 분야죠.
병원 내부라면 어마어마하게 밝은 화면이 필요하지도, 십수시간 사용 가능한 배터리 지속시간도 딱히 필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화면이 밝다거나 배터리 지속시간이 길어서 나쁠건 없죠. 어느 정도 내구성이나 정비성만 받쳐준다면 굳이 러기드 윈도 태블릿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야에서 빼놓지 않고 원하는 사항이 있는데, 그건 바로 "적당히 작고 가벼운 무게"입니다. 어느 정도 터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고 넓게 봐야 할 필요성도 있으니 너무 작아서는 안되고(대략 10인치에서 13인치 화면 정도를 적정선으로 봅니다), 무게는 무조건 가벼울수록 좋습니다. 콕 찝어 말하자면 이런 분야에서는 아이패드의 외부 스펙/폼팩터과 비슷해질수록 좋은겁니다.
2018 CES에서 소개된 Lenovo Tablet 10이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제품 사진을 보시면 참 매력 없게 생겼죠. 저 광활한 베젤은 무엇이며 인텔 셀러론 N 시리즈 프로세서는 또 무엇이란 말입니까.
(출처: http://blog.lenovo.com/en/blog/lenovo-introduces-its-most-complete-thinkpad-portfolio-with-2018-lineup)
그런데 말이죠, 위의 제품이 발표 당시 캡쳐 화면에서처럼 "healthcare 및 retail과 같이 세로로 사용했을 때 한정된 유저 집단을 위한 전용 소프트웨어에 유용하도록 설계되었다"고 아예 대놓고 설명을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반 소비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이죠. 베젤이 넓다, 프로세서가 느리다, 라는 불만을 레노보가 신경이나 쓸까요? 모르긴 몰라도 저기 저 디지타이저 펜 역시 1024 단계 필압만 지원해도 다행일겁니다. 병원에서 높은 필압 단계를 지원하는 펜 따위는 필요치 않는데 굳이 단가를 높일 필요는 없겠죠. (Update: 댓글로 지키미님께서 "vertical application" 은 세로로 잡고 쓰는게 아니고, "한정된 유저 집단을 위한 전용 소프트웨어" 를 뜻한다고 알려주셨습니다.)
물론 이러한 제품들은 대단히 강력한 성능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저 윈도용 병원 내부 전자 차트 프로그램 정도를 돌려주기만 해도 충분하죠. 그정도만 되면 그 이후로는 그냥 닥치고 가벼운게 이쪽 분야에서는 장땡입니다.
의미 있는 ARM 윈도 기기가 되려면
그렇다면 굳이 ARM 윈도 기기를 사용할 정도가 되기 위해서, 의미 있는 ARM 윈도 기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필요할까요?
일단 어느 정도 성능이 받쳐줘야 합니다. 사용자의 타이핑 속도를 화면에 나타나는 글자 속도가 쫓아가지 못했던 서피스 RT의 재림 따위가 되어서는 안되죠. 유사한 가격대의 기존 인텔 CPU 성능보다 반드시 더 뛰어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엇비슷하긴 해야 합니다. 당연히 그 이상의 성능이면 더 좋고요.
두번째로 기존 x86 프로그램의 에뮬레이션이 매우 훌륭히 잘 되어야 합니다. 설사 성능이 조금 떨어질지언정 일반적인 사용 측면, 예를 들어 설치라거나 운용 중 에뮬레이션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안됩니다. 일단은 "뭐가 다르긴 한가? 좀 느린 것 같네" 정도면 될겁니다. 물론 차차 ARM에 최적화시키겠지만 당장은 사용자들이 크게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변화 없이 그대로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는게 중요합니다.
세번째로 배터리 효율이 현재보다 1.5배 정도는 더 나와줘야 합니다. 그만큼 기기를 배터리로 더 오래 쓸 수 있다거나 혹은 전력을 덜 소모하는만큼 배터리 용량이 줄어들어서 단 몇그램이라도 더 가벼워질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격은 당연히 저렴할수록 좋을텐데, 다만 딱 단점만큼 저렴하고 장점만큼 더 비싸면 될겁니다. 제 생각에는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의 가격과 굳이 가격 경쟁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어차피 산업현장에서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많이 쓰이지는 않으니까요.
ARM 윈도의 성공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
마이크로소프트가 ARM 윈도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다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왜 얘네들이 이렇게 애를 쓰고 있는지 그 이유도 한번 짐작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앞서 여러번 언급했듯이 프로세싱 성능보다 배터리 성능이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 작은 부피 등이 우선시되는 분야의 발전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겠고요.
두번째로는 타 플랫폼으로의 전환 저지 효과가 있을겁니다. 기존 시스템의 일부분을 iOS나 안드로이드로 전환하거나 추가해서 운용할 생각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붙들어 맬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겠죠.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만큼 가볍고 오래 쓸 수 있으면서,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요 없이 기존 윈도 기반 소프트웨어에 약간만 추가하거나 변형하면 될테니 기업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입니다. iOS나 안드로이드 등의 모바일 플랫폼으로 전환하거나 추가로 사용하고 싶지만 비용 때문에 그러지 못했던 기업들, 혹은 기존의 윈도 태블릿의 가격이나 성능에 만족하지 못해서 윈도 태블릿을 도입하지 못했던 잠재 수요층을 자극해서 구입을 유도할 수 있겠죠.
실제로 중소 규모의 병원에서 환자 개인 정보, 보험 정보 입력이나 기초 문진용으로 병원 대기실에 윈도 태블릿을 비치해 둔 곳들이 있는데, 대부분 성능에 대한 불만보다 크기나 무게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환자들이 평소에 접하던 태블릿과 다르니 그렇기도 하겠죠. 게다가 가뜩이나 아프고 힘들어서 병원에 왔는데 입력하랍시고 쥐어준 태블릿조차 크고 무거우니 환자들이 불평을 할 수 밖에요. 이런 곳에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유사한 크기와 무게의 윈도 태블릿으로 어필하면 잘 먹혀들거라 생각합니다.
생각컨데,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의 모바일 프로세서인 아톰 시리즈를 이용해서 위와 같은 효과들을 내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인텔이 아톰 시리즈를 포기할 때 즈음부터 마이크로소프트가 처박아 뒀던 윈도 RT 프로젝트를 다시 꺼낸게 아닌가 싶네요.
예시: Snap On ZEUS
아래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시골 촌구석에 사는, 본업이 자동차 수리공이고 부업이 농부인 유튜버가 올린 영상입니다. 태풍 때문에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을 Snap On ZEUS라는 기기를 이용해서 수리하는 장면인데, 전부 보실 필요는 없고 6분 48초부터 8분 5초까지만 보시면 됩니다.
일부 장면을 살펴보면, 일단 커다란 터치 메뉴를 큰 문제 없이 터치로 잘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고요.
차량 진단 소프트웨어를 종료시킨 후의 장면에서는 윈도 7이 설치된 태블릿이란걸 알 수 있습니다.
영상을 직접 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사용하고 있는 윈도 태블릿이 그다지 빠릿빠릿하게 잘 돌아가는 것 같지는 않네요. 게다가 윈도 7이 설치된 윈도 태블릿이라니, 엄청 오래된 제품인 걸까요?
(출처: https://www.autoserviceworld.com/snap-releases-zeus-diagnostic-tool)
보시다시피 2017년 9월에 발매된 제품이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굼뜬 성능의 태블릿은 값이 얼마나 할까요. 어디 저렴한 제품이라도 사용하는걸까요. 이리저리 찾아봐도 신품 판매가를 찾을 수가 없길래 이베이를 뒤져봤습니다.
(출처: https://www.ebay.com/itm/USED-Snap-On-Zeus-Intelligent-Diagnostics-Scan-Tool-EXPIRED-SOFTWARE-/263499868368ebay)
제품 지원이 만료된 중고 가격이 $5,850이고요,
(출처: https://www.ebay.com/itm/snap-on-zeus-intelligent-diagnostic-tool-/222868805059ebay)
3년짜리 제품 지원이 살아 있고 2017년 9월에 구입한 중고 가격이 $12,900 이네요.
알고 보니 엄청 비싼 녀석이었네요. 그나저나 윈도용 소프트웨어라서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못쓰는건 그렇다 치고, 대체 왜 서피스 같은 대체재를 사용하지 않는걸까요?
(출처: https://www.ebay.com/itm/ZEUS-INFORMATION-SYSTEM-INTELLIGENT-DIAGNOSTIC-SCANNER-SNAP-ON/183210863889ebay)
왜냐하면 이런 단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단자들을 위한 동글 같은걸 따로 구할수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차량을 정비하면서 거칠게 사용해야 할텐데 내구성이나 정비성 문제도 있을테고요.
어쨌거나 조금 더 구글에서 검색을 해봤더니 사용자 매뉴얼을 찾을 수 있었고, 매뉴얼을 보니 해당 기기의 사양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출처: https://www.snapon.com/display/3871/ZEEMS342A_A_ZEUS_UM.pdf)
영상에서 봤듯이 성능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 보였는데 역시나 사양을 보니 그럴 만 했네요. 이런 사양의 제품을 저렇게 비싼 가격을 받고 판다는건 그만큼 소프트웨어가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비싼 소프트웨어를 사면 관련 하드웨어를 끼워주는 느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드웨어 성능을 마냥 무시해도 되는건 아닐겁니다.
한번 생각해 보죠. 만약 저 제품의 경쟁사가 거의 동일한 성능의 장비를 ARM Windows 위에서 구동시키고, 탑재된 ARM 프로세서가 인텔 N2930 만큼의 체감 성능을 내주면서, LTE 모뎀 기본 내장에, 두께를 5센티미터에서 4센티미터쯤 줄인다거나, 2킬로그램의 무게를 1.5킬로그램으로 가볍게 한다거나, 5시간 가는 배터리 지속시간을 7시간 정도로 늘린 뒤, 단 $100이라도 싸게 판매를 하면 어떨까요?
이 사람이 현재 이 윈도 태블릿에 깔아둔 아크로뱃, 크롬, 구글 독스, 드랍박스 클라이언트 프로그램 정도가 문제 없이 잘 돌아가기만 한다면 이 사람이 ARM 윈도건 아니건 신경이나 쓸까요?
가정용 일반 사용자 시장이 전부는 아니다
$300-400 정도의 예산이 있고, 이걸로 태블릿이나 랩탑 류의 제품을 구입한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본인은 어떤 제품을 구입하고 싶으신가요?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서피스 시리즈? 아니면 저렴한 윈도 랩탑?
혹시 크롬북은 어떤가요. 글쎄요, 귀찮아도 해외직구로 윈도 태블릿 리퍼제품을 구입했으면 했지, 다른거 다 제쳐놓고 크롬북을 살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겁니다.
...? 에이 이봐요, 크롬북을 누가 $300-400 이나 주고 사나요, 그런건 $100-200 정도 주고 싼 맛으로 구입하는거니까 그렇죠,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https://www.bestbuy.com)
위의 이미지는 미국 BestBuy 홈페이지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크롬북을 검색한 결과입니다. 보시다시피 $250-500 대의 제품들이 제일 많네요. 그만큼 이 가격대의 제품들을 구입할 확률이 제일 높다는 뜻이겠죠.
뭐 좋습니다. 가격을 더 낮춰서, 만약 $150에 구입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크롬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요? 그래도 크롬북을 구입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대다수의 일반 사용자들이 다른 제품들 다 제쳐두고 크롬북을 구입할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가격, 성능, 활용도 뭐 하나 우월한 점이 없죠, 일반 사용자들에게는요(물론 요즘은 크롬북에 안드로이드 앱을 구동시킬 수 있어서 활용도가 더 높아졌다지만, 일단 그건 차치하자고요). 그렇다면 크롬북은 "현실 망", "대박 실패 ㅋ" 정도의 제품일까요?
(출처: https://www.wsj.com/articles/apple-updates-ipad-with-stylus-support-1522167400)
위의 통계 자료에서 보듯이 크롬북은 미국 교육시장의 60% 가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나, 그렇게 대단한 수치인건가, 돈이 되긴 하는건가 싶으실 수도 있겠지만, 이 교육시장의 일부를 조금이라도 더 먹겠다고 작정하고 내놓은게 애플의 9.7인치 2018 아이패드와 로지텍 Crayon 스타일러스 펜이었습니다. 발표 이벤트 이름도 무려 "Field Trip"(현장학습)이었고, 아예 대놓고 교육시장용이라고 발표를 했었죠.
일반 사용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크롬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제품인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는 제품일지라도 다른 분야의 시장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게 아니예요.
맺으면서
마지막으로 아래의 사진을 한번 보시죠. 2017년 4월경, 캘리포니아 땡볕 아래 뜨거운 열기를 뿜는 자동차 옆에서 드라이브 쓰루 주문을 받고 있는 인앤아웃 햄버거 직원의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출처: https://www.yelp.com/biz_photos/in-n-out-burger-national-city)
만약 저 태블릿의 수명이 다 되어서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한다고 생각을 해 봅시다. 저 직원에게는 뭐가 더 필요할까요?
터치를 했을 때 메뉴가 0.5초쯤 더 빨리 뜨는 프로세싱 파워일까요, 아니면 100그램이나 200그램쯤 더 가벼운 무게일까요.
ARM용 윈도의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서 시장에 잘 안착하면 당장 저런 부분부터 바뀌게 될겁니다. 제 생각에는 대대적인 성공까지는 아니어도 평타 이상은 되지 않을까 예측해 봅니다.
에필로그
자, 제 장황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입니다. 많이 줄이고 줄였는데도 이렇게 글이 길어졌네요. 전부 사실만 나열하고 있는 글이 아니라 제 추측과 의견도 많이 섞여 있어서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으실거라 생각합니다.
어찌되었건 주절주절 긴 이 글에서 적은 바와 같이, ARM용 윈도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아주 의미가 없는건 아니구나, 라는걸 인식하시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snowmans
그냥 전문가가 아닌 비주류관계자로서 20년전에 텍트로닉스/HP ?? 기가스코프를 구입했을때 운영화면이
윈도우였거든요...뜯어보니 PC형태메인보드에 AD컨버터로 추정되는게 들어있는데 물론 일반적인건 아니겠지만요.
여기에 각종프로브가 연결되어 측정결과를 그래프로 보여즙니다..여기에 11인치 LCD 장착되어있었습니다.
아마도 윈도95/98쯤 되는듯했습니다..
얼마전에 친구집에가보니 스코프구입했다고 보여주는데 중국제에 300불 정도 줬다고 하는데 옛날에 쓰던
스코프랑 거의 비슷한 방식이더라구요...일체형모니터에 통합된 구조로 심플하고 가볍게 만들었고 윈도기반인듯
한데..제가 보기에는 20년전이나 그다지 다를바 없었습니다..물론 가격은 엄청나게 차이가 나겠지만요.
웬만한 의료장비는 거의 전부 윈도기반으로 알고있습니다..그만큼 개발환경이 편해진거고 프로그래밍 환경이
좋아져서 별별 장비들이 디지탈화되어 나오는게 많이 보입니다.
얼마전에 건강검진시 흉부촬영할때 장비보니 임베디드 형태로 제어하는 PC더라구요..측정기기는 올드해도
처리기기는 이렇게 바뀐듯한데..내시경도 보니 관찰부?는 니콘인거 같은데 메인박스는 PC더군요.
국산장비가 많아졌습니다..삼성,현대 브랜드가 많아졌습니다..
산업현장은 잘모르는데 CNC장비 망가졌다고 파워구입한다고 용산가서 PC용 파워서플라이 사오더군요.
이것도 아마 제어부가 PC형태인듯 싶습니다.
주절주절 쓰다보니 주제가 헷갈렸습니다...ARM용으로 더 진화되면 밥솥과도 더 쉽게 대화가 될거같습니다.
자바 밥솥보다 윈도 밥솥이 아무래도 더 편하겠죠?..뭑가 편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꼬리 정리를 잘못하겠네요.
윈도우 arm 이던 윈도우 iot 던 기업입장에서보면 결국 라이센스 비용을 가장 크게 고려할텐데요.
예시를 드신 키오스크쪽은 결국 안드로이드쪽으로 전부 넘어갈거라고 봅니다.
안드로이드도 벌써 10년입니다.. 안드로이드가 산업용 pc 시장을 대체할거면 기미라도 보였어야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키오스크 처럼 단순 클라이언트가 Windows ARM 으로 넘어갈 이유가 없을거라는 얘기였고, 실제로 키오스크쪽은 많이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Windows CE 를 쓰던 PDA도 안드로이드로 넘어갔죠. (뭐 이건 폰수준의 크기라... 다를려나요?)
고성능 파워가 필요한 산업용PC라면 안드로이드로 대체가 어려울 것 같다는데는 동의합니다.
애초에 이 글에서 얘기하는 Windows ARM의 도입취지랑 전혀 상관없는 얘기니까요.
일단 가장 쉽게 예로 떠오르는 키오스크를 안드로이드로 대체한다고 하겠습니다. 액정화면과 이더넷만 있으면 되는걸까요? 아뇨. 최소한 신용카드 결제를 위한 단말기와 프린터가 추가로 필요하겠죠. 그것들은 USB연결일 수도 있고 프린터는 시리얼 연결일 수도 있습니다. 근데 이런 장비들을 안드로이드에 연결이 가능한가요? 아마 윈도우용 드라이버만 제공할 것 같습니다만.. 제조사를 들들 볶아서 리눅스용 드라이버까지는 어찌 받아냈다고 치죠. 근데 리눅스 레벨에서 드라이버가 잡혔다고 해도 그걸 안드로이드 앱에서 맘대로 가져다 쓸 수는 있나요? 아뇨 안드로이드 API에는 그런것을 위한 표준이 없어요. 안드로이드 코어를 수정해서 앱이 가져다 쓸 수 있는 API를 직접 만들어 붙여야 합니다. 즉 기성품 안드로이드 제품을 사서 쓰는게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대부분의 외장기기를 붙이려면 안드로이드 소스를 받아다 수정해서 빌드해야 해요. 그나마 옛날처럼 우후죽순 태블릿 만들던 시절도 아니고 이걸 할 수 있는 인력이 국내에 과연 얼마나 남아있을지 궁금하네요...
게다가 이 고생을 해서 만들었다고 치죠. 표준이 아니라는건 이 모든 노력이 고작 그 한 제품을 위해 낭비되고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윈도우 라이센스 비용이요? 안드로이드 코어를 수정해서 빌드하는 노력에 비하면 너무나도 저렴한 비용에 불과할 뿐이죠.
윈도우의 산업용 장비로서의 우월함은 제 생각엔 외장기기 호환성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단지 디스플레이/네트웍/컴퓨팅성능 뿐이라면 대체할 방법이야 무궁무진한데 외장기기 호환성은 답이 없어요. RS485이나 CAN같은 특별한 포트는 뭐 더이상 할말이 없을 정도죠. 대부분의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윈도우에서 개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ONLY 윈도우에서밖에 못해요.
아니면 그런 특별한 통신 포트가 아니라 단순 GPIO포트를 예로 들어볼까요? 사실 단순 GPIO 포트야말로 어떤 의미에서 윈도우가 필요한 진정한 의미일 수도 있어요. 윈도우/PC조합에서 GPIO포트가 필요하면 PCI카드를 꽂기만 하면 계속 추가가 가능합니다. 이게 가능한 다른 환경이 없어요...
게다가 지원도 점유율이 줄어드니깐 6까지나 지원해주지, 그 이후 버전은 지원도 안해줘요. 그나마 리눅스는 x86에서 돌아가는 드라이버는 소스레벨로 커널에 들어 있으니깐 체크만 하면 돌아갑니다. x86 에서 특히 x86 embedded나 pos ready는 전적으로 동의 하지만, arm 버전이 나온다고 갑자기 호환성이 좋을 거라고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모르던 뒷세계가 더 넓고 깊었네요
휴대용도 마찬가지죠. 어차피 러기드로 만들면 엄청난 부피와 무게를 가지게 되는데 과연 ARM Windows 가 떨어지는 호환성을 감수하고 쓸 만한 대단한 차이가 나올지 전 솔직히 의심스럽습니다.
https://www.techopedia.com/definition/9909/vertical-application
아 그런 뜻이었군요, 몰랐습니다. 그러면 저 제품 설명이 더 명확하게 이해되네요. 관련된 본문은 수정하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저희 회사 출퇴근 기록 시스템은 원래 윈도우즈 기반 프로그램이있고, 출입구에다 핀패드 달아놓고 시리얼 포트로 pc까지 연결해서 pc에다 mssql 설치해 놓고 거기다가 데이터 때려넣는 식이었습니다. 이번에 교체를 하려고 이런저런 제품들 알아보는데, 대부분 가격이 몇백 달러 이상에다가.... 요새는 클라우드까지 연동해서 유저당 사용료 얼마 내라 이런식의 제품들이 많더군요.
단 한개도 마음에 드는게 없어서 안드로이드 태블릿(트레기)에다가 직접 앱 만들어서 돌리니 여태껏 알아봤던 시스템보다 훨씬 간단하고 비용은 1/4도 안되게 해결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안드로이드 전문 개발자도 아닌데, 구글 시트에다가 직원 이름, 시간, in/out만 기록하는 앱 정도야 튜토리얼만 따라해도 금방 뚝딱이더군요.
딱히 반론을 제기하고자 쓴 댓글은 아니고, 그냥 이런 경우도 있더라 하는 정도로만 알아주시면 되겠습니다.
이런 고급진 글 솜씨에 알찬 내용... 정말 큰 배움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부분의 사용기, 팁과강좌 글이 좀 손발오그라드는 문체인데
오랜만에 좋은 글 만나네요.
많이 얻어가네요.
흥미로운 글 감사합니다.
유익한 글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모르면 흥미로운 분야 일수는 있을 수 있겠다 싶군요.
하지만 Windows 는 힘들겁니다. 여러 과거 행보로 보자면 ( 대표적으로 Windows CE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