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커브로 오사카↔도쿄 투어링:오사카→하마마쓰, 시즈오카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아침이 되어 역 앞으로 나왔습니다.

시즈오카는 모형의 도시이기 때문에 원래 모형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늘 볼 게 많은 도시지만,
연말이라고 진짜 볼 만 한 곳은 싹 다 닫아서 역 앞 하비 스퀘어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래도 이런 프라모델 런너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어서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시청 앞에도 여지 없지요.(이 주변이 시즈오카 시내에선 가장 번화한 곳입니다.)
시즈오카 현 내에서 하마마쓰와 시즈오카는 서로 경쟁(?) 체제에 있는 절묘하게 비슷한 규모의 정령지정도시인데요.
이틀 연달아 오토바이로 다녀보니 좀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느낌으로는 하마마쓰는 지방 거점 도시 느낌이었다면,
시즈오카는 어떻게던 여기부턴 관동이다, 수도권 느낌이다를 어필하고 싶어하는 느낌이 강했네요.
전체적으로 세련미는 시즈오카가 더 있는데, 규모는 하마마쓰가 미묘하게 더 크다고 느껴집니다.
어쨌건 1번 국도를 계속 달립니다. 이 즈음부터는 오른편에는 태평양과, 왼편에는 후지산이 보이는 뷰가 계속되어, 이 여행 통틀어 가장 멋진 뷰를 계속 보여주는 길이 됩니다.
물론 신호도 거의 없기 때문에 정말 고속도로 달리는 느낌으로 달릴 수 있었네요.

후지산이 보이기 시작하면 바깥 차선의 차선의 차들이 일제히 느려지는 것이 미묘하게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신나게 달려서 도착한 누마즈 시 입니다.
그렇게 달려 왔는데도 아직도 시즈오카 현입니다. 아이치 현의 끄트머리인 도요하시에서 200km는 달려 온 것 같은 데도요.

오타쿠라면 한 번 즈음은 들어 봤을 도시로, 러브라이브 선샤인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모에오코시(오타쿠를 끌여 들여 동네를 부흥시키는 지방 사업)를 가장 성공적으로 해낸 도시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옆에 있던 시즈오카시 보다도 훨씬 작은 시라서, 행정적 자립도 안 되는 느낌인데 그러자고 동경까지 출퇴근 하기엔 너무 먼 그런 동네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쇠퇴하는 느낌을 막을 수는 없었고, 상점가는 거의 망하기 직전,
가장 번화해야 할 역 앞 백화점 건물은 공실이 반이었습니다.
여기서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은 오타쿠 가게들 뿐이었네요.(일부 점포는 솔직히 연식이 좀 지난 애니메이션인 이 러브라이브 선샤인으로 도배가 되어있어 놀라웠습니다.)
약간 주민들도 이제는 러브라이브로 동네를 도배하는 건 좀 놓아줬으면...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누마즈에서 또 유명한 것 중 하나는 바닷가 쪽에 있는 수문이었습니다.
굉장히 독특하게 생긴 데다가 실제로 올라 가 볼 수 있었습니다.
입장료도 100엔으로 양심적이었네요.

옆에는 어시장이 작게 있는데, 오늘은 딱히 하지 않는 날이라 좀 허한 분위기고 식당만 몇 개 운영 중이었습니다.
바닷 바람이 너무 강해서 업무용 스쿠터들은 아예 나자빠져 있던데, 여기에 대지 않고 안전한 곳에 주차 해 둬서 다행이었습니다.
투어링 중에 저렇게 의도치 않게 오토바이가 쓰러지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이제 이즈 반도를 너머 후지산 근처로 가느냐, 아니면 밑쪽으로 돌아서 올라가느냐의 갈림길이었는데, 저는 밑 쪽에 가고 싶던 곳이 하나 있어, 밑 쪽 1번 국도 루트를 선택했습니다.

가고 싶던 곳은 이 미시마 스카이 워크입니다.
미시마시 역시도 시즈오카 현입니다. 아직도 시즈오카 현입니다.
후지산을 배경으로 400m 길이의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현수교가 있다고 해서 언젠간 가보고 싶었는데,
위치가 위치다보니 대중교통으로는 쉽지 않아 이렇게 오토바이 타고 왔을 때 와야지 싶어서 들렀습니다.

입장료는 1,300엔으로 싸지는 않습니다만, 날씨가 좋다면 충분히 가격 값을 한다고 느껴집니다.

요즘 유행하는 짚라인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웬걸, 왕복으로 2회 탑승 시켜 주고 카메라도 들고 타도 괜찮은데 2,500엔이라길래 그만 생각도 없었는데 타고 말았습니다.
해질녘이라 노을이 보이면 예쁠 것 같다... 싶어서 부랴부랴 정한 느낌도 있지만, 돈은 아깝지 않았습니다.
다만 생각보다 동영상은 멋지게 찍지는 못했네요.

결국 완전히 폐점 시간까지 있다가 나와버렸습니다.
이제 산길인 1번 국도를 따라서 올라가면 드디어 가나가와 현이 됩니다.
가나가와 현 부터는 누가 봐도 영락 없는 수도권이죠.
가나가와 현 초입은 한국에서도 온천 마을로 유명한 하코네입니다.
저는 하코네가 이렇게 큰 줄 몰랐는데, 오토바이로 가도가도 온천 마을이라 놀랐습니다.
간사이에서 유명한 아리마나 아라시야마는 규모가 큰 곳은 아닌데, 하코네의 규모는 정말 압도적이더군요.
오토바이로 지나가는 길에 전철로 올 수 있는 역인 하코네유모토 역의 인파는 여태까지 들렀던 지방 번화가 못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뭔가 아쉬워서 사진 한 장 만... 언젠가 휴양으로 와서 편하게 쉬어 보고 싶네요.
여기도 나름 산길이라 가는 길에 야생 사슴을 한 마리 마주쳤는데, 좀만 잘못했으면 쳤겠다 싶어서 식겁했습니다.

하코네가 끝나면 이제부터 동경까지는 사실상 평지, 그 초입의 소도시인 오다와라입니다.
아까 누마즈 즈음은 수도권 통근은 힘들겠다 싶었는데, 여기부터는 어찌어찌 수도권 통근은 가능한 지역이라고 느껴지네요.
나름 성을 끼고 번화가가 펼쳐진 곳이라 간사이로 비교하면 히메지와 성격이 비슷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본격적인 수도권 번화가와는 다른 점은 이런 미묘하게 레트로하고도 이상한(?) 조형들이 많고 거리 구성이 미묘하게 낡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여기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허기를 채웠습니다.

뭔가 그냥 가긴 아쉬워서 성도 바깥에서 보고 왔는데, 정말로 이 사진을 찍고 5초가 안 되어서 불을 꺼버리더군요.
딱 21시경이었습니다.
여기서도 거의 동경까지는 80km, 실제 친구 집까지는 100km는 남아 있던 시점인데 이미 한밤중이라 걱정이었습니다만,
역시 점점 수도권이 되니 불빛도 많아지고 차량도 많아져서 산길보다는 훨씬 쉬웠습니다.
도중에 이정표에 시부야 xxkm가 나왔을 때는 이젠 다 왔구나 싶었네요.
결국 자정이 다 되어 동경에 진입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들린 진보초...
여기도 애니메이션 사신짱 드롭킥의 성지라 들렀습니다.


그리고 아키하바라까지...
오타쿠라면 이런 사진을 늘 찍고 싶어하는데,
오히려 밤 늦게 와서 조용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네요.
결국 친구 집에 도착한 건 새벽 1시 경이었습니다.
약 편도 650km의 여정이었는데,
솔직히 3일간 느긋하게 볼 거 다 보고 와서 그런지 체력적으로는 괜찮았는데,
그 놈의 추위가 가장 문제였습니다.
아무리 방한 대책을 해도 추위는 피할 수 없었고, 일부 구간에서는 왼손 중지가 얼어붙을 것 같아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는데도 쉬었다 간 구간도 많았네요.
모든 구간을 액션캠으로 녹화하면서 왔는데, 녹화본 내내 덜덜 떠는 숨소리가 녹음되어 있더군요.
일본의 추위는 고작 0~5도 남짓인데도 이런데, 한국에서 겨울에 투어링 하시는 분들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일본도 안그래도 연말연시라 새 해 첫 해를 보겠다고 가장 동쪽인 눈덮인 홋가이도로 투어링을 떠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저는 정말 못 할 짓 같습니다.
내려가는 여정도 나름 일부러 다른 루트를 많이 골라서 와서 얘기할 것이 좀 더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편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