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신정을 보내기 때문에 연말연시에 긴 연휴가 있었는데요.
일기예보를 보니 오랜만에 연휴 내내 화창하다길래, 결국 마음 속에만 담아 두었던 장거리 투어링 계획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계획은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도쿄까지 3일간 여유있게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건 비교적 급하게 2일 안에 내려오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일본에서는 125cc를 넘는 오토바이들은 고속도로를 탈 수 있지만, 헌터커브는 그 규격 미만이기 때문에
무조건 국도만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렇겠지만, 국도 중에서도 오토바이는 못 올라가는 자동차 전용도로들이 있어서 이것도 피해가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주로, 국도 163호, 구25호(신25호는 자동차 전용도로), 23호, 301호, 1호, 246호로 도쿄에 도착해서, 추가적으로 4호로 근교 친구네 집까지 가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헌터 커브는 박스를 달아도 수납이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라, 박스 위에 그물망으로 가방을 하나 더 올렸습니다.
다이소에서 사온 재료들로 만들어서, 모습은 볼품 없는데, 결국 끝까지 튼튼하게 잘 수납하고 왔네요.

은근히 늦잠을 자고 12시에 출발해서 3시간 가량 달려서 도착한 이가 시 입니다.
미에 현 서부에 있으며, 163번 국도의 산길의 도중에 위치한 곳입니다.
미에 현은 위치상으로 보면 오사카-나라-미에와 같은 모습으로 이어져있어, 생각보다 미에까지는 빨리 와서 이 때는 그럭저럭 기세등등 했던 것 같습니다.

이가 하면 실제로는 닌자의 도시로 유명한 곳이라 어딜 가도 닌자 장식이 잔뜩이었고,
이가우에노 성이라는 성도 있어서 들러보고 왔네요.
163번 국도도 밤에 오면 위험한 꼬불꼬불 산길인데, 이가를 지나서부터는 구 25번 국도로, 일본인들에게는 차로 오면 안 되는 국도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오토바이는 지나 갈 만 하지만, 차로는 한 대도 버거운데 일방통행도 아닌 구불한 도로가 계속되는데, 야생 원숭이 무리까지 만나서 칠 뻔 했습니다...
어찌됐건 구 25번 도로도 탈출해서 미에 현에서 아이치 현 나고야 시로 올라가는 방향의 23번 국도로 갈아탔습니다.
23번 국도의 아래로 가면 일본 신궁 중 가장 유명한 이세신궁 방향으로 가게 되지만, 저는 나고야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위로 갔습니다.
이 도로는 오사카에서 나고야까지 무료 도로만 가지고 차로 다닐 때 자주 가던 길이라 매우 익숙했습니다.

도중에 있는 리조트 섬인 나가시마의 놀이공원/아울렛인 나가시마 스파랜드에 들렀습니다.
물론 밤에서야 도착해서 놀이공원은 다 끝났지만, 일본에서 가장 거대한 롤러코스터(높이 97미터)인 스틸 드래곤 2000과 오토바이 사진을 찍고 싶었고, 주변에서 가장 식당이 많은 아울렛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를 중간 거점으로 잡았습니다.
여기 도착했던 시점이 저녁 6시 경이었는데, 결국 피곤해서 거의 9시까지 빈둥대다가, 1일차 목적지인 나고야에 도착하는 건 저녁 11시가 다 되어서였습니다.
계획 상 내려가는 데에만 2일이나 걸리기 때문에 최대한 숙박을 아껴보려고 넷카페 개인실을 이용 했습니다.
어쨌건 누워지는 자리 8시간에 이런 연휴 기간에도 2,700엔 내외니까... 노숙 이외엔 가장 현실적인 선택 아닐까 합니다.

묵었던 넷카페 주변이 알고보니 일본의 유명 잡화점 체인인 빌리지 뱅가드의 본점이더군요.
아쉽게도 오픈은 11시인데, 저는 빨리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내부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동쪽으로 향하는 23번 국도는 사실상 자동차 전용도로에 준하는 수준으로 뚫려 있어, 편도 4~5차선에 흐름도 굉장히 빨라서 이번 투어링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신나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가는 도중에 라그나 텐보스라는 놀이공원과 페스티벌 마켓이라는 어시장+몰이 있었습니다.

사실 밥 좀 먹으러 간 건데 의외로 여기 기준으론 관광객 타깃인지 가격대가 다 미묘한 주제에 줄은 서 있어서 식사는 포기하고,
사진이나 몇 장 건졌습니다.
1시간 정도 더 가서 아이치 현의 끄트머리인 도요하시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목적은 최근 유행했던 애니메이션인 '마케인'의 성지였기 때문인데, 정작 저는 저 애니메이션을 보지는 않았습니다.
주변에 좋아하는 친구들이 몇 있어서 들러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려고 구태여 들렀네요.
별 정보 없이 들렀던 곳인데 의외로 이 주변에선 가장 부촌 느낌이 나서 놀랐습니다.
도요하시는 돌아오는 길에도 다른 목적으로 다시 한 번 돌아오게 됩니다...
국도 301호로 갈아타고, 드디어 시즈오카 현에 들어왔습니다.
시즈오카 현은 주로 서부의 하마마쓰와 동부의 시즈오카로 갈리는데,
서부의 하마마쓰는 일본에서도 큰 편에 속하는 하마나코(호수)를 가지고 있어서 호수 인접 도시로 유명합니다.
호수변에 있는 작은 수족관인 '우옷토'라는 곳에 들렀습니다.

입장료는 300엔도 하지 않았고, 실내는 시종일관 이런 어린 시절 학교 과학실을 개조 한 느낌으로 되어 있어 나름 신기했습니다.
츄라우미나 가이유칸, 토바 같은 거대 수족관만 보다가 이런 자잘한(?) 수족관도 보니 나름 재미있네요.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의외로 꽤 많았습니다.

옆에 있던 하마나코 가든 파크로 넘어왔습니다.
공원이기 때문에 주차비도, 입장료도 따로 없었고 예전 꽃 박람회 시절 부지를 공원으로 재활용 한 것이라고 하네요.
오사카에도 딱 똑같이 조성된 공원이 있어 익숙했습니다.

공원 안에는 이런 높은 탑도 있는데, 높은 데를 보면 올라가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 탓에 뛰어서 입장료(300엔)을 내고 올라갔습니다.


해질녘에 사람도 없어서 생각 한 것 보다도 좋은 분위기였네요.

오사카에서도 그랬지만, 꽃 박람회장이라 그런지 당시의 건축물을 남겨둔 곳도 많았습니다.
한국 파트도 있었기 때문에, 한옥도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1시간을 동쪽으로 달려서 하마마쓰 시가지에 도착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몇 번 와서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하마마쓰는 생각 한 것보다도 시가지입니다.
지방 도시 특유의 약간 어떤 의미로는 한국 번화가 시가지스러운 느낌도 납니다.

1일차는 저는 연휴였지만, 아직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2024년의 모든 일을 끝마치고 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더 번화한 곳에서도 보기 힘든 코믹콘 샵이 있어서 놀랐네요.
결국 점심을 먹지 못한 걸 여기에 있는 저렴한 뷔페에서 2시간동안 쉴 새 없이 먹으며 해결합니다.
2일차의 행선지는 동부인 시즈오카시까지이기 때문에, 여기서 80km는 더 가야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시즈오카 현은 길쭉하게 생겨서 하마마쓰에서 80km를 동쪽으로 더 가도 시즈오카의 겨우 동부에 진입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갈 길이 멀죠.
여기서 국도 1호로 바뀌는데, 다행히도 위의 23번 국도와 비슷한 수준의 사실상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뀌더군요.
안그래도 오토바이 내비에 80km를 가는 데 1시간이면 간다고 나와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정말로 신호 하나 없는 사실상 고속도로였습니다.

그렇게 이 날도 저녁 10시를 넘어서 시즈오카시의 이번 여정의 2번째 넷카페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하나의 글에 몰아서 쓰고 싶은데, 사진이 20개 밖에 올라가지 않아서, 글을 좀 나눠 쓰려고 합니다.
다음 편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