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놓고 차를 빼다가 동시에 뒤에서 후진하는 차와 쿵 해서 찢어진 범퍼를 DIY 수리하려고 한다는 글을 2주 전에 올렸었습니다.
굴러간당 - Q/A 파손된 범퍼 접착에 플라스틱용 에폭시 접착제가 효과적일까요?
그 게시물의 댓글에서 정보를 모아서 수리에 들어갔습니다. 수리할 손상 부위입니다. 다행히도 외부에 보이는 부분은 검정 무광 플라스틱이 찢어진 것이라서, 찢어진 부위를 모아 붙여놓으면 검정 무광에 묻혀 별로 티가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안쪽에서 붙이기 위해 찢어진 부분을 테이프로 당겨 붙여 틈새를 없앴습니다. 왼쪽, 평평한 부분이 찢어진 것은 그냥 당겨서는 평평함이 보증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다른 방법으로 평평하게 맞추면서 붙이기로 하고, 일단 중앙부, 각진 부분이 찢어진 곳 부터 붙여나갑니다.

범퍼는 봉합하는 부위에 접착제를 바르지 않았습니다. 접착할 면이 맞닿을 때 접착제가 미어져 나올텐데, 그 미어져 나오는 접착제가 외관에 보기 싫게 될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설명하지만, 접착제는 안쪽에만 보강 차원에서 덧발랐습니다.
사용할 공구는 철심을 박아넣는 플라스틱 용접기입니다. 이 수리를 한다고 새로 샀습니다. 30불이니까 부담 없이 구입했지요.

철심을 전극 끝에 끼워넣고 방아쇠를 당기면 철심이 빨갛게 달아오릅니다. 아래 사진은 촬영용이라서 철심에 전기를 넣지 않고 찍었습니다만.
일단 다른 플라스틱에 연습해 봅니다. 이 플라스틱 현관 신발보관함은 찢어져서 한 번 플라스틱을 인두같이 생긴 장치로 녹여 발라붙이는 플라스틱 용접기로 붙였던 물건이라서 여기에 보강하는 셈 치고 연습해 봅니다.

플라스틱이 너무 쑥쑥 들어가서 깊이를 조절하기 어렵네요. 일단 충분히 녹이고 들어간 것 같습니다.

이크, 너무 깊이 파고들었군요. 뒷면을 보니 관통해서 나와버렸습니다. 연습을 해 보기를 잘 했네요.
연습하면서 터득한 것은, 용접기에서 철사가 빨갛게 달궈진 후에 플라스틱에 대면 플라스틱이 물처럼 묽어지고 철사가 쑥쑥 들어가서 깊이를 조절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터득한 방법은 전기를 넣지 않은 차가운 철사를 플라스틱에 살짝 대고 시작합니다. 그 다음 용접기 방아쇠를 2초~1초 정도 당기면 철사가 뜨거워지기 시작하면서 플라스틱이 말랑해지고 철사는 천천히 플라스틱 속으로 파고 듭니다. 그 때 방아쇠를 놓아 철사의 온도, 그리고 플라스틱의 묽기를 조절해 가면서 작업 깊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덜 들어갔다 싶으면 방아쇠를 1초 정도 당겨서 철사를 다시 가열하면 조금 더 들어갈 수 있고요.

이 방법으로 안쪽 모서리에서 균열을 봉합합니다. 바깥쪽에서 이미 테이프로 바짝 당겨서 봉합해 놓은 균열을 안쪽에서 철심을 넣어 영구 고정했습니다.

저 위, 두번째 사진에서 평평한 면에 균열이 생긴 부분은 테이프를 그냥 땡겨 붙인다고 두 면이 평면으로 일치되지 않으므로 뭔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빙과류 나무 막대를 사용했습니다. 작업을 위해 빙과를 두 개 먹은 것은 아니고,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막대만 백 개 들이 묶음으로 따로 팝니다.

그런데 저 막대로도 균열의 상, 하가 정확히 일치되지 않아서 결국 저 부분을 용접할 때는 용접 반대편에 손을 대서 손가락으로 감을 잡아서 평평하게 맞춰주며 용접했습니다. 결과물은 균열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상, 하가 일치했습니다.
빙과류 막대기와 손가락으로 평면을 맞춰가며 용접한 부분은 아래 사진의 왼쪽 6개입니다.

위 사진을 보면 오른쪽에서 6번째 용접 자리에 용접 철사가 없습니다. 그 용접이 제일 처음 박은 것인데 실패했거든요. 용접 깊이가 너무 깊어서 반대편에 관통 흔적이 보입니다. 다행히 그 흔적 위에 크롬 도금 장식이 덮이기 때문에 살았습니다. 그리고 용접 철사 주변 플라스틱이 다 굳기 전에 용접기를 빼냈더니 용접 철사가 같이 쑥 빠져나왔습니다.
용접 철사 주변 플라스틱이 다 굳는데 약 30초가 필요하더군요. 그 동안 용접 철사가 움직이면 완전히 굳지 않은 플라스틱 상태가 휘어질 째 플라스틱의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아 새 공간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철사가 잘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30초 동안 다른쪽 손으로 용접기 목을 잡고 (플라스틱을 된 목은 전혀 뜨겁지 않음. 사실 용접기의 구리 전극도 뜨겁지 않음. 오직 철사만 뜨겁) 움직임 없이 가만히 있어야 양질의 용접이 됩니다.
용접이 완성되고, 안쪽에 보강용 물질까지 바른 후 테이프를 떼어냈습니다. 이 정도면 만족스럽습니다. 이전 게시물의 두번째 사진에 비하면 고물차 느낌이 없어졌습니다.

용접한 철사는 꼬다리를 잘라줍니다. 용접기 키트에 포함된 철사는 일반 철물점 철사 재질이 아니라 스테인레스입니다.
용접기 키트에 포함된 철사는 일반 철물점 철사 재질이 아니라 탄소 함량이 높고 열처리가 된 피아노선 (KS D 3556 규격 같은 것)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쉽게 굽혀지지 않고 튼튼한데, 단단한 철사라서 자를 때 힘이 좀 많이 필요하고, 잘린 꼬다리는 탁 튑니다. 얼굴까지 튀어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보안경은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용접 철사가 파고 들어간 깊이가 불충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 깊이 파고들면 반대쪽(범퍼 외부)에 스테이플 흔적이 보일 것 같아서 소심하게 작업했습니다. 저 정도라도 일단 균열이 다시 벌어지는 것은 잡아주더군요.
파고 든 깊이가 부족하므로 저 위에 보강용 접착 재료를 덮었습니다. 2액형 우레탄 접착제입니다. 보통 파는 우레탄 접착제는 1액형(공기중 수분을 흡수하여 경화)이라서 경화된 후에도 약간 탄성이 있는데, 이 2액형 우레탄은 경화된 후 꽤 딱딱합니다.
앞서 게시물에 에폭시 접착제라고 (잘못) 물어봤었는데, 저 회사는 2액형 에폭시 접착제로 유명한 회사지만 저 제품은 우레탄 접착제였습니다. 우레탄 접착제라서 저 범퍼 재질인 PP(폴리프로필렌)에도 어느정도 들러붙는 성질이 있습니다. 다른 곳에 확인해 봤습니다.

균열 중 밖에서 봤을 때 오목한 아래 균열 부분은, 밖에서 용접 철사를 쏠 수도 없고 보강 접착제를 바를 수도 없어서 이것도 내부에서 용접합니다. 새로 페인트를 칠할 것이라면 밖에서 용접 철사를 쏘고, 용접 철사가 파고 든 자국을 연마한 후 페인트를 칠해서 수리하던데, 저는 DIY라서 페인트를 하지 않는 수리를 원하기 때문에 외부에 용접 자국이 남는 공법은 쓸 수 없었습니다.

안쪽에서 테이프로 팽팽하게 당겨 붙여서 균열을 맞댄 후 점점이 용접 철사와 접착제를 붙여 균열을 고정한 후, 테이프를 떼어내고 나머지 부분도 철사 용접과 접착제로 전체 길이를 다 수리하여 완성합니다.

위 사진에서 용접 철사는 부실공사(?)로 쨟게만 들어가 있는데, 위가 막혀서 용접 총이 들어갈 공간이 없어서 저 정도가 최선입니다. 하지만 저 철사는 접착제가 경화될 때까지 균열이 벌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임시 역할이니까 저 정도로 충분할 겁니다.
범퍼 안쪽 스티로폼(정확히는 PP 폼)의 찢어진 부분도 철사 용접으로 봉합했습니다. 아래 사진에 9개 철사의 꼬다리가 보입니다.

이 PP 폼은 맞닿는 면에 우레탄 접착제를 바르고 용접했습니다. PP폼에 대한 우레탄 접착제의 부착성은 불량하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입니다. 그리고 이 범퍼 폼은 힘을 받는 부품이 아니기 때문에 모양만 유지하면 됩니다.
안쪽은 내면용 90도 철사로 용접했지만, 바깥쪽에서는 지렁이 모양 철사로 용접했습니다. PP 폼은 100% 플라스틱이 아니라 기공이 많기 때문에 용접을 해도 철사가 플라스틱을 붙잡는 %가 적어서, 용접 후 30초 동안 PP폼이 확실히 고체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총을 뽑으면 철사가 맥없이 범퍼 폼에서 뽑혀나옵니다. 게다가 범퍼 폼은 스티로폼처럼 단열재 효과가 있는 것인지 용접 총이 녹인 플라스틱 물이 빨리 식지 않습니다. 30초보다 더 길게, 40초 정도 기다려야 확실하게 플라스틱이 고화되는 것 같습니다.

폼까지 장착 완료했습니다. 폼은 그냥 범퍼 빔(보이는 알루미늄 부품)에 있는 구멍에 끼워넣는 돌기 2개로 차에 고정됩니다. 그냥 손으로 뒤로 당기면 쏙 빠지고요.

제가 보기에 범퍼 폼의 역할은 범퍼를 눌렀을 때 너무 맥아리 없이 흐늘흐늘하지 않도록 하여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역할, 그리고 범퍼를 밟고 적재칸에 들어갈 때 범퍼가 꿀렁거리지 않게 발 받침대 역할 밖에 없습니다. 범퍼를 밟고 올라갈 때 사람의 체중은 범퍼 -> 범퍼 폼 -> 그 밑의 알루미늄 범퍼 빔 -> 차체 로 전달되기 때문에 범퍼 폼은 적당히 단단하고, 적당히 하중을 분산시키는 구조입니다.
이제 범퍼를 완전 고정시켜서 수리가 끝났습니다. 찢어진 부분은 거의 보이지 않는군요. 크롬 도금된 가니시 중간이 울어 있는 것은, 제가 교환하지 않고 재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차 잔존 가치가 높지 않기 때문에 너무 돈을 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아래 사진처럼 크롬 도금이 운 부분도 있지만, 수리 전 상태에 비하면 이 정도에서 만족하렵니다.

[나중에 보충] 테무에서 철사만 파는 제품의 설명을 보니 스테인레스라고 되어 있네요.
제 키트에 포함된 철사도 강력 자석을 대도 전혀 붙지 않는 것을 보니 스테인레스인 것 같습니다. 본문도 탄소강이라고 적었던 것을 스테인레스라고 수정했습니다.
[원래 썼던 댓글]
그냥 탄소강인 것 같습니다. 저도 부식이 우려되어 철사가 노출된 위를 100% 우레탄 접착제로 덮었습니다.
손재주 부럽습니다 ㅎㅎㅎㅎ
오 이거 정말 제가 찾던 겁니다!
플라스틱 깨졌을때 정말 용이하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