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로우님께서 2020년 1월에 남기신 글을 퍼왔습니다. 소름돋네요.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4504446CLIEN
'클리앙은 망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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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를 위해 그간의 게시물을 다 지운 게 작년 하반기쯤이었던 거 같습니다.
어차피 떠날 사람이지만 그래도 지난 17년 동안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드나들었던 곳이고, 많은 좋은 분들을 만나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고, 여전히 TG50과 NX80, UX50의 추억을 소중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마지막 글을 남깁니다.
클리앙은 망할 겁니다. 변하지 않으면 오늘의 유머처럼 망하리라 봅니다. 공교롭게도 오늘의 유머도 15년차 회원이었군요.
제가 떠나려고 마음먹은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다른 의견에 대한 과도한 배척
이건 어느 사이트나 비슷한 게 맞습니다. 아니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죠.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클리앙 회원들의 조롱과 비아냥은 과합니다.
과거 시국게 사태를 아시는 분이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땐 클리앙에서 정치 이야기는 금지였고, 회원 간에도 큰 갈등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정치 게시물 허용을 강력히 주장하며 당시 운영자님을 비판하기도 했었습니다.
노무현 시기와 이명박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클리앙은 특히 정치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당시 인터넷의 일반적인 시류에 비해 상당히 예외적인 곳이었죠.
어쨌든 그 당시 저는 소수파였고, 싸이퍼님에 맹목적인 옹호가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대였기에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기분은 많이 상했지만 떠나겠단 생각은 전혀 안 들었었습니다. 왜냐면 거친 소리는 들어도 어쨌든 건전한 비판과 토론의 연장선상으로 느껴졌고, 소수일지언정 우리 공동체를 바꾸고 싶고, 또 자기 자신이 바뀌겠다는 사람이 계속 있었거든요.
그때는 생각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클리앙의 주류라 느껴졌습니다. 그때도 역시 존댓말하는 디씨였고 비아냥과 조롱은 패시브였지만, 최소한 회원 간에 서로를 노골적으로 축출하고 따돌리는 행위는 저는 못 봤습니다.
예전에 클리앙 여론이 안철수를 추앙할 때 저는 조심스럽게 안철수 비판 글을 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나쁜 소리는 들었지만 어쨌든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고, 저도 뭔가 배우고 성장했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었고요.
지금이요? 무섭습니다. 커뮤니티라 함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클리앙의 여론은 보고 싶은 걸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싶어서 이곳을 방문한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당연히 이건 클리앙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트위터에 비하면 이곳은 아직 양반이죠.
그런데요, 클리앙에 과연 소수 의견을 쓸 수 있을까요? 저는 못 합니다. 조롱과 비아냥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지메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른 사이트도 똑같다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게 있습니다.
2. 메모와 빈댓글이 1번을 더욱 심하게 만들고, 부채질했습니다.
메모 기능 좋죠. 빈댓글도 주작으로 관심 끄는 어그로들한테 특효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어그로, 일베, 알바로 취급하는 정도가 클리앙은 너무 쉽고 과합니다. 특히 빈댓글은 일종의 처벌입니다. 특히 여타 커뮤니티의 반대와는 다르게 아이디가 직접 눈에 띄고 반대가 많아질수록 스크롤이 길어지는 만큼 아주 가시적이고 명확한 명예형입니다. 아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처벌은 효과가 없고 역효과만 낼 뿐입니다.
가장 심각한 건 메모 문제입니다. 메모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빈댓글과 알바 몰이와 엮어서 회원들이 그 기능을 이용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낙인 찍고, 따라다니면서 계속 댓글을 다는 행위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합니다.
다행히 저는 소수 의견을 자주 제시했음에도 노골적으로 메모 드립을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만, 가끔 다른 분들의 글에서 무엇 무엇으로 메모되었네요 등의 이야기를 보면 섬뜩합니다. 사람이 생각이 좀 다를 수도 있는데, 부딪힐 수도 있는데, 인터넷 커뮤니티는 모두의 공간인데, 몇 번의 다름이 낙인이 되더군요.
개중에는 정말 문제가 있는 글도 많았습니다. 특히 꼰대처럼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는 식의 글에 저도 비아냥을 날린 기억이 납니다. 메모 드립과 빈댓글의 상당수는 목적에 맞게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형법의 정신이 왜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것인지 조금은 고려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클리앙이란 공간이 마치 패를 나뉘어 세균전을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너는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를 끊임없이 묻고, 끊임없이 고백해야 하며, 다른 색깔은 존재해선 안 되는 것인양 취급합니다.
커뮤니티는 흘러야 합니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의견이 유입되고, 또 기존의 생각이 바뀔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클리앙은 흐르는 물이 아니라 완장을 두른 물탱크 속 고인물입니다. 그마저도 썩은 물을 퍼내겠다며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데, 통 속 물에서 썩은 물만 퍼내는 건 낭설입니다. 그저 흐르게 해야 돼요.
3. 클리앙은 민주당 지지를 위한 커뮤니티인가요?
과도한 조롱과 배척, 메모와 빈댓글 드립이 왜 자꾸 심해지는 걸까 고민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우선 내린 결론은 그들이 클리앙을 지키려 한다는 것입니다. 무엇으로부터? 이른바 적폐, 토왜, 일베 등으로부터 말이죠. 그 진정성만큼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틀릴 수 있습니다. "진보의 미래"도 상당 부분이 후회와 반성으로 채워졌던 것처럼, 어쩌면 지금 대통령도 잘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당은 물론이고요.
그런데 요 근래 클리앙의 모습은 어떤가요. 지지를 위한 커뮤니티도 아니고 저는 솔직히 팬클럽이라 느껴질 정도입니다. 팬클럽이니 내 스타를 비판하는 의견을 과도하게 비난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다 보니 메모와 빈댓글이 악용되는 것이고요.
아쉽게도 이제는 클리앙에 방문하시는 분들이나 남아계시는 분들조차 그 팬클럽임이 좋아서 방문하시는 듯합니다. 저는 사실 이 자체에는 아무런 유감이 없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방문하는 사람이 바뀌며 커뮤니티의 성격이 바뀌는 건, 위에도 썼듯이 오히려 권장할 만한 현상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곳의 많은 분들이 다음 세대의 변화를 원하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클리앙이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좋겠어서, 클리앙을 방문하는 분들이 안철수의 실체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여러 글을 썼었고, 비판받았고, 싸웠습니다. 저의 기여는 의미 없는 수준이겠지만, 어쨌든 클리앙은 변했습니다.
앞으로 또 클리앙의 변할 여지를 열어두십시오.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하던 커뮤니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던 커뮤니티가 되었던 것처럼, 미래의 클리앙은 문재인 대통령을 미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시민의 태도입니다.
지키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괴롭혀서 내쫓는 것만이 방법인지, 이 사람이 정말로 악의를 가진 사람인지 두번 세번씩 더 고민해보았으면 합니다.
4. 마지막으로.
저는 클리앙 회원이지만 동시에 pgr 회원이며, 오유, 웃대, 엠팍, 딴지, 뽐뿌 회원이기도 합니다. 디씨는 작년에 클리앙을 떠나고서부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클리앙에 대한 애정이 가장 컸습니다. 저의 첫 커뮤니티였고, SJ33을 한글화해보겠다고 들락날락하던 게 아직도 생생합니다. kpug 시절, 싸이월드 시절을 기억합니다.
원래 3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막상 이 글을 쓰다 보니 예전의 소중했던 기억이 생각나 마지막 제언을 남겨 봅니다. 저는 이 글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떠날 거지만, 어찌 되었던 제 의견을 토대로 활발한 논의와 토론이 이루어져 좀 더 합리적인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하는 마지막 바람을 남깁니다.
(1) 빈댓글 문화를 없애야 합니다. 이 문화는 다른 의견, 소수 의견을 과도하게 위축시킵니다. 필요하다면 좀 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반대 기능을 도입해야 합니다.
(2) 메모 드립을 금지해야 합니다. 이 행위는 의견 교환에는 하등 도움되지 않는, 비아냥과 다름없는 낙인찍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메모 기능은 발전시키되 누군가를 비판, 비난하기 위해 메모를 언급하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3) 회원 스토킹을 막아야 합니다. 관련 없는 게시물에까지 예전 발언, 게시물을 언급하며 따지는 것은 내쫓기 위한 괴롭히기에 불과합니다.
(4) (3)의 연장선상에서, 게시글 아래 예전 게시물 목록이 보여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는 (3)을 강화하며 낙인처럼 사용되어 소수의견을 더욱 위축시킬 뿐입니다.
(5) 특정 사안으로 게시판을 도배하는 문화를 자제해야 합니다. 자발적인 의사표현이라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권장할 만한 행위이긴 하지만, 내용 없는 제목으로 게시판이 몇 쪽씩 채워지는 것은 무엇보다 커뮤니티의 수명에 치명적입니다.
(6) 관리자님의 더욱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합니다. 비록 게시물 삭제와 관련하여 항상 많은 논란이 있지만, 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삭제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위에 언급한 사례처럼 배제와 축출을 위한 행위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글쓰기 권한 자체를 막거나 활동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처벌은 지금보다는 다소 엄격했으면 좋겠습니다.
(7) 무엇보다 회원들끼리 서로 감시하고 축출하는 게 아니라 너른 마음으로 배려하고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의견이라도 조금만 더 우호적으로 생각해보고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저히 아니다 싶어도 회원들이 자체적으로 처벌이나 그에 준하는 불이익을 주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관리자를 거치는 문화와 제도가 필요합니다.
이상입니다. 사실 클리앙에서 마음이 떠난 지 오래 되었다 보니 피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이거나, 잘못된 제언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회원들 간의 논의를 통해 올바른 자리를 찾을 거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그간 제 글을 통해 상처받으신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그간 다른 문제에 대해선 감히 저 스스로 당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유난히 흡연 문제에서 날카롭게 굴거나 비아냥거린 기억이 남아 있네요.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어디서 무얼 하든 건강하십시오.
화이팅 하자구요
/Vollago
본질을 잘못 파악하신듯 해요. 수고스럽지만 다른 시각으로 다시 접근해 보시길 권유드립니다.
ClienKit
본문을 몇번이나 다시 읽었네요.ㅜ
이정후 안타 영상이 있는 글을 보는것같네요.
차라리 태평양에서 태풍이 일어나는게 지리산 어느 산골 개미 뒷다리 발톱 하나가 빠져서라고 하시죠.
과도한 네임드 친목질이 만든 폐혜가 운영권 간섭에까지 미쳐 운영자 해명 보지 않는 게 이번사태 본질이라 봅니다.
다모앙으로 한탕 해먹으려 하는데 리그베다 광고넣어 나쁘다고 그때보다 광고 몇배는 더 넣은 나무위키 찾아다니는 꼴이랑 별반 다를바 없다고 봅니다.
다른 의견에 대한 배척이 도를 넘은 수준이라 판단되고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이 너무 강합니다.
같은 아이디로 가입되어있는 네이버 블로그까지 사찰하고 중국 경찰 운운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글쓴이께서 정제되고 젠틀한 언어로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하셔도, 돌아오는건 빈댓글에 비아냥, 프레임씌우기(반대세력화) 아닙니까?
그들만의 세상이 되어버렸고
(최근 운영진 바이럴 건이 이슈화되었지만)
언젠가는 존폐의 위기에 처할 커뮤였다고 생각합니다.
유명 커뮤니티는 다들 지지하는 곳이 있어요. 민주당 지지가 싫으면 엠팍 가세요~^^ 그곳이 어울릴듯한 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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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중학교 2학년때 광주사태 진실을 알려주신 선생님을 만나고부터
지금까지 진보좌파였고 딴쪽은 처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을 존경하고 바보 노무현을 절절히 사랑합니다
하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분들이 많아보이는이곳에서
일베조롱 당하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