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데, 저는 장롱면허 입니다. 2년 전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딴 후 한달동안 아버지 차로 몇번 운전 해본 게 전부고, 그 이후로는 운전을 거의 안해봤습니다. 사실 사는 곳이 미국이긴 했지만 대도시 다운타운에 살았기 때문에 운전할 필요를 못 느꼈고, 아파트에 주차장이 없었기에 매달 거주지에서 추가로 들어가는 주차 비용만 2~3백불 수준이었습니다. 여러모로 자동차를 운용하는 것보다는 그냥 우버 / 리프트 타고 다니는 게 훨씬 편하고 저렴했었죠.
그랬었는데.. 캐나다 밴쿠버에 이사를 오고 나니 자동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회사가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라 출퇴근시에 운전을 할 필요는 없는데, 여기는 우버도 없고, 택시 잡기도 불편하고.. 대중 교통은 뭔가 좀 애매하게 설계되어 있고. 차 없이 그냥 돌아다니기는 좀 여러모로 불편하더라구요. (물론 차가 사고 싶어 대는 핑계일수도 있습니다. 미국 살때는 뚜벅뚜벅 잘만 돌아다녔거든요.) 때마침(?) 캐나다에 이사 온 아파트에는 제 전용 주차 공간이 있었어요. 이 자리를 비워두자니 좀 아까웠습니다. 게다가 이제 20대 후반, 머지 않아 서른이 될 텐데 자차 정도는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언젠가 사야 할 자차라면 미리 사서 캐나다에서 좀 편한 삶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차를 구매하기로 결정하자 제가 장롱면허라는 게 걸리더군요. 캐나다는 다행히(?) 한국 면허증을 가져가면 캐나다 면허증으로 별 다른 심사없이 교환해 줍니다. 신청을 하면 3주 정도 걸려서 운전면허가 집으로 도착합니다. 대신 교환 시에 두달짜리 임시 면허증을 발급해주는 데 그걸로 자동차 구입 및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뭐 한국면허를 캐나다 운전면허로 세탁(?)을 하긴 했지만 장롱면허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데..
차 구입을 결정한 후에도 결정해야 할게 굉장히 많더군요. 일단 중고차를 살 거냐, 신차를 살거냐 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건 크게 고민을 안한게 무조건 신차를 사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 일단 중고를 굉장히 꺼려 하는 성격이고, 신차 준중형 vs 중고 중형을 고르라고 하면 저는 백프로 신차 준중형을 고를 성격인 걸 알았기에.. 게다가 귀찮은 걸 대단히 싫어하는 성격이라 중고차를 살 경우 이리저리 신경쓸게 많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계속 인지를 시켜줬기 때문에 (튜닝, 수리, 이런 거 질색하는 성격입니다.) 적당한 급의 신차를 사서 오래오래 몰고다니자, 고 애초부터 마음을 정하고 있었거든요.
신차를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이번에는 차종과 메이커를 정해야 합니다. 선택장애가 올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차에 크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첫차니 막연히 준중형 차중 적당한 것을 몰자, 라고 생각을 합니다. 차를 잘 아는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자 몇가지 기종이 튀어나오더군요. 최종적으로 벤츠 CLA, 토요타 코롤라, 혼다 시빅 정도로 압축이 되었습니다. 벤츠의 경우 디자인 때문에 제가 가장 사고 싶은 기종이긴 했는데 첫 차로 독일차는 다들 좀 만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일본차가 잔고장도 없고 신경쓸것도 별로 없다네요. 게다가 다른 두 기종에 비해 비싼데 과연 니가 사고를 안내고 무사히 다닐 수 있을 것 같냐고 묻습니다. 음..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남은 건 토요타 코롤라와 혼다 시빅이었는데.. 코롤라는 디자인이 너무 취향이 아니어서 패스. 남은 건 시빅이었는데 2016년형, 새로 나온 시빅이 너무 이뻐보이더군요. 그래서 큰 고민없이... 2016년형 시빅을 구입하기로 결정을 합니다.
그리고 나서 집 근처 혼다 딜러쉽을 갔는데, 이쁜 일본인 여성 딜러가 저를 맞이하더군요. 그리고 설명을 하는데.. 이번에는 트림을 고르랍니다. (....) 제가 어리버리하게 굴자 이 딜러가 친절하게 알려주더군요. 니가 자동차에서 필요한게 뭔지 말을 해보랍니다. 그래서 원하는 옵션으로는 열선 시트, 후방카메라 정도만 있으면 되고 선루프는 되도록이면 없는 게 깔끔하고 좋은 거 같다. 그랬더니 이 딜러가 하는 말이 그럼 엔트리 모델인 LX 를 사면 니가 딱 원하는 모든 게 갖춰지는 것 같다, 고 하더군요. 근데 실제로 보니 기본 모델이라는 LX 에 제가 원하는 모든 옵션이 다 포함되어 있더군요. 심지어 애플 카플레이 / 안드로이드 오토 까지 포함이 되어 있다는 겁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2016년형 시빅이 나오면서 혼다에서 온갖 옵션을 다 붙여서 엔트리 급을 만든거더군요. 개념찹니다.
그런데.. 딜러가 시승을 해보자고 합니다. 덜컥 겁이 나더군요. 2년간 운전을 안했으니까요. (....) 그래도 시승도 안해보고 차를 살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겁도 없이 2년만에 운전대를 잡습니다. 제가 너무 오랫동안 운전을 안했다고 솔직하게 말하자 그 딜러가 "그럼 내가 옆에 타줄게" 라고 말하더군요.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운전을 시작하고 주차장을 나가기도 전에 마구 브레이크를 밟아대고 갑자기 출발하는 등 개판인 저의 운전실력을 보고 딜러의 얼굴이 새하얘 집니다. 어찌 저찌 도로로 나갔는데, 여러가지 질문을 하는 저에게 딜러가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나중에 질문하고 일단 운전에 집중을 하는게 좋겠어." -0- 시승을 하긴 했는데 사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더군요. 차를 많이 몰아본게 아니라 비교군도 없었고, 일단 운전에 집중하느라 이 차의 승차감이 어떤지 힘이 어떤지 느낄 새가 별로 없었거든요.
어쨌든 전체적인 느낌은 마음에 들었고, 디자인이나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었으며, 옵션과 가격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시빅은 충분히 검증된 차종입니다.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딜러도 초보였나 봅니다. 제가 가격을 물어보자 너의 신용에 따라 다르긴 한데 대충 여기서 여기까지 나올 것 같다며 매달 내야할지도 모를 최소값과 최대값을 보여줍니다. 근데 그 둘 사이의 격차가 너무 컸습니다. 저는 뭐가 뭔지 혼란스럽고 모르겠어서 일단 알겠다고 하고 나옵니다.
그리고 검증차 집에서 더 가까운 다른 혼다 딜러쉽을 찾아갔는데.. 와 여기는 그 일본인 딜러와는 다르게 베테랑인가 봅니다. 처음부터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보여줍니다. 혼다 센싱은 기믹성 기능이니 빼라고 합니다. (근데 이건 좀 후회됩니다. 1300불 더 내면 꽤 괜찮은 안전 기능들을 추가할 수 있는 셈이었는데.. 저는 그 기능들이 필요한지 조차 모르고 있었죠. 나중에 차에 대해서 좀 알게되고 나서 보니 꽤 괜찮은 가격에 제공되는 안전옵션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차 가격도 정확히 말해줍니다. 여기서는 아예 저쪽 딜러에서 말한 최소값이 네가 매달 내야할 값이라며 바로 가격을 제시하더군요. 그리고 재고도 확인해서 제가 원하는 색상과 트림의 차가 자기네 웨어하우스에 있어서 이틀내로 출고 가능하답니다. 게다가 이 딜러는 자체 서비스 센터까지 저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운영중이었습니다. 그 딜러의 일목요연함과 명쾌함에 반해서 저는 그 자리에서 차를 계약해 버립니다. (....) 차를 사기로 마음 먹은지 이틀만의 일입니다.
그런데 차를 사기로 마음을 먹자 이번에는 리스냐 파이낸싱이냐를 놓고 또 고민을 해야하더군요. 리스는 한달에 내야하는 돈이 훨씬 적습니다. 다만 저는 차를 아예 구입을 해서 1년 반 뒤에 미국으로 돌아갈때 가져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파이낸싱 쪽으로 마음이 돌아가더군요. 그런데 이게 또 웃긴게 혼다에서 제공하는 할부금 계산기로 최종 금액을 계산해본결과 리스로 한 후 나중에 인수해버리는게 파이낸싱을 하는 것보다 더 싸게 나오는 겁니다. 더군다나 리스할때 이율을 1.99로 적용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캐나다에서는 신용이 거의 없다 시피한 저라 굉장히 괜찮은 조건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파이낸싱을 할까 하다가 결국 리스로 최종적으로 마음을 굳히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 이틀 뒤에 차가 나옵니다. 저는 자동차 구입이 이렇게 쉬운 건줄 몰랐습니다. 무슨 핸드폰 약정 계약 맺는 것과 난이도 차이가 별로 없어요. 이틀뒤에 차를 픽업하러가니 딜러가 손가락으로 저거 니차야! 그러면서 주차되어 있는 시빅을 가리키더군요. 새차라 그런지 반짝 반짝 빛나는 게 너무 예쁩니다. 일단 차를 인수하기전에 보험과 자동차 등록부터 하잡니다. 딜러샵에서 모두 대행이 된답니다.
근데 보험이 변수였습니다. 제가 사는 캐나다의 BC 주는 자동차 보험을 정부에서 운영하는 ICBC란 곳에서 독점합니다. 즉, 보험을 무조건 저곳을 통해서 가입을 해야해요. 좋은 점도 있습니다. 사고가 날 경우 어차피 두 차가 모두 한 보험사에서 보험을 하기 때문에 처리가 무지하게 간편하답니다. 단점은..? 독점이니 더럽게 비싸다는 겁니다. (.....) 처음에 저에게 묻더군요. 일시불로 낼래, 아니면 12개월 할부로 낼래. 으응..? 보험을 할부로 내? 그래서 가격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본인 부담금은 얼마로 할건지, 커버되는 총액은 얼마로 할건지, 주로 차는 무슨 용도로 쓸건지 이것저것 질문을 한 뒤에 쭈욱 견적을 뽑아서 보여주더군요. 맙소사. 1년치 보험료를 12개월에 나눠서 낼경우 매달 차 할부금의 두배가 되는 보험료를 내야 하더군요. 운전 경력도 없고 신차라 그런지 보험료가 미친듯이 비싸게 책정된 거 였습니다. 뭐 어쩌겠어요.. 해야지. (.....) 절대 사고를 내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그 자리를 나옵니다.
차 번호판까지 그 자리에서 달고 차 키를 인수 받고 나니 드디어 제 차가 되었습니다. 와 기분이 이상합니다. 제 명의의 차가 생긴겁니다. 라이트닝을 꼽고 아이폰을 연결합니다. 오 애플 카플레이가 됩니다. 너무 편합니다. 마치 아이폰을 필요한 기능만 자동차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것 같습니다. 노래 듣는 것도 편하고 내비게이션도 좋습니다. 애플 지도라는게 좀 단점이긴 한데, 대도시라서 애플 지도도 그럭저럭 쓸만한 것 같습니다. 물론 차를 처음 픽업해서 저희 집 주차장까지 오는 7분이 몹시 긴 시간(...)처럼 느껴지더군요. 잔뜩 긴장해서 차를 가지고 옵니다. 다행히 사고는 안났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차를 산지 한달이 지났습니다. 출퇴근 용도로 쓰질 않다보니 한달동안 400킬로 정도 밖에 달리질 않았습니다. 차를 몰면서 몇가지 느낀점은..
- 애플 카플레이가 너무 편합니다. 제가 쓰는 폰은 아이폰 6S+ 와 갤럭시 S7 엣지인데, 안드로이드 오토는 제 기준으로는 너무 불편했고 카플레이는 정말 쓰기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이거 달린 차를 고르려고 노력할 것 같습니다.
- 차가 충분히 큽니다. 준중형이긴 하지만, 트렁크나 뒷자석 공간도 충분하고.. 어차피 많아봐야 조수석에 한명 태우는게 전부이니 공간은 차고 넘칩니다.
- 주행에 관련된 건 사실 아직 뭐라 말은 못하겠습니다. (....) 초보운전이라 워낙 정속주행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직 고속도로를 몇번 안달려봐서요. 그래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안듭니다. 엑셀을 밟으면 밟는대로 쭈욱 나갑니다.
- 연비는 시내주행만 해서인지 썩 좋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이건 고속도로를 많이 달려보고 다시 평가해야할 듯 싶어요. 대충 시내주행 90 고속도로 10으로 했을때 리터당 11킬로 정도 나오는 듯 합니다.
- 기타 편의 사항 같은 것이 엔트리 트림치고 나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후방 카메라, 열선 시트,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뒷자석을 접고 4:6 트렁크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 등 제가 필요한 왠만한 것들은 대충 다 갖췄더군요.
여러모로 첫차라 너무 좋고, 아직 많이 몰지는 않았습니다만 차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곳 저곳 부담없이 다닐 수 있어서 그게 좋았습니다. 버스를 탈경우 삼사십분 걸릴 거리를 10분이면 가는 것도 매력적이고요. 너무 초보라 아직은 운전할때 긴장하며 하긴 하지만, 조심조심 운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HR-V 구매 예정 중이구요 ㅜㅜ
hr-v 곧 체인지 되는 것 같던데 기다리셧다가 사시는게 낫지 않을까요??
w.ClienS
잘 타세요. 시빅 정말 멋진 차라 막내 대학 졸업시키고 저도 시빅을 살까 생각중입니다. (저는 투어링으로.. ^^)
from CV
저도 캐나다에 있지만 시빅이 300은 좀 오바인데요
from C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