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많은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퇴보한 자유도인가 전작에 대한 향수일까.
폴아웃 4가 나온 이후에 전작인 폴아웃3와 뉴베거스에 비해서 폴아웃 4의 자유도가 뒤떨어진다는 불만이
많이 제기되었습니다. 사실 뉴베거스는 1회 플레이한터라 기억이 정확히 나지는 않지만 제 기억에는
후버 댐을 놓고 브라더후드/NCR/시저군단/미스터화이트의 4강이 경합을 벌이고 주인공의 선택에 따라서
엔딩이 달라지는 구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뉴베거스의 경우엔 주인공의 선택이 이후 세계관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반면 폴아웃3는 스토리의 큰 줄기의 진행에 있어서 자유도가 훨씬 덜하다고 생각됩니다.
폴아웃3의 스토리는 결국엔 브라더후드와 손을 잡고 엔클레이브를 제거하고 수질정화기를 작동시키는 것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자잘하게 이든 대통령(로봇)과 손을 잡고 수질정화기에 유전자 조작 바이러스를
넣는가 마는가 하는 선택이 있기는 하지만, 무조건 엔클레이브는 리버티 프라임에 폭파되고 브로큰 스틸
DLC로 연결되도록 스토리가 흘러갑니다.)
폴아웃 4의 경우에는 큰 4개의 팩션이 있고 (비록 인스티튜트와 나머지 3개 세력의 정면충돌로 정해져 있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3개 세력의 엔딩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 있지만,) 어느 세력과 연합하냐에 따라서 스토리의
큰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적어도 스토리 흐름에 있어서는 폴아웃 3보다는 자유도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폴아웃 4의 경우에는 전체적인 큰 흐름에 미칠 수 있는 자유도에 있어서는 오히려
뉴베거스쪽에 가깝지 않은가 하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스토리 진행을 하면서 확실히 뭔가 정해져 있는 길을
따라간다...라는 느낌을 피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 스토리 진행에 대한 자유도
플레이어가 이러한 느낌을 떨칠 수 없는 것은 아무래도 폴아웃 4에서 어떠한 큰 흐름속에서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서, 이를 달성하는 방법이 거의 "전투"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다행히도 폴아웃4에서 전투
부분이 크게 향상되면서 예전 폴아웃 3 시절에는 전투가 노동이었던 반면에 폴아웃 4에서는 다양한 총기와
인공지능이 크게 향상된 적들로 인해서 전투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반면에 전작에서 가능했던 말빨로 전투 없이 넘어간다던가, 천하의 죽일놈을 말로 구슬려서 개과천선하게
만든다던가 하는 진행은 거의 볼 수 없습니다. 굳이 기억해보자면 발렌타인 구출 퀘스트에서 마지막에 나오는
갱단 두목을 설득하면 그냥 지나갈 수 있다던지... 로봇 백화점에서 로봇 매니저를 말로 속여서 전투를 피한다던지...
몇몇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만. 폴아웃 1편에서 최종 보스인 마스터를 말빨로 이겨서 자폭하게 만드는 등의
획기적인(?) 게임 진행은 불가능합니다.
3. 플레이어를 무조건 적대하는 자잘한 중소 세력의 문제
폴아웃 시리즈의 전통적인 잡몹 세력인 약탈자(Raiders)들이 무조건 빨간색으로 뜨는 건 이해한다손 쳐도,
Gunners라는 나름 매력적일 수도 있는 세력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무조건적으로 주인공을 쏘고 본다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폴아웃 3를 여러 회 플레이해 본 사람이라면 노예상인(Slavers)의 일원이 되어서 수도황무지의
약자들을 노예로 잡아 팔아넘길 수도 있다던지, 브라더후드 아웃캐스트와 손잡거나 적대한다던지 하는 자잘한
선택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실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용병세력인 Gunners에서 전직 군인 출신(적어도 남자 주인공은)의 극강
전투력의 주인공을 포섭하려는 시도가 전혀 없다는 것이 거슬립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토리상 주인공이
Gunners와 절대적으로 적대해야 할 큰 이유도 그다지 없습니다. 동료로 영입할 수 있는 McReady와 손을 잡고
Gunners의 일원 몇명을 처단하는 퀘스트가 있기는 한데, 여기서 McReady를 배신하고 Gunners와 손을 잡는다던지
하는 선택지가 있었다면 분명히 흥미로운 내용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Gunners와 손을 잡으면 정착지의 경비를
돈을 주고 맡긴다던가 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4. 반면에 월드 자유도는 상승
폴아웃 4는 이러한 진행상의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탐험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자유도가 크게 상승했다고 봅니다.
일단 전체적으로 적들의 난이도가 플레이어의 레벨에 맞게 조정되도록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어서, 레벨이 낮아서
갈 수 없는 곳은 지도에서 몇 곳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가장 혹독한 지형인 Glowing Sea 지역도 초반에 얻을 수 있는
파워아머를 끌고 꾸역꾸역 탐험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저렙때 만나면 처치하기 거의 불가능한 몬스터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심지를 탐험할 때는 레벨 제한이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폴아웃 3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이 되기 전에는
슈퍼뮤턴트들이 득시글거리는 워싱턴 시가지를 들어가는게 거의 불가능했지만, 폴아웃 4에서는 중간 중간에 돌아가더
라도 다이아몬트 시티에서 굿네이버까지 초반에 주파하는게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덕분에 슈퍼뮤턴트라는 적들이 별로 무섭지 않게 되어버린게 좀 김빠지는 일이기는 한데, 슈퍼뮤턴트 자살병이라는
신설 병과가 나름 이런 점을 보완해주는 것 같습니다. (방심하다가 만나면 닥돌해서 핵자폭... 고레벨이어도 파워아머
없이 맞으면 즉사)
도시 내의 밀도도 크게 상승해서 들어갈 수 없는 건물이 생각 외로 많지 않습니다. 특히 꽤 많은 고층 빌딩을 내부까지
거의 다 표현하고 있는 부분은 칭찬하고 싶습니다. 맵상에 기록되지 않는 자잘한 건물들도 꽤나 많기 때문에 도심을
샅샅히 뒤져보면 항상 새로운 곳을 탐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새로 추가된 장비 개조 시스템과 마을 건설 시스템 덕분에 각각의 지역을 탐험할 때 뭔가 더욱 사명감(?)을 들게
해서 월드 탐험에 또 다른 보상을 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점입니다. 각 건물 내부의 잡템들도 시간이 지나면 적들과
함께 다시 채워지기 때문에 한번 클리어한 지역도 나중에 자원이 필요하거나 하면 다시 들락거리기 마련인데, 전투가
재미있고 잡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반복적으로 왔던 곳을 들락거림에 따른 지루함은 덜한 편입니다.
5. 불칠전한 롤플레잉
제 생각에 이번 폴아웃 4는 굉장히 불친절한 게임입니다. 크고 밀도있는 게임 세계를 던져주고 나머지는 거의
플레이어에게 맡기고 있는 수준입니다. 스토리나 서브 퀘스트등의 대화도 상당히 큰 줄기만 던져주고 나머지는
플레이어의 상상이나 자체 롤플레잉에 맡기고 있습니다. 배우자를 살해하고 아들을 잡아간 나쁜놈을 잡아야한다는
것은 게임 초반에만 잠깐 강조될 뿐, 절대 그것을 플레이어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부분에서
폴아웃 4의 스토리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아들을 찾아야 하는데... 잡템 5000개만 더 줍고 마을 10개만 더
건설하고 가야지...하는 부분에서 몰입도가 확 떨어져버린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가 폴아웃 4가 굉장히 불친절한 게임이라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자식찾아 3만리 게임인
위쳐3를 예로 들면 위쳐 3의 경우에는 매 막이 끝날 때 마다 시리의 행적을 보여주면서 심지어 시리로 한 레벨을 플레이
하면서 플레이어에게 이 게임의 목적에 대해서 다시 상기시켜주고 플레이어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매우 친절한 게임
입니다. 하지만 폴아웃 4에서는 이런 장치가 거의 없습니다. 플레이어가 아들을 찾는 일에 몰입하거나 말거나는
플레이어의 마음입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친절한 게임에 비해서 스토리가 맥빠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반면에 스스로 주인공의 입장에 감정 이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롤플레잉 능력이 뛰어난 플레이어라면 이러한
불친절함이 장벽이 되지는 못한다고 봅니다. 게임에서 재촉하지 않아도 그러한 플레이어들은 스스로 알아서 어버이의
마음으로 Shaun을 찾아 달려갈겁니다. 하지만 제 경우에는 역시나 잡템 5000개 먼저 줍고 마을 10개 먼저 건설하는
쪽이었습니다. 메인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는 저도 몰입하는 데는 실패한 셈이죠.
6. Minutemen 장군 롤플레잉 게임?
... 사실 제가 제대로 폴아웃 4의 스토리에 몰입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엔딩을 다 보고 난 이후입니다. 스토리도 끝나고
부담없이 Minutemen 장군에 빙의하면서 진정한 롤플레잉을 시작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지 게임 시스템상에서
모든 마을의 수치를 올리고 하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수치를 올리는 것을 원한다면 미리 제공되는 완성본 오두막을
두세개 건설하고 침대를 차곡차곡 20개씩 배치하고 물펌프를 6개씩 박아넣고, 터렛을 지어서 Defense 수치를 채우면 폴아웃 4
게임은 훌륭한 지도자라는 수치를 보여줄겁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방식은 그것과는 훨씬 거리가 있습니다.
마울의 전선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걸리적거리지 않으면서 미관을 해치지 않을까 고민하고, (정착 캐릭터들은 전선을
그냥 통과할 수 있습니다만...) 이름도 없는 모두 Settler에 불과한 주민들에게 각각의 직업에 맞는 옷을 입히고 갑옷을 사주고,
경비병에게 좋은 무기를 들려주고... (무기를 주거나 말거나 Defense 수치 자체는 똑같이 올라갑니다.) 마을 주민들이 해가
지면 모여서 놀 수 있는 술집을 만들고... 무너진 Castle의 벽을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메꿀 수 있을지 몇시간씩 콘크리트 블럭과
씨름하고... 벽을 지으면서도 복붙한 것 처럼 보이지 않게 매 칸마다 조금씩 다른 벽 타일을 골라서 붙이고...
이렇게 캐릭터와 일체가 되어 역할놀이에 집중해 본 게임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이것이 베데스다가 건설 시스템을 넣으면서 의도한 것이 정말 대단한 안목이고...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라면 정말 대단한
얻어걸림입니다.
... 결언
폴아웃 4가 납치된 가족을 찾고 보스턴 황무지를 둘러싼 4개 세력의 다툼을 정리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부족함이
많은 게임입니다. (졸작이라는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기대하던 명작의 반열에 들기엔 아쉬운 점들이 많습니다.)
즉, 어버이 롤플레잉으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황무지에 인류 문명을 재건설하는 한사람의 리더로서, 각 정착지를 관리하고 가끔씩 일어나는 약탈을 막으면서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 세계를 탐험을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저는 명작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어버이 롤플레잉으로서는 부족하지만 황무지 리더 롤플레잉으로서는 대만족합니다.
엘더스크롤시리즈도 큰 줄기는있지만 그거에 집중하건 말건 신경안씁니다.
오히려 길드퀘스트들에 집중에서 길드마스터가 되도 게임하나 한기분이랄까요.
그런맛도 있죠.
엘더스크롤 시리즈 퀘스트를 풀어나가는건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정면에서 싸울 수도 있지만. 대화로 혹은 돈으로, 독이든 음식을 식탁위에 놓거나
몰래 가방속에 넣거나. 암살할수도있죠.
그런데 잘 구현되어있지는 못했습니다.
어떻게 죽이던 경비원들이 다 알버린다던지 하는 버그등이 너무 많긴 하거든요.
폴아웃4는 그보다 더 선택지가 적은듯합니다.
나머지는 (저에겐)갓게임이었습니다
스토리로 전작과 비교하는 얘기도 많았는데..아들이 아빠찾아다니는거나 아빠가 아들찾아다니는거나 그놈이 그놈이란 생각입니다
그게 전혀 바뀌지 않은 모양이군용...
일단 dlc가 좀더 나와야 스토리 부분은 보완이 될 것 같습니다.
그전까진 심시티하면서 놀으라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네요 ㅠㅠ
건설 시스템에 몰입하게 되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ㄷㄷ 사람들이 폴아웃에 원했던 것 과는 방향이 다릅니다.
겜잘알 토오드는 플레이어가 길바닥에서 철조각만 보이면 팬티속에 쑤셔넣고 싶어지는 마인크래프트를 만들고 싶었나봅니다.
-너무 멍청해서 전투 위주의 플레이 밖에 할 수 없고 세계의 npc들도 주인공을 근육바보 취급하고 대화 선택지도 muuuu? 같은 것들이죠. -
폴아웃4에 대한 불만은
rpg라 부르기 힘들정도로 캐릭터가 세계와 괴리되어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플레이 방식과 결과가 지나치게 제한적입니다.
재밌는 게임이긴한데 재밌는 rpg라고 할 순 없을 거 같습니다.
#CL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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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느낀 폴아웃4를 완벽하게 표현한 문장입니다
폴아웃에 물을 많이 타서 베데스다식 향신료를 마구 부으면 이런 느낌일까 라는 기분을 많이 받았어요.
게임 자체는 재미있었으나, 클래식 팬들에게는 아쉬웠을 것 같습니다.
뉴베가스도 본편만으로는 이야기가 좀 허무하게 끝나는데 DLC 론섬로드까지 끝까지 진행하다보면 이 인간들이 어디까지 세계관을 설정해뒀는지 놀라고 각 팩션에 대한 디테일을 알아가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