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및 동영상 추가 여행기는 브런치 https://brunch.co.kr/@slowlife/53 에 올려놨습니다.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내 여행 방식은 한결같다. 한 지역에 도착하면, 숙소 밀집지역을 찾아간다. 그리고 거기를 뒤져서 내게 적합한 숙소를 찾는 것이다. 그렇게 잠자리를 해결하고 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다.
방비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미진이와 아영이가 동행이 되었지만, 도착해서 할 일은 똑같았다. 숙소를 찾는 것이다. 미진이와 아영이는 전혀 계획 없이 여행 온 상태였기에 걱정이 많았었고, 그나마 나는 태국과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쳤기 때문에 조금 마음이 편한 상태였다. 자연스레 그녀들이 방 구하는 것을 돕고, 나도 방을 구할 참이었다.
미니밴이 내려준 곳부터, 숙소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랏? 방이 없다. 여기도 없고, 저기도 없다. 당황했다. 처음이었다. 난 이미 배낭여행 두 달 차였다. 꽤 많은 경험이 있었고, 당연히 방을 구할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그런데 그 확신은 무너져버렸다. 이렇게 숙소가 다 꽉 차있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비싸고 불친절한 경우가 많아 잘 가지 않는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를 들어갔다. 세상에 거기에도 방이 없다. 심지어는 바닥에서 자야한단다.
'지금 휴일이 겹쳐서 방이 없어요.'
그랬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일이 겹쳐 있었다. 그것도 하나만 겹친 것이 아니었다. 일단 대한민국이 황금연휴였다. 5월 달이었는데, 부처님께서 또 자비를 베풀었나 보다. '꽃보다 청춘'이후로 라오스에 놀러 오는 한국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아졌는데다가, 심지어 황금연휴니... 한국 사람들이 아주 꽉꽉 들어찼다. 이게 끝이 아니다. 태국도 연휴란다. 무슨 연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방비엥에서 무슨 페스티벌 같은 것이 있단다. 어쩐지 자꾸 '쒸이이잉!'소리가 나면서 로켓 같은 것을 발사했었다. 결론적으로 라오스 사람까지 몰려온 것이다. 그래서 잠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난감! 당황! 당혹!
그때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에서 다른 곳을 소개해 줬다. 워낙 방이 안 좋아서 그 방에 머물던 분들이 한인 게스트 하우스로 옮겼다고 했다. 그러니 그 방이 남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갔다. 그러니 정말 방이 있다. 문제는 에어컨이 없고, 냄새가 좀 난단다. 그래서 원래는 안 내어주는 방이란다. 그리고 세명이 함께 방을 써야 한단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좋을 수도 있다. 언제 이렇게 어린 여성분들과 한방에서 지내보겠나? 하지만, 우린 그럴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다른 곳을 조금만 더 알아보겠다고 말하고 나왔다. 도착한지 40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두 시간 동안 우리는 방을 찾아 헤맸다. 없었다. 아무 데도 없었다. 물론 한 군데, 저 깊숙한 어느 곳에, 아주 무서운 개들이 막 쫓아와서 우리를 째려보는 그런 곳에 방이 있긴 했다. 하지만 정말 엄청난 바가지를 씌운다. 우리는 아까 봤던 그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세상일은 언제나 내 맘대로 안된다. 돌아갔더니 그 방 나갔단다. 우리는 좌절했다. 졸지에 진짜 길거리에서 노숙하게 생겼다. 나는 그래도 어른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한인 게스트 하우스 가면 뭐 바닥이라도 내 주겠지.'
그러자 그분이 말한다.
'사실 진짜 안 주는 방이 하나 더 있는데...'
무슨 스티브 잡스 빙의도 아니고, 자꾸 '원 모어 띵!'을 외친다. 참, 신뢰도 하락하는 게스트 하우스다. 우리가 받은 방은 꽤 좋은 경치를 지니고 있는 곳이었다. 단지 단점이라면 화장실 냄새가 올라온 다는 것이었는데, 이미 지쳐있었기에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정도라고 여겨졌다. 그리고 에어컨이 안 됐는데, 상관없었다. 돌아다니는 것이 더 더웠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그 방에 묵기로 했다.
자연스레 방으로 들어가는데 가만 보니, 한방에 우리 셋이 있게 됐다. 갑자기 혼숙이 시작됐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괘.. 괜찮아요?'
늙은이라 그런지 괜히 신경 쓰이고, 괜히 그래도 되나 싶고 그랬다. 그러나 역시 요즘 젊은이들은 시원시원하다.
'괜찮아요!'
그래. 요즘 애들 쿨하다. 그래서 졸지에 무려 12살, 13살 나이 차이 나는 여자아이들과 혼숙을 하게 됐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 뿐이다. 노숙을 하지 않는다는 것 만으로 감사해야 했다.
다음 날, 우리는 다시 방을 알아봤다. 다행히 일요일이 되면서 관광객이 많이 빠졌다. 함께 방을 구하러 다니는 데, 이 아이들이 역시 또 쿨하게 트리플룸을 잡자고 한다.
'정말 자꾸 그렇게 제안해주시면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처음에 나는 그녀들이 단지 돈을 아끼기 위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함께하면 조금 더 재밌는 여행이 될 것 같았나 보다. 나 역시 그녀들과 함께해서 즐거웠다. 서로 '무한도전'을 좋아했고, '크라임씬'의 광팬이었고, '그것이 알고 싶다'를 즐겨보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짧은 동행으로 우리는 서로가 잘 맞는 사람들임을 알았나 보다. 기적과 같은 확률로 만난 인연이, 서로 잘 맞기까지 한다는 것. 역시 기적적이다. 뒤를, 관계의 끝을, 만남의 마지막을 미리 생각하는 것은 오만일 뿐이다. 이 기적 속의 기적은 그저 감사하고 누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트리플룸을 잡고 한방을 쓰기 시작했다. 나이차 많이 나는 여자 둘과 남자 하나의 동행이 시작됐다.
from 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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