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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뒤늦은(?) 영화 [마돈나] 이야기 3

2015-08-07 22:12:43 1.♡.5.245
ader

뒤늦은(?) 영화 마돈나 리뷰입니다.

 

최근 영상업계 분들과 영화리뷰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네 번째가 영화 마돈나였습니다.

 

저희는 한 명(실제 마돈나 색보정 작업자)을 제외하고는

무척 재밌게 본 영화네요.

그런데, 오늘(방금) 확인해보니 스코어가 아주 형편없습니다.

이럴 영화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네이버 영화 페이지의 댓글에서

알바 운운하는 것을 보면 '뭐지?'싶기도 하고 좀 그렇습니다.

 

 

사실 마돈나를 보러 가기 전 클리앙서 본 글에서도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죠.

 

 

왜 그럴까?? 이런 좋은 영화가 왜 그리 평이 안 좋고

관객수도 얼마 안 될까? 라는 아쉬움마저 듭니다.

 

 

그래서 이젠 주위에서 마돈나 상영관을 찾아보기도 어렵게 된 지금에서야

이 리뷰를 올리며 남들의 단순 악평과 달리 좋은 영화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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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인 : ‘사기 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라는 질문부터 먼저 던진다. 이 영화는 세상을 사는 수단과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극의 초반에 강렬하게 배치한다. 돈 때문에 사람을 살리는 병원의 실질적 소유자가 했던 대사들은 단호하다. 

“나는 질문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싸구려 동정심 따위가 없기 때문이다.”

라는 대사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기득권의 당위를 설파할 때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무서움이 있었다. 신수원 감독의 전작인 [명왕성]을 봤었는데 그 역시 무서운 영화였다. 무섭게 느껴졌던 이유는 이 영화들이 현실을 너무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그렇다. 내가 잘살기 위해서는 사기도 치고 거짓말도 하고 강제로 빼앗기도 해야 한다는 무의식이 누구에게나 내재해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 동기가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그 행동 동기 자체가 공포로 다가왔다. 컴컴하고 어둡고 나 홀로 떨어져 있어서 무서운 게 아닌,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실제 생활 공간인 교실, 사무실, 공장, 복도에서 벌어지는 일상들, 그 자체가 공포라는 메시지를 준다.

임대혁 : 이번 마돈나도 그렇게 봤다는 건가?

최병인 : 그렇다. 회상으로만 등장하는 여주인공 미나의 실제 생활 주변에는 사람은 많았고, 미나는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같이 뒤섞여 숨 쉬는 사람이다. 미나가 언어능력이 없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미나와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미나를 둘러싼 인물들에게 미나는 현실적으로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느껴지는데, 왜냐하면 우리는 미나 같은 인물을 우리 생활에서 실제로도 지워내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 미나가 당한 일들은 현실에서 우리가 행했던 일이기도 하다.

김 준 : 미나의 학창시절 교사도 그런 얘기를 한다. ‘존재감 없는 애들이 있다’라고.

임대혁 : 난 그다음 장면을 주목해서 봤다. 동기였던 젊은 선생을 부른다. 부른 이후로 반말을 한다. 선생을 대하는 느낌이 아닌 아직도 학생을 대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손님 앞에서조차 조심성 없이 튀어나오는 단어들을 듣다보면 평소에도 좀 막 대하겠다는 느낌이었다. 성폭력에 대한 접근을 실제 생물학적 성으로 하는 사람도 있지만, 힘의 논리를 말하는 이들도 있다. 성폭력을 당하는 피해자에 대한 힘의 우월함을 즐긴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아주 잠시 지나가는 컷이었지만 힘의 논리를 말하려던 게 아닌가 싶었다.

김 준 : 비슷한 느낌이었던 게 영화에서 나오는 섹스 장면들도 하나같이 그런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침대에서 나누는 성관계는 남녀 간의 동등한 사랑을 표현하지만, 영화상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고는, 다 구강성교밖에 없었다. 구강성교라는 게 남자는 서 있고 미나는 봉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임대혁 : 초기 삐끼역을 맡았던 집창촌에서 우연히 손님을 받게 되는 상황에도 뱃속 아이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상황을 타개하는 말 한마디가 “서비스 해드릴게요”였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술 취한 손님이 씩 웃으며 가만히 서 있고 미나는 구강성교를 시작한다.

최병인 : 그러고 보니까 미나는 침대에서 섹스해본 경험이 한 번도 없었네.

김형희 : 작업하면서 우리끼리 ‘오랄영화’라고 부르곤 했다.

최병인 : 침대라는 건 사실 사람이 휴식을 취하는 건데 한 번도 침대에서 쉼이 없었다. 마돈나가 거주하던 집들도 다 그런 형태였다. 이불 하나, 담요 하나 깔렸고 조명이 어두운 환경에서 거주하는…

김형희 : 대사를 보면 알겠지만, 고시원이라 나온다.

임대혁 : 텔레마케팅 일을 할 때 “고시원에 살면서 그런 구두를 신을 수 있어?”라는 대사를 담당 팀장이 한다.

김 준 : 마돈나에서 표현하는 색은 빨강과 파랑이다. 빨강은 정열적이고 섹시한 느낌도 있긴 하지만, 욕망을 표현하기도 한다. 반대로 파랑은 자유를 나타내는 데 사용됐다. 각자의 욕망을 표현할 때엔 빨강을 사용했었다. 사장(상우)과 해림이 같이 일을 하기로 하고 마시는 술이 레드와인이다. 그리고 미나가 일했던 집창촌의 빨강은 원초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색이다. 달걀을 버리는 씬에서도 달걀 노른자위에 있는 핏줄에서 빨강의 욕망을 느꼈다. 영화 처음 시작 장면에서 해림이 집에서 아침에 눈을 뜨는데 청구서 날라오는 게 먼저 보였다. 사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 차에 새로 들어간 병원에서 만난 사장의 제안을 받을 즈음, 회장의 삶을 하루라도 살아보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 그런 욕망(돈)이 있지만 하수구에 달걀을 버리는 행위로 욕망도 버리고 아이를 살리는 선택을 하게 된다.

김형희 : 달걀을 버리는 것으로 전환점을 표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는데, 그 감독님이 빨강과 파랑을 설계할 성향은 아니어서…(웃음)

김 준 : 미나가 텔레마케팅 업체를 떠나며 구두를 놓고 가는데, 그 색깔이 파랑이다.

임대혁 : 내 뒷열 가운데 즈음에서 나이가 좀 있는 연인이 앉아서 영화를 보시는데, 매 상황에 대해 감탄을 연발해서 신경이 자꾸 거기로 갔었다. 특히 그 장면에 바로 이어지는 컷에는 여자분이 “어머 저거 똥 싸는 거야?” “진짜?”라고 하셔서 난감했었다.

김형희, 김 준 : ㅎㅎ 그 소리 나도 들었다.

임대혁 : 좀만 더 했으면 “영화 볼 땐 잠시만 조용해 주시죠”라고 하고 싶었었다.

김형희 : 그전까진 정확한 내용은 안 들려도 무언가 두런두런하는 소리가 들렸었다.

임대혁 : 두 분이 데이트하시는 거였다.

임대혁 : 다시 돌아와서… 그 전까지 미나는 다른 이들에게 욕망의 배출구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때엔 처음으로 받았던 선물과 함께 자기의 배설물을 놓고 가는 것이라고 느꼈다.

김형희 : 그래놓고 하나도 변하지 않고 다시 이용당하는 모습 때문에 해당 장면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임대혁 : 달걀 같은 경우, 병아리가 되려는 와중에 달걀 프라이를 하게 되면, 새 모양이 살짝 노른자위에 나오게 된다. 핏줄 비슷하게 보여준 것은 그냥 단순하게 이전에 버렸던 아기를 기억나게 하는 매개체였던 것 같다.

김 준 : 해림의 아이, 미나의 아이, 버려진 달걀이 다 같은 의미는 맞는 거 같은데, 난 거기서 빨강에 주목했었다. 아기 태아 사진을 보면 태아 목에 감긴 탯줄도 역시 빨강이 돋보인다.

김형희 : 탯줄로 자기 목을 감는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에 맞춰 작업해달라는 말을 듣고 궁리하다 빨간색으로 칠해 잘 보이게 한 것이다. 내가 한 것은 아니고 CG 팀에서 한 것이다.

김 준 : 그냥 넣었을 수도 있지만, 이야기 흐름으로는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최병인 : 늘 하는 이야기지만 만든 사람과 보는 사람은 각자의 생각을 할 수 있다.

김 준 : 미술감독은 설계를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있긴 하다.

최병인 : 난 달걀을 보면서 ‘이건 정교하게 잘 만들었다’라는 생각을 했다.

김형희 : 실제 달걀 위에 핏줄을 그린 것이다. 원래 촬영은 맨 달걀이었다. 작업 대부분이 독립영화인데, 독립영화는 돈이 풍족하지 않다 보니 CG를 잘하고 비싼 곳에서 하지 못하고 알음알음으로 저렴하게만 하다 보니 좀 티도 나고 퀄리티도 떨어지는 편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이번 작업은 잘하는 이 팀과 엮이게 됐다. 정상적인 CG를 보게 되어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었다.

임대혁 : 마지막 미나가 해림의 아기를 구해서 물 위로 올라가는 장면은 합성 티가 많이 났다.

김형희 : 그건 아예 더미(인형)니까.

임대혁 : 아기가 아닌 물과 배경의 합성이 어색했다.

최병인 : 그건 색 보정을 잘못한 거다. 티가 안 나게 잘 해줘야지 잘 못하니 티가 나는 것이다.

김형희 : (웃음… ; 마돈나 실제 색 보정 작업자)(전원 웃음)

임대혁 : (to 김형희) 잠시만 손들고 있어달라.

김형희 : 나도 그걸 맞추려고 CG 팀에 알파채널을 요청했었다. 그런데 그쪽 팀 프로세스상 어렵다고 해서 넘겼던 작업이다. 그런데! 회장 있는 병실 보면 배경에 장비들이 계속 돌아가는데, 그게 실상은 꺼진 것이다. 다 CG로 넣은 것이다. 그래서 “돈도 없으면서 그걸 다 CG로 하는 게 말이 되느냐, 실제 장비를 켜야지”라고 했지만, 실제 의료기기를 구할 수가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김 준 : 실제 병원에서 촬영하지 않는 한은…

임대혁 : 촬영 병원에서 진행한 것 아니었나? 엔딩 크래딧에 보면 thanks to 목록에 병원이 몇 나오던데…

김형희 : 해당 장면은 병원이 아니었다. 병원 촬영 씬은 복도나 수술실 등으로 한정되었었다. VIP 병동을 실제 섭외하려 했으나, 잘 안 됐다고 들었다. 어쩔 수 없이 호텔에서 촬영하며 병원 씬을 소화했다. 보통 CG 작업을 하게 되면 ‘넣었나 보다’ 정도의 인식을 하게 되는데, 해당 장면에서는 그 누구도 CG였을 거로 의심하지 않았다는 게 대단하다. 심지어 해당 장면을 보면 초점이 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렌즈의 DOF를 맞춰놓고, 그것을 배경으로 인물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작업하는 게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을 실제 작업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 것이다. 더군다나 더 대단한 것이 있다. 마돈나가 영화제에 나가게 되면서 일정이 최초 계획보다 한 달가량 당겨졌었다. 이에 작업물을 요청했더니 그때까지의 작업물을 받았었고, 원래 예상 작업 기간이 다 된 한 달 후에는 제대로 작업한 완성본을 또 건네받았었다. 그냥 봐서는 두 작업물 간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영화제에 내보냈던 1차 작업물은 자기들 기준으로 성에 안 찼던 것이다.

김 준 : 예술영화라서인지 이전의 [무뢰한]과 비교하게 된다. 무뢰한에서는 ‘내가 예술영화를 찍었어’라고 대놓고 말하는 편이라면, 마돈나는 보는 사람이 ‘이건 예술영화구나’라고 인지하게 되는 차이가 있는 거 같다.

임대혁 : 영화를 보러 오기 직전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었다. 몇몇 포스트에서 ‘이건 상업영화가 아니고 예술영화다’라고 말하는 것을 봤다. 실제 보니 웬만한 상업영화보다 몰입감도 있었고 재미도 있었고, 그들이 말하는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게 됐다. 인터넷만 믿고 재미는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왔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김형희 : 사람들이 무겁고 센 얘기에 대해서는 일단 부정적인 시각을 깔고 보는 게 있는 거 같다.

최병인 : 그런 얘기는 무조건 피하려고 든다. ‘그 영화가 무겁고 세데’라고 하면 안 보려고 한다. 사실 무겁고 센데도 재밌을 수 있는데, 무겁고 세다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가지고 자기와 분리하려고 하며 일부러 회피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건 곧 그런 것을 찾아볼 때가 가까워졌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갑자기 망하기 직전 사회상이라고 본다. 실제로 쫄딱 망하면 그런 어두운 영화를 보게 된다. 역사적으로도 세계대전이 나기 전의 영화와 이후의 영화는 분위기가 확 다르다. 실제로 참상을 겪기 전과 후의 세계적 분위기가 참 많이 달랐었다. 무겁고 센 얘기를 대단히 싫어한다? 좋지 않은 시절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좀 오버 섞인 내 느낌이 그렇다. 더 나빠지기 전에 현실을 현실대로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임대혁 : 무겁고 센 것에도 정도가 있을 것이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재미가 덜해질 수도 더 해질 수도 있는데, 단순히 무겁고 쎈 영화를 ‘내 시선’이 아닌 ‘남의 시선’으로 판단한 것뿐인데 그것만으로 터부시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병인 : 대중은 그냥 그렇다. 무겁고 세다면 일단 안 보는 게 현상이지 않은가.

임대혁 : 내가 마돈나를 제작했다면(물론 제작과 배급은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배급을 좀 더 키워서 나가도 괜찮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

김형희 : 엄청나게 바랐던 일이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일단 터미네이터 개봉과 맞물렸고…

김 준 : 전에 작업할 때 변요한 관련 얘기하던 작업 아닌가?

김형희 : 맞다. 작업을 12월에 했고 일단락된 것이 올 1월이었다. 감독은 전에도 베를린, 칸에 갔었고 그래서 이번 작업에서도 영화제를 바라는 상황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당시가 드라마 [미생]이 인기몰이를 할 때니 ‘이 여세를 몰아서’ 배급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냈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은 영화제라는 위상이 있으니 영화제를 바랐었다. 영화제를 빌미로 개봉 규모를 키우려 했지만 못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영화제 인지도로 관객 수가 느는 것은 5%, 많아야 10%를 넘기지 못한다고 보는데, 관객 수 늘리기에는 변요한 팬층에 대한 홍보가 더 효과가 클 시기였다. 어느 정도냐면 올해 초, 그러니까 배급계획은커녕 작업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변요한 팬들이 극장에 와서 마돈나 언제 개봉하느냐고 물어봤을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그때 개봉했던 게 상업적으로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 싶다.

임대혁 : 미생에서 변요한 캐릭터가 좋았었다.

김형희 : 얼마 전 모 드라마에서는 그다지 재미를 못 봤었고 그래서 시들해졌다.

임대혁 : 병원 옥상에서 해림과 사장이 대화 나누는 장면과 회장에게 물린 호스를 제거하기 직전의 화면, 두 씬은 색 보정 측면에서 다른 화면과 달리 무지 세게 보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김형희 : 실제로 그 두 부분이 색 보정 작업 시 가장 어려웠던 장면이다. 첫 번째 옥상 씬은 유리 벽에 빛이 난반사 되어 색이 형언할 수 없이 이상했었다. 거기에 야외에서 찍다 보니 해가 구름에 가려지고 나타나는 등 노출 변화가 심해서 톤을 맞추느라 엄청나게 고생했다. 결국, 톤을 일정하게 세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

최병인 : 차라리 톤을 안 맞췄으면 어땠을까? 현실이 원래 그렇잖은가.

김형희 : 현실은 테이크를 여러 번 가지 않는다.

임대혁 : 연출에 의한 결과물이 아닌 시간 제약이 불러온 결과물이라 보면 되는가?

김형희 : 현실은 대화할 때 자연스럽게 어두웠다가 밝아졌다 해야 하지만, 이편 대사는 1번 테이크고 저쪽 대사는 9번 테이크 정도로 벌어진다면 그 틈이 눈에 이상하게 비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톤을 맞춰야 했다. 특히 대화 씬은 어렵사리 맞춰놨는데, 대화 끝나고 풀샷으로 빠질 때는 다시 해가 쨍하게 나온다.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색 보정이라는 게 전체를 밝히거나 어둡게 만들 수는 있지만, 비추고 있는 햇빛을 없애거나 없는 조명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화 후반 병실 혜미 씬에서는 분위기가 무거우니 톤도 어둡게 잡았었다. 하지만 연출 입장에서는 연기가 잘 보이길 바랐던지라 어쩔 수 없이 전체적으로 어둡게 만들고 인물만 따서 밝히는 작업을 했다. 병실 씬의 꽤 많은 분량이 그렇다. 병실 씬 중에서도 언급한 마지막 장면은 더욱 센 장면이기에 콘트라스트를 더욱 벌려서 어둠이 더 진하게 했다.

개인적으로 CGV 여의도를 좋아하는데, 여의도의 작은 관들은 싫어한다. 작은 관들은 너무 밝기 때문이다. 원래 더 어둡게 잡았다가 관리상태가 안 좋은 상영관에서는 너무 어둡지 않겠냐는 의견에 좀 더 밝힌 것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 의도보다 조금 더 밝힌 데다 우리가 본 여의도 상영관은 더 밝은 곳이라 그 고민과 작업이 감점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우리가 본 톤이 원래 의도보다 환하게 나왔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만약에 여의도 같은 밝게 세팅된 상영관을 위해 데이터를 따로 줄 수 있다면, 원래 작업한 결과물을 봤을 수 있었고 그랬다면 분위기가 더 살았을 것이다. 물론 더 밝아져서 이득인 컷도 있긴 하지만, 그 외에는 너무 환해져서 별로였다. 

임대혁 : 연출을 염두에 둔 조명이나 색 보정 관점에서 보자면 선과 악의 대립(?) 같은 화면 구성이 됐을 법한 장면들도 방금 말한 극장의 문제인지 전반적으로 밝아서 그 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김형희 : 원래 너무 어두워서 걱정인 영화였는데, 오늘 보기로는 좀 밝은 분위기였던지라 아쉬웠다. ‘선과 악의 대비’까지는 아니고 두 사람의 대화에서 한쪽에 느낌을 주는 작업을 하긴 했는데, 전반적으로 톤이 올라가며 그 정도가 너무 과했던 건 아니냐는 생각마저 하게 됐다.

임대혁 : 뭔가 대비가 있었으면 좋았겠는데 다 화사했었다.

김형희 : 사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룩이다. 블랙만 까맣고 전반적으로 환한… 내가 작업한 영화가 내가 싫어하는 분위기로 나와서 속으로 ‘평소 내가 욕하던 룩’이 됐다고 생각했다.

최병인 : 좀 더 잘하지 그랬나.

김형희 : 별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극장마다 데이터를 따로 줘도 된다면 그에 맞춰 작업할 용의도 있다. 다만, 배급비가 많이 뛰어서 문제이지…   

 최병인 : 나는 그렇게 거슬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색 보정 쪽으로는 컬러리스트 김형희의 작업이라 믿고 봤다.

임대혁 : 나도 거슬렸다는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ㅎㅎ;;;)

김형희 : 노이즈 많이 보이지 않았는지.

최병인 : 노이즈 때문에 ‘촬영 상황이 열악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노이즈를 완벽하게 잡는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작업과정에서도 노이즈에는 신경을 덜 쓴 부분도 있겠으나 촬영상황도 한 몫 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었다.

김형희 : 노이즈가 심한 경우가 아니면 신경을 덜 쓰는 편이다. 일부러 그레인을 넣기도 하는데 굳이 뺄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도 있고 해서, 노이즈가 심한 곳만 제거한다. 이번 작업도 그랬다. 그런데 상영관이 밝아서 노이즈가 두드러지니까 웃기게도 노이즈 제거 작업을 한 곳은 매끈하고, 저 정도는 둬도 괜찮겠다 싶어 노이즈 제거 작업을 하지 않은 곳에서는 노이즈가 두드러져 보였다.

최병인 : 노이즈를 생각하면 무뢰한은 정말 노이즈 제어가 완벽했던 것 같다.

임대혁 : 나는 노이즈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안 쓰는 타입인 거 같다. 아주 심각한 경우 아니라면 노이즈에는 신경이 가지 않는다.

김형희 : 색 보정하는 입장에서 나오는 얘기는 노이즈 제거 작업의 일률성이 부족하면 오히려 더 노이즈가 두드러져 보인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이번 작업처럼 작업자의 임의대로 제거하는 곳과 놔두는 곳이 존재하는 경우 말이다. 아예 싹 제거하고 영화 전체에 그레인을 같은 정도로 먹이는 게 나을 거란 고민을 전부터 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노이즈라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보게 된다. 다만 그렇게 하자면 시간 소요가 상당한데, 이번 작업의 연출과 촬영감독은 노이즈에 대해 민감하지 않기에 쉽게 갔는데 오늘 보니 노이즈를 다시 정리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김 준 : 영화를 볼 때 항상 맨 앞자리에 앉다 보니 노이즈가 매번 잘 보인다. 그런데 그것도 5분 정도 지나면 안 보이게 된다.

최병인 : TV에서 볼 생각을 하면 빼는 게 나을 것이다. TV로 볼 때 노이즈에 대해 민감해진다.

김형희 : 전송상의 압축 때문에 그렇다. 전송 압축할 때 노이즈에 불리하다. 그나마 공중파 전송률은 20MB/s니까 어느 정도 괜찮지만, IPTV는 처음에 5MB 정도로 했다가 하도 욕을 먹어서 올린 게 겨우 7~8MB/s이다. 문제는 마돈나가 공중파에서 방영될 리 없고 IPTV로 보게 될 테니 무조건 노이즈를 빼야 할 것이다.

최병인 : 연출자가 색 보정에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 아까 언급됐던 블루와 레드만 보인다. 블루는 잔인한 현실을 표현한 색조인 것 같고, 마돈나가 나오는 단독 샷은 항상 따뜻했던 기분이었는데, 연출자의 의도가 들어간 게 아닌가 싶다.

김형희 : 그건 내가 저지른 것이다. 여주인공에 대해 관객들이 동정심과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싶을 경우 따뜻하게 잡는다.

최병인 : 화면이 푸르딩딩하다가 마돈나만 나오면 따뜻하게 화면이 보여서 촬영을 그렇게 한 건가 싶었다.

김형희 : 촬영도 어느 정도 그렇게 한 것이고, 내가 좀 더 간 것이 있다. 마돈나 촬영감독과 내 성향이 잘 맞는 편이다. 따뜻한 쪽은 내가 좀 더 강하게 가는 게 있다.

최병인 : 신수원 감독은 색 보정 작업을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게 스토리가 워낙에 잘 잡혀 있어서 색감이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었다. 일단 여배우 단독에서 따뜻하게 나오는 것은 좋았다. 주제를 잘 살려줬다고 생각한다.

임대혁 : 나도 원래가 글쟁이다 보니 사실 이야기가 좋으면 부가적인 것들엔 눈이 잘 안 가는 편이다.

김형희 : 신수원 감독의 성향도 그런 쪽이다. 색으로 분위기를 전달하기보다는 배우의 연기로 분위기를 이끌고 나갈 수 있게 ‘전체적으로 잘 보이는 색 보정’을 선호한다. 필요하다면 일부러 보여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내 성향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래서 아쉬운 영화가 [명왕성]이었다. 내가 작업한 게 아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지하실에서 벌이는 인질극 시퀀스 있지 않은가. 그 부분이 그전과 분리돼서 마지막에 갑자기 인질극을 벌이는 거고, 지하실이고, 나름 매우 급한 상황인 거고… 장소가 지하실이기도 하니 좀 더 어둡고 진하게 잡았으면 전 장면들과 대비로 인해 분위기가 잘 살았을 거라는 생각이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참 아쉬웠었다. 비슷한 감정을 느낀 영화가 [더 테러 라이브]였다. 더 테러 라이브는 처음에 라디오 부스에서 혼자 진행하는데, 상황이 터지면 졸지에 그곳이 TV 스튜디오가 된다. 여기에 후반 폭발장면까지 총 세 시퀀스로 나뉜다. 개인적인 생각은 TV 스튜디오 시퀀스를 좀 더 화려하게 가고 양쪽을 눌러줬으면, 기복이 있으니 감정 전달에 더 도움이 됐을 텐데 그러지 않고 일정한 밝기로 갔다.

최병인 : 더 테러 라이브는 그런 요소의 부재로 몰입이 안 되거나 하는 영화는 아니었다. 워낙에 재밌었기 때문에.

임대혁 : 그거 말고 CG 때문에 몰입이 안 됐었다.

김형희 : 색 보정 잘했다고 뭔가가 크게 변화하지는 않겠지만, 영화제 가면 5% 정도 관객 수가 늘 거라는 의견에 덧붙여 스토리에 어울리는 색보정을 하면 20%정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최병인 : 아무튼 마돈나 단독 샷의 따뜻한 색감은 높이 평가해주고 싶다.

김형희 : 감사하다.

임대혁 : 뭐… 분위기에 초 치려는 건 아니지만, 최병인 실장의 칭찬은 관객 수 증가와는 상관없다. (전원 웃음)

김형희 : 실제로 모 배급사에서 실험한 적이 있다. 색 보정 작업까지 마친 영상을 하나는 그냥 상영하고 다른 하나는 극장 여건에 맞춰 색 보정을 손본 후 상영을 했다. 이를 알리지 않고 블라인드 시사를 한 다음 평점을 받았는데 두 극장의 평점이 다른 것이었다. 일반인들은 ‘색보정이 좋았으니까?’ 같은 이유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보기 편하니’ 재미있다는 감정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최병인 : 2.35:1 화면비에 대해 궁금하다. 명왕성은 2.35:1이 아니었던 것 같다. 마돈나는 촬영부터 2.35:1 작업이었나?

김형희 : 그렇다.

임대혁 : 화면비 관련해서 오늘 좀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영화 시작 전 직원의 재미있게 보라는 말이 끝나고 스크린의 좌우 커튼이 벌어지는 게 ‘이 영화는 2.35:1 영화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최병인 : 원래 그렇다.

임대혁 : 보통은 돼 있지 않은가.

최병인, 김형희 : 아니다. 영화 시작할 때 펼쳐지는 게 원래 그렇다.

임대혁 : 오늘 그런 모습을 처음 봐서 신기했다. (난 이제껏 1.85:1 영화만 봐왔던 걸까?;;;;)

최병인 : 극장 광고 시간에는 16:9로 광고되고 영화 시작할 때 커튼을 벌리게 된다.

김 준 : 미나가 만삭 사진 찍은 걸 보면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계단에 서 있는데, 이것은 천국으로 가는 이미지를 형성화한 것 같다. 영화 곳곳에 말이 아닌 이미지로 설명하는 모습들이 보이는 게 ‘이런 게 예술영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임대혁 : 영화상 울컥했었던 장면이 두 곳 있었다. 하나는 미나가 학창시절 운동장에서 체육 시간 갑자기 쏟아지는 비 때문에 검정 잉크로 머리 염색한 게 발각돼 뛰쳐나가는 장면과 김 준 감독이 말한 미나가 찍은 만삭 사진을 해림이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우연히 발견하는 장면이 내게 그런 감정을 가지게 하였다. 다른 분들은 혹 그런 장면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최병인 : 나도 눈물을 흘렸다. 변요한이 아기 팔목에 달린 명찰에 이름을 써주는데 ‘장미나’라고 쓴다. 아기 이름이 ‘장미나’인 것을 확인한 순간 확 북받쳐 올랐다. 엄마 이름이자 아기 이름이라는 사실이. 끊어지지 않는 인생의 굴레 같은 게 느껴졌다. 그 아기의 이름을 지어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그 아기는 그 이름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아들인지 딸인지 밝혀지지 않다가 이름을 보고 딸이겠다는 섣부른 유추를 하게 된다.

김 준 : 그와 관련해서 씨앗을 한 번 던진다. 집창촌에서 삐끼가 아닌 손님을 받게 되는 상황, 임신한 것을 보고 손님이 던질 말이 “어? 임신했네? 여자애를 배고 있으면 내가 두 명을 먹는 거네?”이다. 손님의 말에서 아기의 성별과 관련한 작은 단서가 나온 것이다.

최병인 : 결국 딸이 딸을 낳고, 또 그 딸이 자라나 엄마가 되고 그녀를 낳아준 엄마의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 딸에서 딸로 이어지는 영겁의 연대기이며, 거대한 우주의 수레바퀴와 같이 인류의 비극이 계속해서 윤회 된다는 느낌이 밀려들었다. 그 어쩔 수 없음이 내 감정을 치고 때리는 순간이었다.

김 준 : 해림이 사장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 ‘이 아기가 아버지도 모르고 어머니도 죽는데 과연 태어났을 때 어떤 삶을 살아가겠느냐’고 한다. 나는 거기에서 예전 인터넷에서 돌던 히틀러와 베토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난 히틀러와 가정환경이 불우한 데다 아기를 낳게 될 경우 어머니마저 위험에 빠질 위험이 다분한 베토벤. 해당 포스트에서는 아기의 미래를 알리지 않고 두 아기 중 한쪽만을 선택하게 한다. 현재 상황만으로 출산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가, 힘든 환경이라고 아기의 가능성을 지워도 되는 것이냐는 고민을 감독도 하지 않았겠냐고 생각했다.

김형희 : 신수원 감독, 애 엄마이기도 하기에 그랬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병인 : 이 아이는 죽어야 해. 이 얘기를 들은 사람들 대부분은 그런 선택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낙태를 굉장히 많이 한다. 연애를 하다 보면 결혼 전에 낙태를 한 번쯤은 하고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떠벌리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 연애의 결과가 결혼이 아니더라도 낙태 경험은 있고 그렇다. 그게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아기를 낳아서 어떻게 할 건데’라는 의식 때문에 우리 사회는 계속 애를 죽이는 사회가 된다. 애를 낳는 것이 인생의 부담이고 걸림막이라는 계산은 너무 쉽게 도출된다. 설사 그런 불리함을 무릅쓰고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나머지 문제가 있다. 내 아이도 나처럼 루저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의심을 한다. 그 의심도 합리적이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낙태는 지극히 현명한 선택과정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장미나가 또 하나의 장미나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드러날 때, 감독의 메시지가 엄청나게 세구나..라고 느꼈다. 멀쩡한 정신과 하자 없는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선택은 낙태라는 은밀한 폭력을 이성적 판단이라는 핑계로 되풀이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서 무시당하고 이용당하고 얻어터지던 장미나, 멀쩡한 사람들의 조롱과 스트레스 풀이에 이용될 뿐이던 장미나는 합리적인 부류들이 이해하지 못할 선택을 한다. 생명의 가치를 외면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장미나 개인으로서는 아둔한 선택이고 인류에게는 묵직한 선택이다. ‘꼭 살려내야 할 가치 있는 생명은 무엇인가?’ 라는 크고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그 질문에 거대한 역사를 담아놓은 듯 느꼈다. 이 영화의 초반에 나왔던 대사인 “나는 질문하는 사람을 싫어한다.”가 요약하는 종속적 세계관과 극한 대비를 이룬다. 

김 준 : 애 낳고 화장실에 버린다거나 신생아를 유기하는 거나 예전부터 언론에서 어렵지 않게 봐오던 이야기이다. 그건 결국 낙태를 해야 하는데 시기를 놓쳐 애를 낳고 책임 회피를 하는 것이다. 사장이 “뱃속에 있을 때 죽이는 건 살인이 아니다”라 얘기하는데 인간 생명의 존중은 어디서부터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김형희 : 우리가 해방, 전쟁 이후로 서구 문물을 갑작스레 받아들이고 서구화되며 많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전통적인 한국의 문화는 엄마 뱃속에서 10달을 지내고 나오면 그 기간을 나이로 친다. 그래서 만 나이가 우리 나이와 다르다. 그런 기준으로 보자면 잉태된 순간부터 하나의 온전한 생명일진데, 우리의 전통 개념인데, 태아를 죽이는 건 살인이 아니라니…  

임대혁 : 낙태를 한다거나 성폭력을 당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굳이 대놓고 여자에 국한해 문제를 얘기한 게 아니면서도 초점이 여자 쪽으로 옮겨갈 수 있는데, 사회 약자들의 얘기인 게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태아 관련해서는 살인이 아니라는 대사가 있지만, 내가 알기로는 인공유산 즉 낙태 관련해서는 안전을 생각하면 3개월 이내에 하는 게 좋고 법률적으로도 기준이 되는 개월 수가 있다고 들었었다. 그런 걸 무시하고 무조건 아니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의사는 아니지만, 관련 직종에서 10년이나 몸담고 있었던 사람 입에서 나올 얘기는 아니다. 약자에 대한 성찰 없는 무책임함은, 내재한 권력관계가 성폭행으로 실체화된다는 의견과 그 궤를 같이한다.

김형희 : 관계자여서 할 수 있는 얘기이긴 한데… 원래 시나리오에 있었던 씬이 촬영과정에서 빠진 것도 있고 촬영은 했으나 분량상 빠진 것도 있고 캐릭터 하나가 아예 없어진 것도 있다. 그 없어진 것들을 나는 아쉬워했다. 그중 하나는 영화 시작할 때 해림이 돈 받고 안락사를 해주는 장면이 있는데 빠졌고, 마지막에 대신 복수해주는 장면도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해림의 버스 씬이 왠지 도망자 느낌인 게 원래 설계에는 그런 연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다 살았다면 내 취향에 더 어울렸을 것이다. 우리가 본 최종 상영본보다 해림이 더 세고 강력했으면 싶은 마음이 있었다. 중간에 사장과 간호사가 정사하는 씬이 있는데 그게 해림이었어야 하고, 그랬다면 상황이 좀 달라졌을 테고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그런 쪽이 상업성 면에서도 더 도움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

최병인 : 큰 도움이 안 됐을 거다. 어차피 한국은 작은 영화에 신경 쓰지 않는다.

김형희 : 아니… 그러니까 5%를 언급하는 거다. 그렇게 큰 욕심은 없다.(웃음)

최병인 :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참 돈 안 썼다는 것이다. 그 흔한 크레인 샷, 스테디샷이 없었다. 다 트라이포드 놓고 찍었다.

임대혁 : 길게 간 컷이 있긴 한데 스테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최병인 : 카메라 워킹이 화려하거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라는 게 없었다. 흥행적으로는 힘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신수원 감독이 영화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칸에서 상을 받아오는 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변요한 앞세워 5% 흥행하는 것보다 영화제 신경 쓰는 게 나아 보인다.

김형희 : 변요한은 5% 아니다. 영화제가 5%, 변요한은 그보다 훨씬 영향력이 컸다.

임대혁 : 그러나 지금은 약발 떨어졌다.

김형희 : 고작 6개월 차이로. 그때 변요한은 칸에 댈 게 아니었다. 압도적이었다. 당시 단편상상극장이라고 단편들 모아 상영하는 KT&G 상상마당 고정 프로그램에 당시 변요한 인기도 있고 해서 변요한이 출연한 단편들을 모아서 상영했었다. 원래 화요일 저녁에 한 회만 진행하는 행사였는데, 너무 사람이 몰려 화요일 전 시간대로 회차를 늘렸는데도 매진이었다. 존재 여부도 몰랐을 KT&G 상상마당의 예술영화 전용관에 변요한 팬들이 구름같이 몰라와서 극장 직원들이 버거워할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신수원 감독에게 바라는 것은 예산이 적을 때는 CG 샷 좀 안 했으면 싶다. 영화마다 그 규모의 영화가 감당하기 힘든 판타지한 씬들이 들어간다. CG라는 게 기본적으로 돈이 있어야 한다. 아까 잠시 언급된 수중 아기 구출 씬, 원래는 훨씬 거대했었다. 스태프들이 한목소리로 ‘제작비를 다 쏟아부어도 그 한 장면 감당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줄이고 축소해서 그 정도로 타협한 것이다.

최병인 : 영화의 편집이 잘 됐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스토리가 좋아서 그렇지 기술적인 재미를 찾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 기술적인 재미 때문에 극장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말이다. 터미네이터나 쥬라기 공원이나 매드맥스 등이 그런 좋은 예이다. 사람들은 볼거리를 위해 극장을 가지 피곤한 얘기를 굳이 찾아보기 원하지 않는다. 신수원 감독도 어느 정도 타협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김형희 : 환상 씬 같은 키 이미지 하나를 빼놓고는 보는 즐거움, 시각적인 재미를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다. 진정성 있게 나가면 우린 된다는 주의이다.

최병인 : 신수원 감독은 최근 본 영화 중에서 나를 두 번이나 울렸다는 점에서 대단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명왕성에서도 울컥했었고 이번 작품에서도 눈물 찔끔했다.

임대혁 : 한 때 문학청년으로서 감수성이 쓸데없이 풍부했던 사람인데, 어느 순간 너무 무뎌진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뉴스에서 누군가의 사망 소식을 들어도 ‘그냥 죽을 때 된 어떤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고 바로 닥친 식사시간에 무얼 먹을지가 더 관심사인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데 간만에 감정을 자극하는 작품을 만나서 좋았다.

김형희 : 하도 오랫동안 이 작업을 해서 볼 때마다 편집을 바꾸고 싶다. 혼자서 한 파트씩 들어내 보기도 했다. 그럴 때 ‘들어내야 한다면 고등학교 시절이다’라 생각했었지만, 막상 들어내려고 보면 거기 이미지가 영화와 잘 어울린다.

최병인 : 거기 좋은데?

김형희 : 전체 스토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들어낸다면 거기가 일 순위였다.

최병인 : 거기가 제일 중요하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너 머리 왜 갈색으로 염색했어?” 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회를 바로 보여준다. 생긴 대로 살면 안 되는 것이다. 사회가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야지, 자기 생긴대로 살면 매를 맞게 되어 있는 사회다.

임대혁 : 그런데 거기에 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태생적으로 머리카락 색이 갈색이었는지는… 학생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병인 : 잉크로 염색할 정도면 원래 갈색인 거다. … 갈색으로 염색한 건가??

김 준 : 원래 갈색이었고 잉크로 염색한다. 그래서 비를 맞으니 잉크가 흘러내린다.

임대혁 : 그런데 한국 사람 중에 갈색 머리카락이 있나?

김 준 : 있다. 나 자신이 고등학교 때까진 살짝 갈색에 가까운 검정이었다. 드라이를 많이 하면 갈색톤이 되기도 한다. 잉크가 흘러내리는 것도 검정의 이미지가 흘러내리는 것이다. 그 이미지를 보며 ‘아 이제 저 아이는 절망에 빠지겠구나’ 싶던 찰라 내레이션으로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병인 : 절망은 이 영화에서 대단히 중요하게 공들여 보여주려 했던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제목인 마돈나라는 이름은 서구문화에서 ‘성녀’와 ‘창녀’의 이중적 표상을 가지고 있다. 이중적이라는 것은 본질을 알 수 없다는 의미이며 부조리에 빠진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민을 곱씹게 한다. 원래의 자기 머리카락을 잉크로 물들여야 했듯, 내가 아는 자기와 남이 보는 자기, 자기가 원하는 자기와 타인으로부터 강요당하는 자기는 늘 충돌하고 서로 부작용을 교환한다. 그렇기에 모든 관계의 귀결은 절망이 된다. 이 영화는 그 절망에서 건져 올리는 실존주의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이 영화는 현실에 있을 듯한 인격들을 끌어들여 스토리를 만들었지만, 그 인격들이 놓여있는 상황은 현실적이지 않게 설계된 판타지이다.’ 쉬운 예로 들자면 마돈나의 향락영업용 명함이 그렇다. 그 명함의 전면에 사용된 마돈나의 프로필 사진은 누가 봐도 그런 쪽의 향락권유용 홍보명함으로 쓰일만한 이미지는 아니다. 향락영업을 하는 여성이 뚱뚱한 자기 몸을 그대로 드러낼 리가 없고, 설사 그러려고 해도 포주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 장사 망칠 일 있나.

김형희 : 명함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뚫고 지나가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하는 얘기가 ‘마돈나에 나오는 남자들 다 취향 특이하다’이다. 권력구도와 관련지어 하고 얘기를 이끌어가고 싶은 의도는 알겠는데, 뭔가 세상 모든 남자가 마돈나를 어쩌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상황이 그게 좀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임대혁 : 마돈나가 모든 남자의 취향이라기보다는 갖고 놀기 쉬우니까, 약자니까 그런 대접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김 준 :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의 말은 100% 믿는 병이 있다고 들었다. 미국에서 실제 자기 동생들을 죽이려다 실패하고 사형 선고를 받은 여자 얘기를 본 기억이 있다. 그 여자와 사귀게 된 남자를 집안에서 반대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여자에게 “너희 가족이 우리 사랑을 방해한다”고 계속 얘기를 하자 여자는 피해망상증에 걸리는 상황까지 발전, 범죄를 기획하기까지 한 것이다. 마돈나도 그런 병(윌리엄스 증후군)이 있었을 확률이 높다 본다. 텔레마케팅 업체 근무 시절, 과장에게 다 바쳤지만 이용만 당하는 것이다.

김형희 : 집창촌과 텔레마케팅 업체에서의 관계들은 이해하고 넘어간다 치지만 공장에서의 일은 좀 아니다 싶은 상황이다. 시작하자마자 운전기사는 좋아하고 있다.

김 준 : 좋아했다기보다는 미나의 흐트러진 모습에 쉽게 작업할 수 있는 이미지로 생각하고 접근한 것이다.

임대혁 : 첫 장면을 보면 좀 멍한 상태인 데다 다리를 벌리고 있다. 여자들이 의자에 앉는 것을 생각해보면 다리를 한쪽으로 모으거나 다리를 꼰다거나 다리 위에 가방을 얹어놓기 마련이다. 평범하지 않은 마돈나의 모습에 백미러를 내리고 그 모습을 즐긴다. 즐긴다는 것은 나보다 윗사람을 향하는 감정일 수는 없다. 나보다 아랫사람, 힘없는 사람을 보고 즐기고 괴롭히는 가학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김 준 : 다리를 즐기던 데서 영상으로 자신의 성기 모습을 담아 보내는 데까지 발전하기에 이른다.

임대혁 : 마돈나 연기를 한 권소현이란 배우가 예뻐 보였다.

김형희 : 요즘 보면 미녀가 돌아다니고 있다.

임대혁 : 영화상에서 말하는 거다.

김형희 : 거기에서 살을 빼서 훨씬 예뻐졌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러니한 게 집창촌에서 처음 당하는 씬,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장면이 제일 예뻐 보였다. 이야기 흐름으로 따지면 좀 이상하지만 색 보정을 하면서 ‘여기가 제일 예뻐 보인다’고 생각했다.

임대혁 : 뱃속 아기를 생각하고 희생을 각오한 어머니라 그랬던 게 아닐까?

최병인 : 권소현의 실물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김 준 : 스태프들과는 친하게 지내겠지만, 배우들과는…

김형희 : 시사회 뒤풀이에서 잠시 봤을 뿐이다. 개인적인 교류는 없었다.

임대혁 : 예전부터 해림을 연기한 서영희 씨 팬이었다. 그 배우도 좀 쎈 연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김복남 살인사건 같은 경우를 보면 소름이 돋기도 하다.

김 준 : 영화 포스터만 봤을 때는 공포영화인 줄 알았다.

김형희 : 포스터만 보면 해림이 피해자일 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 준 : 서영희 씨가 피해자인 공포영화라 생각했다.

임대혁 : 세 줄 평을 하고 마치도록 하겠다.

최병인 : 권소현 배우를 보고 싶습니다!

임대혁 : 재청합니다!

김 준 : 한 표 더합니다.

김형희 : 감독님에게 물어는 보겠다. 그런데 요즘 심기가 불편하셔서…

임대혁 : 너무 재미있게 잘 봤다고 전해달라.

최병인 : 정말 감동적이었다.

임대혁 : 할 일 없으시면 잠깐 들르셔서…

일동 :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임대혁 : 바쁘신 와중에 시간을 쪼개어 왕림해주시면 무한한 영광이겠습니다 _ _)

김형희 : 작업을 길게 하고 워낙 많이 봐서 시사회 때에도 상영시간이 아닌 뒤풀이에만 참석했을 정도이다. 그래서 영화 외적으로… “감독님 계속 잘하시고 다음에는 CG 많지 않은 거로 하면 좋겠습니다.”

김 준 : 리뷰를 진행하며 좋은 얘기만 하는 것 같긴 하지만,,, 말로만이 아닌 이미지로서 친절한 예술영화였다.

임대혁 : 오래전부터 리뷰를 위한 예술영화들을 많이 봐왔었는데 오늘 본 마돈나는 예술영화가 아닌 일반 상업영화로 했어도 좋았겠다 싶었다. 사회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이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 생각한다.

김형희 : 이 리뷰를 감독님이 보면 무슨 표정으로 어떤 얘기를 할지 짐작된다. 아마도 그 말은 “거봐 다들 좋아하잖아, 너만 싫어해”가 아닐까 싶다.

ader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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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3]
와이어액션
IP 220.♡.203.15
08-07 2015-08-07 22:35:04 / 수정일: 2017-04-30 15:35:47
·
마돈나 : 라이크 어 버진
천하장사 마돈나
마돈나(2007)
마돈나(2014)

마돈나라는 영화도 꽤 있는지라.
2014년 마돈나 맞나요?
ader
IP 1.♡.5.245
08-07 2015-08-07 23:12:31 / 수정일: 2017-04-30 15:35:47
·
네... 현재 상영중인 2014년작
서영희, 권소현 주연의 마돈나입니다
Cloak
IP 182.♡.206.14
08-07 2015-08-07 23:12:08 / 수정일: 2017-04-30 15:35:47
·
2014년 마돈나인듯하네요. 개봉은 저저번달엔가 했습니다.
저는 매우 흥미롭게 봤어요. 인상적인 영화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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