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런 부끄러운 경험으로 클리앙에 처음 글을 써 보게 되네요.
나름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하기에 저같은 못난 가장이 다시 생기지 않길 바라며 시작해 봅니다.
지난 석가 탄신일 연휴동안 저희 가족은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3박4일 일정으로 즐겁게 관광하고 맛난것도 먹으며,
어느덧 마지막 날이 되고 가이드 인솔하에 호텔 체크 아웃을 하고 관광지 두곳을 둘러보고, 패키지 상품 필수 코스인 라텍스 쇼핑,
필리핀 특산물 쇼핑을 하고 , 점심식사후 오후 두시쯤 공항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이때까지는 모든게 순조롭고 평화로웠으나 공항에 도착하자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더군요. 아마도 다른 팀들도 비슷한 일정으로
공항에 도착하게 된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가이드가 보딩하려면 출력 해 놓은 이티켓이 필요하다고
알려주어서 공항 출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트렁크를 열어 이티켓을 꺼냈습니다.
그러나 트렁크에 짐이 많아 잘 닫히지 않자 와이프가 힘들어 해서 전 잠시 제가 들고 있던 슬링 백을 카트 위에 올려 놓고
와이프를 도와 여행가방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그게 크나큰 실수 일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10초도 안된 시간동안 뒤를
돌아보니 제가 잠시 내려 놓은 슬링백은 온데 간데 없고 전 제눈을 의심하고 제가 잠시 기억상실에 빠져 가방 놔둔곳을
잊은줄 알았습니다. 제가 가방을 도둑 맞았다는 사실을 깨닿는데는 몇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당황했지만, 울고 싶은 마음을
억누루고 가이드에게 가방을 도둑 맞은것 같다고 얘기 했습니다. 그러자 가이드의 질문은 딱 하나였습니다. '여권은요?' ,
그렇습니다. 저, 와이프, 아들의 여권이 그 가방에 다 들어 있었습니다. 제 얼굴은 이미 사색이었지만, 가이드의 얼굴도 같이
사색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일정대로 저희 가족이 출국하는 것은 포기 하고 다른 여행객들을 보낸 후 가이드는
주위의 경찰같이 생긴 보안 요원에게 가방을 도둑 맞아서 CCTV를 확인해야 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어딘가로 안내해
주더니 서류를 저에게 한장 내밉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CCTV 확인해야 하는 사유서 같은걸로 생각됩니다.
간단히 bag 이라 쓰고 서명하니 CCTV 모니터가 있는 통제실 같은 곳으로 안내 합니다. 거기서 도둑 맞은걸로 예상되는
시간과 위치를 설명하니 쭉 돌려 봐 줍니다. 화질은 구려서 얼굴은 확인이 안됩니다. 하지만 제가 가방을 내려 놓자
카트 주위로 현지인처럼 보이는 남자 3명 정도가 접근하고 2명은 그앞에 서서 병풍을 쳐주는 모양새고 한명이 가방을
들고 유유히 공항 밖으로 나갑니다. 저 바로 옆에 저희 일행이 있었지만 일당중 한명이 시간을 물어 봐서 주의를
흐렸다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CCTV에서 도난 사실을 확인한후 , 그곳의 직원이 공항내에 파출소 같은 곳으로 안내해줍니다.
거기서 police report라는 것을 작성해야 합니다. 이게 왜 필요하냐면, 일반적으로 도난물품에 대한 여행자보험회사에
보상 청구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여권 재발급이나 재발급 받은 여권에 대해 출국 심사시에 입국 도장이 없는 상태라
왜 재발급 받았는지에 대한 추궁이 이어지고 출국 거부가 될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공항 직원들도 친절하고
경찰서 조서 써주는 경찰도 친절했습니다. 그러나 서류 출력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하여, 우리 가이드는 일단 영사관에
가서 임시 여권을 발급받자고 합니다. 가이드가 수완이 좋았는지 바로 30분내에 기사 딸린 승합 렌트카를 섭외해옵니다.
공항에서 세부 본섬으로 이동하여 교통 정체를 뚫고 영사관으로 향합니다. 영사관에 전화해 보니 여권용 사진 두장씩
가져 오랍니다. 젠장. 하지만 우리 가이드는 가는길에 쇼핑센터의 사진관으로 안내해서 사진 두장씩 찍게 해줍니다.
대충 똑딱이 디카로 찍는데 현란한 뽀샵질로 여권 사진을 뚝딱 15분만에 인화합니다. 한시간 정도 걸려 세부 한국 영사관에
도착해서 재발급 신청서등 3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영사관 직원에게 주니, 임시여권 받는데,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다행히 여권 사본을 가지고 있어서 신분 확인은 빨리 되었습니다. 저/와이프/아들 세명의 임시여권, 이걸 공식적으로는 여행
증명서라고 하더군요. 모양새는 여권과 비슷하지만 찍혀있기론 '여행 증명서'라고 써 있습니다.
단순히 대한민국으로 가기위한 일회용 패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거의 한시간 걸려 3명의 여행자 증명서 발급 받고난
시간이 오후 6시쯤, 다시 공항으로 이동합니다.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정체가 심합니다. 그와중에 가이드는 항공편을 알아봅니다.
다음 날 새벽 한시 대한항공 비행기가 있답니다. 한시간걸려 다시 공항 도착해서, 가족들은 차에
대기하고 가이드랑 저는 공항내 파출소로 다시 갑니다. 낮에 근무하던 경찰관은 퇴근하고, 다른 경찰관이 근무하고 있고
police report는 출력되어 서명까지 되어 있었지만, 이노무 경찰이 갑자기 지금 이거 써준 경찰관이 퇴근했으니 내일 받아가랍니다.
이미 서명까지 되어 있는데 못주는 이유가 뭐냐 물어보니 , 지금 받아가야하는 이유가 뭐냐고 되묻네요,
그래서 출국할때 곤란할수 있어서 받아가야한다. 봐라 우리 영사관에가서 임시 여권도 받아왔다고 설명하며, 여행증명서
보여주니 갑자기 이걸 police report없이 어떻게 받았냐며, 저랑 가이드를 국제 범죄자 보는듯한 눈빛으로 추궁합니다.
전 연신 플리즈 헬프 마이 패밀리를 외치고 가이드는 지금 이놈들이 돈달라고 하는 거라며 저에게 귀뜸해줍니다.
일단 저녁시간이 지나서 애들이랑 와이프가 굶고 있으니 차로 돌아가서 근처 식당에서 식사하고 오라고 합니다.
그동안 가이드가 경찰 설득해서 police report 받아내겠다고 합니다. 저는 머 시키는 대로 할수 밖에 없으니 가이드 말만
믿고 차로 가서 공항 근처 한식당에서 식사를 합니다. 식사가 끝날 즈음 가이드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police report 받았으니 어서 공항으로 오세여' 이제 집에 갈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공항으로 다시 가서 항공권 발권을 합니다.
대한항공 편도 성인2 / 소아 2, 1400불 나옵니다. 다행히 지갑과 핸드폰은 바지 주머니에 있어서 무사히 결제했습니다.
발권을 하고 출국심사에 가니, 심사관이 certificate of arrival 을 요구 합니다. 없다고 우리 도둑 맞았다고 하니
입국할때 이용한 항공사에서 서류를 떼오랍니다. 세부 퍼시픽 항공이라는 저가 항공사인데, 부스에 가보니 본사에
연락해서 받아야 하기 때문에 3일 걸린답니다. ㅆㅂ , 다시 출국 심사대로 가서 여차 저차 얘기를 하니 ,
착하게 생긴 직원이 출입국 기록 조회해서 이상없으면 통과 해준답니다. 진작 그냥 해주면 될 것을...ㅠㅠ
다행히 무사히 출국 심사를 통과해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세부를 떠납니다.
그리하여 예정시간보다 10시간 정도 늦게 무사히 한국땅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못난 애비를 둔 와이프와 아이들이 아빠를 용서해줬으면 좋겠네여..
결론및 요약 >
1. 중요한 소지품은 절대 몸에서 떨어지게 하면 안된다. 어르신들이 해외여행가면 괜히 복대 차시는게 아니다. > 다 소중한 경험에서 우러난 삶의 지혜이다.
2. 여권은 절대 잃어 버리거나 도둑맞으면 안된다. 돈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피곤해진다. 다행히 작년부터 세부에 대한민국 영사관이 생겨서 빨리 뒷수습이 가능했지만, 영사관이 없었다면 마닐라까지 가야하는 상황이 생길뻔.(그랬다면, 1주일은 체류할 각오해야한다고..)
3. 해외 승인 가능한 신용카드는 하나쯤 있어야 한다.
4. 현지인들이 보기에 피부 희고, 배나오고, 약간 대머리 기운이 있는 사람이 소매치기들의 타겟이라고 합니다. 모두 운동합시다.
#CLiOS
거기는 화질때문에 당시 정황만 훑어 보고 끝인가요?
범인을 잡는다거나 하는 시도는 애당초 발상의 혁명급?
다른나라가서 말안통하고 진짜 답답한 경우 많죠
고생하셨습니다 ㅠㅠ
필리핀은 아니고 스페인에서 비슷한경험이 있는데 워낙 외국인 노리는 도둑질이 많고 어차피 떠날사람들이라 경찰들이 리포트 써주는거 이상으로 안하더군요
리포트에 주소랑 이메일 잘못적었다고 하니까 어차피 너네한태 연락가거나 보내줄일없다고 그냥가라고...
#CLiOS
고생하셨어요
오히려 피해자에게 우리나라에서 이런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고 해도 모자를 판에..
저정도면 비교적 원활하고 빠르게 해결한 편인것 같아 다행이네요.
고생하셨고 못난 가장 아닙니다~!
#CLiOS
백팩 등 가방에는 절대 안 돼요!
여행 자주 다니는데 ... 늘 여권은 별도 허리벨트 지갑에 / 비상용으로 신용카드,여권복사본(비상연락처-대사관,영사관,카드분실신고,컨시어지 서비스 연락처를 기록),증명사진 2부 따로 보관해서 다닙니다. 관광객이 가장 좋은 소매치기 대상 인데다가 동영인은 더더욱 순위가 높고 거디다가 한국여권 가치가 높아서 적극적으로 노린다고 하더군요. 그리고...잘 관리되는 나라의 경우에는 경찰들이 백 제대로 관리 안하는 관광객들에게 주의 주더군요.
고생하셨는데 전 너무 잘 읽어서 괜시리 죄송해지네요^^;;
라고 본문에 있네요.
한 번 데인뒤로는 아무리 싸도 다시는 안 가고 싶은 나라 1순위죠
고생많으셨습니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앞으로 갈곳이 못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분께 팁이라도 좀 주셨는지 모르겠네요 ㅠㅠ
그러게요. 가이드분 능력자네요.
#CLiOS
그래도 귀국은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무조건 브레이크를 걸고 뒷돈을 요구하는 국가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런 저개발국가에서는
기술적으로 와이로 주는 타이밍을 잘알고 해결해야지 않그러면 시간 있는대로 다 끕니다.
제 지인도 거기 카지노 갔다가 소매치기 당한 경험이...
제가 알기론 여권 분실-police report수취-임시여권 발급의 순 입니다.
plolice report를 받고 영사관 갔으면 깔끔했었을 텐데..
여권 분실하면 진짜 정신이 없죠..
그래서 제 여권은 걸레...
헉...
#CLiOS
#CLiOS
제 친구는 주머니에 넣어둔 갤투(당시 최신폰..)을 애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정신 없는 틈에 소매치기 당했다고 하더군요..
생각되는 사용기 였습니다.
from CLiOS
그래서 다른건 몰라도 여권은 복대에 차고 다니시는 분들이 많죠
#CLiOS
Clien for iOS
저도 필리핀에서 핸드폰을 분실(도둑?)해서 세부 막탄경찰서에서 폴리스 리포트 받았었습니다.
그때 그 경찰들의 썩은 미소와 돈에 대한 욕심을 생각하면...끙...
급행료라고 얼마간 주고서야 당일로 폴리스 리포트를 받아왔었습니다. 에휴...
그나저나 그 가이드분 정말 최고네요.
잃어버린 사람, 도둑맞은 사람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쪽이죠.. 스스로 관리를 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명백히 외국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주로 타겟이 되기 때문에, 되도록 현지인처럼 하고 다니는게 좋습니다. 이건 필리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마찬가지인거 같지만요.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세부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CL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