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칸 자체를 평가할 수준의 경험은 없고, 혹시 방문 예정인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될까 해서 아주 간단한 인상만 적어보겠습니다.
투숙한 료칸은 쿠로가와의 노노하나 ( 野の花 http://www.oyado-nonohana.com/ ), 유후인의 잇코텐( 一壺天 http://www.ikkoten.com/ )입니다.
지역과 컨셉이 다른 료칸이라 둘을 비교하기보단, 기억나는 대로 각 료칸의 느낌을 적어볼까 합니다.
* 위치
노노하나는 쿠로가와 지역, 잇코텐은 유후인 지역의 료칸입니다.
두 곳 모두 각 지역의 중심부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어 한적한 느낌을 중요시 하는 분들에게 어울리는 곳입니다.
물론 중심부에서 떨어져있다보니 도보로 이동하기는 어렵고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데, 노노하나는 송영서비스를 제공하고 잇코텐은 없습니다. 특이한 사항은 도요타에서 차를 렌트했는데 네비게이션이 노노하나의 전화번호로 위치를 찾지 못하고 대신 쿠로가와 중심부로 안내해줄까 하고 묻더군요. 결국 구글맵의 네비게이션으로 숙소를 찾아가야 했습니다. 잇코텐 경우도 차량 네비는 진입로 입구까지만 데려다 주고, 구글맵은 주차장까지. 구글의 무서움을 또다시 실감하고 왔습니다.
두 곳 모두 외진 곳이라 SKT 데이터 로밍을 해간 상태에서 객실 안에서는 소뱅망이 잘 잡히질 않아 거의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로밍 안한 SKT 는 도코모 망에 붙던데 도코모망도 객실에 들어가면 그게 그거더군요. 두 숙소 모두 로비가 있는 본관 건물의 와이파이외에는 객실내 인터넷 서비스는 없습니다.
* 료칸 컨셉과 서비스
노노하나가 전통 료칸 스타일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잇코텐은 료칸식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모던한 부티크 호텔 같은 느낌입니다. 간단한 예로 노노하나의 직원분들은 전통 복장 차림이고, 잇코텐은 양식 복장입니다.
어떤 스타일이 더 좋을지는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갈리겠지만, 제 경우 접객 서비스는 노노하나가 좀 더 친밀한 느낌을 주어서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출발하기 이틀 전 국제전화로 노노하나에서 연락이 와서는, 도착은 몇 시쯤 할지 저녁 식사의 메인을 뭘로 할 것이며 혹시 알레르기가 있지는 않은지, 또 송영 서비스가 필요한지 등을 묻더군요. 딱히 국제전화까지 걸어 물어볼 내용은 아닌 듯 한데도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점이 좋았습니다.
참고로 노노하나 직원분들은 영어나 한국어를 못합니다. 제 일본어 실력은 20년도 전에 배운 것이 전부라 인사말 정도의 간단한 문장과 단어 몇 개만 기억하는 수준인데 특이하게도 둘이 전화로 대화가 되더군요. 일본어로 저한테 물으면 단어 몇 개로 내용 유추해서 영어로 답해주고, 그쪽에서도 영어 단어 몇 개로만 제 뜻을 이해하는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P
이에 반해 잇코텐의 경우 영어를 하는 직원분이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자체는 쉬웠지만, 전체적인 서비스는 료칸과 고급 호텔의 중간에서 방향을 정확하게 잡지 못하고 조금 헤매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충분할만큼 친절하긴 하지만, 미리 앞서 서비스 해주는 느낌은 조금 부족하달까요?
한 가지 예로 잇코텐에서 2박을 하는 동안 방청소 서비스는 오전에만 가능하다며 둘째 날 청소를 어떻게 할지 묻더군요. 딱히 방청소를 할 필요도 없고 오전에 방해받고 싶지 않아 수건만 교환해달라고 이야기를 해두었는데, 점심 먹으러 세 시간 정도 외출하고 돌아와 보니 사용한 수건들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물론 외출하면서 수건 교환하는 것을 말하지 않은 제 잘못도 있고 잠긴 방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 배려일 수도 있긴 한데, 숙소 앞에 가져다 줄 수도 있고 나갈 때 돌아올 때 자동차키 때문에 프런트를 거치는 동안 뭐라 물어볼 수도 았었을텐데 제가 전화로 이야기를 하고나서야 부랴부랴 수건을 교환해주는 모습이 조금 실망스럽더군요. 또 둘째 날 아침에는 살짝 눈이 내리는데 조식을 마치고 온 다음에야 객실 앞에 우산을 가져다 놓는 센스도 안타까웠습니다.
별것도 아닌 내용을 가지고 길게 쓰긴 했는데, 어느 한 곳이 더 좋다 나쁘다는 없습니다. 다만 잇코텐의 경우 앞서 말한것처럼 료칸과 호텔 중간 어느 지점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약간의 감점 요인이었습니다.
참고로 두 료칸 모두 오카미상이나 나카이상이라고 할만한 분들은 없는 듯 했습니다. 식사를 서빙하거나 하는 여자분들은 있지만 오카미상이나 나카이상으로 칭하기엔 그냥 일반적인 숙박업소 직원의 서비스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느낌이더군요. 아니면 언어소통의 문제로 제가 나카이상의 서비스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두 곳 모두 체크인과 식사시간에 남자분이 처음부터 끝까지 안내를 맡아주었습니다.
* 식사
두 곳 모두 창작 가이세키라고 자신들의 식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식사는 아침 저녁 모두 방이 아닌 본관에서 하게 되는데, 각 방마다 구분된 식사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노노하나는 전통의 모습을 남긴득한 창작이고, 잇코텐은 전통인 듯 아닌 듯한 현대적인 창작 요리의 모습입니다. 그러다보니 음식의 모양이나 상차림은 잇코텐이 아기자기한 느낌을 많이 줍니다.
식사 재료의 경우 노노하나는 말사시미 같은 지역 특산물도 있고 고기나 해산물 외에도 제철 채소를 많이 사용하지만, 잇코텐의 경우는 딱히 특산물에 연연하지 않고 해산물과 소고기를 메인으로 해서 이런 저런 창작 요리를 앞뒤에 넣어주더군요. 잇코텐에 숙박한 첫날은 복어(사시미와 탕 튀김 등등)와 와규롤(?)이 메인이었고 다음 날은 세 종류의 사시미와 개인 화로에 구워 먹는 와규가 메인 이었습니다.
둘의 스타일이 다르긴한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전통의 느낌은 없지만 한국 사람이 먹기에는 짜고 단 맛이 조금 덜한 잇코텐의 음식이 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노노하나는 저녁 가이세키에 대한 안내가 일본어로만 제공되어 있지만, 잇코텐은 영문으로 된 메뉴를 제공해서 일본어를 못하는 사람이라도 어떤 요리를 먹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쉬웠습니다.
* 객실과 온천
잇코텐의 경우 모두 8개의 별채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각 별채마다 모두 개별 노천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노노하나 역시 8개의 객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두 개는 본관에 딸린 객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노노하나는 일본 다다미 방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인테리어를, 잇코텐은 다다미방에 나무바닥의 거실과 타일 등등 일본식과 현대식이 섞인 인테리어입니다. 방에 비치된 비품들의 경우 잇코텐은 존 마스터스 오가닉 제품에 네스프레소 머신도 있습니다. 노노하나는 그런 것 없습니다. 목욕탕 느낌의 로션들과 드립커피 정도입니다. 난방의 경우 노노하나는 거실과 침실의 온풍기로만 난방을 하고, 잇코텐은 바닥에 열선을 깐데다 온풍기에 추가로 가스 히터까지 있어서 상당히 따듯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유카타의 경우 노노하나는 유카타와 보통 두께의 하오리 그리고 셔츠와 바지를 줘서 내키는 대로 입으면 되는 편이고, 잇코텐은 유카타는 객실내에서 입도록 하고 식사 등 객실 외부로 나올 때는 숙소에서 제공한 별도의 셔츠와 바지를 입도록 하더군요. 남녀 모두 회색으로 통일이라 마치 템플 스테이를 온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 옷 위에 입을 수 있도록 별도의 도톰한 조끼와 단젠 비슷한 가디건을 주는 것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욕탕의 경우 잇코텐은 두 개의 대절탕만 있고, 내탕 외탕 구분이 있는 곳과 넓은 외탕만 있는 곳 두 개로 나뉩니다. 제가 숙박하는 기간에는 손님이 많지 않아서인지, 예약 없이 비어있으면 쓰라고 하더군요. 유후다케 쪽을 향하고 있어 전망은 최상이긴 한데, 나무 혹은 돌로 만든 욕조가 큰 특색은 없어서 료칸의 노천탕에 있는 것인지, 한국의 어느 스파 노천탕에 있는 건지 구분이 안가는 점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노노하나는 모두 네 개의 노천탕을 구비하고 있는데 두 개는 실내온천이고, 나머지 두 개는 외탕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남녀가 바뀌고 별도의 대절탕은 없습니다. 대신 작은 계곡을 마주보는 실외탕은 바윗돌 그대로를 탕으로 만들어 크기는 크지 않지만 자연과 함께 하는 느낌이라 가을 단풍질 때나 눈이 올 때의 모습이 궁금해지는 곳이었습니다.
* 마치며
메일 정리하다 말고 뜬금없이 쓴 사용기라 두서없이 장황하기만 합니다. --;
쓸만한 내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겨울에 해당 료칸 방문을 생각중인 분들이 계시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S . 사진은 위에서 부터 다음과 같습니다.
01 노노하나 객실 ( 시온 紫苑 )
02 잇코텐 객실 ( 스오우 蘇芳 )
03 노노하나 (각 별채 사이가 좁아서 방에 따라선 창을 열면 외부에서 들여다보일 수 있는 단점도 있습니다)
04 노노하나 객실탕
05 노노하나 저녁식사 상차림
06 노노하나 조식
07 잇코텐 조식
08 잇코텐 저녁식사 중 애피타이저
09 잇코텐 본관
10 잇코텐 객실탕
유카타도 아니고 손님 본인의 옷도 아닌 옷을 제공한다는
건 좀 의외네요.
요즘은 이런 방식도 많은가 봐요?
료칸만의 특성도 점점 현대화되어 가는 것 같아 일면 신선하고 다른 면으로는 아쉽기도 하네요.
잇코텐의 옷은 강제사항은 아니고 이렇게 입으시면 좋습니다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한 외국인은 맞는 옷이 없어서인지 반바지위에 단젠을 걸치고 다니더군요.
가격때문에 망설여져요
혹시 비용은 어느정도 드셨나요?
from CV
이외에도 숙소에 직접 현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예약하면 마사지 서비스나 저녁 메뉴가 추가된다거나 라쿠텐 포인트를 더 적립해주는 식으로 여러 플랜이 운영되더군요.
저는 작년초에 구로카와 모 료칸에 간적이 있습니다(이름이 잘 기억이.. ^^;;)
정말 좋더라구요. 고요~한곳에 물흐르는 소리나고, 새들 지저귀는 소리
수시로 갈수 있는 욕장.. 가이세키 요리까지..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