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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KudoReview] 인터스텔라 13

1
2014-11-11 09:13:40 128.♡.25.13
쿠도군

각본의 작은 희생이 이뤄낸 놀란 감독의 거대한 야망.

movie_image

 

제목: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매커너히(쿠퍼), 앤 해서웨이(아멜리아 브랜드), 마이클 케인(존 브랜드), 제시카 차스테인(머피 쿠퍼), 매켄지 포이(머피 아역), 케이시 애플렉(톰 쿠퍼)

상영시간: 169분

 

지금으로부터 머지 않은 미래, 지구의 상황은 시궁창이다. 문명은 무너져 가고 인류는 다시 농경사회로 돌아가고 있지만 경작이 가능한 식물들은 고작 옥수수 하나만 남은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막화로 인해 시시때때로 먼지폭풍이 불기도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한 때 조종사이었다가 지금은 농부로서 생활하는 쿠퍼는 아폴로 탐사가 정부의 프로파간다였다고 가르치는 시대의 상황에 깊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쿠퍼는 딸 머피의 방에서 일어나는 중력 이상으로 공간 좌표를 얻게 되고 머피와 함께 좌표가 향하는 곳으로 출발한다. 이윽고 다다른 곳에는 놀랍게도 이미 해체된 줄로만 알았던 나사가 있었다. 나사에서는 대중의 눈을 피해 인류 구원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그것은 토성 근처에 생성된 블랙홀을 통해 다른 은하계로 가서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는 것이었다. 마침 우주선을 조종할 파일럿이 부족하던 차에 나사에서는 쿠퍼에게 조종을 맡아달라 부탁하고, 망설이던 쿠퍼는 결국 동의하고 우주선에 올라탄다. 절대 가면 안 된다고 울고 불며 애원하던 머피를 집에 남겨둔 채로.

 

인터스텔라의 이야기는 지금까지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와 달리 스토리가 영화를 강하게 이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특히 매우 늘어지는 초반부가 그러한데, 총합 2시간 49분이라는 엄청난 상영시간을 생각하면 40~45분에 달하는 전반부의 전개는 비효율적이었다.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위해서는 물론 전반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오히려 쓸데없는 부분에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한 기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앞을 잘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에 반해 나와 함께 인터스텔라를 본 친구는 오히려 전반부가 좀 더 길었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긴 토론 결과 그저 전반부 각본을 차라리 다시 쓰는 것이 나았겠다는 결론이 났다. (…)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인터스텔라의 플롯이 이해하기가 어렵다면, 불행히도 여러분을 도와줄 수 있는 책은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인터스텔라에서 나오는 물리 개념(블랙홀, 상대성 이론 등)들은 어떻게 보면 인셉션보다도 훨씬 더 학문적 문턱(?)이 높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게다가 이것을 자막 없이 보려니 더 죽을 맛이었던 건 덤.

 

하지만 개념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스토리 자체도 제대로 진행되기 시작하는 중반부를 넘으면 인터스텔라는 훨씬 더 흥미로워진다. 인터스텔라를 그래비티와 비교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사실 이 두 영화는 우주라는 기본적 배경만 같지 전혀 다른 영화다. 우주를 폐쇄적 공간으로서 묘사하는 그래비티와 달리, 인터스텔라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우주에 접근한다. 이렇듯 인터스텔라가 그려내는 우주는 배경이 주는 무한한 아름다움과 동시에 쿠퍼 일행을 위기에 빠트리기도 한다. 결국 인터스텔라는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이 그랬던 것처럼,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하는 영화다. 참고로, 이 영화를 본 또 다른 친구는 원래 자신은 영화를 처음으로 볼 때 생각하지 않고 보는 편인데 인터스텔라를 볼 때는 계속 생각을 하게 된다고도 하였다. 그만큼 인터스텔라는 천체물리학을 여러모로 연구하고 이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각본에 반영하려 한 노력이 보인다. 또한 이 어려운 주제를 관객에게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한 노력이 보인다.

 

interstellar-15

인터스텔라에서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는 매튜 매커너히와 매켄지 포이.

 

플롯 면에서 약간 아쉬운 인터스텔라이지만, 배우들의 호연은 이를 충분히 채운다. 특히 쿠퍼 역의 매튜 매커너히의 연기는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평가하는 매커너히의 최고의 연기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에서였는데, 인터스텔라는 그것을 충분히 뛰어넘는다. 이는 쿠퍼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만큼 매우 중요하다. 앤 해서웨이와 마이클 케인, 제시카 채스테인을 비롯한 다른 주요 배우들도 호연으로 영화를 채워주고 있지만, 진정한 신 스틸러는 어린 머피를 연기하는 매켄지 포이가 아니었나 싶다. 어떻게 보면 성인 머피를 연기한 제시카 채스테인보다도 더 중요한 위치에 있는데, 각본의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기로 이 문제를 만회한다.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웅장한 블랙홀.

 

인터스텔라는 되도록이면 큰 화면, 이왕이면 아이맥스로 볼 것을 추천하는 영화다. 그만큼 인터스텔라가 보여주는 비주얼은 매우 웅장하다. 블랙홀에 진입하는 순간과 다양한 환경의 행성들, 그리고 마지막 장면까지 인터스텔라는 놀란 감독이 지양하는 CG를 차치하고서라도 놀란 감독이 추구하는 리얼리즘에 잘 부합한다. 친구가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주는 시각화 때문에 자신의 상상을 약간 제한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을 정도로 인터스텔라가 표현해내는 블랙홀은 실재여부를 떠나 사실이라 믿을 만큼 그려냈다는 점은 칭찬하고 싶다. 블랙홀을 실제로 영상화하겠다는 시도는 인터스텔라가 처음이라는 얘기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여기에 한스 짐머의 신선한 사운드트랙은 케이크 위에 올려놓는 최상급 아이싱이다.

 

Screenshot 2014-11-10 03.14.37

인터스텔라는 매우 야망이 컸고,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인터스텔라는 내가 본 영화 중 감독의 야망이 제일 크게 보이는 영화 중 하나다. 상당히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거기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매우 개인적이다. 광활한 우주를 보여주다가도 지구, 그것도 미국의 어느 한 지역만으로 전환하는 이러한 대비가 스토리를 궤뚫고, 스토리 외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내려 한 노력들에서 이러한 아이러니가 인터스텔라를 이끌어내는 힘이다. 놀란 감독의 거대한 야망에 스토리가 약간의 희생을 감수해야 했지만, 인터스텔라는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황홀함에 세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으니까.

 

장점

  • 시공간을 뛰어넘는 개인적 이야기
  • 매커너히가 이끄는 호연의 릴레이
  • 어려운 개념을 최대한 풀어쓰려 노력한 흔적
  • 프리젠테이션의 웅장함

 

단점

  • 비효율적인 전반부 플롯
  • 그래도 개념이 어려울 수 있다.

 

점수: 9/10

쿠도군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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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
jhh21228
IP 112.♡.118.194
11-11 2014-11-11 09:56:48 / 수정일: 2017-04-30 12:28:15
·
전적으로 공감가는 리뷰네요^^
사람들이 그래비티랑 자꾸 비교을 하던데 전혀 지향점이나 내용이 다른 영환데 이해가 안가더군요(물론 그래비티도 영화 자체가 완성도가 높습니다)
과학적 고증도 어설픈분들말고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는 상당히 사실적으로 잘표현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영화 2회 관람했고 3회 관람예정인데 이런영화도 처음인거 같네요^^
Runtoyou
IP 218.♡.113.42
11-11 2014-11-11 11:00:22 / 수정일: 2017-04-30 12:28:15
·
상대성 이론 이해 안가는 분들은 이 동영상 보면 바로 이해 갑니다.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48210171&rtes=y
argonaise
IP 147.♡.96.35
11-11 2014-11-11 12:29:49 / 수정일: 2017-04-30 12:28:15
·
오 이해하기 쉽네요
삭제 되었습니다.
보드카마티니
IP 221.♡.87.43
11-11 2014-11-11 12:06:55 / 수정일: 2017-04-30 12:28:15
·
리뷰 잘읽었습니다 :) 아 사족이지만 첫번째 문단에서 블랙홀 > 웜홀이지 않나 싶네요
#CLiOS
이끼낀돌
IP 115.♡.111.201
11-11 2014-11-11 13:20:36 / 수정일: 2017-04-30 12:28:15
·
저도 이부분이 궁금한데 극중에선 웜홀과 블랙홀을 따로 떨어뜨려서 구분했는데 웜홀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이어주는 일종의 채널이 아닌가요? 극중에서의 중력의 영향이 없는 웜홀의 존재가 의아했어요.
마르세이유
IP 121.♡.169.134
11-11 2014-11-11 13:57:47 / 수정일: 2017-04-30 12:28:15
·
저도 블랙홀이 입구, 화이트홀이 출구. 그리고 블랙홀과 화이트홀(물론 호킹박사에 의하면 작은 블랙홀이 화이트홀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요)을 이어주는 것이 웜홀.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블랙홀 없이 웜홀만 토성 옆에 덩그러니 있어서 혼란이 오더라구요.
웜홀이론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영화에 참여했다고 하니 제가 잘 못 알고 있는 거겠지만...
zlata
IP 168.♡.196.155
11-11 2014-11-11 14:24:24 / 수정일: 2017-04-30 12:28:15
·
마르세이유님//저기서 블랙홀은 호킹복사하는 블랙홀이고 화이트홀은 존재하지 않으며 웜홀은 4차원 이상의(아마 5차원) 기술로 3차원공간을 비틀어 공간을 이어놓은 것일겁니다
마르세이유
IP 121.♡.169.134
11-11 2014-11-11 14:51:26 / 수정일: 2017-04-30 12:28:15
·
그럼 현재 과학이론과는 다른 '그들'의 고차원적인 기술로 만들어놓은 것인가요?
dysuk
IP 1.♡.2.213
11-11 2014-11-11 15:34:01 / 수정일: 2017-04-30 12:28:15
·
마르세이유님//5차원을 조종하는 그들이 만들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영화 상에 그렇게 언급되었던 걸로 기억하네요.
마르세이유
IP 121.♡.169.134
11-11 2014-11-11 16:50:34 / 수정일: 2017-04-30 12:28:15
·
네, 저도 '그들'이 만들었다고 하는 대사는 봤는데, 과학이론을 기반으로 만든 영화라고 해서 현재의 과학이론처럼 블랙홀과 화이트 홀(혹은 호킹복사를 하는 블랙홀)과의 연결통로를 웜홀이라고 하는 과학 이론의 기반위에서 만들었다고 생각해서요.
'그들'이 현재 과학이론을 무시하고 만들었다면 차원이 다른 존재니까 지금의 과학이론과는 다르게 만들었겠네요...
zlata
IP 168.♡.73.205
11-11 2014-11-11 20:15:56 / 수정일: 2017-04-30 12:28:15
·
마르세이유님//호킹복사하는 블랙홀은 스스로 에너지=질량방출을 하기 때문에 기존의 먹기만 하는 블랙홀과 싸기만? 하는 화이트홀 그리고 그들간 연결통로인 웜홀간 관계가 필요했던 다른 이론과는 맥락을 달리하는것 같습니다
즉 웜홀자체가 블랙홀과 전혀 관계없습니다
둘째로는 블랙홀을 타고 큐브로 진입해서 웜홀을 거쳐 토성궤도로 온 부분에서 블랙홀과 웜홀간 관계를 유추하실수도 있는데요 애시당초 사건의 지평면 안으로 들어간 물체가 온전히 있다는게 말이 안됩니다 특이점에 접근하면서 그 원근에 따른 중력차이로 인해서 마치 사람을 원심분리기에 발만 묶어놓고 돌려버리는 꼴이 나거든요
여튼 작중 등장한 웜홀은 아마 아인슈타인도 연구했었던 그 웜홀일겁니다 딱히 다른 과학원리로 만든것같진 않구요 오히려 큐브라는 5차원공간이 과학이론과 많이 동떨어진게 아닐까 싶네요
결국 웜홀의 생성과 블랙홀 진입후의 쿠퍼의 체험은 제3자의 개입 이외에 다른 풀이방법이 없을것같습니다
zlata
IP 168.♡.73.205
11-11 2014-11-11 20:28:31 / 수정일: 2017-04-30 12:28:15
·
마르세이유님//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185328
http://misfits.kr/3528
이거 한번 읽어보시는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마르세이유
IP 121.♡.169.134
11-12 2014-11-12 11:31:22 / 수정일: 2017-04-30 12:28:15
·
네~ 덕분에 잘 읽어봤습니다.
역시 존재할 수 없는 것을 '그들이 만들었다'는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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