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냥 일대종사가 하길래 CGV에 갔는데
영화가 끝났는데도 아무도 안 나가는 거였습니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다들 음악 감상하느라 스텝롤 끝까지 보나 했는데
스탭롤 다 끝나고 상영관 내 조명이 밝아졌는 데도 아무도 안 나가길래 뭐지? 했더니
이동진 기자와의 라이브 톡이 있었습니다.
영화도 재밌게 봤지만, 이동진 기자의 해설이 곁들여 지니 더욱 재밌었습니다.
영화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는 당연히 무술은 아니고
이동진 기자의 해설로는 감독 자신의 '개인주의적인 성향+탈 홍콩적인 정서'가 기존 왕가위 영화였다면
여기에 자신이 '자신이 속한 중국인이라는 자각과 중국의 전통을 뒤돌아본다'라는 측면이 더해진 영화라는 것이고
해설을 듣기 전에 저는 '격동의 중국 근현대사에서 무술인들의 인연과 결국은 홍콩'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저는 중국무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무술 측면에서 관심이 많지만, 배우가 전문 무술가 출신들이 아니라서
그 쪽으로는 큰 기대는 안 했고, 왕가위 감독인지라 더더욱 그 쪽으로는 큰 기대를 안 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동진 기자의 해설에 의하면, 영화도 촬영만 6년(?)씩이나 했고
배우들도 4년동안 무술을 배웠다고 합니다.
물론, 4년간 무술만 하지는 않았을 테니 견자단 수준을 기대하면 곤란합니다.
영화의 재미와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제가 조금 더 무술에 있어서 설명을 덧붙이자면
형의권, 팔괘장, 태극권, 팔극권은 양쯔강 이북의 북파 무술이고
영춘권, 홍가권은 양쯔강 이남의 남파 권술로 분류되며
이 중 형의, 팔괘, 태극은 내가권으로 분류합니다.
영춘권은 엄영춘이라는 여성이 만든 무술로 여성이다 보니 기존의 다른 중국 무술보다
높은 자세에서 이동을 별로 하지 않고 적은 기술로 상대를 제압합니다.
엽문은 진화순에게 영춘권을 배웠고 다시 엽문은 이소룡에게 영춘권을 가르칩니다.
팔괘장은 시선과 팔의 방향을 원의 중심을 향한 채로 원을 그리며 원주 위를 걷는 것이 기본 훈련이며
그러다 보니 기술들이 상대의 정면보다는 옆으로 빠지면서 측면에서 공격하는 기술이 많다고 합니다.
영화속 인물인 궁보전(자막에는 궁보'삼'이라고 하는데, 영화 장면에서는 이름이 분명히 궁보전으로 되어 있습니다)도 실존인물로 젊었을 적에 청나라의 황실의 서태후와 광서제의 경호원이어서
한족의 명나라를 그리워하는 내용의 영화나 책 등에서는 팔괘장을 악당의 무술로 묘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홍가권은 홍희관이 창시한 남소림권의 일종으로 낮은 자세에서의 수련이 기본입니다.
대표적인 외가권이며 유명인으로는 황비홍, 방세옥이 있습니다.(성룡, 홍금보 등도 홍가권 수련)
내가권과는 달리 근육과 피부의 단련을 통한 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당장 실전에 투여되야 하는 군인들에게 적합하다고 판단되어서
태평청국의 난에서 반란군의 주력 무술이 됩니다.
그래서, 청나라 황실측의 팔괘장 vs 반청복명의 홍가권의 구도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홍가권의 개문식(시작하는 인사)은 오른 손은 주먹을 내어 해를 상징하며, 왼손은 이를 감싸는 모양으로 내밀어 달을 상징하여 합쳐서 명(明)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홍가권은 홍콩에서 가장 널리 퍼진 무술 중 하나이다 보니
우리가 보아온 홍콩 영화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무술은 홍가권이라고 봐도 될 정도이며
그래서, 황비홍이 홍콩 영화의 주요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유도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영웅시하는 것도 있을 것이구요.
(황비홍을 소재로 한 영화는 서극의 황비홍뿐만 아니라 성룡의 취권, 무장원 소걸아 등등이 있습니다)
형의권은 팔괘, 태극과 함께 내가권으로 분류되며, 직선적인 움직임과 간결한 동작이 특징입니다.
(제가 대학원 때 수련했었고, 지금도 가끔씩 연습합니다)
상대적으로 측면으로 돌아들어가는 움직임이 많은 팔괘장과 서로 보완적인 역활을 하게 되어
중국에서는 같이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중국 무술사(마쯔다 료오치 저)라는 책을 보면 다른 어느 문파보다 명인이라 불리는 사람이 많이 나옵니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형의권과 영춘권의 중국 무술사에서의 공통점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지만, 이소룡은 영춘권을 기반으로 절권도를 창시합니다.
투로(=형, 품세)의 전통적인 수련의 개념을 깨고, 다른 무술들을 받아들여 단수 위주의 기술로 구성힌 것이 절권도입니다.
(영화에서 엽문도 이미 이와 관련된 얘기를 합니다. 문파가 뭐 중요하냐와 영춘권의 기술이 단순하다는 것)
형의권(形意拳) 명인 상운상에게서 형의권을 배운 왕향제는 전국을 떠돌며 많은 무술인들과 겨루고 토론하며
형의권을 기반으로 형(形)을 탈피하고 의념(意)을 강조하여 단수 위주의 기술로 구성한 의권(意拳)을 창시하여
현재 중국본토에서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재 같은 걸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즉, 형의권과 영춘권 모두 근현대에 새로 만들어진 단수 위주의 무술의 모태가 된다는 점이 재밌는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팔극권은 창주에서 발생한 단거리 공격 위주의 북파 무술로 보완을 위해 원거리 위주의 벽괘장과 함께 배우기도 합니다. 유명인은 이서문, 오련지, 유운초 등이 있습니다.
국내에는 권법소년(일본 제목: 권아)라는 만화책으로 유명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본토에서 홍콩으로 흘러들어가듯이 실제로 대만으로 이서문의 막내 제자인 유운초가 들어가서 대만 총통의 경호원 무술 교관이 되며 대만에 정착하게 됩니다.
이런 점들을 아시고 보면 영화 일대종사를 조금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이동진 기자의 해설에 중요 포인트를 몇가지 말씀드리면
수직과 수평: 무술 대결에서의 승패 결정, 화면의 구도 등등
실향의 정서
뒤돌아본다의 의미: 감정을 들어내는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
단추의 의미
기존 왕가위 영화들과의 차이: 예술가로서의 왕가위의 변화. 즉,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영화
참고
- 일대종사(一代宗師): 무술 문파에서 한 시대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위대한 스승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 영화 기획은 9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으며 처음엔 남미에서 이소룡 사명 20주년 특집 기사를 보고 이소룡영화를 찍어야 하겠다고 생각하던 중 자료를 모아보니 엽문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으면 엽문의 사망 3일전 홈무비에 나온 엽문의 무술 영상을 보고 감동받아 결심. 그러나, 원래 촬영이 오래 걸리는 스타일에 양조위가 팔이 부러지는 부상 후에도 2주만에 다시 촬영하도 다시 부러져 지연되는 등의 동안에 견자단의 '엽문'이 완성되고 개봉까지 마침.
즉, 최근의 엽문 인기를 의식해 만든 영화가 아님.
총평
이동진 기자 "저 여자 참 예뻤었지!" (=최근 실망스러웠던 왕가위에게 다시 관심을 갖게 해준 영화)
저 "근현대사 속의 무술인들의 삶으로 본 홍콩으로의 표류기"
예전에 문파의 문주들이 하는 대련 동영상을 봤는데... 술취한 취객보다도 더 웃기더라구요..
어떤 무술이든, 실전에서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싸우는 무술은 없습니다. 기본 운동 능력 개발을 위해서 체조같은 장권을 기초 과정에서 넣어서 유연성, 기본 근력, 탄력 등을 기르는 것이죠.
그런데, 영화에서는 재미를 위해 캐릭터를 부여해야 하니 실전에서는 쓰지도 않는 이상한 동작으로 각 무술에 특징을 부려하려고 하는 거죠.
다만, 큰 동작에서의 훈련없이 작고 간결한 동작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요한 연습이긴 합니다.
작고 간결한 움직임이 되면 보통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중국무술의 그런 화려한 동작을 겉으로는 보시기 어렵습니다.
from CLIEN+
덕분에 시간내서 꼭 챙겨봐야겠습니다~
인터넷에 이 정도 길이면 너무 길어서 읽기 힘들텐데 하면서 썼는데...재밌게 읽어주신 분도 계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근데 다시 보니 오타 만발이요. ㅋ
from CLIEN+
아,,, 난 역시나 헐리우드 스타일인가보다,,, 했습니다ㅋ
무술,, 이라기보다는 중국인의 정신(정서?)나 문화를 얘기했다고 보는게 낫겠더라구요. 예고편에선 싸움장면만 보여주니,,, 큰싸움? 기대하고가면 실망하실듯ㅋ
반기웠던건 팔극권. 권법소년 소장중임닼ㅋ
송혜교는 대체왜,,,,
from CLiOS
그래도 왕가위 영화치곤 덜 난해했습니다.
저도 무술측면에서는 기대 안 했어요. 다만, 각 무술의 특징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괜찮았습니다만 중국 무술 수련인이 아닌 이상 그 이상은 어려웠을 테고 영화라는 시각적 매체의 특성상 그 정도가 최선일 듯 합니다. 무술하는 사람들도 높은 수준의 무술인을 만나서 손을 맞대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팔극권이 나온 최초의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중국에선 변방의 무술인데 권아 덕분에 한국과 일본에서 유명해진 거죠.
from CLIEN+
왕가위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대본이 촬영현장에서 주어지고(홍상수 감독과 비슷)
다시 현장에서 수정되기도 해서
배우들이 자기의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 지도 모르고, 내가 지금 찍는 씬이 전반부인지 후반부인지 조차 모른다고 합니다.
찍기는 엄청난 분량을 찍었는데, 막상 편집에서는 아예 통째로 사라기지도 하고, 짧은 커트로만 나오는 건 예사구요...
그러니, 송혜교도 찍을 때는 영화에서 내가 어떻게 나오고 얼마나 나올 지 몰랐겠죠.
이동진 기자가 양조위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걸 물어봤는데,
감독이 나라는 배우을 얼마나 쓸모있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왕가위 감독에 출연하는 거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견자단의 팬이여서 과연 양조위가 엽문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중점을 두고 봤는데 영화에서 중점은 다른곳이었더군요 보는 내내 카메라 각도 조명 음악들 인물들의 대사들에 빠져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봤습니다 특유의 중국식 과한 특수효과는 살짝 거슬렸지만요 ㅋ
영화를 봐서 그런지 쓰신글도 흥미롭게 정독하게 됐습니다 궁금했었던 부분들 그리고 새롭게 흥미를 일으키게 해주신부분 감사합니다 ㅋ
from CLiOS
글을 생각나는 대로 적다보니 너무 두서가 없어서 읽으시는 분들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형의권은 제가 예전에 배웠고 지금도 간혹 연습하고 있지만(지금은 주로 의권), 다른 무술에 비하면 비교적 간결하지만, 의권은 이보다 더 간결하고 좀 더 단순합니다. 내가권의 공통점은 아마도 참장과 시력같은 양생공일 겁니다. 양생공으로 골격 정렬과 방송(몸의 탄성을 유지하면서 릴렉스 상태를 유지)을 얻는 데, 이를 통해 얻은 무거우면서도 탄성있는 힘을 바탕으로 발력, 추수, 산수 등의 훈련을 하게 됩니다.
다른 무술들도 투로 등을 오랜 훈련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만, 여러 가지 움직임이 동시에 섞여 있어서 하나씩 하나씩 나눠서 익히는 것보다는 원하는 경지에 올라가는 데 조금 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