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6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아빠입니다. 최근 아이가 선화예중 시험을 치른 뒤, 예중 입시를 준비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분이 있을까 싶어 후기를 남깁니다.
1. 예중 지원 동기
예중 입시는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이후 가을쯤 갑자기 하고 싶다고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아이라 와이프는 올게 왔구나. 라고 생각했다는데 5학년이면, 시작 시기가 다소 늦었고 본인도 경험을 해서인지 입시 과정이 초등학생이 감당하기에는 상당히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평범하게 일반 중학교로 진학하길 바라서 오랫동안 설득에 설득을 했건만 결국 아이의 강한 의지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 자주 보던 와이프 친구들의 아이들도 대부분 예중, 예고, 미대를 가고, 자주 보며 친하게 지내던 언니도 그런 코스로 가다보니 자기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2. 학교 선택 및 학원 탐색
예중을 목표로 한다면 보통 1순위 예원학교, 2순위 선화예중, 3순위 계원예중 순으로 선택하게 되며, 더 넓게 본다면 예원 - 서울예고 - 서울대(또는 한예종)가 대부분 부모들이 원하는 엘리트 코스이고, 그 뒤로 선화예중(계원예중) - 선화예고(계원예고) - 이화여대 코스가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초등학교 정규 과정에 대한 구술평가를 실시하며, 계원은 소묘만, 예원과 선화는 소묘 + 채화를 평가합니다. 또한, 예원 졸업이후 진학하는 서울예고는 수십년간 전국 고등학교중 서울대 진학률 1위를 하는 만큼 문제 난이도가 다르고, 미술 뿐만이 아니라 내신도 중, 고 내내 신경을 써야하므로 처음 입시를 시작한다면 아이 수준에 맞게 진학할 학교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저희는 현실적으로 최상위 그룹들이 가는 예원을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서 집에서 통학이 가능한 선화예중을 목표로 정한뒤 학원을 알아봤는데 예원 입시생들이 많이 다니고, 오래전부터 유명한 예중 입시 학원들이 있는 압구정이나 대치동 기준(바*, 윤*, 산***, 에***)으로 빠르면 3학년, 보통 4학년부터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 아이들이 하고 있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렵고, 계속되는 평가에 실력이 못따라온다고 생각되면 입시를 중단시키는 경우도 있기에 유명 입시학원보다는 개성 있는 그림을 지도하는 소규모 학원을 선택했습니다.
이 과정중에 와이프가 여러 학원에 면담을 갔었는데, 소문난 학원들은 자기 학원 그림을 샘플만 보여주고, 등록하기전까지는 절대로 외부 유출을 하지 않아 단기로 등록해 다니면서 결국 최종적으로 라이딩 가능한 거리의 학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와이프가 최근 몇년 입시에 나온 소묘 및 채화 스타일에 맞는 색감을 보여주는 학원을 찾느라 2 ~ 3개월 소요되었고, 사실 그림에 대해서는 무지랭이라 와이프 결정을 무조건 따랐습니다.)
3. 예중 입시 준비
입시 준비는 생각보다 훨씬 치열했습니다. 5학년 때는 하루 평균 2차시(8시간) 정도, 6학년 초중반 이후에는 주말도 없이 거의 매일 3차시(12시간), 6학년 여름방학부터 4차시(16시간) 가까이 그림을 그리고, 집에 오면 학과 시험 준비도 자기전에 틈틈히 해야 하므로, 웬만한 고3 수험생보다 더 힘든 하루를 보냅니다.
더군다나 늦게 시작한 만큼 형태나 구도와 같이 부족한 미술 기초는 학원 끝난뒤 집에서 시간 날때마다 와이프가 가르쳤는데, 6학년이 되면서 엄마말을 안듣기(-_-) 시작해 아직 현업에서 강의하거나 작가로 활동하는 와이프 지인들의 도움으로 어느정도 보완했습니다.
입시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순조로웠는데 6학년 초여름부터 시작되는 연합시험이 큰 고비였습니다. 매주 주말에는 여러 학원들이 모여서 실제 시험과 비슷한 주제로 수능의 모의고사와 같은 형태인 연합시험을 보게 되면서 자연스레 경쟁심도 생기고 전문가의 평가를 받으면서 멘탈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도 우리 아이보다 실력은 훨~~~~씬 뛰어나지만 경쟁이 힘들어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예중시험은 재수생이 생각보다 많아 수치상으로 나온 경쟁률보다 실제 난이도는 훨씬 높아 학원이나 와이프가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 올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처음에 '중학교 입시에 무슨 재수를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몇년 사이에 많을 경우 한학년의 10% 가까이 재수생이 있다고 하고, 본인도 학교 다닐때 반에 언니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예중에 재수생이 많은 것은 아이들 자체가 미술을 너~~무 좋아하고, 학부모들도 예중 - 예고 루트가 일반 중고에 비해 대학입시에 상당히 유리하다보니 몇년간 준비한 예중 실패후 예고 전환해 계속 연습중인 아이들이 1년에 한두자리 나오는 편입을 도전하거나 다음해에 예중시험에 재도전하는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새로 시험을 보는 아이들보다 최소 1년이상 오래한 재수생들이 대부분 합격하므로 실제 모집 인원 120여명중 재수생 10 ~ 20%정도를 뺀 나머지 자리를 6학년 아이들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
* 학과 시험에 나오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은 이쪽에 특화된 학원들이 있으나 도저히 학원갈 시간이 안나오더군요. 결국 국어와 수학은 와이프가.. 사회와 과학은 제가 그날 알려줄 것을 요약해서 밤에 집에 오면 틈틈히 가르쳤습니다.
4. 원서 접수
예중의 경우 중복지원이 되지 않아 접수가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지고, 날짜별 지원 현황을 공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름 눈치 작전이 있을 것 같아도 학교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보니 거의 대부분 원래 준비한 학교로 접수를 합니다.
올해는 지난해 예원학교 입시의 난이도가 높았고 재수생 비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몇 달 전부터 학원가를 중심으로 나오면서 선화예중으로 지원자가 많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꾸준히 준비해 온 과정을 믿고 접수 첫날 선화예중에 입학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최종 집계된 경쟁률을 봐도 예원은 작년대비 인원이 확 줄었으며, 그 줄어든 인원만큼 선화로 옮겨 경쟁률이 전년대비 높아졌습니다.)
*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야기로 올해 기준 예원은 재수생이 약 30명, 선화는 40명정도라고 합니다.
* 참고로 올해 경쟁률은 예원: 1.60 : 1, 선화: 2.25 : 1, 계원: 2.60 : 1이며, 지원자는 예원 23.1% 감소, 선화 3.7% 증가, 계원 25% 증가로 예원에서 빠진 인원이 계원과 선화로 많이 옮겨 경쟁률이 전년대비 올라간 두 학교 학부모들은 멘붕이 왔었습니다.
5. 예중 시험
선화예중 시험은 구술시험(필기), 소묘, 수채화로 3일간 진행됩니다. 선화의 경우 올해 미술부장이 바뀌어 기존까지 스토리텔링을 중요시하던 시험에서 기본기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이로 인해 수~~많은 학원 및 학부모들이 단체로 멘붕이 ㅠ.ㅠ)
시작된 시험 당일에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시작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고, 새벽에 학원에 들러 선연습하며 풀어뒀던 손이 굳지 않도록 핫팩을 준비하여 시험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날의 시험이 끝나면 바로 학원으로 가 다음 날을 위해 준비를 했습니다.
연합고사등을 가보면 지원자들의 수준이 평준화되어 있어서 이 날 컨디션 조절이 진짜 중요합니다. 합격자들을 보면 수석이나 마지막으로 문닫고 들어간 아이나 크게 차이 없을 정도로 전체적인 실기 능력은 막상막하라 컨디션 및 멘탈 관리가 진짜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연합시험에서 1등만 하던 아이가 어이없이 떨어진다거나 항상 주목받지 못한 아이가 시험날만큼은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줘 합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3일이나 시험을 보기 때문에 수많은 연합시험을 통해 강철 멘탈이 된 아이들도 첫날 면접에서 실수를 하면 나머지 이틀동안 실기로 충분히 만회가 가능해도 실수했다는 의식으로 평소 실력이 안나오는 경우도 있어 아이 성향에 따라 멘탈 관리가 필요합니다.)
• 참고로, 시험은 미술외에 음악, 무용도 같은 날이라 전국에서 555명의 지원자와 가족까지 수천명이 몰려 진~~짜 일찍가야 주차 가능합니다. 평소에도 워낙 막히는 길이라 6시전에는 도착해야 주차할 수 있으니 미리 손이 굳지 않도록 핫팩을 챙겨가시는게 좋습니다. (저는 첫날은 오전/오후로 면접이 나뉘어 차를 가지고 갔고, 둘째 날부터는 지하철로 이동했습니다.)
6. 발표
3일간의 시험이 끝난뒤 발표까지 피를 마르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예원 같은경우 바로 다음날 발표인데 선화는 한주 뒤 발표라 연휴이지만 쉬는게 아닐 정도로 정신이 피폐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모의 맘과 달리 아이는 시험 첫날부터 계속 자신감 200%로 충전된 상태로 세상 평온한 모습으로 놀고 있고, 학원에서도 재현작을 보고 특별한 일 없으면 합격이라고 했지만 와이프는 합격 발표까지 수백번 홈페이지 새로고침을 하며 초조해가며 지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발표일 하루전..
기습 합격자 발표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왜.. 더 빨리?? 라고 생각했는데 와이프는 선화는 오래전부터 발표일보다 먼저 발표하는게 전통(?)이라고 하네요.
결과는 다행히 합격. 아이는 이미 선화에 다니고 있는 친한 언니들과 매점에서 같이 맛있는거 사먹기로 약속했었는데 실제로 할 수 있게 되어 좋아하네요 -_-; (그동안 언니들이 학교 매점이 세븐일레븐이라고 얼마나 자랑을 했던지...)
* 같은 연합시험 그룹 대부분 합격하고, 비슷한 성적의 아이들이 예원에 합격 한 것 보고 와이프는 두 학교간 위상이 완전히 다른 만큼 예원으로 지원해볼껄이라며 아쉬워하긴 하는데.. 전 지금도 감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7. 시험 이후
시험 이후는 오래 전부터 합격, 불합격에 맞게 플랜을 세웠었습니다.
- 합격시 :
합격한 경우 같이 입학할 아이들의 학업 수준이 거의 비슷해서 부족한 과목만 보강하면되는데, 특히 수학, 국어, 사회등에 대한 커리큘럼을 잘 짜야 하고, 몇달전부터 미리 괜찮은 학원을 찾아 놔야하는 정보력이 필요합니다.
- 불합격시 :
예중 입시를 떨어진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예고로 전환해서 다시 시험을 보려고 하는데, 예중때와 달리 그림 실력외에도 내신도 엄청나게 신경써야해서 난이도는 훨씬 높아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시험에 떨어진 마음의 상처를 회복할 시간도 없이 부족한 학과를 엄청나게 따라잡아야합니다.
더군다나 예중의 경우 학교마다 거의 120명내외의 신입생을 선발하고, 예고는 160 정도인데 예중 아이들은 웬만해서 예고로 그대로 진학하므로 나머지 40명정도 자리를 두고 더 많은 아이들이 경쟁하므로 내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불합격한 경우 아이의 재도전 의사에 따라 학과 공부를 어떻게 해야할지 계획을 잘 세워야합니다.
* 와이프 경험상 예중 아이들은 초등포함 최소 5년이상 미술만 죽어라 하기 때문에 진짜 공부 하나도 안하고 노는 한두명빼고는 입시의 60% 비율인 실기 점수가 압도적이라 예고는 특별하게 사고 치지 않는 이상 예고로 진학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반중에서 예고로 진학하려면 일단 32% 비율의 내신 점수는 무조건 최상위로 받고 시작해야한다고 하네요
8. 비용
마지막으로 비용을 이야기하자면, 1년에 학원비 + 재료비 + 24번의 연합시험등등 포함해 거의 4000만원정도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학원등에 따라 1년 평균 3000만원 이상은 소요되는데 저흰 여러 학원을 비교하느라 조금 더 들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예중/예고 다닐 동안엔 무상교육인 일반 학교에 비해 교육비가 아~~주 많이 들고, 학원비까지 추가로 생각해야하는데 이건 주변에 물어봐도 워낙 케바케라... 일단 인문계열보다는 많이 들어갑니다.(학원비등을 빼고 순수하게 3년 기준 학비+실기비용등만 3000만원이 넘게 들어가며, 학원비 및 3학년때 입시 준비 비용을 합친다면 여기에 몇배는 더 들겠죠)
국악을 전공하신 어머니가 미술은 다른 계열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들지만, 졸업후 가성비(?)는 그나마 가장 좋은 편이라고 하시는데.. 그래도 아이가 원해서 시작한거지 대학 졸업후 진로를 생각한다면 투자대비 효율은 매우 낮다고 생각합니다.
9. 소감
돌이켜보면 예중 입시는 아이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버텨야 하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려간 경험 자체가 아이에게는 큰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지금 예중이나 예고 입시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경쟁률이나 합격 가능성만 보지 말고, 아이가 정말 그림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긴 준비 과정을 버틸 의지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재능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진짜로 미술을 좋아하신지와 힘든 과정을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는게 진!짜! 중요합니다.)
• 이쪽에 경험이 있던 와이프가 진짜 큰 몫을 담당했습니다. 학교와의 출결문제 협의에서부터 아이가 그리는 그림 및 연합시험 결과에 따라 학원 선생님과 계속되는 피드백, 적으면 하루 1개, 많으면 3개까지 싸야하는 도시락, 수천번 반복해야했던 연필 깍이등등..
10. 기타
미술대회를 따라가보니 준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입시 미술 학원이 아니라 동네 취미 미술 학원에서 배워왔지만 신들린 솜씨로 수상을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걸 보면 이 쪽은 노력도 중요하지만, 결코 재능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아이들은 테크닉은 떨어져도 그림을 보는 눈이 진짜 달라 형태나 구도가 거의 완벽하더군요)
초등학교때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아이와 부모님을 보면
존경심이 들 정도입니다.
1년간 수고하셨습니다
예중 예고 하면 뭔가 순수 미술 혹은 클래식 미술의 테크트리(?)라고 생각되는데요
비슷하게 아이들이 음악으로 전공을 한다고 보면 클래식과 실용음악 루트가 있을것 같은데요
미술도 그러할까요? 대학까지 이어지는 클래식과 실용? 이런 나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중학교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는 예고와 디자인고? 같은 이름으로 분류되는 루트가 있어보이는데
치열한 현장에 서계신 분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예고가 아닌 학교 중에는 서울미고가 전통적인 미술과 실용적인 미술을 함께 가르치는데, 중하위권 대학 입결이 좋아 요즘 서울권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또한, 애니고, 이미고 같은 특성화 학교는 실용 미술 쪽에 더 중점을 둡니다. (참고로, 서울미고와 특성화 학교는 무상교육이라 학부모 부담이 적은 장점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