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털빨 하나는 자신 있던 퀘이커앵무새 파랑이.
이 글은 자해와 그 치료과정을 담았으며 출혈 사진이 여러 장 포함되었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어느 날 와이프가 파랑이 옆구리가 좀 휑 한 거 같다길래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며칠 지나자 누가 봐도 깃털을 뽑은 흔적으로 보일만큼 범위가 늘어나더니

급기야 이런 상태가 돼버렸어요.
주변 환경이 크게 변한 건 없다 보니 이때까지만 해도 스스로 멈춰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는데요.

다음날 파랑이를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혈사진 주의)

깃털을 뜯는 것도 모자라 살을 쪼아댄 파랑이 ㅠㅠ 급하게 동물병원에 데려가 진찰해 보니

그나마 다행이인건 특별한 이상소견은 없었지만 자해 원인을 알 수 없는 만큼 막막한 마음도 들더라고요.

피부가 뜯겨나가고 내부근육이 드러나 패혈증 위험이 커서 (약이나 연고보다)
중요한 건 넥카라라는 조언을 들은 후 바로 조치를 했습니다.

사실 자해가 시작된 후 넥카라에 대한 고민을 안 한 건 아닙니다만 이젠 선택이 아닌 생존 문제가 됐으니
무조건 씌워야 했는데 찍찍이로 된 넥카라를 파랑이가 얌전히 쓰고 있을 리 만무했고

안 벗겨지도록 스테이플러에 바느질에 계속 보강을 하다 찍찍이에 순간접착제를 발라 아예 벗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네요.
그렇게 약 바르며 조금씩 나아가던 어느 날 (출혈사진 주의)

다시 출혈이 발생해 보니 넥카라가 약간 접혀서 부리가 피부에 닿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약간 두꺼운 재질의 천이라 대부분 뻣뻣하게 펼쳐져 있던데 이날은 어떻게 좀 접혀있었나 봐요.
다행히 이런 일은 이번 딱 한 번뿐이었고 아침저녁으로 소독약과 피부재생연고를 부지런히 바른 덕에

가슴에 난 구멍은 안쪽부터 살이 차오른다던데 진짜 그렇더라고요.
누런 비듬 같은 건 소독약과 피부재생약의 흔적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외부 감염을 막아주는 피부재생이 있는 후 소독약은 끊었으며

점점 작아지는 상처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작디작은 흔적만 남기게 되었고

피부재생이 어느 정도 완료되니 깃털들도 자라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파랑이는 어느 정도 정상인 모습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상태가 호전됨에 따라 원장님과 상의 후 약도 끊게 되었고 넥카라도 벗긴 후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는데요.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횃대에도 잘 못 올라가고 밥도 불편하게 먹었거든요.
하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순 없는 법.. 넥카라라는 보호막이 없으니 아침만 되면 가장 먼저
새장으로 가서 살펴보는 게 주요 일과가 되었는데요.

다행히 외형으로 보나 바닥에 흔적으로 보나 자해 흔적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목부분은 오랜 시간 넥카라를 해서 그런 것으로 이 부분도 자연스럽게 복구되더라고요.
파랑이가 털을 뽑다 피부까지 쪼아댄 게 올 5월이었고 넥카라를 다시 푼 게 8월 초이니
대략 치료에 3개월 정도 걸렸어요.
그리고 넥카라를 푼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파랑이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자해를 완전히 멈추진 않았은 상태인데요.

이게 최근 사진이에요. 그나마 괜찮은 부분이라면 계속 범위가 늘어나진 않고
저 정도에서 살짝 나아지다가 다시 뜯는 정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조금만 자해를 해도 다시 넥카라(이젠 옷핀으로 고정해서 신속 탈부착가능)를
씌우긴 했는데요. 지금은 일단 내버려 두는 상황이에요.
처음엔 새가 불편할까 봐 넥카라를 미뤘다면 지금은 언제든 필요하면 씌울 준비는 돼있지만
이 정도 선을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더 심해진다 하면 주저 없이 씌우려고 합니다.
왜냐면 이게 꽤 장기전으로 갈 거 같아서요 어쩌면 파랑이의 평생이 될 수도 있겠죠.
다시 3개월 후쯤에 후기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