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징크스인지 모르겠습니다. '베개' 때도 그랬는데, 이번 세종 스틸촉도 그렇고 금촉까지 매번 판매 개시하는 날마다 뉴스공장을 늦게 시청해서 주문이 뒤로 밀리네요. 보통은 7~8시경, 정규 방송보다 약간 늦게 보는 편인데 정말 징크스가 맞는지 만년필 판매 개시하는 날은 늘 오후에 보았다는,,,
덕분에 배송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각설하고, 판매 개시일(11월11일)에 주문했던 스틸촉 두 제품이 연휴 시작 전날 도착했네요. 제가 구매한 건 ‘맑은순은’과 ‘검은진주’ 두 종류입니다. 원래는 스틸촉이 오면 이것저것 살펴보고 금촉도 주문하려 했는데 써보지도 못하고 금촉부터 주문해버렸습니다.
사실 6월부터 올라오는 후기들을 보면서 '베개'보다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많아 걱정이 컸습니다. 하필 일도 많아 늦은 저녁에서야 택배 상자를 집어 들었네요. 한 박스에 두 제품이 함께 들어있었는데, 생각보다 가벼웠습니다. 두 자루가 들어있는 무게라면 실사용 시 큰 무리는 없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먼저 ‘맑은순은’을 개봉했습니다. 은은한 빛깔이 이름 그대로더군요. 걱정스러운 마음에 구석구석 돌려봤는데 다행히 큰 하자는 없어 보였습니다. 안도하는 마음으로 ‘검은진주’를 개봉했습니다.


캡 쪽에 스크래치가 있다는 후기를 몇몇 읽었던 터라 내심 불안했는데, 역시나 제 것도 피해 가지 못했네요. 모두 세 군데에 걸쳐 미세한 흠집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물질인가 싶어 극세사 천으로 바로 닦아봤지만 사라지지 않더군요. 손끝으로 더듬듯 만져보면 알듯 말듯 한 느낌이 드는 게, 분명 제대로 된 마감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낙담한 마음에 비슷한 후기들을 다시 찾아보는데 기분이 좋을 리 만무했습니다. 품질보증서의 QC PASS 마크가 저를 놀리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이건 무조건 교환받아야겠다 싶어 사진을 남기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아이폰으로 찍어보려다 잘 담기지 않아,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상세히 찍어두었습니다.
그렇게 박스에 다시 담아두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딱 봐도 '베개' 샘플 잉크통에는 들어가지 않을 사이즈였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꽂아보니 역시나 안 들어가네요.

결국 '맑은순은'에 파카 큉크를 주입하고 이것저것 적어봤습니다. 몸통이 생각보다 굵어서인지 적응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베개'의 그립감이 더 마음에 드네요. 많은 분들이 '베개'는 사각형이라 쥐기 불편하다고 하셨지만 저한테는 잘 맞았나 봅니다.
며칠 더 써봐야 알겠지만, 분명 EF촉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F촉에 가깝습니다. 참고로 '베개' 스틸촉은 2자루 모두 EF촉인데도 굵기 차이가 서로 달랐거든요. 세종도 개체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맑은순은'만 놓고 보면 제 개인적인 만족도는 B+ 정도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듯 몸통이 둥글어서 책상 위에서 아주 잘 굴러다닙니다. 떨어뜨릴 위험이 그만큼 높아 보이네요. 스크래치에도 많이 취약할 듯싶습니다. 겸손몰에서 파는 전용 필통을 사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책상을 둘러보다가 좋은 대체품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라미 룩스 시리즈의 금속 케이스인데요. 집어넣어 보니 마치 제 짝인 것처럼 쏙 잘 맞더군요. 라미 룩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케이스 둘 다 세종에게 양보해야겠습니다. ㅎㅎㅎ



하루 정도 손에쥐고 끄적거려본 결과는 뭐랄까 큰 감흥이 없다 정도입니다. 손에 맞지 않는 필기구를 이용할 때 나오는 제 특유의 글씨체가 있는데 계속 그런 글씨체가 나오더군요. 신경써서 쓰면 괜찮긴 하지만 그렇게 집중을 요하는 거라면 저와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긴 합니다. 좀 더 써보고 보고 올릴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이상 잡스러운 사용기였습니다.
혹시 본문 글을 보고 만년필에 입문해보자 하시는 분이 있으실까봐 적습니다.
만년필 실사용(공부용)으로 쓰시려면 학생이면 플래티넘 프레피나 돈 좀 더쓰신다면 파이롯트가 좋습니다 742, 743도 좋고 넉넉하게 823(많은 이들이 세척해도 완전히 배럴 착색이 안빠진다는 문제로 플런저 충전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써보면 진짜 너무나도 실용성이 좋습니다)도 좋습니다.
만년필을 본격적으로 접해보고 싶다거나 만년필로 멋드러지게 서명하고 싶다면 펠리칸 M800,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6, 149부터 접해서 만년필의 자기 기준을 정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최근 저는 라미의 저가형 시리즈들이 그렇게 손에 착착 달라붙네요. ㅎㅎ
몽블랑은 아무리 적응해보고자 해도 쉽지 않았구요,
펠리칸은 m600까지가 한계인 듯 싶습니다.
저는 캡 빼고 쓰는 걸 좋아하는데 M600은 빼고 쓰기엔 길이나 무게가 좀 그렇고 M800이 가장 좋게 느껴졌습니다 캡 빼고 쓰기에..
물론 공부, 필사용은 가벼운 게 제일 좋긴 하니까 M200이나 M400이 좋긴 해요 M800은 필링이 황동으로 되어 있어서 내구성이 좋을진 몰라도 캡빼도 20g이니까요. 과거 만년필이 실사용의 영역일때 만년필의 주류(1970년대까지)는 캡 포함 20g이하 펜촉은 지금보다 훨씬 얇게 나왔으니까.. 몽블랑 149 필링시스템이 황동이 아니라 플라스틱이던게 배럴무게가 가볍다며 그시절 펜이 진짜라는 분도 계시고 과거 만년필이 좋긴 하지요..ㅎㅎ
저도 몽블랑 146은 캡 씌우고 쓰기엔 좀 버겁고 안씌우면 너무 가볍고, 149는 캡 안씌우고 쓰는데 그조차도 두줄 쓰기엔 버겁다고 느끼긴 합니다. 몽블랑은 서명이나 메모용까진 좋은 거 같아요.
비스콘티 호모 사피엔스에 적용된 여러 특징을 보면 한번 꼭 써보고 싶은데 캡빼도 무게가 20그램을 넘겨서 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겠더군요
지금까지 미천한 경험으로 미루어 제게 맞는건 적당한 굵기가 답이니 듯 합니다.
부디 양품 받으셔서 실망이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세종 만년필은 저도 기대보다는 못해서, 손이 잘 안 가긴 하더라고요.
세종 금촉도 주문했는데, 금촉은 더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금촉도 뭐 비슷할 거라 생각됩니다. 받아보고 다음번 부터는 만년필은 그냥 패스할까 싶네요.
그래도 아직 적응하지 못한 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끄적거리고 있습니다. ㅎㅎ
얘네도 독일제 닙 아닌가요? 몽블랑, 펠리칸도 개체 차이가 큰데 넘어가야죠.
제가 주문한 건 11월에나 온다고 나와 있더군요. 가격이 가격인지라, 큰 기대는 안합니다.^^
그저 기념품 하나 비싸게 주고 샀다는 생각, 김어준에게 밥값에 보태라는 생각 정도지요.
그런데, 이번에 금촉도 샀죠. 밥값에 많이 보태쓰라구요.
저도 나꼼수 시절부터 뭐하나 보태준게 없다 싶어서 나름 열심히 보태고 있긴 합니다.
오늘 시간이 되어 나름 각잡고 앉아서 좀 정성들여 써보니 괜찮긴 합니다.
몽블랑 146 써보고 제 손에 맞지 않아 이후론 구경도 멀리했었는데, 펠리칸 400, 600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그닥 나쁘진 않아 보입니다.(물론 개인적인 견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