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여행을 마치며
여행이 끝났다.
새벽 4시에 택시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던 게 얼마 전 같은데, 어느새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집이다. 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나는 비빔밥을, 아들은 오뎅라면을 먹으며 시작했던 여행이었다.
오사카에 도착한 첫날은 운 좋게 오후 1시쯤 일찍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잠시 쉬었다가 난바와 닛폰바시 일대를 돌아다녔다. 특별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걷다가 눈에 들어오는 곳에 들어가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었다. 여행의 첫날답게 모든 것이 조금은 낯설고 그래서 재미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아들에게 가장 강렬했던 것 중 하나는 태양의 탑이었다.
처음 태양의 탑을 본 아들의 반응은 간단했다.
“완전 진격의 거인인데?”
멀리서도 이상할 정도로 거대했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 압도적이었다. 특히 몸통 양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거대한 팔을 보면서 저 무거운 구조물을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어른인 나에게도 묘한 존재감을 주는 건축물이니 아들에게는 훨씬 더 거대한 모습으로 기억될 것 같다.
나라에서는 사슴을 만나고 오래된 도시의 풍경을 걸었다. 이후에는 아리마 온천마을로 이동해 유모토의 좁은 언덕길과 오래된 건물 사이를 걸었다. 온천에 몸을 담그고 돈가스도 먹었다. 하루 동안 도시와 옛 마을, 온천의 풍경이 계속 바뀌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나에게 가장 강렬하게 남은 곳은 고시엔이었다.
마침 고시엔 개막일이었다. 조금 늦을까 걱정하며 경기장으로 향했지만 다행히 개막식 마지막 부분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앉은 곳은 3루 쪽 맨 앞자리, 바로 프레스석 근처였다.
경기가 시작되자 학생들의 생음악 응원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TV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브라스밴드의 연주와 응원단의 목소리, 관중들의 함성이 한꺼번에 뒤섞이니 경기장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9회 마지막 순간은 아마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2점 차, 2아웃, 주자는 2루와 3루.
마지막 타석에는 상대 팀의 4번 타자가 들어섰다. 그 선수는 그날 마운드에서 혼자 109개의 공을 던진 투수이기도 했다.
마지막 타구는 내야 땅볼이었다.
이미 공은 1루에 들어갔고, 본인도 아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았다.
끝까지 전력으로 달려 1루 베이스를 향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이미 경기는 끝난 뒤였다. 결과를 뒤집을 수도 없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우리가 응원하던 팀의 선수도 아니었다. 상대 팀 선수였다. 하지만 하루 종일 마운드에서 109개의 공을 던지고, 마지막에는 4번 타자로 타석에 서서, 이미 끝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지막까지 몸을 던지는 모습에는 승패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날 처음 알았다.
사람들이 왜 고시엔을 단순한 고교야구 대회가 아니라 ‘청춘의 무대’라고 이야기하는지를.
아들도 우리가 응원했던 3루 쪽 팀이 이겨서 무척 좋아했다. 나에게는 승리보다 마지막에 패배한 선수의 슬라이딩이 더 오래 남았다.
그날 나는 야구 경기를 본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지막 여름을 본 것 같았다.
여행 마지막에는 오사카를 벗어나 교토 북부까지 올라갔다.
먼저 이네 후나야에서 배를 탔다. 바다 바로 앞에 늘어선 오래된 집들과 푸른 산을 바라보며 천천히 바다를 돌았다. 아들은 배 타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고 했다.
이어 아마노하시다테에서는 전망대로 올라가 탁 트인 바다와 소나무 숲을 내려다봤다. 올라갈 때는 리프트를 이용했고, 내려올 때는 발밑이 훤히 보이는 의자를 타고 내려왔다. 아들은 조금 무서우면서도 그게 오히려 “쫄깃하면서 재미있었다”고 했다.
마지막은 미야마 가야부키노사토였다.
미야마에서 주어진 시간은 겨우 35분 정도였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고 마을을 걷기 시작했는데 절반 정도 둘러보니 벌써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은 곳이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미야마는 눈으로 봤을 때보다 돌아와서 사진으로 보니 더 좋았다.
짙은 녹색의 산과 숲, 강한 여름 햇빛, 그 사이에 자리 잡은 초가지붕들이 사진 속에서는 더욱 선명했다. 초가지붕의 질감을 가까이 담은 사진도 좋았고, 마을 전체를 내려다본 풍경도 마음에 들었다. 겨우 35분 머물렀는데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들이 그곳에서 나왔다.
돌아오는 날에는 비행기가 40분 정도 연착됐다. 다행히 아침부터 연락이 와서 오히려 30분을 더 자고 여유 있게 공항으로 나올 수 있었다.
먹고 싶은 것도 먹었고, 온천도 했고, 배도 탔다. 아들은 태양의 탑을 보며 진격의 거인을 떠올렸고, 고시엔에서 자신이 응원한 팀의 승리를 즐겼고, 배와 리프트를 재미있어했고, 마지막 미야마에서는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나는 고시엔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눈물을 흘렸고, 여행 내내 꽤 많은 사진을 남겼다.
여행을 완벽하게 보냈다는 게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해냈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
시간이 부족했던 곳도 있었고, 조금 더 싸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있었고, 길을 잘못 들기도 하고 지하철을 반대로 타기도 했다.
그래도 돌아와서 생각나는 것은 그런 실수들이 아니다.
아들과 함께 봤던 풍경, 맛있게 먹었던 음식, 뜨거웠던 고시엔, 바다 위의 배, 조금 무서웠던 리프트, 그리고 짧아서 더 아쉬웠던 미야마의 여름 풍경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에어컨부터 풀가동했다.
그렇게 아들과 함께한 2026년 여름 오사카 여행이 끝났다.
참 좋았다. ㅎㅎ






























사진찍을 여유따윈 없었습니다.
가이드 + 통역 + 식사 준비 (알아보기) + 예약 + 모델(딸) 인생샷 찍어주기만 하고온 느낌이었는데 ~ ㅎㅎ
아이폰 준최신기종 아이폰 16PRO 인데, 저런 카메라의 색감을 따라가긴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