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장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옥룡설산이었지만, 여행 마지막 밤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의외로 아만의 디너였습니다.
인당 688위안 코스(서비스차지 포함, 보이차 포함 총 878위안)를 선택했습니다. 디너는 코스만 된다고 하네요. 다른 중국손님들은 주로 훠궈를 드셨습니다.
처음에는 가격이 다소 높다고 생각했지만, 애프터눈티를 먹으면서 디너예약까지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단순히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레스토랑이 아니라 코스 전체의 흐름을 설계한 레스토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0. 애피타이저

새콤한 절인연근과 절인땅콩이 나왔습니다. 식사 전에 입맛을 돋구는 새콤하고 고소한 맛이었습니다.
1. Walnut and Roots Salad : 호두와 야생 천마 샐러드

첫 번째 메뉴는 호두와 윈난 특산 식재료인 야생 천마(天麻)를 활용한 샐러드입니다.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 호두의 고소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습니다. 과한 드레싱 없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전채로, 코스의 시작을 부담 없이 열어주었습니다.
2. Chilled Yak Shank in Pepper Dressing

산초 소스를 곁들인 야크 정강이살
윈난을 대표하는 야크 고기를 차갑게 즐기는 요리입니다.
산초와 고추의 얼얼함이 입맛을 깨워주지만 과하게 자극적이지 않았고, 고기 특유의 냄새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살짝 질겼습니다.
3. Clear Soup of Matsutake and Bean Curd

송이버섯과 두부 맑은탕
오늘 코스에서 가장 편안했던 메뉴 중 하나였습니다.
맑은 국물이지만 깊은 감칠맛이 느껴졌고, 송이 향도 과하지 않아 부담이 없었습니다. 한 숟갈 먹자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4. Crispy Pork Belly with Pu-er Tea Leaves

푸얼차 향을 입힌 크리스피 삼겹살
오늘 코스의 베스트 메뉴였습니다.
평소 기름진 고기를 즐기지 않는 편인데도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으며, 기름지기보다 생선껍질을 먹는 듯한 고소함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푸얼차 향이 느끼함을 자연스럽게 잡아주며, 오늘 코스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지금도 기억이 나네요
5. Wok-fried Porcini with Green Pepper and Ham

포르치니 버섯 볶음
윈난의 대표 식재료인 포르치니를 활용한 요리입니다.
버섯 자체의 향과 식감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대했던 것만큼 강한 인상은 아니었습니다. 정석적인 중식 버섯 볶음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6. Poached Seasonal Vegetable in Local Cured Ham Broth

윈난 햄 육수에 데친 제철 채소
개인적으로는 숨은 킥이었습니다.
맑은 육수에서 의외로 생땅콩을 연상시키는 고소한 풍미가 느껴졌고, 앞선 요리에서 남아 있던 산초의 얼얼함을 자연스럽게 중화해 주었습니다. 보기보다 훨씬 인상적인 메뉴였습니다.
7. Wok-fried Yunnan Rice Noodle

윈난식 볶음 쌀국수
마지막은 볶음 쌀국수였습니다.
한국의 잡채를 떠올리게 했지만, 당면 대신 꼬들한 쌀국수를 사용해 훨씬 담백했습니다.
과한 양념 없이 채소 향과 면의 식감을 살린 마무리가 좋았습니다.
8. Dessert

윈난식 대추 디저트 수프와 계절 과일
코스를 마무리한 것은 서비스로 제공된 윈난식 디저트 수프였습니다.
반얀트리에서 전날 먹었던 디저트와 비슷한 스타일이었는데, 은은한 대추 향과 자연스러운 단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흰목이버섯과 과일이 함께 들어 있어 식감도 부드러웠고, 단맛도 과하지 않아 식사의 여운을 편안하게 이어주었습니다.
함께 나온 계절 과일 역시 마지막까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총평
이번 아만 디너는 화려한 플레이팅이나 강렬한 한 가지 메뉴로 승부하기보다 코스 전체의 균형과 흐름이 돋보였습니다.
산초의 얼얼함으로 입맛을 깨우고, 송이 맑은탕으로 몸을 데운 뒤, 푸얼차 삼겹살의 고소함, 버섯과 제철 채소의 담백함, 쌀국수로 든든하게 마무리하고, 마지막에는 은은한 대추 디저트 수프로 식사를 정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매콤함, 담백함, 감칠맛, 고소함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배는 충분히 부르지만 속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식사를 마칠 즈음에는 자연스럽게 졸음이 올 정도로 몸이 편안하게 이완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 식사였습니다.
동시에 나중에는 꼭 숙박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식사를 통해 왜 사람들이 아만을 단순한 럭셔리 호텔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이라고 이야기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기술보다 재료와 균형, 그리고 식사를 마친 뒤 몸이 느끼는 편안함으로 기억되는 저녁이었습니다.
나중에 리장 오시면 꼭 한번 경험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