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오토 바이닝거(Otto Weininger)가 남긴 "천재가 아니면 죽는 것이 낫다"라는 말은 그의 극단적인 천재주의와 구원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어록입니다.
바이닝거는 1903년 불과 23세의 젊은 나이에 자신의 저서인 [성과 성격(Sex and Character)] 을 출판하며 천재성과 위대함에 대한 극단적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절대적인 도덕적, 정신적 완성(천재)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삶의 의미나 가치가 없다고 믿었습니다.
평범함이나 타협을 거부하고, 오직 완벽한 천재성만이 구원과 진리에 닿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철학적 신념과 내적 갈등 그리고 세상의 비난을 이기지 못하고, 책을 출간한 지 불과 몇 달 뒤인 1903년 10월에 베토벤이 죽은 비엔나의 한 하숙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바이닝거는 후대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나 제임스 조이스 그리고 심지어 히틀러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비트겐슈타인은 바이닝거를 "틀렸지만 위대하다" 고 했습니다. 결론은 잘못되었지만 질문의 심각성이 가치있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그토록 철저하게 묻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보았습니다.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판단력 비판] 에서 천재는 '예술에 규칙을 부여하는 타고난 재능'이자 모방과 학습을 넘어선 독창적인 창조자를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칸트는 천재를 다음과 같은 4가지 특징으로 정의했습니다
- 독창성 (Originality): 모방이나 학습을 통해서는 도달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냅니다.
- 전형성/모범성 (Exemplariness): 천재의 작품은 의도적인 규칙 없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예술가들에게 하나의 기준이나 모범이 됩니다.
- 자연성 (Nature): 천재성은 후천적인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본성)이 그 예술가에게 부여한 타고난 소질입니다.
- 규칙의 부재: 천재는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창작 과정을 논리적인 규칙으로 설명하거나 가르쳐주지 못합니다.
칸트는 천재의 예술적 창작을 일반적인 학문이나 기계적인 기술(장인)과 엄격히 구분했습니다.
학자나 장인들은 아무리 뛰어난 지식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기존에 정해진 이론, 규칙, 또는 교본을 바탕으로 학습하고 그것을 모방하여 발전합니다. 하지만 천재는 기존의 룰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칸트의 이러한 천재론은 이후 낭만주의 예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예술의 독창성과 개인의 내면을 중시하는 사상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일본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유가와 히데키(湯川 秀樹, 물리학상)는 그의 명저, 天才の世界, 天才の世界 <続> 에서 역사상의 여러 천재를 소개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뉴턴, 아인슈타인, 타와라야 소타쓰(俵屋宗達), 오가타 코린(尾形光琳), 제아미(世阿弥)) 하면서 천재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내적 갈등, 사회적 모순과의 긴장, 그리고 자기 세계로의 깊은 침잠과 강한 자기실현욕구가 있었으며 그 마찰이 창조의 에너지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천재의 특징은
- 단순화의 능력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보는 능력이 뛰어 납니다.
- 문제를 다시 설정하는 능력
천재는 주어진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이 아닙니다. 모두가 풀고 있는 문제가 잘못 설정되어 있음을 누구보다 먼저 인식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 강박적 집중
천재는 대체로 고르게 뛰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한 곳에 비정상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사람입니다.
- 시대와의 불화
천재의 감각은 동시대보다 앞서 있거나, 동시대와 다른 방향을 향해 있습니다.
- 무의식적 통합
서로 무관해 보이는 것들이 — 잠자는 동안, 산책 중에,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 천재에게는 갑자기 하나로 보입니다.
수학의 천재인 푸앵카레는 버스에 오르는 순간 수학적 증명이 완성되었다고 했습니다.
케쿨레는 꿈에서 뱀이 자기 꼬리를 무는 것을 보고 그 모양에 착안하여 벤젠 고리 구조를 발견했습니다. 이는 유기화학의 획기적 발전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유태인에서 천재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많으며 유태인 노벨상 수상자는 전체의 약 20~25%에 달합니다. 인구 비율로는 0.2%에 불과한데. 이것이 유전인가, 문화인가는 오래된 논쟁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모노즈쿠리(物作り) — 사물을 만드는 것에 대한 깊은 존중, 한 가지를 극한까지 파고드는 태도의 장인정신이 존중되어 왔는데 이것은 기초과학 연구자의 자질과 정확히 겹칩니다.
그러한 문화가 오랫동안 유전적 특성으로 연결되었고 그런 점에서 일본에 이공계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만약 수십억 인구인 인류전체를 단 1명의 개인이라 가정하고 특정분야에 집중하게 하여 오랜 시간동안 소양을 쌓는다면 마치 격세유전(Atavism)처럼 후대에 그 능력과 천분이 전달된다고 봅니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은 경험이 유전자 발현 방식을 바꾸고, 그것이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다고 합니다. 유전자 서열 자체가 아니라 어떤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는가가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자녀들이 트라우마에 반응하는 호르몬 패턴을 공유한다는 연구, 기근을 겪은 세대의 손자들이 대사 패턴이 다르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즉 경험이 생물학적 흔적을 남기고, 그것이 전달된다는 견해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불교의 업(카르마, Karma)도 일종의 유전정보의 전달로서 현생을 마치고 다음 생애에 그 특징이 전달되지 않나 상상해 봅니다.
불교에서는 카르마는 의식의 흐름이 이어진다고 하며 탐욕, 분노, 어리석음, 혹은 지혜를 향한 강렬한 집중이 '의식의 흐름(마음상속(心相續), Citta-santāna)'에 업의 흔적을 남겨 다음 존재를 형성하는 에너지(행, 行)가 된다고 봅니다.
반면 후성유전학은 생물학적 패턴이 전달됩니다.
이 둘이 같은 것인가, 평행한 것인가는 연구의 여지가 있습니다.
어쩌면 의식과 생물학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이 얽혀 있을지도 모릅니다.
* 출처: A Bog for StarFairyBaby ( https://m.blog.naver.com/manumoon/224293706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