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서평은 책을 무료로 받아서 읽어 본 후 작성한 사용기 입니다)
안녕하세요, 클리앙 회원 여러분. 부크온 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오크트리 님의 신간 『흔들리지 않는 투자자』를 읽고 글을 남깁니다. 대단한 인사이트를 나누기보다는, 주식 시장에 발을 들인 지 이제 4개월 남짓 된 초보 투자자의 뼈아픈 실전 복기이자 솔직한 반성문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처음 주식을 시작한 타이밍은 코스피 5000을 넘나들던, 그야말로 엄청난 환희, 열광의 장이었습니다. 주린이인 저는 나름대로 '언제든 존버가 가능한 튼튼한 종목을 찾아 모멘텀을 보고 들어간다'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책의 1부를 읽으며 제 매매를 돌아보니, "승부는 매수에서 결정된다"는 저자의 말이 너무나 아프게 꽂히더군요.
책의 2장에서는 '소모성 지식 vs 장기간 유용한 지식'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나름대로 재무 상태가 엉망인 기업은 애초에 쳐다보지도 않았고, 산업 트렌드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결정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우량 기업들이 이리 치이고 레버리지 라는 변동성에 이전의 주가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아, 펀더멘탈이 아무리 좋고 기업이 망할 리 없어도, 기업 실적과 주가는 철저하게 별개의 품목이구나'라는 것을요. 증권사의 낙관적인 리포트에 속은(?) 기분을 느끼면서, 모멘텀과 인베스팅 사이에서 이도 저도 아닌 포지션으로 시장을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지 체감했습니다.
특히 3장의 '투자와 감정' 파트는 제 계좌의 흑역사를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하락장에서 나름대로 모멘텀이 꺾였다고 판단해 패닉 셀링을 했고, 그 대처 자체는 장기적으로 틀리지 않아 시드의 15% 정도 손실로 방어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찾아온 극심한 FOMO였습니다. 결국 이성을 잃고 급상승 중이던 주식에 초단타 스캘핑을 하겠다고 뛰어들었다가 그대로 최고점에 물려버렸습니다. 현재 계좌는 -30%를 찍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장기 투자를 버티게 해주는 핵심으로 '경영진과 기업에 대한 신뢰'를 꼽습니다. 솔직히 제 -30% 계좌는 손절 타이밍을 놓쳐버린 '비자발적 장기투자'의 결과물이 맞습니다. 하지만 크게 불안하지 않은 이유는, 결국 한국 시장에서 현재 기준 반도체 섹터를 제외하면 수급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라는, 혹은 적어도 그러한 투자처를 발빠르게 찾아내고 분석을 하여 실제 자금을 투입하기에는 제 능력에 대한 과도한 올려치기일것임에 분명하다는 현실적인 판단과, 기업의 방향성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물려서 시작한 투자지만, 이 불확실성 안에서 버티는 법을 책을 통해 한 번 더 다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제 투자 습관 중 가장 크게 반성한 부분은 '인지적 여유'에 대한 오해였습니다. 책에서는 "투자자는 한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초보 시절 저는 장중에 시간이 널널하다 보니 마치 펄프픽션 같은 종토방과 다양한 주식 관련 얘기가 오가는 커뮤니티를 기웃거렸고, 그 수많은 노이즈들은 오히려 뇌동매매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한가함이란, 결정적인 기회가 왔을 때 뇌를 풀가동할 수 있도록 평소에 불필요한 소음을 차단하고 이성을 유지하라는 뜻임을 깨달았습니다. 요즘은 그런 소음들을 의도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투자는 하방을 막는 것이다." 책 4장에 나오는 이 문장을, 코스피 5000 시대의 상승장에서 주식을 시작한 제가 애초에 이해했을 리 만무합니다. 상방만 열려 있다고 생각했지 하방이 뚫려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으니까요. 거창한 매매 원칙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 경험과 독서를 통해 적어도 "지금 고점 같은데 여기서 더 오르면 어쩌지?" 하는 조바심에 고점 횡보장에서 덥석 매수 버튼을 누르는 짓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습니다. 현금을 들고 대기하는 것도 훌륭한 전략이라는 것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습니다. 온라인에서 읽을 때의 "현금 보유도 전략" 이라는 말과, 실제로 계좌에 찍히는 묵직한 수업료 이후에는, 같은 말이 전혀 새로운 의미로 와닿더군요... 마치 주변에는 보유자의 영역이니 신규 진입 하기에는 버블로 생각된다고 얘기하던 자신이 어째서 그러한 미련한 선택을 했는지..? 라기 보다도, 그러한 미련한 선택, 다른 말로 하자면 그러한 단기 도파민 분출에 대한 아주 비싼 댓가를 치룬 기분이 들더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책이 저에게 전혀 몰랐던 엄청나게 획기적인 비법을 안겨준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기본 중의 기본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의 양이나 알고리즘, 패시브 자금을 굴리는 기관을 이길 수 없는 일반인 투자자로서, 결국 시간으로 비용을 지불해 낼 수 있는 '안정성'이라는 원래의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내 계좌가 왜 박살 났는지, 내가 어떤 심리로 잘못된 매매를 했는지 차분하게 복기하게 만들어 주는 훌륭한 거울 같은 책이었습니다. 멘탈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거나 기본기를 다시 다지고 싶은 회원님들이라면 한 번쯤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님들 모두 흔들리지 않는 매매로 잃지 않는 투자 하시고, 성투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