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나름 이해해보려 애써봤습니다.
희망이란 미래를 향한 것이며 그 미래에 현재의 나는 존재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지구에서 다시 희망을 꿈꿀 수 있을까?
대한민국 여느 농어촌과 마찬가지로 호포항은 노인들의 마을입니다. 영화 시작 시점에 인근에 산불이 났다는 설정으로 그나마 중장년층들은 산불진화에 차출되었다는 설정입니다. 그래서 더욱 초고령 노인들이 외계인이 쑥대밭을 만들고 있는 마을을 직접 지키게 됩니다. 노인들이 트럭을 타고 외계인을 뒤쫓는 장면은 이 영화의 멋진 장면들 중 하나입니다.
이 마을은 구성원의 평균 연령이 높을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 부패한 곳입니다.
외계인으로 오인하여 마을 사람에게 치명상을 입혔고 그 사람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공권력을 상징하는 출장소장은 애초에 책임질 생각이 없고 유야무야 넘기려고 합니다.
호랑이를 잡으러 온 것으로 가장하고 있지만 어디선가 얻은 정보를 통해 큰 돈을 벌 사냥감을 찾아나선 사냥꾼 무리들 역시 황금만능주의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타락한 가치관은 80만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무 생각 없이 어린 외계인을 죽이는 양배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이 마을에서 진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 마을 사람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인 해술입니다. 오랜만에 임현식 배우가 출연하여 반갑기도 했는데, 해술은 매우 상징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해술이 말했다면 믿을 수 있다고 온 마을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하지만 실제 해술의 진술은 거짓도 참도 아닌 애매함을 나타냅니다. 해술은 외계인이 여럿이라고 말하고 구체적으로 몇 명이냐는 질문에 손가락 네 개를 펴고 말로는 세 명이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손가락 하나를 접으며 최종적으로 셋이라고 확언합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외계인 넷이 보입니다. 물론 한 화면에 동시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셋이고 앞쪽에 있다가 옆으로 사라진 외계인이 빠르게 이동하여 뒷쪽에서 다시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기에 재현 장면 역시 애매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해술에 대한 이러한 절대적 신뢰는 그의 이름을 대고 거짓을 진실로 바꾸는 데도 기여합니다. 처음에 성기 일행은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주장에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해술의 이름을 팝니다. 물론 호랑이는 없었습니다.
출장소장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외계인의 슬픈 표정에 대해 말합니다.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지만 외계인들에게도 뭔가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양배가 죽인 어린 외계인은 단지 자식일 뿐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 외계인은 연약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그 사체를 클로우즈업으로 매우 오래 보여줍니다.
마지막 외계인이 타고온 함선이 붕괴되는 장면은 이들 외계인에게 희망이 사라지는 장면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외계인들에게는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죽은 줄 알았던 성기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쿠키 영상은 그래서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죽지않고 살았다는 해석과 외계인의 능력을 통해 되살아났다는 해석입니다.
망해가는 두 행성의 생명체가 만나서 서로 죽고 죽이는 장면을 계속 보여주면서 감독은 희망이 있는가 질문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 희망은 그냥 이대로 살아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뭣이 중헌디를 물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호포항에서 처음 외계인을 만나고 추격하는 초반 마을 장면들은 매우 재미있고 액션도 훨씬 흥미진진합니다. 외국에서 촬영했다는 숲속 장면은 거의 장르가 바뀌는 수준의 변화를 보입니다. 외계인의 다양한 능력을 감상하는 재미 정도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호포항은 지구고 숲은 외계 행성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같습니다. 성기 일행은 외계 행성의 침략자고 호포항에서 처음 죽은 외계인은 지구에 침입한 것으로.... 그 만큼 두 장소 사이에 이질감이 느껴지고 숲이 외계인들의 주 활동 무대이기도 합니다.)
호프, 이상하지만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