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복학 후 사귄 여자친구, 이제 전 여친이자 애엄마가 된 (...) 분과의 데이트에서 항상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 요소는 커피였습니다. 당시에 커피빈의 크림 듬뿍 올린 프라푸치노는 아직 혈당 걱정 따위 없었던 젊은 우리에게 그 자체로 즐거운 그 무엇이었어요.
수십년의 시간이 지나 이제 그분이나 나나 당분기 하나 없는 음료들만 먹게 되었지만 그래도 항상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고 중요한 한 가지로 자리 잡은 것 또한 커피입니다. 그 세월동안 여기저기 이사 다니면서도 부엌 어디에 커피 머신을 놓을지 고민하는 것이 언제나 첫번째 고려사항이었죠.
나름 다양한 커피를 경험하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요즘에는 주변 사람들이 제가 내린 커피를 좋아해주고 조언도 구하곤해요. 저 역시 아침마다 근사한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한다는게 나름 삶의 낙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까지 쉽게 해결할 수 없었던 한 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여행이나 캠핑, 출장 시에 맛있는 커피를 즐기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곳에 가서 괜찮은 커피 내리는 곳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왠만한 곳은 그냥 커피맛이 나는 카페인 공급 음료 (...) 이고, 평점을 보고 찾아가면 사실 이곳은 커피 맛집이라기 보다 빵 맛집이거나 인스타 맛집인 것이고.. 뭐 그런 경우가 많았어요. 심지어 진짜 커피 맛집을 찾아가도 주인분이 내린 커피와 알바가 내린 커피 맛이 너무 달라 실망한 경우도 많구요.
그래서 몇 년전부터 직접 휴대용 커피 머신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었습니다. 여기서 몇 가지 세팅을 해보고 나름 느낀 점도 있고, 공유하고 싶은 부분도 있어 간단하게나마 적어보려고 합니다.
1. 에어로프레소
사실 이 세팅에서 이미 너무 만족스럽게 썼습니다. 아시는 분은 익히들 아실 이 주사기 모양의 우스꽝스럽게(?) 생긴 커피 머신은 생긴 것에 비해서는 정말 아주 훌륭한 커피를 너무 편하고 쉽게 심지어 청소까지 간단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냥 커피 갈아서 넣고 몇 번 휘저은 다음 몇 분 기다리고 아주 직관적으로 주사기를 눌러서 커피를 쭈욱 뽑은 다음, 마지막 커피 찌거기는 쓰레기통에 대고 툭 밀어 빼면 그만이에요.
왠만한 소형 텀블러 수준의 사이즈에 더할 나위 없는 맛도 나오고 뽑는 방법도 편하고 청소도 쉬우니 여기서 만족하면 더 갈 필요도 없어요. 가격도 쌉니다. 3만원 정도에 샀던거 같은데 요즘도 크게 비싸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다음 셋팅을 넘어가게 된 것은 농도를 높히는데 한계가 있어서입니다. 전여친 그분이 아이스 라떼를 좋아하는데 (여행지에서 아이스 라떼라니! 우유와 얼음도 사란 말인가!) 에스프레소만큼 진하게 나오지는 않다보니 베리에이션이 좀 아쉽습니다. 그러나 그 점만 빼면 지금도 애용할 정도로 괜찮은 방법입니다. 강추해요.
2. 와카코 미니/나노프레소
여행지에서 에스프레소를 뽑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작고 에스프레소를 뽑을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서 샀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예.. 어떻게든 잘 써보려고 바리스타 킷도 사고 새 버전도 사보고 나름 투자를 꽤 했는데 맛은 별롭니다.
일단 에스프레소가 나오는 것은 맞습니다. 커피를 가늘게 갈아서 바스킷에 넣고 뜨거운 물을 넣은 다음에 펌프를 손으로 눌러서 압력을 높혀주면 에스프레소가 졸졸졸 나오기 시작합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분명 맛도 에스프레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느낀 한계는 손으로 누르는 압력 자체의 한계점이 좀 낮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기계에 비해) 그러다 보니 원두의 굵기도 어느 정도 이상으로 가늘게 쓸 수는 없고, 바스킷도 작아서 원두가 10g 이상은 안 들어갑니다. 기억으로 바리스타킷으로 더 큰 바스킷을 쓸 수 있었는데 그래도 15g 정도가 한계였던거 같아요.
이건 원두의 특성도 영향을 미치는데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구수한 맛이 나는 좀 많이 탄 강배전도의 원두라면 적당히 타협하여 괜찮게 먹을만한 에스프레소가 나올거 같은데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원두 타입이 약중배전 정도의 플로럴한 계열을 좋아하다 보니 압력이 약해서 원두 맛을 잘 끌어내질 못하더라구요.
재미있는 것은 네스프레소 캡슐용 호환 킷도 있고 해서 네스프레소를 여행지에서 즐기고 싶다! 고 한다면 아주 괜찮은 선택일 수 있겠다는 점입니다. 앞서의 에어로프레소보다 더 작은 사이즈에 괜찮은 케이스도 있으니 바쁜 출장지에서의 아침에 커피 갈고 그럴 필요없이 간편하게 네스프레소 캡슐 넣고 뽑아먹을 수 있는 깔끔한 대안일 것 같습니다.
3. 플레어 프로
뭔가 공업용 머신 같기도 한 지렛대의 오묘한 모습에 반해 흘린듯 결제하게 된 녀석입니다. 그리고 맛으로 나를 놀라게 한 녀석이기도 합니다. 처음으로 휴대용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를 느끼게 해주었거든요.
그리고 이 녀석의 가장 큰 장점은 지렛대가 힘을 주기 아주 편한 구조여서 에스프레소 추출하는데 걸리는 압력을 아주 직관적으로 느끼면서 쉽게 추출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사실 힘을 준다기보다 그냥 체중을 싣기만 하면 되니 누구나 어렵지 않게 추출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항상 수동 "가변압" 추출이 되는 셈이니 ㅎㅎ 언제나 압력이 주는 에스프레소 맛과의 상관관계를 느끼게 해주죠~
그래서 에스프레소 공부하기에도 좋고 휴대도 편한 편이고 (분해해서 조립하기 어렵지 않고 가방도 줘서 깔끔하게 수납해서 들고 다니기에도 좋습니다) 커피맛도 아주 잘 나오니 정말 만족하면서 썼습니다.
다만 그래도 수납했을 때 부피가 다소 큰 편이고 (작은 서류가방 정도는 되는 느낌이에요) 직경이 다소 작은 바스킷 사이즈가 살짝 불만이었습니다.
바스킷 직경이 왜 문제인고 하니 직경이 작으면 같은 양의 원두를 넣었을 때 직경이 큰 경우에 비해 저항이 더 걸리게 됩니다. 그래서 더 다양한 맛의 베리에이션을 내기에 조금 불리하죠. 그래도 휴대용으로는 충분히 쓸만한데 인간이란 동물이 자꾸 더 나은 것을 찾기 마련이라.. 부피도 작고 더 나은 맛을 내는 휴대용 기계가 없을까 기웃거리게 됩니다.
4. 레버프레소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녀석입니다. 제가 구입한 녀석은 v4 (네번째 버전이라는 뜻이겠죠? 아마) 인데 사실 이 녀석을 몇 년전부터 알고는 있었습니다. 킥스타터 같은 곳에서 광고를 할 때 작은 크기에 관심이 있었는데 몇 번인가 압력을 못 견디고 터졌다(?) 같은 얘기를 듣고 관심에서 지워버렸었죠.
그런데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꾸준히 제품이 나오고 뭔가 계속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서 큰 기대는 없이 한 번 구매를 해봤습니다.
오늘이 그렇게 구매를 한지 한 10개월쯤 된거 같네요. 재밌게도 휴대용 머신인데 요즘에는 거의 메인 머신처럼 매일같이 커피를 내리는데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대략적인 사용성 파악이 된거 같아요.
저에게 이전까지 가장 만족을 줬던 플레어 프로와 비교를 해보면 플레어 프로에 비해 이 녀석의 바스킷 직경이 더 큽니다. 즉 그만큼 전체적인 면적이 더 커지니 같은 면적에 걸리는 저항은 더 작습니다. (플레어 프로 45mm, 레버프레소 51mm) 제가 체감하는대로 간단히 말하면 58mm 머신에서는 가능했던 맛을 플레어 프로에서는 내기가 어려웠는데 레버 프레소에서는 가능해졌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휴대성과 편리성도 갑입니다. 텀블러 정도의 사이즈에 관련된 부속이 모두 수납되고 케이스도 같이 파니 깔끔합니다. 무게도 500g 정도이니 부담스럽지 않고 커피를 내린 다음에는 남은 물기를 다 짜낸 다음에 탁 털면 커피퍽이 쉽게 분리되니 물로 헹구어서 보관하면 끝입니다.
어쨌든 엄청 작고 가벼운데 집에서 쓰는 좋은 머신에 필적하는 맛을 낸다?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당분간 아마도 꽤 오랫동안 정착할 것 같네요.
다만 오래 써보니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회색 기계 본체와 아래 투명 컵 부분의 연결이 아쉽습니다. 아마 투명 컵 부분은 인체에 무해하고 좀 부드러운 소재로 하신 것 같은데 그게 본체와 완전히 맞물리지 않다보니 양손으로 에스프레소를 짜내기 위해 양쪽에서 힘을 줄 때 센터가 잘 안 맞으면.. 커피가 담겨지고 있던 컵이 사방팔방으로 튀어나가는 참사..를 겪을 수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커피를 짤 때 힘이 처음에는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점점 옆에서 주다보니 힘을 주는 방향이 완전히 일정하지도 않고, 위에서 아래로 힘을 줄 때 힘을 받는 부드러운 아래 컵이 찌그러진 상태에서 힘을 주는 방향이 바뀌면서 튕겨 날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몇 번 놀랄 일을 겪은 다음부터는 주의를 하니까 다행히 큰 문제없이 쓰고는 있는데 여전히 불안하기는 합니다. 판매 사이트를 보면 삼발이(?) 같은 것을 같이 파는데 이걸 쓰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 같기는 합니다만.. 텀블러 사이즈의 휴대성을 해치는 아름답지 못한 접근법이라 사고 싶지가 않네요.
이 정도로 최근의 제 휴대용 커피 머신을 향한 여정은 일단락되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저의 방랑벽을 자극하는 좋은 기계가 나오겠지요. :)
에어로프레소는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람 입맛이 간사한지라.. 이것저것 다 먹고 싶을 때가 있죠
드립도 나름 잘 내려먹고 가끔은 프렌치 프레스가 땡길 때도 있지요
커피맛은 주관적이라 정답은 없습니다만 어떨 때는 주관을 살짝 내려놓으면 지평이 넓어질 때가 있는거 같아요~
질소가스 이용하는 방식도 매력적이었죠
뭔가 계속 추가 비용이 든다는게 좀 아쉽긴 했지만요 ㅎㅎ
오래갈려면 구조가 간단하고 부속이 많지 않은게 가장 중요한거 같아요
노트를 살려준다는 측면에선는 왠만한 상업머신과 상업 그라인더 조합보다도 더 선명하게 나올 때가 많습니다.
휴대가 가능하지만 집에서 거치용으로 옥소에 페모북a2로 정착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깔끔한 향미를 즐기고 싶을때는 드립을,
정확한 노트를 찾을 때는 프렌치 프레스로 내립니다.
옥소가 요즘 핫하더라구요
맛을 보진 않았는데 제 느낌에는 에어로프레스와 비슷한 계열로 보였습니다.
직접 드셔본 느낌으로는 어떠세요?
에스프레소는 또 그만의 장점이 있죠. 쫀득한 그맛 ㅎㅎ
에어로프레스랑은 계열이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원래 제공되는 레시피는 에어로프레소처럼 침출 느낌이지만
핫한 수프샷의 경우 크레마없는 에쏘라고 생각하심 좋아요
저는 이제는 강배전은 아예 먹지않아서 쫀득한 크레마는 포기한지 오래되었습니다 ㅠㅠ
약배전은 뭔 짓을해도 쫀득 크레마가 안나오고
그럴바에는 노트에 집중하자 해서 옥소로 정착하게되었어요
수프샷은 압력 조절이 되는 에스프레소 기계로도 내릴 수 있습니다~
특히 위에서 제가 얘기한 플레어 프로라면 쉽게 내려집니다
그리고 약배전으로도 쫀득 크레마 잘 나와요~
물온도를 좀 더 높이고 원두 굵기를 좀 더 가늘게 해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신선도는 당연히 좋고 추출 압력이 보장된 좋은 머신이라는 가정하에요)
잘 만 내리면 플로럴한 향과 산미와 쫀득함을 모두 가진 약배전 에스프레소가 됩니다 ㅠㅠ
깔끔한 커피도 가끔 먹고 싶지만 잘 내린 에스프레소를 맛보면 쉽게 포기할 수 없죠 ㅎㅎ
네 구조적으로도 괜찮아 보이더라구요
다만 저는 에어로프레스와 겹쳐보여서 일단 구매는 보류중입니다
저도 몇년 전 사용했었는데 레버 부분과 본체 부분 결합하는 곳이 터지면서 얼굴로 뜨거운 물이 튀어서 위험했었습니다. ㅠ ㅜ
개선되었으면 모르겠지만 커피 내릴때 얼굴을 레버 바로 위로 위치해서 내릴때 조심하세요.
몸체가 알루미늄인가로 되어 있는 버전은 따로 팔더라구요
무게가 1kg로 늘고 가격이.. 사악해집니다 ㅎㅎ
말씀하신 그 얘기를 몇 년전에 듣고 관심을 껐었는데 아마 최근 나온 버전은 개선이 된 것 같습니다.
일단 예전버전은 레버와 본체 결합되는 부분이 기어가 중첩되어 힘이 약간 어긋나게 전달되는 구조같더군요.
최신 버전은 일직선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물 위에 덮을 수 있는 뚜껑을 따로 줍니다. (저는 귀찮아서 쓰지는 않습니다)
제 느낌에는 본체 부분의 설계라든가 강성은 이제 손볼게 없는데 실제 에스프레소가 담기는 부분의 소재라든가 결합 부분은 개선 여지가 있는거 같아요.
아니면 아예 다른 방식을 생각해보던지요. (휴대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맞아요 가끔 캠핑가거나 자전거 타고 좀 멀리갈때는 샷을 따로 내려가거나 샷을 얼려서 가기도 하고 그랬죠~
그런데 며칠 호텔에 머물러야 하거나 할 때는 직접 방금 내린 에스프레소 샷이 그리울 때가 있더라구요 ㅎㅎ
하나 궁금한건 밖에서 드실땐 분쇄는 미리 해가세요? 저는 이게 젤 애매하더라구요.
레버프레소가 ROK와 아주 유사한 방식이라더라구요 맛은 아주 좋을거 같아요~
그리고 ROK가 튼튼해 보여서 제가 얘기한 것 같은 레버프레소의 문제점은 없을거 같아요
전 맛을 포기할 수 없어서 ㅠㅠ 별도의 핸드밀을 들고 다닙니다.. 저울도 같이요.. 심지어 물 끓이는 텀블러 사이즈 전기포트까지.. 쿨럭
그래도 다 합쳐도 그럭저럭 출장용 백팩에 충분히 들어가니 꾸역꾸역 들고 다닙니다 ㅋㅋ
참 전 현실과 타협해 여행갈땐 휴대용 네스프레소 머신을 들고 다닙니다. 콘센트 꼽아서 물까지 데워주는 알리발 제품으로요!ㅎㅎ
캡슐이 보관도 편리하고 직관적으로 출장/여행일수 X 캡슐 갯수 챙겨가면 되니 깔끔하고 좋은거 같아요
그런데 한 번 강을 건너고 나니 돌아갈 수 없네요 ㅠㅠ
에어로프레소 정말 괜찮은거 같아요
원래 휴대용으로 산게 아니었는데 휴대도 간편하고 어디 고장날데도 없고.. 청소 완벽하고
회사에서 뭔가 거창하게 벌려놓고 있으면 좀 눈치도 보일 수 있는데 에어로프레소는 그런 점도 마음에 들어요 ㅎㅎ
그라인더는 타임모어에서 나온 c5pro 씁니다
에스프레소 용으로 굵기조절이 다양하게 잘 되고 가격도 저렴해서 좋아요~
호텔에서 누르다가 컵 많이 깨드려 먹었네요.. ㅠ.ㅜ
에어로프레소 누를때마다 이거 컵 깨지는거 아냐? 하고 조마조마할때는 많았는데 진짜로 깨지는거였군요 ㅠㅠ
요즘 에어로프레소 트래블인가? 텀블러 포함인거 있던데 그거면 괜찮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