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승진 관련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와중이었습니다.
아이가 어리고 회사 일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집중이 안되더라구요.
아이 씻기고 재우고 공부하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몸은 집에 있는데 정신이 성층권 정도에 있는 것 같았어요.
시간이 있어도 공부를 안하는 게으름에 대해 토로했더니 친구가 자기 먹던 콘서타를 세 알 나누어주면서, 먹어보고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정신의학과에 가서 처방을 받으라고 하였습니다.
오후 3시에 한알 먹었습니다.
미뤄둔 보고서, 메일 답변, 회의 준비. 회사일이 그냥 일사 천리 입니다.
집에 왔습니다.
원래는 귀찮아서 바로 못 씻는데, 씻는일이 귀찮지가 않습니다. 바로 씻으면서 화장실 청소도 같이 해치웁니다.
심리적 허들이 전혀없이 예전에 싫어하고 귀찮아 했던 일을 그냥 합니다.
집안일도 두렵지 않습니다.
설거지도 잘 됩니다.
해야하면 그냥 하는거지 싫고 좋고라는 느낌 자체가 없어요.
두 알 먹고, 정신의학과 가서 뇌파검사 등등검사를 거쳐 조용한 ADHD 판정을 받아 메디키넷을 처방 받습니다.
(효과)
1. 저를 힘들게 했던 혼잣말이 사라집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잣말 하기 싫은데도 자꾸 매일 자주 매번 혼잣말이 튀어나와서 틱인가 생각하였는데, 이젠 입을 다물고도 업무를 처리 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2.지연행동 사라집니다.
세수가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저는 세수나 씻을 때, 처음 물 묻히는 단계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팔을 타고 흐르거나하는 물의 불쾌한 느낌이나 건조한 피부에 물을 끼얹을때의 느낌 때문에 씻는 걸 항상 자기직전까지 미루었고 저는 그게 게을러서 라고 생각했습니다.
설거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에 싫어했던 행위들이 대부분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빨래/청소/정리/회의준비/미팅 그냥 하는거지 하기 싫고 어쩌고 없습니다.
3. 잔머리털이나 바닥의 먼지등을 꺼리던 예민함이 사라집니다.
신체의 감각들은 조금 둔해지고 정신은 명료해지는데 너무나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회사일을 미룰 때 마다 저는 저의 완벽주의 성향이 지연행동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향정신성 의약품 하나로 이렇게 고쳐진다니 너무 허무하기도합니다.
싫은 걸 참고 매일 매일 큰 인내를 모아야만 했던 일들이 이렇게 다 쉽다니.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세상을 살아왔던 건가요?
저는 제가 평범하다 생각했는데 전두엽기능이 건강한 사람의 일상을 잠시 살아보니 솔직히 속상합니다.
저는 모든 일을 끝까지 미루다 닥치고 나서야 합니다.
수능은 6개월 벼락치기해서 인서울 대학 들어갔습니다. 학사 논문은 제출 일주일 전부터 쓰기 시작했고요.
의사선생님은 고지능자는 ADHD가 있어도 티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네요.
사회에서도 감정을 유독 잘 참지 못하고 하고싶은 말을 해서 상사를 들이받아 불합리한 대우를 받은 적도 많고 이래저래 인생 손해 많이 보았는데 진작 치료했으면 제 성취가 더 높았을 것 같습니다.
늦게 알아 슬프지만 그래도 약발이 잘 받아 좋네요.
저랑 비슷하신 성향이신 것 같으면 정신의학과 한번 가보세요.
검사부터 처방까지 20만원 좀 널게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근데 두통이랑 불면증이 너무 심해져서 계속은 못먹더라구요.
복용중단도 의사랑 상의해야하나 보더라구요.
아마 병원 원장님께서 잘 처방해주시겠지만, 급하게 용량을 올리지만 않는다면 괜찮을거에요.
효과 보셨다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