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첫밤
늘까페 밖, 답동삼거리 버스정류장에 앉았다.
어디서 자나, 텐트는 또 언제 쳐,
마음만 조급했지, 알루미늄팩 하나 박을 힘조차 없어
꼼짝하지 않고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문득 궁둥이가 따뜻했다.
아궁이에 앉은 것도 아닌데.
열선 깔린 의자에서 천장을 보느라 들어 올린 턱,
그 탓에 벌어진 입 사이로 고단한 숨이 들락거렸다.
정류장은 사방을 유리로 테를 둘렀고,
자동문까지 달려 있었다.
겨우내 춥지 않게 버스를 기다리라고
순창군청이 베푼 복지였다.
순간 여기서 잘까, 편한 생각이 들었다.
길 건너편 답동휴게소 앞
서성거리는 한 사람이 꺼림칙했다.
그는 버스정류장에 앉은 수상한 남자를
여차하면 112에 신고할 요량으로
세모눈을 치켜떴으리라.
그의 심정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나의 사정도 급했다.
시멘트 바닥에 은색 스티로폼 깔판을 펼쳤다.
땀에 찌든 옷 그대로 침낭 속으로 파고들었다.
천장의 주광색 등이 대낮만큼 환해서,
옷을 벗다 비루한 몸뚱이를 보였다가는
공공시설 취침 죄는 물론
미풍양속 문란 죄목까지 가중될 판이었다.
유리 칸막이에 체온을 가둔 나는
정육점 냉장 진열대 속,
갓 발골한 항정살인 듯 항정없이 육즙을 흘렸다.
덕분에 억지로 붙인 눈이 번번이 깼다.
핫팩과 땀으로 범벅된 침낭은 눅눅했고,
공중으로 내뿜은 날숨마저
침낭에 내려앉아 꿉꿉했다.
습식 사우나만큼 질퍽거린 침낭 속에서
진득하지 못하고 수시로 뒤척였다.
일곱 번째 깼을 때는 자정이었다.
이번에는 오줌이 마려웠다.
탈무드는 인간에게 숨길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재채기와 가난, 사랑.
난 사랑을 빼고 오줌을 넣겠다.
숨길 수 없는 삼 요소 중 마지막 이유로
드라큘라가 흡혈 활동을 위한 출동 전,
관 위에서 취한 'ㄴ'자 자세로 상반을 일으켰다.
적체된 피로감과 소변의 응급함,
그 미묘한 갈피에 센서 등은 정확히 켜졌고,
온기를 기대하고 기댄 열선 의자는 차갑게 식어있어
요의만 더욱 도드라질 뿐이었다.
빌어먹을.
맞은편 휴게소 불이 꺼져 아무도 없었으니 망정이지.
버스정류장 뒤 쌓인 눈은
맨발로 신은 등산화의 서걱대는 소리로 눌어붙었다.
경로당 빗물받이 스틸그레이팅 격자 사이로
사구체를 통과한 한 줄기 노폐물을 쏟았다.
비록 나에게서 비롯되었지만
이제 내가 아닌 결정들은
잠 든 동안 흄관 속 침잠된 흙탕물을 헤엄쳐,
나보다 먼저 섬진강에 도착할 것이다.
샛노란 웃음을 콸콸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