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정월대보름은 무려 36년 만에 개기월식과 겹치게 된다고 해서 나름 큰 기대를 안고 준비를 했습니다. 작년에 히로시마에서 월식을 찍을 당시에는 막강한 줌을 자랑하는 니콘 P1000을 들고 가지 못해서 (실제로 사용할 여건도 안 되었지만…) 아쉬웠는데 이번엔 동네에서 찍으니 그런 걱정도 없었죠. 아이폰16 프로는 그 때 한 번 검증된 성과로 이번에도 달의 궤적을 보는 광각 타임랩스를 담을 작정이었고요.
그런데 통제가 어려운 부분에서 복병이 발생했습니다. 다름 아닌 흐린 날씨. 어제 월식 보시려고 하늘을 보셨던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구름과 맞딱뜨렸으실 겁니다. 저도 거기에 해당되었습니다. 한반도 전역에 걸쳐 군데군데에 구름이 끼었고, 당시 일기예보는 저희 동네의 경우 자정이 지나서 걷힐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알려왔습니다.

그래도 뭐… 기다리면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에 장비 세팅을 마치고 앞에 펼쳐진 한국에너지공대를 바라보면서 기다려 봤습니다. 중간에 동네 길냥이도 옆을 몇 번 지나가더군요. 저 녀석은 저에게 별 관심이 없었겠지만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달 모습을 기다리는 도중 나름 긴장을 풀어주는 재미있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4시간 동안 밖에서 카메라 조작을 해야 하는데 얇은 점퍼 하나만 걸치는 것으로 충분했을 만큼 날씨가 풀렸으니 길냥이도 저녁 산책을 하는 것이었겠죠.

그런데 하늘 상태를 계속 지켜보니 구름이 이동하는 만큼 중간에 계속 생성이 되더군요? 그래서 구름이 없어지는 게 아니고 일정량이 상수처럼 분포하는 꼴이었습니다. 위의 모습은 관측 종료 직후인데 시작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결국 구름이 중간에 옅어진 부분을 달이 통과할 때나 간신히 볼 수 있었던 겁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준비해놓은 P1000으로 촬영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달의 이동 속도를 고려해서 1초 이상 노출을 안 시키려니 구름에 애매하게 걸쳐있을 때는 감도가 ISO 1600이 되어도 거의 안 찍히더군요. 결국 예비로 대기하던 아이폰17 프로맥스를 투입했습니다. 8배줌 모드로 놓고 달을 향해 셔터를 누르니 월식으로 현저히 어두워진 달은 자동으로 야간 모드 촬영이 이루어지더군요. 육안으로 보일랑말랑하게 구름에 가린 상태에서도 윤곽이 찍힐 정도였습니다. “다 좋은데 광학 배율만 좀 더 높았으면…” 하는 생각도 스쳤지만, 일단 뭐라도 건질 사진이 나온다는 점에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찍은 결과는?

이렇습니다.
P1000의 선명도에 비빌 수 없다는 건 지난 번 후기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지만, 그래도 악조건 속에서 10분 간격으로라도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이폰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앞서 언급한 아이폰16 프로의 타임랩스 영상과 함께 17 프맥의 1분 간격 촬영 결과를 감상하실 분은 아래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다음에 월식 볼 땐 제발 구름이 안 꼈스면 좋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