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먹는 초식공룡 아빠의 아프리카 여행 마지막 이야기
안녕하세요. 고기 먹는 초식공룡 아빠입니다.
이번 글은 아프리카 여정의 마지막이자, 아내의 인생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만남이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리빙스톤을 떠나 잠비아의 루사카로 돌아오며, 우리는 아프리카에서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여정지,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했습니다.
놀랍게도 그곳은 공룡 엄마가 22년 전 NGO로 일했던 나라였습니다.
루사카에서 타슈켄트로, 그리고 뜻밖의 9시간 환승
루사카에서 두바이를 경유해 타슈켄트로 향하는 항공편은 예상보다 순조로웠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일정은 처음엔 없었지만, 아내가 “22년 전 함께 일했던 현지 제자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에
우리는 흔쾌히 동선을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짐이 사라졌습니다.
무려 4개의 짐이 모두 인천으로 바로 가버린 겁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공룡 엄마는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기다려보자. 우즈베키스탄은 원래 이런 일이 가끔 있어.”
결국 우즈베키스탄어로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직원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너 우즈베키스탄어 할 줄 알아?”
그 한마디에 22년 전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짐은 인천으로 갔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쯤 되면 웃음밖에 안 나오죠.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래, 짐은 인천에서 만나자.”
그 덕분에 우리는 짐 없이 더 가볍게 타슈켄트를 구경할 수 있었죠.
공산주의의 흔적 속, 22년 전의 기억
공룡 엄마가 NGO로 일하던 22년 전의 우즈베키스탄은 공산주의 체제의 여운이 짙게 남아 있던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외국인에 대한 감시가 심해, 수도 타슈켄트 밖으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고,
심지어 이웃에게 “외국인 간첩이다”라는 오해로 신고를 당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그녀를 지켜준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우즈베키스탄 정부에서 발급해준 ‘빨간 수첩’,
NGO 신분을 증명하는 신변확인용 신분증이었습니다.
그 수첩을 보여주면 경찰도, 관공서도 바로 태도를 바꾸며 협조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편하게 지방으로 이동 진료도 다녔고, 이동진료를 가서 그곳 기관에서도 많은 협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으니, 지금 이렇게 자유롭게 공항을 드나드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변화인지 새삼 느껴졌습니다.
22년 만의 재회, 그리고 따뜻한 도시 타슈켄트
공룡 엄마의 제자가 직접 공항으로 픽업을 나왔습니다.
22년 만의 재회 — 눈빛만 봐도 서로의 시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타슈켄트 시내로 들어가는 길,
“저기는 바자르! 저기는 내가 다니던 슈퍼!”
공룡 엄마의 목소리에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는 세련되었지만, 그 안에는 변하지 않은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의 연대감과 배려는 여전했습니다.
주차할 곳이 없다고 하면 “잠시만 기다려, 금방 나가니까 그 자리에 세워요.”
심지어 모르는 사람에게 부탁해도 웃으며 도와주는 사람들.
이런 여유와 정이 바로 우즈베키스탄의 매력입니다.
제자들과의 감격적인 식사
식당 문이 열리자, 8명의 제자들이 하나둘 들어왔습니다.
그때의 스무 살 청년들은 이제 중년의 어른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가움은 세월을 초월했습니다.
“선생님, 그때 한국어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도 다 배웠잖아. 지금 한국말 잘 하잖아!”
공룡 엄마의 제자 중 몇명은 여전히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때도 병원에서 제일 무서운(?) 선생님이셨다고 하네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선물도 교환했습니다.
우리는 준비해 간 선물을 나누었고, 제자들은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가방을 선물했습니다.
사진을 찍고, 바로 현상해 선물하는 그 순간 —
22년의 세월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다시,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짐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다음엔 꼭 가족과 함께 와요.”
“이번엔 22년 기다리지 말아요.”
공항으로 향하는 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불빛이 마치 지난 시간의 기억을 비추는 듯했습니다.
공룡 엄마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또 하나의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제 이름이 잘못 표기되어 있었던 겁니다.
30유로의 업무처리비를 내야 한다는 직원의 말에 잠시 긴장했지만,
이번에도 아내의 유창한 우즈베키스탄어 덕분에
모든 게 순조롭게 해결되었습니다.
옆에서 보던 러시아인이 속삭였습니다.
“당신들, 정말 운이 좋네요.”
한 달의 여정, 가족과 함께한 모든 순간
아프리카의 의료 봉사, 빅토리아 폭포의 장관,
초베 국립공원의 코끼리 행렬, 그리고 타슈켄트의 따뜻한 재회.
이 이주간의 여정은 여행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우리가 본 것은 풍경이 아니라, 사람과 시간, 그리고 관계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가장 놀라운 건 초식공룡의 변화였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자기 방을 청소하기 시작하더니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부지런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행이 아이에게 준 선물은 바로 성장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마무리하며
이번 여행의 마지막 장은 감격과 회상의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22년 만에 다시 찾은 땅,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눈빛 속에 남아 있던 따뜻한 기억들.
여행은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이 아닐까요?
시간이 흘러도 마음은 변하지 않음을,
이번 타슈켄트의 하루가 우리에게 다시 가르쳐 주었습니다.
PS: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프리카에 다시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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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여행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름밥 맛나게 먹고 그릇바닥에 밥알이 기름에 잠겨 있는 걸 보고 이분들은 심근 경색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