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존 임금이론의 문제
빈곤의 원인을 알아보려면 저소득층인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이 왜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지의 이유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조지 선생께선 이 문제에 대한 주류 경제학자들의 기존 이론인 임금기금설을 반박하는 것으로 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저자는 기존 경제학이 저임금 문제를 호도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임금기금설 때문이라 단정합니다. 임금기금설이란,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의 재원은 자본가들이 조성한 자본이므로 임금은 노동자의 수와 현재 자본의 양 사이의 비율에서 결정되고, 한정된 재원에서 점점 더 늘어나는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다보니 저임금을 피할 수 없다는 학설입니다.
이에 맞서 헨리 조지는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자본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만들어 낸 생산품에서 나온다"는 주장을 들고 나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은 저자가 주류 이론의 비조로 언급하는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첫 문장과 너무나 흡사합니다. 스밋샘은 비판대상에서 빼셔야 할 듯.) 그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노동자의 몫은 임금이고 자본의 사용료는 이자율인데, 임금기금설의 주장대로라면 만일 노동자들은 남아돌고 자본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면 임금은 떨어지고 이자율은 올라갈 것이며, 반대의 경우엔 거꾸로 임금은 올라가고 이자율은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사례를 보면 개척시절 미국과 같이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하여 자본을 축적하기 시작한 나라의 경우 인건비도 비싸고 이자율도 매우 높은 반면, 유럽처럼 자본을 축적할만큼 축적하여 정체기에 들어간 나라들은 인건비도 이자율도 모두 낮게 나타납니다. 이걸 보면 금리와 임금은 다른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알 수 있고, 자본과 노동은 결코 한정된 '임금지급용 자본'이라는 파이를 두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것이 아님을 추론할 수 있다는 게 조지 선생의 논리입니다. 인건비가 오르는 나라는 그만큼 산업 생산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나라인 것이지 자본 대비 사람 수가 적어서 그런게 아니라는 것. 같은 나라 안에서 호황과 불황이 일어나는 경기순환을 봐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경기가 좋을 땐 인건비, 이자율이 다 오르고 나쁠 때는 같이 떨어집니다.
물론 (당시의) 주류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예외적인 거라고 하며 또다른 설명을 추가하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자가 당착에 빠집니다. 이들은 자본을 '미래의 생산을 돕기 위해 과거의 노동을 축적해 놓은 것'이라 정의하는데, 그렇다면 임금기금설은 '과거의 노동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으면 새로운 노동을 추가적으로 투입할 수 없다'는 어불성설이 되어버립니다. 기술과 분업 구조가 복잡해져서 이제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산물이 아니라 돈으로 보수를 받으므로 임금기금설이 옳다는 식으로 빠져나가는 학설도 있지만, 분업이 아무리 세분화되더라도 결국 사장님한테 월급을 받으려면 내가 일을 해서 생산에 기여해야 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노동자들이 받는 '돈'은, 자신이 생산에 기여하여 추가한 부분에 해당하는 자본을 담보로 인출한 어음(draft)이라고, 저자는 표현합니다.
조지 선생께선, 귀납적 분석은 이것으로 끝내고, 다음 장에서 다양한 사례를 통하여 연역적 분석을 해 보시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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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기금설은 오늘날 그리 언급이 안되는 고전파 경제학시절 이론인 듯 하면서도, 묘하게 오늘날 사장님들의 논리를 투영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허리띠를 졸라맬 때다~', '아 월급이 땅파서 나오는 줄 아나~', '직원들 봉급 주고 나면 남는게 하나도 없어~' 이런 말씀을 하시는 사장님들은 기본적으로 임금기금설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작 돈이 벌려도 월급은 그만 두지 않을 정도로만 주실거면서 말이죠. 이 임금기금설이,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을 감수해야 고용량이 늘 거라는 윽박지르기 식 경제논리(우리나라의 직전 대통령도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었지요)의 중요한 기초를 제공한다는 저자의 설명에 긴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를 비판하는 헨리 조지의 논리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결국 경제성장률이 높은 지역은 인건비도 비싸고 금리도 높은 걸 보면 경제성장률이 가장 큰 변수일 것 같은데, 자본의 수익률인 이자율(엄밀하게 그렇다 볼 수는 없지만)과 노동의 댓가인 인건비가 반비례 관계에 있는지 여부를 보려면 경제성장률과 같은 외부 변수는 동일한 상황에서만 (즉 변인을 통제하고) 비교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