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일부 인용 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대부분 국가의 형태는 왕국이었습니다.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왕이 없는 국가’를 실현하였고, 그 국가를 공화국이라고 합니다. 왕국을 지속시키려고 했던 이들이 왕당파이고, 왕당파에 맞서서 시민들의 권리를 쟁취하여 공화국을 설립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공화파입니다.
대한민국의 정치 세력을 진보와 보수 또는 좌와 우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을 공화파와 왕당파로 분류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대한민국이 공화국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왕당파의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국민이 상당수에 이릅니다. 적게는 25퍼센트에서 많게는 50퍼센트가 왕당파입니다. 공화파란 조금 격정적으로는 ‘왕의 목을 벤 자들’이라고 표현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공화국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왕의 목을 벤 경험이 없습니다. 그런 탓인지 왕국의 폐습은 우리 일상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왕이라는 직위가 없다뿐이지 왕을 모시려는 백성의 정신 상태를 유지시키려는 왕당파는 대한민국 주요 정치 세력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왕당파가 주축이 되어 모신 대한민국 왕으로는 윤석열 왕, 박근혜 왕, 이명박 왕, 노태우 왕, 전두환 왕, 박정희 왕, 이승만 왕 등이 있었습니다.
왕국이었던 조선에서는 왕이 한반도의 땅과 사람에 대한 권리를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백성에게는 그 어떤 권리도 없었습니다. 1894년 여기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동학농민군입니다. 동학농민군은 전주에서 왕과 화약을 맺어 각 지역에 집강소를 설치합니다. 집강소란 지역민이 스스로 치안과 행정을 담당하는 기구입니다.
“왕은 간섭하지 마라.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다스리겠다.”
한반도의 공화파는 이렇게 탄생하였습니다. 조선 왕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일본군을 불러들여서 공화파 동학농민군을 몰살시켰습니다.
"대통령의 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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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왕당파'의 본체는 일제시대부터 계속 이어져온 귀족계층, 즉 왕정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계속 지켜왔던 사람들일 거라 생각합니다.
천황에게 충성하며 귀족의 기득권을 누리던 사람들이
독립 이후에는 독재자에게 충성하며 비슷한 특권적 지위를 이어갔고,
민주화 이후에도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즉, 그들에게는 개돼지나 다름없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귀족 신분을 유지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거지요.
한국의 독립운동이라는 것부터가 멀리는 동학농민군, 그리고 민주공화제를 채택한 임시정부의 민주주의와 왕정(천황제)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천황제에서 귀족 지위를 누리는, 누렸던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좋아할 리 없죠.
민주주의를 겪어본 적도 없고 선호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 독재자와 함께 왕정을 연장한 게 그간의 독재정권인 것이구요.
이런 점에서 그들을 '보수'나 '우파'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들은 민주주의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보수/우파가 아닌 반민주세력인 것이고, 일종의 '왕당파'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상황에서 '보수'는 민주당, '진보'는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정도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국에서 '친일'의 문제라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민주주의 vs. 반민주주의의 문제이지,
단순하게 일본맥주를 좋아한다, 일본노래를 좋아한다 같은 문제가 아닐 겁니다.
'넌 일본 만화 좋아하면서 친일파가 어쩌니 하는 얘기를 하는 건 모순이다'라는 식의 말들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점에서 맥락을 잘못 짚고 있는 거죠.)
시대도 별로 차이 안나고...
제1조. 한국 황제 폐하는 한국 정부에 관한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 또 영구히 일본국 황제 폐하에게 양여한다.
제2조. 일본국 황제 폐하는 전조에 기재한 양여를 수락하고 전연 한국을 일본제국에 병합함을 승낙한다.
제3조. 일본국 황제 폐하는 한국 황제 폐하, 황태자 전하 및 그 후비와 후예로 하여금 각기의 지위에 적응하여 상당한 존칭 위엄 및 명예를 향유하게 하며, 또 이것을 유지함에 충분한 세비를 공급할 것을 약속한다.
제4조. 일본국 황제 폐하는 전조 이외의 한국 황족 및 그 후예에 대하여도 각기 상응의 명예 및 대우를 향유하게 하며, 또 이것을 유지함에 필요한 자금의 공급을 약속한다.
제5조. 일본국 황제 폐하는 훈공 있는 한국인으로서, 특히 표창에 적당하다고 인정된 자에 대하여 영작을 수여하고, 또 은급을 줄 것이다.
한일병합조약으로 대한제국이 망했다고 하는데, 이 조약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한제국의 지배계급인 이 씨 왕가는 전혀 망한 것이 아닙니다. 대한제국 이 씨 왕가는 일본 왕가 밑으로 들어가서 존속을 합니다. 이 씨 왕가에 빌붙어 살았던 왕당파는 일본 귀족으로 신분을 바꾸어 일본 왕당파가 됩니다. 이 조약으로 우리 땅의 백성에게 생긴 신분적 변화는 조선 왕의 소유물이었다가 일본 왕의 소유물로 바뀌었다는 것뿐입니다. 그것도 일본 신민臣民보다 등급이 낮은 2등 신민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일본 왕의 지배를 받고 산 지 십 년 만에 한반도의 민중이 들고일어납니다. 1919년 기미독립운동입니다. 독립을 하는데, 왕국으로 독립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으로 독립을 하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한반도 민중의 주권은 일본 왕도 아니고 조선 왕도 아닌 한반도 민중에 있음을 밝힌 것입니다. 기미독립운동은 독립운동이면서 동시에 주권 쟁취 운동입니다.
吾等은 玆에 我 朝鮮의 獨立國임과 朝鮮人의 自主民임을 宣言하노라.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기미독립선언서”는 이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이 문장의 현대어 풀이 중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에 올라온 현대어 풀이는 “우리들은 지금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고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국민이라는 것을 선언하노라”입니다.
자주민을 ‘자주적 민족’, ‘자주적 국민’이라고 한 풀이가 틀린 것은 아니나, 선언서에 담긴 의지가 와닿는 풀이는 아닙니다. 자주민과 자주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낯설기 때문입니다. 자주민의 사전적 풀이는 ‘모든 권리를 스스로 가지고 있는 독립국의 국민’입니다. 1910년 당시만 해도 ‘주권을 가진 민중이 지배하는 공화국’을 상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선언서 작성자는 ‘독립국’에 대응하는 단어로 ‘자주민’을 선택하였을 것입니다.
“기미독립선언서”를 현대문으로 풀이할 것이면 좀 더 적극적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한민족 오천 년 역사에서 가장 혁명적이고,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미래 지향적인 글을 초등학교 때부터 읽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미독립선언서”의 첫 문장을 제가 풀어보았습니다.
“우리는 우리 조선이 독립국이며, 조선인에게 주권이 있음을 선언하노라.”
조선 왕과 일본 왕의 협잡으로 피 흘리며 쓰러져간 공화파 동학농민군의 정신이 “기미독립선언서”에 담겼습니다. 기미독립운동으로 설립한 상하이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임시헌법에서 이 땅의 나라는 공화국임을 선포합니다.
제1조. 대한민국은 대한인민으로 조직함.
제2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인민 전체에 재함.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 임시헌법 제1조와 제2조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은 것입니다.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은 공화파가 세운 나라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깨어 있는 시민들’입니다. 그러나 잔존하는 왕당파가 수시로 우리 대한민국을 찬탈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 그리고 윤석열이 그랬습니다. 이들 정부가 친일적 행적을 보였던 것도 우리 땅의 왕당파가 살아온 궤적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