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나비, 날다 – 석물결나비에서 영감을 받은 정원

2025 시민정원사 교육을 받으면서, 태화강 국가정원에 정원을 조성한 경험을 기록한 사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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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초, 시민정원사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4회에 걸쳐 정원 설계 수업을 들었습니다.
첫 시간에는 선 긋기부터 시작해, 식물 팔레트를 만들고, 정원 디자인의 순서와 표현 방법을 배웠습니다.



조별로 하나의 디자인을 정해 발표했는데, 저희 조에서는 제가 만든 디자인과 컨셉이 채택되었습니다.
처음 정한 디자인의 제목은 ‘Promenade with Vivaldi’였습니다.
비발디의 사계를 계절별 테마로 들으면서, 나비처럼 가볍게 산책하는 정원을 상상했습니다.

가벼움의 상징으로, 규소(Si) 4면체 두 개를 연결해 가장 섬세한 생명체인 나비의 이미지를 그려보았습니다.

규소 8면체 구조를 정형화된 형태로 펼치지 않고, 유연하게 휘어진 선과 면으로 늘리고 당겨, 공중을 유영하듯 날아다니는 나비의 움직임을 표현해보고자 했습니다.

중심 식재는 제가 좋아하는 러시안 세이지, 페로브스키아(Perovskia atriplicifolia)로 정했습니다.
나비의 날개 부분에 곡선을 따라 흐르듯 식재하여, 바람에 흔들리며 마치 공중을 가로지르듯 피어오르는 페로브스키아의 연보랏빛 꽃대로 나비의 가벼운 날개짓을 표현해보았습니다.
봄에는 푸른 잎의 싱그러움이 돋보이고,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연보랏빛 꽃이 피어나 바람을 따라 은은한 향기가 퍼집니다.
겨울에는 페로브스키아의 하얀 수피가 겨울 풍경을 연출합니다.
또한,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고, 물을 거의 주지 않아도 되며, 병충해에도 강해 정원 유지·관리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도 담겨 있습니다.
정원의 중앙에는 어깨 너비 정도의 일방통행 산책로를 넣고, 그 길을 따라 걷는 이들이 정원 전체를 천천히 음미할 수 있도록 구상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수업 시간에, 정원 내 산책로는 가급적 1.2m 이상의 양방향 통행로로 설계하고, 휠체어 진입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즉석에서 디자인을 수정했습니다.
정원 안의 길은 없애고, 정원 바깥쪽을 따라 걷는 외곽 산책로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식재는 조원들과 함께 각자 추천한 식물들을 논의해 적절한 자리에 배치했고,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조율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의 첫 컨셉이 다소 거창하다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그날 밤, 디자인과 컨셉이 더 분명히 연결되도록 제목을 다듬었습니다

‘Ep.9. 나비, 날다 - 석물결나비에서 영감을 받은 정원‘

이렇게 제목을 바꾸고, 전체 디자인을 매듭지었습니다.
석물결나비는 한국 고유종으로, 석주명 박사의 이름을 따 명명된 나비입니다.
세 번째 수업에서는 조별로 완성한 디자인을 발표했고, 각 조의 디자인 중 실제로 함께 시공하고 싶은 정원을 추천받아 투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제가 만든 디자인이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정말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3회에 걸친 정원 시공 기초 및 실기 수업을 통해, 태화강 국가정원 내 시민정원사 9기 정원 시공에 참여했습니다.



한편, 제가 제출한 디자인으로 가을에 열리는 정원 페어에 참여해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간사님을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제 디자인을 본 어느 정원 작가님의 제안이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심장이 간질거렸습니다.
제가 만든 정원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다는 것은, 또 다른 여정을 향한 신호탄처럼 들렸습니다.
처음 선을 긋는 단계부터, 식물 하나하나를 고민하며 식재하고, 직접 시공한 정원이 눈앞에서 하나의 풍경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말로 다 담기 어렵습니다.
요즘은 출퇴근길에 정원에 들러 잡초 하나씩 뽑는 소소한 재미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심오하고 아름다운 활동이군요
님은 멋진 가드너가 되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