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더 무비를 보구 왔어요.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결론만 빨리 말하면요.
본인이 레이싱을 잘 몰라요.> 보세요.
본인이 레이싱을 좋아해요.> 청심환 하나 챙기고 보세요.
여기서부터 말씀드리는 점들은 영화의 중대사항(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어요.
스포일러 당하기 싫으시면 절대 읽으시면 안됩니다.
F1 더 무비는 영화의 홍보 포인트 중 하나인 탑건:매버릭과 시나리오의 전개가 비슷해요.
경험이 많은 올드비가 뉴비의 성장을 도와 큰 목표를 이룬다는 점이요.
하지만 그 전개 방식이 매버릭보다 노련미가 떨어져요.
이건 납득할만한 게, 매버릭은 코19 때문에 상영이 늦춰지면서 편집할 시간이 생겨 충분히 서사-대사를 잘 다듬을 수 있었거든요.
F1 더 무비는 그럴 시간이 없었나봅니다.
이 영화 역시 매버릭과 비슷하게 전개가 2가지로 나뉩니다.
매버릭이 드라마와 비행으로 나뉘었다면,
F1은 드라마와 레이싱으로 나뉩니다.
먼저 드라마 파트부터 비교하면요.
매버릭은 드라마의 전개에서도 정말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예쁜 서사와 대사를 자랑했어요.
영화가 끝나고 궁금한게 하나도 없어! 그런데 F1은 그렇지 않아요.
F1 더 무비의 드라마는 전체적인 골격이 헐리우드 태생이라 크고 아름답습니다.
상업 영화답게 아주아주 도파민 터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그렇지만 이걸 자세히 보면 아쉬운 점들이 있어요.
제가 뽑는 제일 아쉬운 점은 빵형이 작중 담당하는 '소니 헤이즈'가
경기 전에 왜 카드를 한장 뽑아 부적으로 사용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 1도 없었다는 점이예요.
보통 카드 게임의 세븐카드 스터드나 홀덤 변종류에 마지막 카드를 히든 카드로 쓰는 룰이 있거든요.
이게 모티브인거 같다는 추측은 하지만, 설명이 없으니 이해가 안되는 장면이 생겨요.
(제가 만약에 놓쳤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네, 작중 헤이즈가 깜빡했는지 이 부적카드가 없는 상태로 레이싱에 임하는 일이 생기는데
이 때 집중이 많이 흐트러져 체코(세르히오 페레즈의 애칭)와 사고가 나거든요.
저 카드가 헤이즈에게 어떤 의미인가 서사가 부여가 안되니까 대충은 알겠지만,
이게 말끔하게 이해가 안되는거예요..
그거 이외에는 서사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나 더 아쉬운 점을 뽑으면 언더독 이미지로 에이팩스GP가 성장하며 크루(C)들이 마음을 모으는 전개가 좀 아쉬워요.
영화가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라, 플랜 C-Combat을 외치기 전까지 조금 더 서사를 부여해줬으면 괜찮았을 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 서사의 구멍들이 레이싱 파트와 엮어져서 더 아쉬움을 만들어냅니다.
이어서 레이싱 파트에 대해서도 얘기하겠습니다.
자, 그러면 F1 영화에서 레이싱은 어떠냐..?
이쪽의 서사 구조는 포드v페라리도 같이 비교하겠습니다.
왜냐면 레이싱이 주제인 영화의 서사를 풀어내는 구조를 비교할 대조군이 필요해서요.
일단 바닥을 하나 깔자면, F1 영화에 주된 키워드는 많은 영화들이 차용하는 이른바 '존재의 증명'입니다.
간단히 '존재의 증명'을 설명하면, 남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가 각인시키는 서사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얘기입니다.
매버릭은 자신은 전투기 조종사인데, 본능적으로 전투기를 조종하고 전투-전략을 풀어내는 걸 어떻게 가르치느냐부터 작전의 성공 여부를 증명하는 것까지 계속해서 자신이 왜 주인공이자 왜 자신이 필요한지를 지속적으로 얘기합니다.
포v페의 마일스 역시 비슷합니다. 이 분 또한 주인공으로서 자신이 왜 필요한 지를 계속 증명해나갑니다.
변속기 트러블로 레이싱을 망치는 걸 라디오와 랩타임만으로 알아낸다던가, 난기류를 눈으로 보기 위해 털실을 준비한다던가.
헤이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왜 에이팩스GP에 헤이즈가 필요했는지 지속적으로 서사를 부여받긴 합니다.
하지만 존재의 증명에 있어 헤이즈가 레이서로 가지는 스킬에 대한 증명이 좀 아쉽습니다.
이 파트가 아쉬운 이유는 왜 'F1 레이싱이 어려운가?'를 상세히 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 시작에 코벤의 스폰서가 자기도 본능의 질주를 봤다고 얘기합니다.
이상하게 관람객들이 본능의 질주를 본 걸 기준으로 설명하려는 눈치를 주는군요.
그러니까 F1 더 무비는 매버릭과 포v페와 다르게 `왜 레이싱이 어려운가?`를 깊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레이싱 영화로써 아쉬운 점을 정리하자면 "레이싱이 어려운 거란거, 다 알잖아?"로 퉁치고 디테일을 많이 주질 않았다는 점입니다.
매버릭에서는 비행 + 작전이 정말 어렵다는 점을 30분 넘는 시간을 들여서 반복적으로 관객들에게 각인시킵니다.
하드덱보다 낮은 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협곡을 통과하고,
협곡을 지나 하이G 클라이밍에서 하이G 다이빙으로 하강하면서 수동 유도로 공대지 미사일을 표적에 맞춘 다음,
다시 기체 한계를 넘는 10G의 하이G 클라이밍을 해야한다.
물론 이 뒤의 난전은 설명이 없지만,
이걸 계속해서 관객에게 노출시키며 비행과 작전이 정말 어려움을 상기시키고 있어요.
그리고 이걸 매버릭이 해냄으로써 그에게 존재의 증명에 대한 서사를 부여합니다.
포v페를 볼까요?
마일스가 레이싱 그만둔다고 할 때, 아내가 이제 고기도 먹고 살도 좀 찌우자고 얘기합니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마일스는 항상 말라있고 신경질 적이었어요.
10년 넘게 레이싱한다고 삐쩍 말라있으니 아내가 보기에 남편이 얼마나 안쓰럽겠어요.
그리고 마일스의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요.
마일스가 레이싱을 하면서 겪는 트러블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차량을 개발하고, 레이싱을 하면서 겪는 각종 트러블들에 대한 묘사가 잘 할애되어 있고 이런 점들이 레이싱이 어렵다는 서사를 잘 엮어냅니다.
이렇게 어렵게 만든 레이싱의 서사 완성이 르망24시에서 마일즈의 포드GT가 페라리의 330에게 엔진 트러블을 강요하여 추월을 해내는 장면입니다.
포v페는 차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레이싱에 왜 미치는 지는 모르겠지만 레이싱이 어렵다는 걸 잘 설명했습니다.
(마일스의 개인적인 서서와는 별개로)
그런데 아무리 서사를 꼼꼼히 기억해보려고 해도 F1은 그렇지 않았어요.
헤이즈가 면접 아닌 면접으로 테스트 차량을 운전할 때, 차를 쳐박아 부수죠.
베테랑 드라이버도 차를 부술 정도로 F1이 어려운 경기라는 게 한번에 설명이 되나요?
레이싱 하면서 겪는 트러블이 타이어 이슈랑 에어로 이슈 밖에 없나요?
치프 메카닉이 브레이크나 엔진, 변속기로 끙끙거리는 장면은 왜 없죠?
치프 메카닉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데 성장 서사를 왠 다른 사람이 받죠?
다른 레이싱 영화에서 주로 다루는 트러블들이 F1에는 없어요.
스폰서가 AMG라 엔진이랑 변속기가 망가지면 브랜드 이미지 망가질까봐 그랬나요?
그러면 그래도 브레이크 이슈는 다뤘어야지..라고 하기엔 스폰서에 브램보도 있더군요.
여기서 왜 앞서 말한 팀워크에 대한 서사가 아쉽다는 게 설명이 됩니다.
아무리 스폰서들 눈치가 보인다고 해도 그러지, 크루들-개발진들 서사가 너무 빈약합니다.
드라이버도 중요하지만 팀워크도 중요하다고 서사를 부여할 거였으면 제대로 해야죠.
아니 중요하긴 한데, 시간 계산하고 전략짜고 그런거 다 좋다 이거야.
시작부터 텔레메트리만 보고 드라이버 피드백도 해결 못하는 이상한 차라는 이미지를 박았으면 그걸 크루들이 으쌰 모여서 해결해야지.
너무 세부적으로 설명하면 기술요소 문제도 있어서 설명할 수 없었나..라고 하기엔 좀 그렇습니다.
그럼 대중들이 알고 있는 기계지식들은 어떻게 할건데..
어떻게든 시늉이라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여기에 이어져서 헤이즈가 가진 노련한 드라이빙 스킬에 대한 조명도 아쉽습니다.
물론 몬차에서 우천의 상황에 베르스타펜을 추월하기 위한 조언을 주긴 했습니다만,
이걸론 아쉬워요.
헤이즈 본인이 노련하다는 걸 보여주는 장치중 하나로 피트아웃하는 베르스타펜 앞으로 나오기 위해 랩타임을 0.5초 빠르게 당기는 걸 장치로 쓰기엔 일반인들에겐 그걸로 납득시키긴 어려워보여요.
25 마이애미GP에서 피아스트리가 베르스타펜에게 지속적으로 인라인을 강요하면서 브레이크 부하를 주어 전투력을 떨어트린 다음에 추월하는게 있었는데, 이런 서사도 좋았을 거 같아요.
그래도 이런 아쉬운 서사들을 영화의 최종장-클라이막스에서 아주 그냥 불태우다 못해 다 터트립니다.
솔직히 아쉬운 게 많지만, 그래도 클라이막스인 마지막 아부다비GP에서 그냥 도파민 파티가 미쳐돌아버리니 모든 걸 잊게 만들어요.
야, 어디 팀에서 디렉터가 직접 나서서 내가 잡을태니까 크루에게 공구가져와라고 말해요?
이걸로 팀워크의 증명이 한방에 끝나요. 그냥 모두가 팀이고 한 몸이야.
와, 리어윙이 대파할 정도로 차를 박았는데 이걸 자력으로 피트에 돌아와요?
저 차는 건다리움으로 만들었나요? 엔진이랑 변속기가 AMG라 버텼나요? 서스는?
그리고 그걸 레드 플래그 10분 동안 또 고쳐요?
선두그룹에게 팀워크로 이지선다를 강요하면서 둘이 동시에 추월해?
그러니까 영화입니다. 이건 정말 영화만 가능합니다.
극 중에서도 이걸 레이싱 발레라 하죠. 그냥 미쳤습니다. 꿈의 드라이빙이예요.
해밀턴경 추월하라고 헤이즈가 빌드업 해놨는데 이걸 피어스가 동귀어진해요?
그러곤 헤이즈가 우승하라고 해요?
이야, 욕이 나온다면 이건 생리현상입니다. 안하면 이상한 겁니다.
이 미쳐버리는 도파민 파티를 약 30여분간 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본 후에 단점이 전혀 기억이 안나버려요.
그렇습니다.
솔직히 마지막 아부다비GP의 도파민 파티 아니었으면 영화가 망할 뻔 했다는 생각도 조금 듭니다만,
그래도 오랜만에 극장에서 레이싱을 볼 수 있어서, 엔진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솔직히 그냥 너무 좋아서 아쉬운 게 더 커보이나봐요..
그냥 좋았습니다. 진짜요.
그래서 또 보러 갈 거예요.
글에서 설명해주신대로 저는 레이싱을 잘 몰라서
설명해주신대로 레이싱을 하던 사람도 F1은 어려운가보구나.. 하면서 잘 봤습니다.
당연히 1구간 2구간은 늦어지지만 3구간은 따라잡아서 증명할 줄 알았거든요.
오늘은 지인들과 2회차 하러 용아맥을 갑니다
(같이 보는 지인중에 한분이 레이싱에 관심이 많아 어떤 반응을 할지 궁금합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모든걸 설명하기엔 F1에도 설명할게 너무 많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전략과 정치싸움같은건 넣기 어려웠을테니 속성으로 알려줄거 알려주고(선수 배경) 기술적인건 속도감과 음향과 같은 효과로 포장을 한거죠.
말씀하신 그 디테일한 부분은 전부 매니악한 요소죠, 정말로 관심있게 지켜보던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이 영화는 골수 매니아들을 위한게 아닌 무지하거나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F1이라는 스포츠가 이토록 매력있는 거라고 홍보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선수들도 시사회 후 감상평이 말이 안되는 요소가 많지만 이건 영화니까 괜찮다고 표현한 것도 있고, 윤재수 해설위원도 이 영화는 판타지라고 하신 적도 있죠. ㅎㅎ 저도 판타지라는 표현에 전적으로 동의하는지라 이 기회를 통해 모터스포츠 팬이 증가한다면 그것만으로 이 영화의 역할은 충분히 해낸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그럴 듯한 서사로 나왔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팀메이트간의 신경전이나 정치질도 나쁜 요소는 아닌데, 그런걸 오히려 본능의 질주에 맡기고 레이싱 영화라면 조금 더 팀 메이킹 서사를 다듬거나 매니악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그럴싸하게 보일 디테일에 집중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레이싱 영화는 연기보다 촬영 보려고 보네요 트랙 도심 스피드 슬로우 …
인물들의 감정서사에 레이싱의 쾌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 만으로도 충분히 최고였다 생각합니다.
저 오랜시간 넷플 F1 시리즈를 다 봤지만, 정작 디테일한 것들은 따로 검색을 해야만 배울수 있었으니 말이죠.
네, 현실적으로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다소 있겠죠. 제작자 및 자문으로 참여한 해밀턴이나 감독, 제작진들이 글쓴이분보다 몰라서 그렇게 했을까요? 우리는 그런 것들을 영화적 허용이라고 부릅니다.
이 영화는 그냥 상업 영화예요. F1 광팬들이나 전문가들만 대상으로 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라이트팬이나 F1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영화예요.
기분 나쁘시다면 죄송합니다만, 솔직히 저는 영화 평을 보러 들어왔다가 전문지식 뽐내는 억지 불평글에 불편한 마음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