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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만화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리뷰 - 앎에 대하여. 47

44
2025-04-20 23:10:45 수정일 : 2025-09-16 16:39:30 121.♡.180.210
lcoy

zi.jpg



종교와 신앙이 모든 사회 질서의 중심이었던 15세기 유럽. 우주의 중심에 지구가 있고, 나머지 천체가 그 주위를 돈다는 천동설이 주류를 지배하던 시대. 이 '절대불변의 진리'에 의심을 품는 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만화대상》에 2년 연속 올랐으며(2021년 2위, 2022년 5위), 2022년《이 만화가 대단하다!》남성편 2위에 선정됐다. 일본의 3대 만화상 중 하나로 불리는 제26회《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대상을 수상하며, 24세로 알려진 우오토 작가는 역대 최연소 수상자가 됐다. (출판사 책소개)


제목인 'チ. -地球の運動について'에서 치(チ)는 일본어로 땅(地), 피(血), 그리고 앎(知)을 가리킵니다.

우리의 세계인 이 땅에서 앎을 얻기 위해 피를 흘린 사람들의 이야기죠.

만화를 읽은 김에 그 '앎', 그리고 '앎을 추구하는 인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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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의 작동방식에 대하여


원래 뇌는 '사실을 파악하기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나아가서는 '생각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진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몸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쪽으로 진화해온 것입니다.


뇌라는 건 생물이 움직여야 살아남기 유리한 환경 속에서 움직임을 조율하기 위한 도구로서 나타난 것이라 합니다. 

예컨대 멍게는 유생기에는 뇌를 가지고 헤엄치며 살지만

성체가 되어 고정된 자리에 붙어 움직이지 않게 되면 뇌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기에 스스로 소화시켜 없애버립니다.


뇌가 없는 작고 단순한 동물들은 감각기관과 운동기관이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자극이 가해지면 정해진 방식으로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더 복잡한 동물이 되면서 감각과 운동 사이에 처리장치인 뇌가 만들어집니다. 

그러다가 인지, 기억, 판단, 감정 같은 것들이 부수적으로 덧붙여지며 뇌는 단순한 반응기계 이상이 되어갑니다.


뇌가 생긴 동물은 주위 상황을 파악하려는 경향을 갖습니다.

위험을 회피하고 먹이를 찾는데 도움이 되니까요.

인간에 있어서는 그 욕구가 더 확장되었습니다.

다른 동물들도 주변을 파악하고 감각을 통해 반응하지만, 

인간은 그 과정을 '의식화'하고 '언어화'할 수 있게 되면서 지식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게도 되었습니다.



capture_20250421_085543_001.png

그런데 우리는 카메라처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뇌가 의미 있는 정보를 추려서 '해석’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구성합니다.

시각세포가 받아들이는 실제의 시각정보는 위 왼쪽 사진처럼 망막의 혈관, 맹점 등으로 가려진 영상인데, 

(나의 자아나 의도와는 무관하게) 뇌는 자율적으로 이 영상을 보정하여 깨끗한 영상을 나의 자아에게 넘겨줍니다.

있는 그대로의 내용보다는 뇌가 그렇게 보정한 정보가 생존하고 번식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지요.


위 오른쪽 그림의 교차점에 실제로는 없는 회색 점이 보이는 것도 

뇌가 실제의 이미지를 보정해서 만들어진 환각인데,

그런 회색 점이 실제로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보아도 계속 보일 정도로 강력한 환상입니다.

"교차점에 회색 점이 보인다"는 진술은 내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실제의 사실 또한 아닙니다.

많은 착시테스트에서 같은 색을 다르게 본다거나, 같은 길이가 다른 길이로 보인다거나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cap.PNG



인간은 일반적으로 자기 자식은 유난히 예뻐 보이고 자기 아기의 똥은 더럽지 않게 느끼며, 

짝짓기 상대는 특별히 매력적으로 느낍니다. 

주위 사람들이 '사실'을 알려준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렇게 인식합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뇌가 그런 환상을 만드는 쪽이, 우리의 자아가 그런 뇌의 환상을 믿는 쪽이 

생존하고 번식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한 것입니다.

즉, 우리의 자아가 인식하는 세계는 실제 세계가 아니라 뇌가 '생성'해낸 '가공된 시뮬레이션', '가상현실' 혹은 '환상'입니다.


또한 뇌는 불확실성을 피하고 싶어합니다.

뇌는 외부 자극을 그대로 받아들여 저장하는 게 아니라

먼저 '예측'을 하고 단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전체를 추론하고 보완해서 

하나의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 장치입니다.

모르고 있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그 불안을 없앨만한 설명이나 이유가 없다면, 또 이야기에 빈 곳이 있다면 

그것을 스스로 '생성'해내어 스토리를 완성시켜냅니다.

거짓 기억(false memory)이나 위에서 얘기한 착시현상 같은 것들도

뇌의 예측 시스템이 너무 앞서 나갔을 때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인간의 뇌와 생성형 AI는 '예측과 생성'이라는 공통된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고 하지요.

생성형 AI의 응답은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단어들을 예측해 조합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착각이나 거짓 기억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뇌와 크게 다르지 않지요.

그러니 AI가 환각(hallucination)을 만든다는 걸 갖고 인간이 구박할 입장은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  뇌의 '예측 생성 모델'은

기억과 기대를 바탕으로 다음에 올 감각 입력을 미리 예측하고

그 예측이 실제 입력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비교해 '교정 과정'을 거칩니다.

걸을 때도 뇌는 (내가 딴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자동적으로 평지일지 계단일지 예측을 하고 발을 내디디는데

예상과 실제가 다르다면 교정을 하는 식이죠.

그런데 감각기관에서 외부입력을 받는 이 교정 과정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뇌는 스스로 만들어낸 시뮬레이션, 가상현실에 빠져 폭주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상황을 겪기도 합니다.

- 수면, 명상, 기도 등으로 외부 감각을 차단할 때 꿈을 꾸거나 접신, 유체이탈 같은 느낌을 가짐

- 반복적인 리듬의 댄스음악, 반복적인 주문(나무아미타불, 옴마니반메훔)으로 뇌의 예측활동을 줄여 트랜스 상태에 빠짐 

- 수면 부족이나 금식, 마약, 극한 상황 등으로 인한 환청, 환각, 자아 분열 감각 등을 느낌


그럴 때 이런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나는 더 이상 '나'가 아니었다"

"경계가 사라졌다. 나는 세계와 하나가 되었다"

"마치 나 자신을 바깥에서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


이런 뇌의 스토리텔링 시스템은 친구의 표정이 안좋으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적이고도 즉각적으로 

'내가 뭘 잘못했나?' '누구랑 싸웠나?'라는 식으로 이유를 '생성'해냅니다.

그리고, 초원의 원시인에게 있어 바람에 흔들리는 풀을 보았을 때, 실제 원인을 모르지만

'맹수다!'라는 스토리텔링이 자동적으로 생성되어 겁먹고 도망치는 쪽이

그냥 가만히 있거나, "정말 맹수일까?"라고 파악하려는 태도보다는 생존하고 번식하기에 유리합니다.

즉, 뇌는 사실을 파악하기보다는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응하는 쪽으로,

정확성을 포기하고 신속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거지요.


빠르게 단정하고 확신을 갖는 쪽이 스트레스가 덜하고 

(유발 하라리식의 표현으로) '대규모의 협력'에 유리합니다. 

정치인의 단호한 발언과 그에 호응하는 대중,

단정적인 진리를 확신하며 안정감을 얻는 종교인들처럼요.


그리고 이러한 판단 방식은 무생물에서도 누군가의 의도를 감지하려는 경향, 

그리고 불완전한 단서로부터 빈칸을 메우며 전체 패턴을 상상해내는 뇌의 진화로 이어졌고

AI가 환각을 생성해내듯이 '신'이나 '진리', '이데아' 같은 개념(meme)을 생성해내는 것 역시 

그런 뇌의 작동 방식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많은 음모론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이 세상을 창조했고 뒤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식의 궁극의 음모론 역시.)

만화에서 사람들이 

"천동설은 신이 내려주신 진리이다", 

"천체는 이데아적인 형태인 원을 그린다"라고 믿고 있는 것도

결국은 이런 뇌의 작용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우연한 사건들 사이에 인과를 부여하고 스토리텔링을 하려는 뇌의 패턴 인식의 과잉은

우리 세계 역시 '의미 있는 존재'에 의해 조율되고 있다는 직감을 생성하고

"기도에 신이 응답하셨다"는 식의 해석 같은 것을 가능하게 하여

그런 해석은 우리의 자아에게 의미와 통제감을 제공하여('기도로써 내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생존에 유리한 정서적 안정과 행동 동기를 부여합니다.




절대주의, 그리고 과학적방법론과 민주주의에 대하여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여긴 것도, 여자는 남자에 비해 열등하다고 여긴 것도, 

신이 자연을 움직인다고 여긴 것도, 신분에는 차이가 있다고 여긴 것도 

(그것이 사실인가와는 별개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인식하는 사람들 쪽이 

생존하고 번식하기에 유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연선택된 meme이지요.

그들이 부도덕하거나 미쳤거나 뇌가 고장났거나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결과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많은 현대인들이 그와 달리 생각하게 된 것은 

현대인들이 더 똑똑하거나 윤리적이어서라기보다는

현대문명이라는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이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과학적인 탐구를 하는 등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된 건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흐름입니다.

인류는 대부분의 기간 동안 역사와 신화를 구분하지 않았고, 

증거나 진상 같은 것보다는 권위나 신념을 중시해왔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어느 시점부터, 생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까 싶은 '사실 그 자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알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이것이 바로 과학적 방법론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만화에서는 절대적인 진리를 믿는 자들과,

하늘을 관찰하며 그 '진리'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한 자들이 대립합니다.


'절대적인 진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절대주의자들의 예로는,

(왕정을 포함한) 독재 정부들, 그리고 많은 종교 집단들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보통 이렇게 요약됩니다:

"여기에 절대적인 정답이 있으니, 누구나 마땅히 이 진리를(혹은 그것을 전하는 나를) 믿고 따라야 한다."


하지만 위에서 얘기했듯이, 이른바 '절대진리'라는 것도 하나의 meme에 불과하며

그 역시 뇌의 스토리텔링 본능과 의미 생성 본능에 따라 만들어진 산물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전자(gene)와 마찬가지로 meme 또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주위 환경에 적응하며 끊임없이 진화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영원불변의 절대적인 진리' 같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만화는 천체에 대한 관점이 진화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이런 meme은 '영원불변'하기는커녕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복제되고 퍼지는 동안

환경에 따라 변형되고, 경쟁하고, 때로는 자기 자신과도 분열합니다.

실제로 야훼신앙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으로 나뉘고,

그 각각도 또 끝없이 분열하며 자기만이 진리이고 너는 아니라며 서로를 배척하고 증오하는 것도,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이 시간이 지나며 서로를 수정주의라 비난하는 것도

'절대진리 meme'들이 진화하며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절대주의란 '진리' 자체라기보다는,

특정 meme이 '의미를 독점하려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형태라 볼 수 있겠지요.

제가 보기에는 종교인들과 독재정부들이 실제로 수행하는 작업은

답을 주거나 절대적인 진리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질문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이 만화에서 이단심문관의 기능이 바로 그것이지요.



반면, 이런 절대주의와는 달리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는 세계관 위에 서 있는 것이 과학적 방법론과 민주주의입니다.

과학적 방법론은 '세계는 존재하며, 인간은 그것을 관찰할 수 있다'는 등의 몇 가지 전제를 두고(공리계를 설정하고) 

그 위에서 관찰과 검증, 반증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사고를 전개해갑니다.

과학에서 강조되는 건 '무엇이든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고 의심하라'는 것이고,

'과학의 가장 큰 발견은 인간은 무지하다는 점이다'라는 말도 있지요.


민주주의 또한 오류가능성을 전제로 합니다.

그것은 '인간은 믿을 수 없다'라는, 인간에 대한 불신을 체계화한 시스템입니다. 

주기적인 선거로 지도자를 물갈이하고, 권력을 분산시켜 서로를 감시하게 하며,

그것을 또다시 언론과 시민이 감시하도록 설계된 체계입니다.


유발 하라리는 책 '넥서스'에서 정보에는 '진실 발견'과 '질서 유지'의 두 측면이 있다고 말합니다.

만화 속 C교의 경전과 교리는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는 정보이고

'이단자'들이 정리한 천체관측 데이터는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진실이 때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질서의 상당 부분은 뇌가 만들어낸 환상 — 권위, 의미, 가치 등 —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그 질서가 위협받기도 합니다.

더구나 '사실'과 '환상'을 감각이나 직관만으로 구분하는 일도 어렵습니다.

어떤 착각이나 오해도 진짜처럼 느껴질 수 있고, 어떤 사실도 믿고 싶지 않으면 거부감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등의 많은 문제에 대해 

서로 "나처럼 생각하는 게 당연한데, 너는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한다"라며 끝없이 갈등합니다.


그와는 달리, 과학적 방법론은 감각이나 직관만을 믿지 않고 검증, 재현성, 반증 가능성 같은 프레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런 기준 없이는 우리는 언제나 자기의 뇌가 만들어낸 환상의 울타리 안에 갇히기 쉽기 때문입니다. 

마치 자기 아이가 제일 예쁘다고 싸우는 부모들 같은 셈이랄까요.


하지만 과학적 방법론이나 민주주의는 고통스럽습니다.

진화적으로 보자면, 둘 다 우리 뇌가 선호하지 않는 방식을 끊임없이 요구하니까요.

우리의 뇌는 (사실과 다르더라도) 빠른 결론을 좋아하고 자기 확신을 선호하는 반면,

과학적 방법론은 반례를 찾아내고, 오류를 인정하고, 증거가 없으면 판단을 유보하라고 말합니다.

민주주의는 느리고, 피곤하고, 갈등을 동반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본능을 억제하고 타인의 의견을 견디는 훈련을 요구하는 시스템입니다.

과학과 민주주의는 자연스러운 본능을 따라 만든 시스템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본능의 위험을 인식하고 거기에 맞서도록 설계된 체계입니다.





진화에 대하여


이쯤 되면, 과학이나 민주주의는 자연스러운 진화를 거스르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법도 합니다.

어쩌면 만화에 등장하는 지동설 연구자들이 박해받고 죽어간 것은 

그들이 '그 시대'라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도태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뇌의 기본 작동 원리만 본다면, 사실을 알고자 하는 건 오류에 가까운 행동입니다.

그런데도 최근 몇백년간의 인류는 과학혁명을 겪으며 '사실 탐구 자체'의 중요성이 점점 커져왔습니다.

이는 그 '사실 탐구'가 단기 생존에는 불리할 수도 있지만 장기 생존과 집단 생존에는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인류도 수렵채집을 하던 시절에는 다른 종들처럼 

수십 개체 정도의 작은 집단을 이루고, 환경에 대한 단기적인 반응 정도로도 생존이 가능했을 겁니다.

농업혁명을 지나며 정착과 분업이 가능해지고 언어와 문자가 발달하는 등 

점점 많은 개체들이 대규모로 협력할 수 있게 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면  다른 집단과의 경쟁에서 도태되는 등의 문명단계에 들어서서는

'사실 탐구'라는 게 점점 중요해져 온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모든 생물은 (어쩌면 우주 전체는) 의도도 의미도 없이 진화하지만

인류는 그러한 '사실 탐구'를 통해 이제 진화 자체를 탐구하고 고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가 되었습니다.

즉, '사실 탐구'라는 건 진화적으로 후반부에 나타난 고급 전략이며,

진화는 더 이상 본능적 감각과 행동만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진화가(혹은 우주가) 자신을 인식하며 지식 기반의 메타전략을 선택하는 단계까지 도달한 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앞서 얘기한 유발 하라리의 '진실 탐구 vs. 질서 유지'의 구분으로 본다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진화가 설계한 환상 장치이고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진화를 확장하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은 진화를 통해 만들어진 존재이면서도, 진화 자체를 사고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화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뇌가 만들어낸 환상 위에 질서를 세워온 인류는,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스스로의 뇌를 연구하고 진화를 탐구하며 그 환상 너머를 보려 하고 있습니다.

이 만화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구조를 알고 싶어했던 사람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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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oy 님의 게시글 댓글
SIGNATURE
저의 의견은 저의 의견일 뿐,
이것이 '절대적인 진리'라거나 '최종적인 정답'이라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과학 서적의 모든 진술은 더 나은 설명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에 열려있듯이,
저의 의견 또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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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47]
dkst
IP 221.♡.225.194
04-21 2025-04-21 00:24:03
·
8권 세트로 바로 주문했습니다.
기대 됩니다.
lcoy
IP 121.♡.180.156
04-21 2025-04-21 00:48:57
·
@dkst님
재미있어요 :-)
라잇쉐어
IP 47.♡.101.32
04-21 2025-04-21 08:01:35
·
@dkst님 숨겨진 명작이죠!
과유불급302
IP 211.♡.194.67
04-21 2025-04-21 05:39:25 / 수정일: 2025-04-21 11:52:39
·
훌륭한 글입니다~^_^b (엄지척)
좋은 만화 추천 감사합니다~*

10초만에 자신의 맹점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는 이걸 '맹점놀이' 라고 부릅니다 ㅎㅎ


1. 오른쪽 눈을 감고 왼쪽 눈으로 앞에 보이는 한 물체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2. 엄지척을 한 후 왼쪽 팔을 쭉 뻗어 엄지를 그 물체에 고정시킵니다.

3. 왼쪽 눈의 시선을 그 물체에 고정시킨 상태(중요!)에서 쭉 뻗은 팔을 조금씩 왼쪽으로 이동시킵니다.

4. 그럼 약 15~20도의 각도에서 엄지가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합니다.

5. 엄지가 사라지는 포인트를 찾으면 그 포인트 양방향으로 쭉 뻗은 팔을 조금씩 움직여봅니다.

6. 왼쪽 오른쪽으로 왔다갔다 움직여보면 그 포인트를 지날때마다 엄지가 사라집니다.

제가 '맹점놀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맘에 드는(중요!) 이성을 처음 만났을때나 대화를 풀어나갈때 무궁무진하게 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한 쪽 눈을 감고 제 얼굴에 시선을 고정해보세요."

" 제 얼굴에 엄지척을 ....."
.
.
.

다들 맘에 드는 이성에게 '과학'보다는 '마법'을 선물하세요.
lcoy
IP 125.♡.189.39
04-21 2025-04-21 08:01:41
·
@과유불급302님
잘생김이 준비되셨군요 ㅠㅠ
PokerFace
IP 1.♡.219.41
04-21 2025-04-21 05:55:26
·
애니메이션도 1기가 방송되었죠.
lcoy
IP 125.♡.189.39
04-21 2025-04-21 08:02:13
·
@PokerFace님
그것도 함 보려고 합니다
조각구름
IP 211.♡.197.20
04-21 2025-04-21 06:50:35
·
열심히 잼나게 두 번 읽었스니다.
lcoy
IP 125.♡.189.39
04-21 2025-04-21 08:02:51
·
@조각구름님
오랜만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만화였습니다 :-)
라잇쉐어
IP 47.♡.101.32
04-21 2025-04-21 08:05:16
·
크리스찬으로서
오류가능성을 인정하는 세계관이
기독교의 참뜻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lcoy
IP 125.♡.189.39
04-21 2025-04-21 08:14:26 / 수정일: 2025-04-21 17:34:24
·
@라잇쉐어님
기독교가 '한 알의 밀알이 죽어 많은 열매를 맺는' 예수처럼 사는 삶, 즉 전태일이나 김대중같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오류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도 모순이 없겠지만
기독교가 폭력적이고 독선적인 전쟁신 야훼를 숭배하는 종교, 사랑을 이야기하는 예수조차도 그 전쟁신이라며 신격화하여 숭배하는 종교인 것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것이겠죠...
쇼팽좋아
IP 222.♡.43.241
04-21 2025-04-21 10:18:58
·
요즘 인간의 '의식'에 관련해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본문을 보면서 생각나는게 요즘 일부 사람들이 겪는 공황장애도 과거 원시시대 때 인간이 맹수를 보고 느꼈던 공포와 동일한 반응이라고 하더라구요. 공황장애가 오면 숨이 막히고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소름이 돋는 데 현재에는 안전한 공간에 있기 때문에 왜 내가 공포를 느끼는 거지? 생각은 하지만 정작 그 공포의 근원은 모른데요. 눈에 보이는게 없으니까요.
사람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너무 심하게 받았을 때 신체와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는데 뇌가 과거의 맹수를 봤을 때 인간을 살리기 위한 기능과 동일한 매커니즘으로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lcoy
IP 125.♡.189.39
04-21 2025-04-21 14:13:32 / 수정일: 2025-04-21 17:32:06
·
@쇼팽좋아님
네, 공황장애 같은 것도 말씀대로 원시시대의 생존 본능이 현대 환경에서 오작동하는 대표적인 사례 같습니다.
하드웨어는 원시인의 몸 그대로인데 지식과 문명은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발전해서 버그가....
Altoids
IP 124.♡.13.129
04-21 2025-04-21 10:22:12
·
넷플릭스에 있어서 1화를 본 후 재 취향이라 만화도 다 찾아서 봤습니다. 너무 재밌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만화라서 저희 딸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 였습니다. 아직 9살이라 좀 더 큰 후에 보여줘야겠지만요. ㅎㅎ
lcoy
IP 121.♡.180.156
04-21 2025-04-21 14:14:41
·
@Altoids님
잔인한 장면이 많다는 소감이 꽤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추천만화 목록에 넣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Altoids
IP 124.♡.13.129
04-21 2025-04-21 15:18:08
·
@lcoy님 네 제 딸이 겁쟁이라서 아직 고문 장면 등은 이른 것 같아서요ㅎ
삭제 되었습니다.
새끼발꼬락
IP 211.♡.81.67
04-21 2025-04-21 11:45:57 / 수정일: 2025-04-21 11:47:28
·
"뇌의 기본 작동 원리만 본다면, 사실을 알고자 하는 건 오류에 가까운 행동입니다."
호기심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게 당연하다 생각 했었는데 오류에 가까운지 궁금해지네요.
lcoy
IP 121.♡.180.156
04-21 2025-04-21 13:53:08 / 수정일: 2025-04-21 14:16:03
·
@새끼발꼬락님

넷,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입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대부분은 '사실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느끼죠.
그런데 여기서 말한 "뇌의 기본 작동 원리만 본다면, 사실을 알고자 하는 건 오류에 가깝다"는 건
진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기본값'과는 좀 다른 길을 간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인간의 뇌는 정확성보다는 생존 가능성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습니다.
"이 풀숲에 뭔가 있는 것 같아" (맹수든 아니든 도망치는 게 생존에 유리)
"이 사람은 나를 미워하는 것 같아"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경계하는 쪽이 안전)

이처럼 정확한 사실(fact)보다 빠른 판단과 과잉 해석, 의미 부여가 살아남는 데 더 유리했기 때문에
우리 뇌는 원래부터 '착각을 양산하는 쪽'으로 진화했습니다.

그러니까 뇌의 기본 작동 원리만 놓고 보면,
사실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자 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크고, 위험하고,
본능적으로는 꺼려지는 행동일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인간은 진화를 통해 그 본능을 넘어서서 진실을 추구하는 능력도 갖게 됐고,
그게 과학적 사고나 철학적 탐구, 민주주의 같은 체계를 만들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러니,
뇌의 기본 설정은 진실보다는 생존 편향에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 기본 설정을 넘어 '사실 그 자체'를 추구하려는 고차원적 메커니즘을 진화시켰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이제 진화의 다음 단계이리라)
라는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새끼발꼬락
IP 58.♡.21.71
04-21 2025-04-21 20:30:03
·
@lcoy님 이제는 생존을 넘어선 단계이군요. 설명 감사드립니다!!
skirish
IP 117.♡.14.133
04-21 2025-04-21 11:46:54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lcoy
IP 121.♡.180.156
04-21 2025-04-21 13:53:19
·
@표준의역습님
감사합니다 :-)
해발이
IP 211.♡.91.187
04-21 2025-04-21 12:38:34
·
리디에서 구매해서 하룻밤에 다 봤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공돌이들이 좋아할만한..
lcoy
IP 121.♡.180.156
04-21 2025-04-21 13:53:44
·
@해발이님
정말 재미있게 보셨나보네요.
공돌공돌합니다 :-)
chimaira
IP 211.♡.22.103
04-21 2025-04-21 13:36:17
·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lcoy
IP 121.♡.180.156
04-21 2025-04-21 13:53:56
·
@chimaira님
감사합니다-
엑스텐드
IP 14.♡.251.204
04-21 2025-04-21 13:37:07 / 수정일: 2025-04-21 13:37:17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해당 책의 '정보에 대한 순진한 관점'에 대한 비판이 와닿았습니다.
아무리 정보가 많더라도 교정이 내재된 시스템이 아니라면,
우리는 사실이 아닌 만들어진 질서 또는 환각(신 등)을 향해 갈 수도 있겠습니다.
lcoy
IP 125.♡.189.39
04-21 2025-04-21 14:06:48 / 수정일: 2025-04-23 13:05:21
·
@엑스텐드님
네, 유발 하라리의 책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뭔가 간질간질하게 어렴풋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것 같아서 볼 때마다 흥미롭습니다.


"교정이 내재된 시스템이 아니라면,
우리는 사실이 아닌 만들어진 질서 또는 환각(신 등)을 향해 갈 수도 있겠습니다."
-> 아마 이게 바로 뇌과학에서 말하는 '예측 생성 모델'일 거예요.
우리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기억과 기대를 바탕으로 다음에 올 입력을 미리 예측해서 현실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그 예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바탕으로 '교정'을 하죠.

그런데 반복적인 자극, 감각 차단, 인지적 몰입 등으로
이 교정 과정이 약해지거나 끊기면,
뇌는 외부 세계와 상관없이 스스로 만든 가상현실 속에 빠지게 됩니다.

반복되는 리듬의 댄스음악에 몸을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반복되는 주문을 외우는 식으로 뇌를 트랜스 상태에 빠지게 만들거나 (옴마니 반메홈, 나무아미타불, 궁궁을을)
잠에 들거나 명상, 기도에 몰입해 외부 자극이 차단되거나
수면부족이나 피로, 금식, 술, 마약 등으로 신경신호가 불안정해지거나
감각 차단 탱크에 갇혀있거나 하면

꿈을 꾸거나
접신체험, 유체이탈, 환청, 환각 등
교정 없이 뇌가 폭주하며 만들어내는 환상에 빠지게 되는 거죠.
"나는 더 이상 '나'가 아니었다"
"경계가 사라졌다. 나와 바깥이 구분되지 않았다."
"어떤 위대한 존재가 나를 통해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마치 나 자신을 바깥에서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등등...


그리고 뇌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자기 교정 메카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무속정권 같은 게 등장하기도 하는 거고;;;;
kimganu
IP 113.♡.169.88
04-21 2025-04-21 13:50:48
·
요즘 넷플릭스에서 보고 있는데 ... 음 심오합니다.
lcoy
IP 121.♡.180.156
04-21 2025-04-21 13:54:13
·
@kimganu님
애니로도 잘 표현이 됐을까 궁금합니다
kimganu
IP 113.♡.169.88
04-21 2025-04-21 14:06:23
·
@lcoy님 근데 애니 보다는 원작 만화로 보는게 더 나을것 같아요. 과학적 내용이라 보면서 싹 와닿지가 않더라구요. 그냥 우리가 당연히 믿고 있는 지동설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참 고분분투했구나 정도? 애니 보니 저는 원작이 더 보고 싶어졌어요...
lcoy
IP 125.♡.189.39
04-21 2025-04-21 14:10:07 / 수정일: 2025-04-21 16:45:07
·
@kimganu님
억... 내심 우려하던 바가 그대로군요;;;; 포기해야겠습니다.
그런 걸 보면 공각기동대 같은 경우는 참 천재적인 작품인 거 같다능...
('_')
IP 124.♡.13.160
04-21 2025-04-21 15:07:59
·
만화는 안 봤지만, 본문이 너무 훌륭해서 만화를 찾아봐야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lcoy
IP 125.♡.189.39
04-21 2025-04-21 15:47:50
·
@('_')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그프리드
IP 211.♡.197.87
04-21 2025-04-21 15:34:57
·
사실 이단 심판관의 잔혹성이 지동설보다 더 히해하기 어렵죠. 왜 저렇게까지 해야만 했던 시대인건지...
lcoy
IP 125.♡.189.39
04-21 2025-04-21 16:00:06
·
@지그프리드님
아마 그에 대한 인간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이 없었던 거 같기도 하네요. 딸이 등장하는 거 외에는...
그냥 그 시대의 사람이다, 라는 걸로 등장한 건가...
이사도라던컨
IP 220.♡.231.12
04-21 2025-04-21 19:54:05
·
책소개 글이 정말 재밌어서 로그인 했습니다. 추천 만화책도 바로 찾아 보겠습니다.
lcoy
IP 121.♡.180.156
04-21 2025-04-21 21:44:36
·
@이사도라던컨님
재미있게 읽으시길 :-)
삭제 되었습니다.
Charles_hi
IP 175.♡.73.27
04-21 2025-04-21 22:57:23 / 수정일: 2025-04-21 22:58:48
·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혹시 안 보셨다면 데이비드 이글먼 incognito 추천합니다. 요즘 맥스 베넷의 지능의 기원 읽고 있는데 이 책도 잼있습니다. 좀 어렵고 두텁지만 로버트 쉐폴스키 행동도 추천합니다
lcoy
IP 121.♡.180.156
04-22 2025-04-22 00:36:17
·
@Charles_hi님
소개 감사합니다. 마침 지금 지능의 기원을 읽고 있네요.
쉐폴스키의 책은 굉장히 묵직해보이네요 *_*
낡은타자기
IP 220.♡.10.126
04-22 2025-04-22 12:29:50
·
'인류는 생존을 위해 변화(적응/진화)해왔다' 라는 말이 틀리지야 않겠습니다만 ( '생존' 이란 게 워낙 중요하니까요), 제 생각으로는 인간은 (모든 생명체가 마찬가지겠지요) 수집된 정보를 해석해서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에 따라 대응하다가 새로운 경험에 따라 오류를 인지하면 모델을 수정합니다. 그러다가 그 모델의 정확도가 어느 수준에 다다르면 그 때부터 모델의 수정보다는 오류를 무시하고 그냥 행동하는 것을 선택하려 합니다. 모델을 수정하려다가 '적시' 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일 수 도 있고 (생존의 문제), 그냥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더 정확한 모델을 만들려는 경향을 가지는 개체도 있는데, 수적으로는 열세이므로 다수에 의해 제지당하게 됩니다. 개체의 모델이 집단의 체제나 문화로 만들어진 다음에는 더 그렇겠죠. 여기서부터는 '기존의 질서 유지' 냐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고 더 나은 모델로 바꿀 거냐' 의 문제인데 이게 꼭 생존을 우선시하는 태도에 의해 대부분 전자를 선택한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많이 봐 왔지만 저는 '무조건 그것 때문이야?' 하는 생각이 드네요.
lcoy
IP 125.♡.189.39
04-22 2025-04-22 16:33:42 / 수정일: 2025-04-23 13:03:07
·
@낡은타자기님
네 설명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설명도 그 중 하나일 뿐이고...

무조건 생존 때문인가, 라고 하면 막연하게 문화적이든 심리적이든 뭔가 있겠지 싶긴 한데,
근데 저로서는 어떤 다른 것들을 떠올리더라도
그걸 파고들어가면 결국엔 생존과 번식, 즉 진화적으로 유리한가라는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즉 저는 진화론적 유물론, 진화론적 자연주의 쪽으로 생각을 하는 편인 거겠죠.
예프넨
IP 211.♡.231.146
04-23 2025-04-23 16:16:20
·
완결이 너무 급하게 난 느낌이라, 음? 이거 인기가 급전직하했나? 하고 의문 품었던 만화책이네요. ㅎㅎㅎ
재미난 소개글 잘 읽었습니다. ^^
lcoy
IP 125.♡.189.39
04-23 2025-04-23 16:37:09 / 수정일: 2025-04-23 16:37:35
·
@예프넨님
저도 결말 부분은 별로였어요. 기억에도 별로 남아있지 않고...
그냥 이런 아이디어를 갖고 만화를 꾸민 것만 해도 대단한 거라 생각합니다.
김민희
IP 211.♡.221.194
04-24 2025-04-24 14:37:31
·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158375.html 와 공감되는 내용이네요.
lcoy
IP 121.♡.180.156
04-24 2025-04-24 18:16:02 / 수정일: 2025-04-24 22:00:30
·
@김민희님

소개 감사합니다.

아래 부분이 인상적인데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고 시작하는 거고,
결국 절대주의와 과학적 방법론의 차이는 '무지에 대한 태도'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기독교인들의 소위 '변증'이라고 하는 것도 소피스트의 전통(나는 다 안다, 나의 설득 기술 맛을 봐라)과 일맥상통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결국 소피스트들의 후예라고 할까...



“아는 것은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는 것, 이것이 곧 아는 것이다.” -공자(B.C 551-479)-
동서양을 막론하고 학문의 시작으로 모르는 것을 인식하는 ‘무지의 지’를 꼽았다. 소크라테스 역시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하였다. 철학을 서양 학문의 시작으로 여기는 것은, 기존 지식의 불확실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학문은 지식을 탐구하는 집단 지성이며,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중시된다. 그래야 더 합리적인 지식이 도출되면 기존 지식을 대체하며 발전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는 소피스트가 많았는데, 자칭 현자인 이들은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을 안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지식을 주장하지 갈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자기의 말이 진실이라 소리 높였고,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한 사람의 지식이 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이유로 소피스트는 지식 탐구보다는 설득의 기술을 중시하였다. 이들이 펼치는 온갖 궤변을 보면서 철학자들은 진정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모르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을 지식 탐구의 시작으로 삼으며, 자신들을 지혜(sophie)를 사랑(philo)하는 사람으로 명명한다. 무지의 인정을 통한 진리에 대한 겸손이 철학의 본질이라는 것이 ‘philosophy’라는 단어 자체에 명시되어 있다.
뉴메타
IP 39.♡.46.34
04-25 2025-04-25 14:04:08
·
재밌게봤던 만화입니다. 지동설과 관련된 박해와 억압에맞서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의지를 잘 풀어낸 대체역사물이죠.. 과학적 합의도 패러다임의 관점에서 봐야된다는 주장을 처음 봤을때의 충격을 떠올리게 하는 만화였고 나름의 인간찬가 적인 요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어로 '지'라는 발음이 비슷한 점을 이용해서 할 수있는 발상인것도 재밌는 점이죠
lcoy
IP 125.♡.189.39
04-25 2025-04-25 17:11:59
·
@뉴메타님
제목도 아이디어가 좋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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