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군중의 지도자들, 그리고 이들의 설득 수단
군중의 기본적인 심리와 동인에 대하여 알았으니, 이제는 이러한 심리와 동인이 어떻게 현실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들지를 알아 볼 차례입니다.
1) 군중의 지도자들
군중의 지도자는 군중의 구심적 역할을 하며, 그 자신이 군중의 정체성이 됩니다. 이러한 지도자가 생기면 군중은 마치 전제군주를 떠받들 듯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신봉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군중 지도자는 깊은 숙고를 하는 사상가이기보다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행동가일 경우가 많습니다. 강한 신념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이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이러한 행태가 일으키는 암시에 반응하여 군중은 이들에게 더욱 더 매료됩니다. (베드로, 루터, 사보나롤라...) 강한 신념은 인간의 힘을 열배나 증폭시킨다고 저자는 비유합니다. 이렇게 지도자가 군중을 일방적으로 이끄는 경향이 있으므로, 군중의 소요사태를 진압하려면 지도자만 잡으면 됩니다. 지도자에게는 단기형, 장기형이 있습니다. 단기형은 특정한 사태가 발발했을 경우 경이적인 지도력을 자랑하지만 약발이 쉽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네, 뮈라, 가리발디 등). 장기형 지도자는 단기형보다 폭발력을 덜하지만 결코 굽히지 않는 초절한 의지력으로 놀랄만한 장기 프로젝트를 이루어 내거나 후세의 정신세계를 지배합니다. (성 바울, 무함마드, 콜럼버스, 레셉스 등)
2. 리더의 행동 수단: 확언, 반복, 전염
군중에게 특정한 사상과 믿음을 주입하기 위해서 지도자는 그 자신이 위신(presitige)를 갖추는 등의 준비를 하여야 하며, 확언, 반복, 전염이라는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군중은 엄밀한 논증 이딴 건 별로 안좋아 합니다. 내말이 맞다고 일단 간단하고 확실하게 질러 주어야 하며, 그 메시지를 계속 반복하여 주입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성공하면 지도자의 메시지는 군중의 무의식에 자리잡게 되고 군중은 이를 진리로 받아들입니다. (조선일보만 보시는 어머니 생각을 바꿀 수 없는 게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이는 종교의 경전은 물론이고 현대의 상업적 광고에도 십분 활용되는 진리라 할 수 있습니다. 확언과 반복이 잘 되면 특정한 사상과 정서는 마치 바이러스가 퍼지듯 군중 사이에 급속도로 전염됩니다. (금융시장에 버블과 패닉이 발생하는 것 역시 그러해서일 것입니다.) 이러한 전염은 군중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 않아도 일어납니다.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이 발달한 현대에는 더욱 그럴할 것입니다.) 이렇게 주류적 시각이 한번 형성되면 개인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라도 군중의 의견을 거스르기란 쉽지 않습니다.이러한 전염이 하류층 군중에서 일어나다보면 결국 상류층에도 영향을 미치게됩니다. 사회주의의 이상을 지지하는 부유층들(강남좌파?)이 생기는 건 그래서입니다. 이 세상을 움직이는 사상은 옛날 어느 고차원적인 사상가가 처음으로 떠올린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가며 민중이 이를 받아들이며 변형이 이루어지고, 이렇게 변형된 사상을 다시 상류층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3. 위신
특정한 사상이나 인간에게 위신(prestige)이라는 아우라가 생기면 확언, 반복, 전염이 훨씬 더 강력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위신은 경외감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닙니다. 어떤 존재가 위신을 가지게 되면 우리는 그 존재에 대해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기 쉽습니다. 이러한 위신을 통해서 신들, 왕들, 여자들이 신도, 국민, 남자들을 지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위신은 재산과 명성(우리나라는 학벌, 재력)이 있으면 누구나 후천적으로 획득할 수도 있지만, 특정한 개인에게만 존재하는 위신도 있습니다. 큰 성공을 거두게 되면 자연스럽게 위신이라는 후광 효과가 발생하고, 그를 무비판적으로 맹종하는 사람들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위신은 그가 실패하게 되거나 타인의 토론의 대상이 되면 바로 사라져 버립니다. 신상을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때려 부수는 것은 그 신을 믿던 신자들인 법입니다. 위신을 가진 종교, 사상, 인간이 토론을 싫어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