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에 애플에서 비전 프로 일본 발매와 더불어 데모 신청을 받기 시작해서 지난 주말에 다녀왔습니다.
평일에도 할 수 있었지만, 역시 일도 있고 해서 주말로 예약했는데 생각보다는 예약도 여유 있었습니다.

늘 가는 애플스토어 신사이바시점입니다.
외장을 크게 공사중이라 매장 문 앞에 접근하기 전까진 이게 애플스토어인지 아닌지 조차 모르게 된 건물이지만... 가까이 가면
거의 이 느낌으로 영업 중임을 어필합니다.

입장 해서 2층으로 바로 올라가면 애플 비전 프로 데모 전용 스페이스급으로 배치를 해 두었습니다.
가장 늦은 시간인 20시에 갔는데,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여유가 있었네요.

옆에는 1층에도 있던 비전 프로의 전시이지만, 말 그대로 고정 된 상태라 떼어 볼 수 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2층은 실제 데모를 하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이런 실기 전시에는 아무도 관심을 안 주더군요...

유광 글라스가 전면에 있어서 누가 봐도 참 비싸보이는 기계입니다.

처음에 담당자가 배정 되고, 도수 측정을 위해 안경을 가져가서 측정을 합니다.
애플 스토어에 렌즈 가게나 안경점에나 있을 법한 기계가 있는 걸 보는 좀 기분이 묘하네요.

폰에서도 설정을 해야 하는데, 애플 스토어 앱에서 코드를 받아서 페이스 아이디 설정 하듯 얼굴을 빙빙 돌리고...하는 일종의 측정 행위를 몇 번 합니다.
페이스 아이디 설정과는다른 점은 고개를 돌리면서도 시선은 폰을 향해야 한다는 거 였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이 측정을 하고 제 도수 정보에 렌즈가 맞춰진 비전 프로를 매장 뒤편에서 다른 직원이 곧 가져옵니다.
저는 이 절차가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그냥 뒤에서 맞는 재고 렌즈를 가져와서 끼기만 하면 되는 건지 생각보다 금방 가져오더군요.
담당자가 비전 프로의 파지법(움푹 패인 코 부분을 잡고 착용하라는...)까지 알려 주면서 조심조심하게 다루게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이게 애플 기준으로도 참 고가의 기기긴 하구나란 걸 느꼈습니다.
어째선지 현재 사실상 비전 프로 데모 전용 플로어로 운영되는 2층에는 1층보다 2배는 많은 보안 요원들이 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겠죠...
여하튼 비전 프로를 착용하고, 전원을 켜면 바로 여러가지 조정 절차를 거칩니다.
손을 인식시키기도 하고 시선을 인식시키기도 하는데, 이게 꽤 어렵습니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눈알만 굴려서 특정 지점을 여러번 체크하고 손가락으로 찝고 해야하는데,
처음엔 잘 몰라서 멍청하게 눈에 보이는 특정 지점을 자꾸 손으로 집으려고 했네요.
담당자도 몇 번 보더니 그렇게 하지 않고 손은 무릎에 두셔도 인식 된다고 해서 좀 놀랐습니다.
착용감은 제가 비교 대상이 메타 퀘스트2뿐이라 그런지, 2보다 그냥 훨씬 편합니다.
세간에선 무게중심이 나쁘단 얘기도 있는데, 저는 전혀 그렇게 느끼지 못했고 정말 이 부분만은 저는 불만이 전혀 없었습니다.
제품 자체의 촉감이나 재질도 '역시 애플' 이란 소리가 나오게 뛰어났고 편안했습니다.
다만, 제품이 전체적으로 충격이나 스크래치에 약해보이긴 했습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 조정 절차를 마치고 실제 이용에 들어가는데, 먼저 PS비타 같은 메인 화면이 나옵니다.
이 때 담당자가 '비전 프로의 세계에 어서오세요.'라고 하는데 마치 애플 제품 구매하면 박수 쳐 주는 거 같은 묘한 오글거림이 있어서 좀 그랬습니다.
저는 메타 퀘스트2를 구매했다가, 조금 써 보고 결국 방치해 둔 'VR 경험자' 수준의 유저인데,
처음에 딱 비전 프로의 시야가 열렸을 때 가장 놀란 점은 패스 스루 시야가 굉장히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메타 퀘스트3는 써 보지 못해서 모르겠으나, 메타 퀘스트2의 패스 스루는 사실상 부딪히지만 않게 주의 주는... 마치 곤충의 눈이나 소동물의 눈을 체험하는 듯한 패스 스루였는데,
비전 프로의 패스 스루는 막말로 0.8 도수 정도의 렌즈나 안경을 낀 것 같은 정도의 시야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가끔 끼는 콘택트 렌즈보다 도수도 좋고, 훨씬 편안했습니다.
고개를 돌려서 움직일 때 랙도 없고(당연히 없어야 하지만요), 착용 한 상태로 스마트폰 화면의 글씨를 인식하는 것도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유튜브 등지에서 초기에 보였던, 이걸 쓰고 여러가지 할 일을 하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긴 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사진 앱에서 여러가지 사진과 동영상, 파노라마 사진을 갤러리로 보게 해 주는데, 솔직히 이 부분은 일반 VR 사용자라면 별 감흥이 없을 듯 했습니다. 대단하단 듯 파노라마 사진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는 걸 설명하는데, 솔직히 정말 이건 퀘스트2랑 별 차이 없었어요. 라이다 카메라로 찍은 3D 사진이나 동영상의 경우도 솔직히 느껴지는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이어서 공간 컴퓨팅... 패스 스루 상태에서 사파리, 키노트 등 여러가지 앱을 켜 보고 창도 옮겨보고 사이즈도 조절해보고 클릭, 드래그를 해 보는데, 이 모든 것이 시선과 손(위에 말했듯 무릎 위에서도 인식 가능)으로 행해져야해서 미래적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저는 힘들고 불편했습니다.
마우스의 커서 역할은 전부 시선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커서의 모양을 보여주지 않고 시선이 간 버튼은 밝게 빛나거나 애플식으로 약간 커지거나 하는 게 전부라 제 시선이 지금 제대로 향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인식이 좀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면 창 사이즈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해당 창의 오른쪽 아래 모서리에 시선을 위치시키고 손을 꼬집는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데, 오른쪽 아래 모서리에 시선을 보내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손을 바닥에 둔 채로 손가락 제스처로 여러가지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좋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발매 초기에 유튜브 등지에서 야외에서 비전 프로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걸어다니면서 허공을 클릭하는 듯한 제스처는 그럼 뭐였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다보면 손을 허공에 올릴 일이 전혀 없었거든요.
애플 워치에 달린 듯한 용두가 우상단에 물리적으로 달려있는데, 이걸 조절하면 패스 스루로 주변을 비춰주던 카메라가 점점 옅어지고, 퀘스트2에서의 기본 화면과 같은 VR 배경으로 바뀌게 됩니다. 분명 해상도가 매우 높은 기기인데, 기본 배경이 좀 허접한 건지 그렇게까지 엄청나게 사실적이진 않고 그냥 사진같더라고요.
해당 용두로 볼륨도 조절 할 수 있는데, 저는 이 정도의 가격 기기면 볼륨 조절에서 ANC 기능 같은 것도 있을까 했지만 그런 건 전혀 없고 단순한 볼륨 조절이었습니다.
패스 스루 배경을 VR 이미지로 덮는 기능을 담당자는 야외 작업 시 집중도를 높이는 용도로 설명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ANC도 있어야 하지 않나 했지만, 생각 해 보면 스피커로 그런 성능을 내기도 힘들고 실제로 된다면 너무 위험하겠지요...
다음은 이머시브 비디오를 체험하게 되었는데, 비전 프로로 감상하는 것을 전제로 촬영 된 스포츠 영상 모음 클립 같은 것이었습니다. 해상도가 매우 뛰어나서 농구, 축구 경기 중계를 관중석에서 보는 듯한 파트는 정말 현장감이 엄청났습니다만, 결국 180도 VR 정도였기에 저에겐 그냥 그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맞은 편에서 이 영상을 본 다른 데모 참가자는 VR 사용 자체가 처음이었는지, 해당 농구 경기 동영상에서 농구공이 갑자기 저한테 달려드는 연출(VR이라면 이런 연출이 자주 있지요...)이 있는데 아마도 그 부분에서 엄청나게 놀라는 모습을 보여 조금 재밌었습니다. (이 모습 마저도 제게는 패스 스루로 보였지요...)
마지막으로 키노트 앱에서 프레젠테이션 리허설을 하는 걸 체험했는데, 이건 이번 체험에서 거의 유일한 360도 컨텐츠였습니다.
3D로 이루어진 큰 홀에서 키노트 프레젠테이션을 재생하면서 직접 리허설을 할 수 있는데, 해상도가 높아서 3D임에도 불구하고 사실감이 있는 점은 좋았으나, 역시 미묘하게 인식이 힘든 시선과 손만으로 조작을 해야하는 점이 생각보다는 아직 실무에 쓰긴 어렵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정도로 데모를 마쳤는데, 결론적으로 느낀 점은 충분히 고급감 있고 애플스럽게 마감 된 기계지만 500만원에 달하는 가격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막말로 메타 퀘스트 2를 요즘 가격으로 20개는 살 수 있는 돈인데, 20개의 가치를 하냐면 그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 한 점은 착용하고도 실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패스 스루 성능이었고,
별로라고 느낀 점은 결국 조작이 시선과 손으로 행해져서 미묘하게 부정확하거나 적응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별로라고 느끼는 점 때문에 애플에서 말하는 '공간 컴퓨팅'으로서의 활용은 아직까지는 조금 힘들지 않나 싶네요.
개인적으로 기본 용량 모델 기준으로 500만원은 무리고, 330만원 정도까지 떨어지면 그래도 사 볼 만은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 그리고 데모에서 앱스토어만 쭉 둘러보고도 느낀 건데 1/20 가격의 메타 퀘스트2보다도 '놀 거리'는 없어요.
이하 현장, 기기 사진이 이어집니다.

실제 데모 현장의 모습입니다. 정말 20세기에 생각하던 미래 세계가 코 앞이라는 느낌이 물씬 드네요.
무슨 SF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요.

재질은 정말 애플스럽게 고급진 재질입니다. 유리 표면을 보호하기 위해 또 고급진 저런 전면 커버를 준다고 하네요.

들었을 때의 느낌은 전형적인 VR 헤드셋입니다. 배터리가 별도로 빠져 있기 때문에 기기 자체는 그렇게 무겁지 않고, 개인적으로는 무게중심도 좋다고 느꼈습니다.




특유의 유리 표면 때문에 전투기 조종사 헬멧 고글 같은 느낌도 드네요.

배터리는 사실 좀 4~5세대 전 애플 제품마냥 투박하게 생겼습니다.

비전 프로 전용 별매 파우치인데, 작은 전기 밥솥 만한 사이즈에 한화로 30만원이 넘는 가격이라 많이 비싸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500만원 짜리 기계를 보관하는데 30만원 정도면 납득 가능하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이상, 짧은 비전 프로 체험기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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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ANNAPRO를 잠깐 쓰다가 지금은 Globular Cluster CMA1를 씁니다. 사용기 참고:
https://www.reddit.com/r/VisionPro/comments/1dijbxw/thoughts_on_globular_cluster_cma1_comfort_mod_for/
아이트래킹이 불편하면 헤드트래킹으로 설정 바꿔서 쓰는 방법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저는 두 가지 설정을 왔다갔다합니다.
아... ANNAPRO가 제일 덜 긱해보여서 (애플감성에 부합해 보여서) 기대하고 있었는데(심지어 저 주문하자마자 판매 중지되면서 배송이 밀리기 까지 했는데ㅠ) 그렇게 편하진 않나보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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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라이트씰 떼고 써도 문제 없던데요. 오히려 주변시야가 현실이고 시야 중심에만 가상화면이 펼쳐지니까 무슨 포탈같은 느낌이라는 점이 장점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또 라이트씰이 없으면 비전 프로 쓴 채로 뭘 먹을 때 편하다는 장점도 있더군요. 저는 그래도 라이트씰 쓰는 걸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무게 분산 측면에서 그게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Globular Cluster CMA1를 쓰는 이유도 무게 분산 측면에서 거의 궁극에 가까운 무게 분산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이거보다 나으려면 완전히 헬멧 타입으로 가는 수밖에 없을 텐데 아직은 개인이 마개조한 것밖에는 없는 듯하더군요.
ANNAPRO는 머리 크기 등에 따라서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는 제품입니다. 쓰레기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최고라고 극찬하는 사람도 있죠. 제가 위에 쓴 사용기 링크를 타고 타고 가시면 제가 쓴 사용기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어, 그런데 오라질님이 소개해 주신 Infinityone3d를 보니까 ANNAPRO 쓰느니 차라리 이걸 쓰겠다 싶네요.
무게가 앞으로 쏠리는 문제는, Globular Cluster CMA1의 뒷통수 패드 중에 고무 패드를 쓰면 해결됩니다. 그 대신 패드의 무게가 상당해서 저는 싫더군요.
넷에선 까는게 너무 정답화 되어버려서… 뭔가 비판을 강요하는 분위기도 있었는데 열기가 확 식은 지금도 여전히 긍정 댓글 쓰면 어그로로 몰아버리는 커뮤도 있어서; 정발하면 어떤 오지라퍼들이 나올지가 좀 궁금하네요. (그렇다고 완벽한 제품이란 말은 아닙니다ㅎ)
저도 퀘스트3 체험자 수준(집에서 썩어가는 중...) 경험으로 비젼프로 접해보니 좋긴한데 해상도 좋은 수준으로 느껴지네요.
영상도 완전 꽉차는 몰입감도 아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