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너무 늦은(...), 기존에 어떤 VR 기기도 사용해 본 적 없는 유저의 애플 비전 프로 1.5개월 사용기입니다. 이미 다른 리뷰에서 많이 나온 이야기들이나 기기의 기초적인 작동 과정에 대한 설명보다는, 제가 직접 사용하면서 느낀 특이 사항과 감상 위주로 적었습니다.
인트로
- 애플 비전은 제가 오랫동안 기다려 온 애플의 새로운 플랫폼입니다. 애플 제품을 꽤 다양하게 사용한 사용자로서, 애플이 갈고 닦은 새로운 패를 꺼내 보이는 순간은 언제나 설렘을 줍니다.
- 물론 애플 비전 프로는 굉장히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제품인데다 '애플 1세대는 거른다'라는 원칙을 갖고 계신 분들도 많이 계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 1세대들에 대한 여러 경험을 떠올려 보자면 애플 워치 1세대를 포함해 M1 Max 맥북 프로 1세대, 12인치 맥북 1세대,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1세대, 홈팟 1세대, 에어팟/프로/맥스 1세대 등 수많은 애플의 1세대 제품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사용했거나 지금도 워크플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 물론 애플 워치나 12인치 맥북 등은 후속 세대가 훨씬 더 잘 나온 제품인 것은 사실이나, 제가 각 제품에 바라는 핵심적인 가치들은 1세대 제품도 충분히 잘 수행해 주었고 굳이 2세대로 바꾸지 않아도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실제로 애플 워치의 경우 1세대를 꽤 오랫동안 사용하다가 본격적으로 하드웨어에 큰 변화가 생겼던 4세대로 건너가기도 했고요. 애플 비전 프로 역시 2세대 제품은 빠르면 2025년 말에나 출시되리라는 루머가 있는 만큼 1세대 모델임에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되어 구매를 결심했습니다.
구매 과정
- 아시다시피, 적어도 지난 20년간 발매된 모든 애플 제품 중 가장 구매 과정이 까다로운 제품입니다. 미국에서만 판매된다는 제약은 오히려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문제는 핏인데, 착용감을 위해 핏이 개인화되어 있기 때문에 라이트 씰이 10가지가 넘는 사이즈로 제공되고 각각은 다시 N, W로 폭이 구분되어 여기서만 20~30개 정도의 구분이 존재합니다. 또한 쿠션의 크기, 밴드의 크기 등이 모두 여러 종류로 제공되기 때문에, 사실상 온라인 주문은 거의 불가능하고 실제 애플 스토어에서 핏을 장시간 테스트하는 과정이 필수나 다름 없습니다. 이 핏이 사용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 물론 apple.com을 통한 온라인 구매 역시 지원합니다. 이때는 아이폰의 Face ID 지원 카메라를 사용해 얼굴형을 측정하고 핏을 제안해 주게 되는데, 제 경험과 여러 구매 후기를 참고해 보니 이렇게 아이폰으로 측정한 크기의 정확도는 매우 떨어져 보일 뿐 아니라, 측정 할때마다 결괏값이 달라져 신뢰성에 의문이 있습니다.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긴 하다'는 느낌일 뿐, 만약 구매를 고려하는 분이 계신다면 스토어에서 직접 테스트 후 구매하실 것을 강력히 추천해 드립니다.
- 다만 스토어를 방문해도 워낙 다양한 사이즈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한 번씩 테스트한다는 것은 시간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어느 정도 괜찮다 싶은 핏으로 타협이 강제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모든 종류의 파트를 전시해 놓고 고객이 자유롭게 테스트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훨씬 편리하겠지만, 적어도 제가 방문한 로스앤젤레스의 The Grove 스토어에서는 우선 한가지 사이즈를 착용 후 다른 핏을 테스트하고 싶다고 요청할 때마다 직원분께서 스토리지에서 다른 사이즈를 하나만 꺼내 오셔서 다시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덕분에 사이즈 하나를 테스트할 때마다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애플의 다른 제품들, 예를 들어 아이폰의 경우 모든 옵션이 스토어에 디스플레이되어 고객이 자유롭게 자신에게 가장 맞는 제품을 테스트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것과는 몹시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미세하게 다른 라이트씰들을 현장에서 하나씩 테스트해봐야 합니다.
- 저는 21W, 22W, 23W, 24W의 라이트 씰을 테스트해 보았고, 이 중 23W가 가장 잘 맞는다고 현장에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테스트 과정이 좀 더 간편했다면 더 많은 사이즈를 테스트해 보고 싶은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여기서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이 핏이 나에게 최선의 핏인지 확인할 방법이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에어팟 프로는 3가지 종류의 팁이 존재하는데, 올바른 핏인지를 iOS를 통해 테스트할 수 있어 어느 정도 가이드로 삼을 수 있습니다. 물론 에어팟 프로는 훨씬 단순한 제품이고, 모든 사이즈의 팁이 기본 제공되어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직 물리적인 기분에 따라 착용감을 평가해야 하는 애플 비전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애플 비전 프로 구매시 시간과 (본인 및 애플스토어 직원의) 인내심이 허락하는 한 여러 옵션을 테스트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데, 테스트 시점이 아침인지 밤인지, 전날에 라면을 먹고 잤는지 아닌지, 헤어 스타일이 어떤지 등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애플 비전 프로를 한 달 정도 사용하면서, 어떤 날에는 굉장히 편하게 느껴지고 어떤 날에는 상대적으로 무겁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등, 착용감의 변수가 너무나 많습니다.
- 이렇게 다양한 옵션이 존재하고 테스트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점, 착용감을 위해 노력하는 주체가 구매자라는 점에서부터 이 기기가 아직 정제된 경험이 아니라는 첫인상을 주고 구매 경험을 다른 애플 제품들과 크게 비교되게 만드는 요소였습니다. 물론 얼굴에 착용해야 하는 제품이니만큼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 자체는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애플 비전의 더욱 다양한 모델이 나온다면, 구매 프로세스도 함께 발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시력이 나쁜 사용자는 여기에 자이즈 렌즈까지 구매해야 하는데, 오직 별도 구매 후 배송으로만 구매가 가능한 점도 의아합니다. 애플 스토어가 애플의 서드파티 제품들도 현장에서 판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애플 스토어에 테스트용 렌즈들을 구비하고 있어 테스트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나, 시력이 나쁜 유저들은 비전 프로를 구매하더라도 렌즈가 배송될 때까지는 사실상 제품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혹은 비전 프로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렌즈부터 주문해 두어야 합니다.)기기를 구매 후 뜯어서 사용할 때까지의 경험이 매끄러운 것이 기존 애플 스토어 구매 경험의 특징이었다면, 자이즈 렌즈를 별도로 배송하는 방식으로만 이용 가능한 것은 다소 불만스러운 부분입니다. 주문 제작 방식이더라도 현장 픽업을 통한 서포트가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하드웨어
- 애플 비전 프로의 하드웨어가 주는 첫인상은, '다루기가 정말 어렵다'는 느낌입니다.
- 이런 인상을 주는 가장 큰 원인은 애플 기기 중에서도 가장 분리되는 파트가 많고, 다양한 재질과 기능이 있는 파트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500만 원이라는 가격대도 당연히 영향을 주고요.
- 이 제품을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처음 본다면, 제품을 잡을 때 본능적으로 라이트 씰 부분을 잡으려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당연하게도 기기 전체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가장 넓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절대로 라이트 씰을 잡고 기기를 들면 안 됩니다. 씰은 자석으로 고정되는데, 작은 힘에도 너무 쉽게 분리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라이트 씰은 교체할 수 있는 파트이므로 자석으로 설계한 것이 이해되지만, 혼자서 애플 비전을 사용할 때는 사실 교체할 필요가 없는 파트이기도 합니다. (애플 비전은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1인 사용자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분리되기 때문에, 아주 조심해서 다루어야 합니다. 애플의 자석을 사용한 다른 제품들, 예를 들어 에어팟 맥스의 쿠션이나 아이패드의 스마트 커버는 이렇게까지 쉽게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그에 반해 라이트 씰은 지나치게 불안정합니다.
- 기기 전면의 외부 화면도 아주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에 가까운 재질로 알려져 있는데, 제 기기는 일주일 정도 만에 여러 스크래치를 얻었습니다. 또한 레딧에는 별다른 충격을 주지 않았는데도 이 부분에 크랙이 발생한다는 '크랙게이트'가 떠돌기도 해, 기기 전면의 내구성이 상당히 우려됩니다. 그나마 이 화면을 보호하는 패브릭 커버가 별매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점은 다행입니다.
반면에 마찬가지로 보호 필요성이 높은 내부 렌즈는 보호 수단이 전혀 없어 아쉽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외부 화면의 취약함에 대해 애플도 미리 인지하고 있었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이 외부 화면에 관해 좀 더 이야기하자면, 밖에서 보이는 디스플레이가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OS 업데이트가 진행 중인 경우 업데이트 진행 상황을 알기 위해 애플 비전을 계속 쓰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외부 디스플레이로 진행 상황을 볼 수 있는 점이 좋습니다.
그러나 외부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능인 내 눈을 보여주거나 내 현재 상태를 보여주는 용도에 있어서는, 그 퀄리티가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주로 친밀함보다는 부끄러움을 더 크게 유발하며, 저만 느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외부 화면에 지금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 이 제품을 쓰고 있는 저는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약간의 심리적인 불안함마저 느껴집니다.

오버 스펙일 수도 있지만 외부 화면에서 업데이트 상황을 볼 수 있는 점은 좋습니다.
- 기기의 물리적인 입력 요소로 크라운과 버튼이 있는데, 이 중 버튼은 주로 카메라 기능에 쓰입니다. 그렇지만 카메라의 성능이 그렇게 좋지도 않은 데다 기기의 활용도 전체에서 카메라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은데, 버튼 하나가 카메라에 할당된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카메라의 비중이 훨씬 높은 아이폰에서도 카메라 버튼이 따로 없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점은 애플 워치 1세대에서 측면 버튼에 연락처 기능이 할당되어 있던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버튼은 OS 업데이트를 거치며 자주 쓰는 앱을 불러내는 기능이 되었다가 지금은 컨트롤 센터를 불러내는 기능으로 바뀌는 등 확신이 없는 모습을 보였는데, 아마 애플 비전 프로의 이 버튼도 추후 기능이 바뀔 여지가 커 보입니다. 차라리 볼륨 버튼 용도로 아이폰의 볼륨 버튼처럼 두 개의 버튼을 넣었다면 더 좋았을 듯하네요. 애플 비전에서 볼륨 조절 기능은 자주 사용하게 되는 기능인 동시에, 조작하기가 너무 불편합니다.
- 많은 리뷰어분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 것처럼, 스피커는 밖에서 들리는 거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럽습니다. 박력이 부족한 느낌도 있긴 하나, 진지한 음악 감상을 제외한 모든 작업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입니다.
- 사소하지만 중요한 단점으로, 기기의 부피로 인해 애플 비전을 쓰고 있을 때는 머그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기가 몹시 힘듭니다. 컵이 하드웨어에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기 힘들다는 점은 '컴퓨터'로서의 근본에 큰 위협이 됩니다. (단, 기기에 커피를 쏟는 문제에 한해서는 다른 어떤 컴퓨터보다 안전한 편입니다.)애플 비전을 쓴 채로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빨대를 이용하거나, 의도적으로 폭이 좁은 컵을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컵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면 애플 비전에 핏이 딱 맞는 컵을 만들어서 판매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애플 비전 프로를 착용 시에는 라이트 씰의 쿠션이 이마를 누르게 됩니다. 그런데 앞머리가 있는 사용자라면 머리카락이 쿠션에 끼는 문제가 있습니다. 시야나 착용감에 방해가 되므로 앞머리가 끼지 않도록 조심해서 착용해야 하는 점이 또 하나의 불편 요소입니다.
- 기기에는 솔로 니트 밴드와 듀얼 루프 밴드의 두가지 밴드가 기본으로 제공되는데, 많은 분들이 솔로 니트 밴드는 보여주기용이고 듀얼 루프 밴드가 훨씬 편하다고 이야기하셨지만 제 경우 처음 착용 시 솔로 니트 밴드가 좀 더 편한 느낌이 들었고, 대부분의 경우 솔로 니트 밴드로 애플 비전 프로를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아마 두상에 따라 둘 중에 더 선호하시는 밴드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 배터리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처음 애플 비전 프로에 적응하는 동안에는 장시간 이 기기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배터리가 짧다는 사실이 그리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기기에 조금씩 적응하고 다양하게 기기를 활용하게 되면서 배터리가 짧다는 것이 확실히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적어도 넉넉한 용량의 보조 배터리 하나 정도는 미리 챙겨 두어야 안심이 됩니다.
비전
- 수시로 보이는 렌즈 글레어가 크게 거슬립니다.
- 움직일 때마다 생기는 모션 블러도 아주 거슬리고, 대부분의 실내 환경에서 움직일 때 불쾌함을 유발합니다.
- 어두운 곳에서 생기는 노이즈도 몹시 거슬리지만, 앱에 집중하는 동안에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 특정 조명 환경에서는 조명의 깜빡임(플리커링)이 심하게 보여서, 사실상 패스스루를 사용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 이를 종합하면... 개인적으로 패스 스루 기능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여러 HMD 제품과 비교해 본 리뷰어분들은 애플 비전 프로의 패스 스루 수준이 비슷한 제품군 중 최고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아직 이 기술 자체가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 듭니다.
- 더 좋은 성능의 패스 스루를 위해서는 더 좋은 카메라 하드웨어가 필요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애플 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가벼워지고, 더 저렴해져야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만약 패스 스루의 높은 퀄리티를 통해 환경과 가상 현실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애플의 목표라면 앞으로 한동안 더 가볍거나 더 저렴한 애플 비전 프로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폰이 카메라를 개선하면서 계속해서 더 무거워지고 조금씩 비싸져 왔던 역사를 떠올려 보자면 그렇습니다.
- 다만 위 단점들은 한 달 정도 계속해서 사용하면서 어느 정도는 잊고 지내게 되었습니다. 아쉬움은 여전하지만, 그냥 원래 그런 기기라는 사실에 적응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 1.1 버전 업데이트를 하면서 모션 블러가 미세하게 개선된 느낌도 듭니다.
- 시야각이 좁다는 평이 많은데, 제 경우 초창기에는 기기에 대한 신기함이 더 커서 시야각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으나 패스스루와는 반대로 기기에 적응하면서 조금씩 시야각의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다만 시야각 자체의 문제보다, 두 눈의 시야가 겹치지 않는 부분은 어쨌든 한쪽 눈으로만 보이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거슬림이 개인적으로는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저만의 예민함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화면을 보는 느낌은 이런 모습에 가깝습니다. (약간의 과장 포함...)
- 화질이나 해상도는 뛰어난 편이며, 비슷한 타사의 제품을 사용해 본 리뷰어분들도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걸로 봐서 화질에 신경을 많이 쓴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몰입형 환경에 있을 때나 3D 오브젝트를 불러왔을 때 픽셀을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이 안에서 글씨를 볼때 큰 문제가 없다는점이 가장 놀랍습니다. 이것은 사실 화면 캡처를 통해서는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느낌이어서, 직접 사용해 보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다만 아직 해상도에 대한 아쉬움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어서 화면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픽셀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느낌은 구형 디스플레이와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중간 정도에 가깝습니다. 또한 글씨를 읽을 때 OS 자체에서 약간의 샤픈이 걸려 있어서 선명하게 보여주려 한다는 느낌,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텍스트가 떨리는 것 같은 느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글씨를 편안하게 읽는 수준이 되려면 해상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이라면, OS 내에서 창을 최대로 키웠을 때에도 생각보다는 크기가 작습니다. 광고만 보았을 때는 화면이 내 시야를 압도하는 경험을 상상했지만, 실제로 사용할 때의 느낌은 40인치 정도의 모니터를 가까이에 놓고 보는 느낌, 혹은 100인치대 TV를 멀리 놓고 보는 느낌입니다. 분명히 큰 화면인 것은 맞지만, 압도적이라는 인상보다는 OS 내에 띄워진 하나의 창이라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다만 디스플레이 설정에서 시스템 UI 확대 정도에 따라 창의 최대 크기도 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추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창의 최대 크기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약간 과대 광고가 아닌지...
- 기기를 쓰고 움직일 때를 제외하면 멀미는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VR 콘텐츠, 정확히는 카메라 시점이 고정되지 않고 이동하는 형태의 VR 콘텐츠를 이용할 때는 멀미로 인한 불쾌감이 있습니다.
OS
- 1.x 버전의 OS임을 감안해도, 전반적으로 너무나 미완성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버그도 많지만, 기능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홈 화면의 아이콘 순서를 바꾸는 기능이 없어 앱들은 모두 ABC 순서로 정렬됩니다. watchOS 1.0에서도 홈화면 재정렬 기능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 OS가 얼마나 미완성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캘린더 앱 같은 기초적인 앱들조차도 visionOS 네이티브가 아닌 아이패드 호환성 모드로 작동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M1 맥북을 구매했는데, 캘린더 앱이 로제타로 구동되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visionOS는 이상하리만치 서둘러 개발된 인상을 줍니다.
- 그렇지만 아이패드나 아이폰의 앱들이 그대로 구동 가능한 점은 이 시스템의 큰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비디오 플레이어 앱을 따로 구매하는 대신, 이미 여러 편리한 기능을 갖추고 있는 아이패드용 nPlayer를 큰 문제 없이 그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 맥이나 아이패드에서 잘 발전시켜 온 멀티태스킹 인터페이스가 visionOS에는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재 실행중인 앱들이 정확히 무엇이 있고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키보드를 연결해도 CMD + Tab 같은 기능조차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는, 여러 창들이 앞뒤로 겹쳐 있을 때, 제대로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매번 앱들이 겹치지 않도록 다시 조정해줘야 하는데, 이 과정이 굉장히 번거롭게 느껴집니다. 맥이나 아이패드의 Dock 비슷한 인터페이스가 있었다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맥과 아이패드에는 이미 스테이지 매니저라는, 다수의 창이 떠있을 때 이를 관리하기 쉽게 해주는 인터페이스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스테이지 매니저를 visionOS에 도입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심지어 '스테이지'라는 표현은 맥이나 아이패드보다 공간 컴퓨터인 애플 비전에 더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않나요?)
- 또한 비슷한 종류의 문제로 맥 화면을 애플 비전에 미러링한 뒤, 이 창을 숨기기(Hide)한 경우 분명히 이 가상 디스플레이가 백그라운드에서 실행중이지만, 화면에 다시 표시하는 방법을 저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유일한 방법은 가상 디스플레이를 종료한 뒤 다시 실행시키는 것 뿐입니다. Dock이나 앱 전환기가 존재한다면 전혀 발생하지 않을 문제입니다.
- 많은 분들이 느끼는 불편 사항 중에, 시스템을 부팅할때마다 작업 환경이 초기화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맥에서는 시스템 재부팅시에도 작업하던 창을 그대로 유지하는 기능이 꽤 오래전부터 존재했는데, visionOS에도 이 기능이 도입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기기를 사용하는 위치에 따라 다른 작업 환경을 기억해둘 수 있다면, 다양한 방식의 활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벽시계나 액자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올 수도 있겠죠.
- 저의 한가지 희망 사항으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화면도 애플 비전에 띄워서 조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기존에도 아이패드끼리의 유니버셜 컨트롤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장벽이 있어 보이나, 애플 비전을 쓰고 패스 스루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것은 굉장히 괴로운 경험입니다. 예를 들어 이중 인증 절차가 있는 웹사이트에 로그인 할 때마다 왜곡된 화면의 아이폰을 꺼내 불편하게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정말 피하고 싶은 순간입니다.
- 아쉬운 이야기만 한 것 같으니 좋은 점도 이야기하자면, 반투명한 UI를 중심으로 설계된 OS의 디자인은 꽤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스크린샷만 보면 흔히 '뉴모피즘'이라고 불리던, 콘트라스트가 낮은 UI 디자인 트렌드와 비슷하게 보여서 우려가 있었으나, 실제로 현실 공간에서 visionOS의 반투명 UI들은 꽤 쉽게 인지되며, 보기에도 좋습니다. 오히려 기존 아이패드앱처럼 흰 배경이 있는 앱들의 경우 시각적으로 꽤 거슬리기 때문에, visionOS에 맞춰서 디자인된 앱들이 확실히 보기 좋습니다.
- 하지만 앱 자체가 보기 쉬운 반면에, 눈으로 주시하고 있을 때 표시되는 하이라이트가 너무 눈에 띄지 않는 문제는 자주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사파리에서 뒤로 가기 버튼을 바라보고 있을 때, 호버링 상태를 표시하는 하이라이트가 너무 미세하여 선택되지 않은 다른 요소들과 잘 구분되지 않습니다. 또한 창을 옮길 때 사용하는 바는 오로지 흰색으로만 보이기 때문에, 배경에 흰 요소가 있는 경우 거의 눈으로 볼 수 없습니다. 애플은 2017년 iPhone X를 출시하면서, 홈 바라는 요소를 도입하고 이 홈 바가 밝은 색 배경에 존재하는지, 어두운 배경에 존재하는지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요소를 아주 잘 구현했었습니다. 2024년 visionOS는 확실히 이런 부분에서의 꼼꼼함이 부족해 보입니다.

현재 상단 메뉴 중 가장 왼쪽에 있는 '사이드바 보기' 버튼을 바라보고 있어 하이라이트된 상태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뒤로 가기' 버튼(기본 상태)과 거의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키보드 바로 아래에 키보드를 옮길 수 있는 바가 있으나, 바도 흰색이고 사파리 창도 흰색이기 때문에 바가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 또한 OS의 주요 요소인 레이블이 없이 아이콘만 가지고 디자인된 주요 UI들은 처음 이용자에게 상당히 혼란스러움을 유발합니다. 예를 들어 여행 모드의 아이콘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UI를 주시하고 있으면 아이콘 설명이 표시되기는 하나, 익숙해지기까지 초반에 꽤 많은 학습을 요구합니다. 물론 이는 iOS나 watchOS등 기존의 OS도 갖고 있는 문제이기는 합니다.

표시한 아이콘이 여행 모드 아이콘입니다. 텍스트가 없는 아이콘들의 직관성이 많이 떨어져, 학습하는 과정이 까다롭습니다.
- 16GB램에 M2 칩을 탑재한 이 기기는 여전히 유튜브를 보면서 애플 뮤직을 재생할 수 없습니다. 아이폰처럼 하나의 앱이 메인에 나서는 시스템이라면 (몹시 불편하기는 해도)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나, visionOS는 전혀 그런 제약이 어울리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제약입니다.
- 사소한 불편함일 수도 있으나, 기기를 벗으면 하던 작업이 중단되고 바로 슬립 모드에 들어가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불편했습니다. 적어도 1분 정도는 기기를 벗어도 하던 작업을 계속하도록 했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이 기기를 쓰고 있으면 얼굴이 가려워서 잠시 기기를 벗고 긁고 싶을 때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으로 시스템은 iPadOS 기반이며 한국어를 출력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키보드에 오직 영어만 존재하는 점은 너무합니다.
조작
- 들어가기에 앞서, 저는 시력이 나빠서 콘택트렌즈를 끼고 이 제품을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애플에서는 공식적으로 콘택트렌즈를 끼고 이 제품을 사용 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런 환경에서, 시선을 통한 컨트롤의 정확도는 대략 때에 따라 40~70% 정도입니다. 다만 기기를 착용할 때마다 시선 추적 설정(Eye Setup)을 다시 해 주면 대략 80%까지는 정확도가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재미있게도 시선 추적을 위한 셋업 과정에서는 놀라울 만큼 시선 추적이 잘 작동해, '마법 같은' 경험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정작 제품 사용 시에는 시선 추적이 잘 작동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 셋업시에는 바라봐야 하는 점들의 간격이 엄청나게 넓어 오작동이 거의 없는 반면, 실제 앱 사용 시에는 버튼들의 위치가 가깝거나 붙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특히 화면에 단순히 누르는 버튼 외에 조작할 수 있는 요소(슬라이더 등)가 등장하는 순간, 실수 없이 내가 원하는 작업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특히 유튜브처럼 가로로 넓게 퍼져 있는 UI와 주요 버튼들이 붙어 있는 인터페이스는 최악입니다. 이 제품을 사용한 한 달 동안, 저는 실수 없이 유튜브에 접속해 영상을 재생하고 시청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런 UI를 조작해야 할 때면 한숨이 나옵니다...
- 그리고 실수 없이 기기를 조작할 수 없다는 사실은 컴퓨팅 디바이스로서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전송하고 싶지 않은 것을 실수로 전송하게 된다면, 삭제하고 싶지 않은 것을 실수로 삭제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 컴퓨터를 생산적인 용도로 신뢰할 수 있을까요? 키보드나 트랙패드를 통해 어느 정도 실수의 가능성을 완화할 수 있지만, 이 상태에서도 시선과 손을 이용한 조작도 여전히 함께 가능하기 때문에 실수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 시선 컨트롤의 문제점 또 하나는, 내가 원하는 입력이 되지 않은 경우 내 시선이 문제인지, 아니면 클릭하는 손가락을 카메라가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혹은 둘 다 아닌 그저 앱이 오작동을 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단서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트랙패드를 이용하는 맥에서는, 1.내가 선택한 위치를 커서를 통해 알 수 있으며, 2.내가 클릭을 했다는 사실은 손에서 느껴지는 물리적인 피드백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애플 비전에서 내가 클릭하려는 버튼이 제대로 선택되지 않는 경우, 내가 시선을 더 위로 올려야 하는지, 혹은 밑으로 내려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전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실수를 교정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다른 기기에 비해서 훨씬 많은 노력이 들어가며, 이 점이 기기 이용을 몹시 피곤하게 만듭니다.
- 정말 다행스러운 점은 접근성 설정에서 보조적인 포인팅 수단을 지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머리의 움직임, 손목의 움직임, 검지손가락의 움직임 등을 포인팅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커서의 위치도 표시되기 때문에 불편을 약간은 해소할 수 있습니다.

너가 있어 정말 다행이야
- 컨트롤 센터는 상당히 자주 사용하게 되는 기능인 반면, 시선을 하늘로 향해서 꺼내야 하는데 조작법부터 모호한 데다 사용 과정도 불편합니다. Assistive Touch를 활용해 컨트롤 센터, 볼륨 조절, 스팟라이트 등 자주 사용하게 되는 기능들을 화면에 배치하고서야 마음이 좀 편해졌습니다.
- 또 하나 다행스러운 점은 조작에 화가 나서 애플 비전을 집어 던지기 전에, 직접 일어나 내가 창으로 다가간 다음 손가락으로 UI를 터치해 조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창을 닫는 X자 버튼을 눈으로 바라보고 꼬집어서 선택하기가 힘들다면, 직접 창으로 다가가 X 버튼을 손으로 터치하면 됩니다. 이 기능은 상당히 잘 작동하며 꽤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 키보드 입력시 시선을 이용해 한 글자씩 입력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으며, 기대보다 빠르게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었습니다. 단, 말씀드렸듯 시선 추적 정확도가 너무 나쁜 것이 단점입니다.
대신 키보드도 다른 UI와 마찬가지로 손가락을 공중에 떠 있는 키보드에 직접 두드려 입력할 수 있으며, 역시 조금만 적응하면 꽤 잘 작동합니다. 아마 많은 연습을 거친다면 어느 정도 빠른 타이핑도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몇 개의 단어를 넘어서 긴 문장을 작성하기에는 너무 불편합니다. 또한 visionOS 1.0에 비해 visionOS 1.1에서 정확도가 약간 떨어진 느낌도 있는데, 정확히 비교측정해 본 것은 아니므로 개인적인 감상으로만 남겨둡니다.
- 종합적으로 봤을 때, 편리한 접근을 위해 시선 추적과 제스처를 조작 방식으로 채택한 것은 분명 좋은 시도이고, 잘 작동한다면 훌륭한 인터페이스입니다. 실제로 시선 추적이 잘될 때는 트랙패드가 연결되어 있더라도 시선으로 조작하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트랙패드를 이용한 조작이 그리 매끄럽지만은 않은 것도 한몫합니다.)하지만 시선 추적 신뢰성의 문제는 아이폰의 키보드 오타로 인한 빡침을 훨씬 상회합니다. 많은 리뷰어분들이 이야기하셨듯 전용 컨트롤러가 필요해 보이는데, 아이패드가 출시하고 5년 정도 후에 애플 펜슬이 등장했던 것을 생각하면 전용 컨트롤러의 도입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아니면 어차피 항상 휴대해야 하는 외장 배터리에 작은 트랙패드라도 달아 주면 안 될까요?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애플은 공식적으로 콘택트렌즈와 함께 이 제품을 이용 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다른 분들은 저처럼 심각한 조작의 불편을 느끼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이 '접근성'을 생태계에서 중요한 점으로 늘 표현해 왔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콘택트렌즈만으로 문제가 되는 시스템이 그리 달갑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앱
- 몰입형(immersive) 앱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아이패드 앱과 비슷하게 하나의 창을 기반으로 한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습니다. 잘 정돈되고 적응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인터페이스를 배치할 공간이 무한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Freeform 앱에서 툴들을 편리하게 배치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아이디어를 편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애플 뮤직에서 실시간 가사를 이용해 몰입감 넘치는 음악 경험을 만들어 줄 수는 없었을까요?

이런 도구 모음을 시야에 자유롭게 배치해 사용할 수 있다면 정말 편하겠지만, 여전히 아이패드와 마찬가지로 작업 창을 덮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작업 효율이 떨어지고 공간이 낭비됩니다.
- 기본 앱들 중 특별히 좋은 앱을 꼽자면 사진 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의 주요 기능으로 소개하는 공간 비디오의 경우 생각보다 작은 크기를 비롯한 여러 제약으로 입체감이나 생동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으나, 특히 만족스러운 기능은 파노라마 사진을 내 주변으로 펼쳐서 볼 수 있는 기능입니다. 비록 파노라마 촬영 시 존재하는 화질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마치 내가 사진을 찍을 당시의 순간으로 돌아가 있는 것 같은 즐거운 경험을 줍니다. 일반적으로 아이폰으로 촬영하는 사진은 현실의 아주 작은 부분을 잘라낸 조각인 반면, 애플 비전으로 보는 파노라마 사진은 현실 자체를 담아내는 듯한 착각을 어느 정도 느끼게 합니다.
- 기타 여러 앱들이 visionOS 전용으로 출시되고 있으나, iOS, iPadOS에서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는 앱들의 이식이 다수이며 visionOS에서 이용 시 기존 시스템에 비해 특별한 장점을 느낄 수 있는 앱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이에 따라 여러 리뷰와 '반품 후기'들을 살펴보면 비전 프로로 할 게 없다,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옵니다. 사실 완전히 잘못된 지적은 아니라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현대의 컴퓨터는 인터넷, 혹은 웹 브라우저의 중요성이 그 어떤 전용 콘텐츠보다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즉, 사파리가 훌륭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는 가정하에, 애플 비전은 컴퓨터다운 플랫폼으로서 충분히 작동할 수 있고, 이걸로 할 게 없다는 지적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마 속뜻을 생각해 보자면 ’가격에 비해‘ 할 게 없다는 지적이 아닐까 합니다.)그러나 사파리가 맥, 아이패드, 혹은 아이폰에 비해서 너무나 불편하고, 해상도 문제로 인해 텍스트를 읽기도, 키보드 문제로 인해 텍스트를 입력하기도 불편하다 보니, 다른 가벼운 기기들 대신 애플 비전으로 인터넷을 하는 이점이 적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3D 기능을 활용한 쇼핑 앱 생태계가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00자 제한으로 인해 2부로 넘어갑니다.)
저도 집에서 사용할 땐 키보드와 트랙패드를 함께 이용하니 좀 더 편리한 느낌이 들긴 합니다. 다만 트랙패드 동작은 시선 추적과 중복으로 적용되다 보니 헷갈리는 부분이 많아서 조금 아쉽네요. 전용 콘트롤러는 꼭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항상 휴대해야 한다면 단순 배터리 외에 뭔가 편의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사실 애플의 평소 스타일을 생각해 보면 실현 가능성이 많이 낮은 부분이긴 합니다.
2부 마저 읽으러 가겠습니다.
저도 지인의 애플 비전 프로를 잠시나마 경험해봤었는데요.
애플에서 왜 VR, AR이 아닌 공간컴퓨팅으로 정의하려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이런 기기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애플 비전 프로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긴 힘들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