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에 도보로 배달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중고로 전기자전거(샤오미 EF1)를 구매하게 되어 그때부터는 자전거로 배달 알바를 했습니다. 그간의 경험을 간략히 적었습니다.
중국집은 노포가 많다
중식당은 한 곳에서 오랜 세월 장사를 해온듯한 가게들이 많았습니다. 가게 안 풍경도 비슷합니다. 사장님이나 주방장이나 보통 나이 지긋한 분들이시고 한쪽 벽에는 메뉴판이 크게 붙어있는데, 짜장면, 짬뽕부터 시작해서 볶음밥 울면 이런 식사류를 지나 탕수육, 깐풍기 등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요리류를 거쳐 하루에 아니 한 달에 몇 번이나 팔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요리들까지 수십 가지의 메뉴들이 큼지막한 글씨로 적혀 있습니다. 계산대 뒤 선반에는 사각의 유리병 안에 담긴 고량주를 비롯한 중국 술들이 자리하고 있고, 다른 쪽 벽에는 복덕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큰 동네 지도가 붙어있습니다. 집집마다 작은 글씨로 번지수가 적혀 있지요. 낡은 테이블 위에는 저보다도 나이가 많은 것 같은 플라스틱 통 안에 간장과 식초, 고춧가루 같은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한번은 관악구와 동작구의 중간쯤 되는 곳에 위치한 중국집에서 콜이 들어왔습니다. 환갑 정도는 되신 듯한 아저씨 한 분이 홀로 가게를 지키고 계시다 저를 보더니 물으셨습니다.
“어디?”
“쿠팡입니다.”
“다 되었어. 좀만 기다리쇼.”
하지만 아저씨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아저씨는 제가 가게에 들어선 이후에 주방에 들어가시더니 그때부터 탕수육을 튀기기 시작했습니다. 치이이익, 하는 기름 튀는 소리와 함께 탕수육이 튀겨지는 동안 다른 라이더가 들어왔습니다. 라이더가 배민이요 하자 아저씨가 또
“다 되었어. 금방 나와요.”
라고 하십니다.
이렇게 픽업지에 갔는데 조리가 다 되어있지 않으면 라이더들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일한 시간이 아니라 배달 건수로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조리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죠. 그게 싫으면 ‘주문 수락 후 배달 취소’를 해야 합니다. 사유도 남겨야 하죠. 사실 이 문제는 누굴 탓하기도 애매합니다. 점주가 음식을 미리 준비했다고 해도 라이더가 잡히지 않으면 그동안 음식은 차갑게 식어 버리겠죠. 실제로도 그런 경우들이 왕왕 있었습니다. 점주 입장에서도 직접 배달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근처 라이더가 잡히기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중식당에서는 보통 라이더들이 도착하고 나서야 포장을 시작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식은 음식을 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배달이 좀 늦는 것이 낫겠지요.
악천후는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주말에 누워서 쉬다 보면 쿠팡이나 배민에서 메시지가 옵니다. 기상악화로 배달수수료가 올라가니, 지금 누워있을 때가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오늘은 정말 쉬려고 했는데, 하면서도 수수료를 확인하게 됩니다. 배달수수료는 정말 다양합니다. 일단 최소금액은 3,000원 정도 됩니다. 그리고 거리에 비례해서 점점 올라가지요. 그런데 눈, 비가 오거나 엄청 추운 날(여름은 제가 아직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네요)에는 기본 수수료가 4,000원에서 5,000원 정도로 올라갑니다.
눈길, 빗길은 바퀴가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고, 라이더들은 우산을 쓸 수도 없기 때문에 내리는 눈이나 비를 온몸으로 받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배달 콜은 여전히 많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아무래도 배달음식이 생각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간의 경험상 배달하기 가장 좋을 때는 날씨가 적당히 나쁠 때입니다. 그러니까 가랑비나 가랑눈이 내리는 정도라면 수수료는 올라가지만 배달하는 데 큰 지장은 없으니까요. 제일 별로일 때는 눈 내린 다음 날입니다. 눈길이 일부만 녹아서 위험하거든요.
어디나 갈등은 있다
한번은 떡볶이집에서 콜이 들어왔습니다. 가게 입구 근처에는 오토바이와 전기자전거가 여러 대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뭐지? 엄청난 맛집인가, 하고 들어가보니 식당에 손님대신 라이더들이 가득했습니다. 라이더들을 위해 준비한 깜짝 이벤트인가 싶었지만 그런 건 아니었고 다들 콜을 받고 왔는데 음식이 준비가 되지 않아서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주방에서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라이더 중 하나가 ‘여기는 올 때마다 이래! 에라이, 망해버려라’ 하면서 나가버렸습니다. 다른 라이더들도 화가 났는지 씩씩거리며 주변을 어슬렁거렸습니다. 접수대에 있던 떡볶이집 직원은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배달 콜 소리와, 라이더들의 따가운 눈총을 장판파의 장비처럼 혼자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어떻게 되었냐고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기다리다 지쳐 배달 취소를 해야만 했거든요.
배달하기 무서운 곳
치킨 배달을 하고 있었습니다. 금천구 XX로 XX길 3층이라고 되어있어서 가보았더니, 지은 지 반백년은 넘은 듯한 구옥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영화 황해에서 김윤석 씨가 소뼈 들고 싸우던 집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데 계단이 경사가 급하고 난간이 낮은 데다가 주변이 너무 깜깜해서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겨우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2층 현관을 지나 3층으로 가는 계단은 더 무서웠습니다. 철제 계단이 녹이 심하게 슬어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난간을 붙잡고 겨우겨우 반쯤 올라가서 위를 봤더니 장독대와 빨래줄이 보였습니다. 3층이 아니라 옥상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건물에 반지하층이 있어서 제가 1층이라 생각했던 곳이 사실은 2층이고, 2층이라 생각한 곳이 3층, 즉 배달지였던 것입니다. 현관 앞에 다가가니 안에서 하하호호하는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 가족들이 TV프로그램 같은 것을 보면서 웃고 있는 듯 했습니다. 무서웠던 기분은 어느새 사라지고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조용히 보온가방에서 치킨을 꺼내고 문 앞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요청사항에 적힌 대로 문을 두 번 두드리고는 왠지 부끄러워서 황급히 내려갔습니다.
(전기)자전거 배달은 운동이 된다
어제는 퇴근 후에 집에서 쉬다가 왠지 몸이 찌뿌둥하고 갑갑해서 나왔습니다. 18시 50분 즈음에 집을 나서서 배달 일을 시작해 20시 10분에 들어왔습니다. 배달은 총 6건 했고 수입은 22,800원이 나왔습니다. 정산할 때 이런저런 세금을 빼고 나면 2만 원 정도가 들어올 것 같습니다. 80분 운행했으니 시급으로 따지면 1만 5천 원 정도 되겠네요.
자전거로 배달을 하면 확실히 운동이 됩니다. 저는 전기자전거를 타는데 제가 사는 동네(금천, 구로, 관악)는 오르막길이 만만치 않거든요. 전기자전거의 동력장치가 어느 정도 힘을 보태기는 하지만 그래도 허벅지에 힘이 꽤 들어갑니다. 자전거 타시는 분들은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이 허벅지가 탄탄해지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집에 와서 씻고 누우면 잠도 더 잘 오는 것 같고요. 운동은 해야 하는데 동기부여가 잘 안되시는 분들께 퇴근 후 자전거 배달 알바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꼭 안전 운행 하시길!
다만 거리가 더 멀어요..
저는 2콜 합쳐서 6km대는 그냥 다니는거 같아요.
차로 하는데...
어제는... 관악플라자 근처 공유식당(서울대입구역)에서 픽업후
서래마을 SK뷰 아파트까지.. 배달을...
배달비가 15,100원에 추가 10,000 드린다고 전화까지 와서 갔다왔지요...
배달은 리조또에 계란후라이 2개까지 해서 음식값만 17,500원...
말이 안되죠???? 말이 되는게..
배달앱이 이건으로 돈버는건 아니고
결국 전체 매출금액/건 이 중요합니다.
건당 음식값이 10만원 에 배달비 3천원이면..... 라이더한테 주말저녁에 6천원을 주면
배달업체는 103,000-6,000 = 97,000원 에서
수수료로 돈을 버는 겁니다. 매출금액 %이니까.. 가령 15% 수수료를 먹는다면
배달앱 14,000원 / 업체 83,000원 / 배달 6,000원 이 됩니다.
이걸 잘 이용해야 배달비에서 돈을 버는데..
배민 운좋을때.. 콜 거부하면서 가려서 받으면
기본 배달비가 5,000~7,000원으로 뜨는데..
9,000~10,000원짜리가 뜹니다. 그것도 자주...
오토바이들이 안가는 지역/먼곳/기상악화 등으로 안가면
차로 콜이 뜨는데 시간이 지체된 곳/가게에서 늦는다고 항의하는 곳은
단가가 높게 뜹니다.
저같은 경우 만원이상 15건해서 3시간동안 17만원정도 번 적도 있습니다.
글쓴이도.. 콜을 잘 가려서 받으면 좋은 단가를 잡아서 할 수 있습니다. (단, 콜이 넘치거나 라이더들이 확~줄어들었을때)
저 같이 짠돌이들만 사는 세상이라 생각하고.."배달의 민족과 같은 사업이 과연 될까?" 했었었는데..
이런 사업이 성황이라는 것에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요...
아직도 궁금했던 것은 이 사업을 이용하는 사람은 어떤 부류가 많을까요?
1) 게으르고 귀찮아 하는 사람들 2) 1000원 정도는 아끼지 않는 풍목한 사람들 3) 1분 1초까지도 바쁘게 사는 사람들 4) 그 외
쿠팡이츠가 10% 할인을 해줘가지고 어느정도 선을 넘어가니 배달비보다 음식값이 더 저렴해지는 결과가 나오더라구요.
저는 이런경우 그냥 안먹는데..ㅋㅋㅋㅋ
모든 사람이 저같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또
야간 자전거운행시에는 밝은색상으로 입으시고 야광조끼 입으면 좋습니다 전조등 후미등 필수입니다
주문을 많이 잡아서일까요, 아니면 수령 후 배달 완료까지 주어진 시간이 적어서일까요?
엘베 내리자마자 뛰는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더군요
감사하고 안전 유의하셔요 :)
안전운행 하시고 화이팅입니다.
안전운행하세요~
이게 단순 돈벌이용이 아닌 밑바닥 경제,경기 체감 느끼고 사회를 공부하고 느끼는게 많더군요
부업도 언제나 자유롭게 뛸 수 있는것도 장점이고요.
전기자전거가 생각보다 관리,유지보수가 좀 많이들더군요. 예를들어 브레이크 밟는 페디가 빨리 닳는다던가 배터리가 빨리달기에(3시간이면 거의 다 닳더군요) 예비 보조배터리 필수이죠.
그리고 전기자전거 모터 역시 수명이 있습니다.
저는 전기자전거하고 일반자전거 둘다 쓰고있습니다
예전에 대학때 우리집이 피자가게를 해서 주말마다 배달다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한일월드컵때도 배달하느라 경기는 못보고 항상 오토바이 위에서 아파트에서 나는 함성소리로 골 여부를 알았어요 ㅠ
재밌게 잘 봤습니다~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스쿠터 타본적이 애들 엄마하고 신혼여행으로 태국 가서 타봤는데 그게 10년전이었는데 막상 하려니 겁이 나서 망설이다가 애들이 눈에 밟혀 큰 맘먹고 시작한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네요
맞벌이다보니 쿠팡 이나 배민 위주로만 타고 있는데 위에 적으신 상황들 참 사실적입니다 ㅎ
99학번이고 지방이다보니 이직은 진작에 포기하고 2년안에 아이들 엄마 고향인 텍사스 또는 라스베가스로 가려고 합니다
그때까지 지금 타는 스쿠터가 말썽 안부리고 버텨줬음 좋겠는데 하이구…
전 봉사활동으로 연말에 식품(쌀, 라면 등등) 을 지원이 필요한 가정에 배달해주는 걸 가끔 하는데요,
지역이 성남시 태평동인데.. 올해는 유달리 눈이 많이 왔죠.
차량 타이어는 트레드가 닳아 없어져가는 상태에 태평동의 언덕은, 절 정말 지리게 만들더군요.
암튼 항상 안전 생각하세요!
구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는 길을 건너면 동작구이고 지하철역을 사이에 두고 영등포구와 구로구가 나뉘어지는 걸 이해를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ㅋㅋㅋ
몸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직장에서 누가 음료수 쏠 때나 늦은 회의 식사로 배달을 시킵니다.
눈이 많이 오거나 비가 많이 올 때는 배달하시는 분 안전을 위해 안 시키는데 오히려 단가가 높아 진다면 시켜 먹는 게 라이더에게 더 나은 건가 싶기도 하고 애매하네요.
말씀대로 눈 녹아 얼은 다음 날은 안 시키는 게 나을 거 같고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Vollago
가게 근처 가서 와이프가 음식 받고 배달지 가서 와이프가 음식 갔다 놓고 아이는 차에서 쿨쿨자고
1~2시간 하면 와이프는 집에만 있다가 나와서 운동했다고 좋아하고 저는 용돈 벌어 좋고 아이는 잘 자서 좋고
재밌나던 기억들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