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오디오 스피커를 자작해서 즐기고 있습니다. 클리앙에도 자작기를 올렸던 적이 있고요.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6150995CLIEN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저역의 스케일이 살짝 줄어든 느낌이 있습니다. 마치 색칠을 할 때 도화지 어느 한구석을 빼놓고 칠한 듯한.. 최근 독감으로 몸상태가 안좋아서 그러려니.. 했는데 아무리 들어도 좀 이상합니다. 소스부터 쭉 점검하다 보니 프리나 앰프 문제는 아니고.. 스피커 임피던스를 찍어보니 우측 스피커가 정상이 아닙니다. 결국 유닛까지 분리해서 이런 저런 테스트를 하다보니.. 더블 우퍼 중 한 개가 작동을 하지 않습니다.

우퍼가 안나오는데 어떻게 바로 알아채지 못하지 싶지만 더블 우퍼인 경우 둘 중 하나가 정상 동작하면 생각보다 멀쩡(?)하게 들리는데다가, 비정상 우퍼도 마치 패시브 라디에이터처럼 함께 공진을 하므로 우퍼의 진동을 손으로 느끼거나 대충 귀로 들어서는 알아채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암튼 유닛 자체가 고장나면 일이 커지므로 단자 접촉 불량 등을 기대하며 테스트 했으나... 아예 전류가 통하질 않습니다. 유닛 내부 어디선가 단선된거죠.
고장난 유닛은 덴마크 오디오테크놀로지(스카닝)의 8 또는 9인치 우퍼인 23i로, 중고로 구입해서 4~5년 동안 잘 사용하던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충격을 받거나 보이스 코일이 탈 일도 없었는데.. 손볼 생각을 하니 벌써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보통 기성품 스피커에서 유닛이 고장나면 유닛을 통째로 교체합니다만 스카닝 23i는 현재 신품이 개당 1백만원이 넘습니다. 기성품 기준으론 억대 스피커도 즐비하니 백만원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다이아몬드 유닛이 아니라면 전체 스피커 시스템에서 유닛이 차지하는 비용은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 유닛은 완성품 기준으로는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스피커에 채용되는 고가 유닛에 속합니다. 게다가 더블 우퍼로 양쪽에 총 4개가 사용되었는데 모두 중고로 패어로 구입했던 것이라 하나만 신품으로 교체하면 소리가 튈 가능성도 높고요.
카오디오로 유명한 몇몇 전문 수리점이 있긴 한데 가격적으론 확실히 저렴하지만 보내고 다시 받는 것도 일이고 제대로 수리가 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암튼 이래저래 심란해지는데, 결국 또 적당한 중고를 찾아야 하지만 이렇게 1개씩 구하기는 쉽지 않고 자주 나오는 매물이 아니라 언제 나올지도 모릅니다. 우울한 마음으로 궁리를 하던 중...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자가 수리를 시도해 봅니다.
스피커의 고장은 아예 단선된 케이스부터 엣지가 삭거나 콘지 훼손, 센터 틀어짐으로 인한 서걱거림, 트위터의 경우 자성유체가 말라버려 진동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등 다양하지만 일단 제 케이스는 아예 통전이 안되니 단선이 확실합니다. 엣지나 콘지, 서걱거림등은 전혀 문제가 없으니 내부 보이스코일이 끊어졌거나 리드선 쪽에서 단선이 있다는 얘기지요. 특히 스캔스픽 유닛들은 리드선 내구성에 고질적인 문제가 있긴 한데 스카닝 유닛은 리드선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흔지 않았습니다.
암튼 일단 분해를 해 봐야 알 수 있는데, 유튜브 등에 보이스코일 교체나 수리하는 영상은 많지만 대부분 콘지나 더스트캡, 댐퍼, 엣지를 훼손하는 방법입니다. 자석과 프레임이 일체로 된 경우는 사실 이럴 수 밖에 없고요. 그러나 다행히 스카닝 23i는 자석과 전면 프레임이 볼트로 조립되어 있기 때문에 분리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엣지나 댐퍼, 더스트캡 등 어떤 것도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이 가능하죠.

위 사진에서 동그라미 표시된 곳이 볼트로 체결된 곳인데, L자형 육각렌치로 조심스럽게 분리해 줍니다. 아주 강하게 체결되어 있고 고정액까지 발라져 있어 잘못하면 볼트 머리가 뭉개지거나 콘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작업합니다.

위 사진은 자석을 전면 프레임에서 분리한 모습입니다. 빨간색으로 표시한 것은 볼트 구멍입니다. 가운데 센터가 틀어졌으면 자가수리로는 정말 대책 없는데 (실제로 스캔 8530 하나도 충격으로 센터가 틀어져 자가수리하려다가 결국 날려먹은 적이 있습니다. ㅠㅠ) 다행히 센터 정렬은 양호합니다.

전면 프레임만 분리한 모습. 댐퍼, 엣지, 콘지 어떤 것도 손대지 않고 원형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분리됐습니다. 물론 자석과 프레임 사이에 부착된 먼지 방지용 스펀지는 떼어냈습니다만 어차피 모두 삭은 상태여서 미련없이 제거했고요. 전문 수리점에서 수리하면 보통 스펀지는 수리할 때 리폼해주는데 오래된 중고 유닛들이 스펀지만 짱짱하면 대부분 수리 이력이 있는 물건들이죠. 사실 자동차와는 달리 홈오디오에서는 먼지나 습기, 온도, 진동에서 많이 자유롭기에 먼지방지용 스펀지가 없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암튼 저렇게 분리한 상태에서 단선 위치를 찾아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단선이 되는 곳은 보이스 코일 부분이거나 단자와 연결되는 리드선 부분 둘 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보이스코일에 단선이 생기면 자가 수리로는 고치기 어렵습니다. 설령 어거지로 했다 하더라도 원래 스피커와 다른 T/S 파라메터를 가지게 되어 소리도 달라지거나 네트워크를 다시 설계해야 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사용 환경을 생각해 보면 보이스코일이 단선되긴 어렵고(대음량으로 보이스 코일이 타는 경우 등;;) 리드선과 보이스 코일의 어딘가에 단선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체크를 해 봅니다. 최대한 훼손 없이 진행하고 싶어서 댐퍼를 뜯는다던지, 코일 선을 잘라내는 일 없이 보이스 코일 끝부분의 에나멜 피복만 살짝 벗겨서 통전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위 사진의 1번 부위와 반대쪽의 에나멜 피복을 살짝 벗기고 통전 테스트를 해 보니.. 다행히도 정상적인 저항값이 잡힙니다. 보이스코일은 멀쩡하다는 얘기죠. 성공확률이 확 올라갑니다. ^^;
다음은 1번 부위와 2번 부위의 통전테스트를 해봅니다. 먼저 (+) 쪽을 테스트 해보니 저항값이 0~0.1옴으로 잘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 쪽을 해보니 빙고~! 통전이 되지 않습니다. 단선 부위를 찾은 거죠.
마지막으로 할 일은 단선 부위를 찾았으니 해당 부위를 연결해 주는 거죠. 아마 댐퍼의 고정 부위로 지나가는 리드선과 보이스코일 끝단 부분에서 단선된거 같은데, 이걸 확인하려면 댐퍼의 몇 mm 정도를 훼손해야 합니다. 물론 다시 본딩하면 되지만 일체 손대지 않는 걸 목표로 했기에 에나멜 피복을 벗겨낸 부분에서 리드선을 빼와서 단자에 납땜했습니다.
이후에 유닛의 T/S 파라메터와 임피던스 측정해보니 정상적으로 측정됩니다. 주파수 응답과 실제 소리 역시 모두 정상적으로 들립니다. 다시 인클로져에 수납하고 전체 시스템 측정과 소리를 측정하니 뭔가 빠진 듯 했던 저역이 돌아왔습니다. 제대로 소리 확인하고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신품 가격이 만만찮고 기존 유닛과의 매칭문제, 중고 매물 구하기의 어려움 등으로 수리가 안됐다면 정말 골치 아플 뻔 했는데 다행히도 깔끔하게 수리되어서 고마울 뿐입니다. 사실 유닛의 자가 수리는 엣지나 더스트캡 교체 정도 외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하더라도 깔끔하게 원상복귀가 힘들죠. 스카닝 유닛은 특이하게 자석과 프레임을 나사로 분리할 수 있어서 자가 수리가 가능했고요. 물론 이렇게 분리가 되더라도 센터가 틀어지거나 보이스코일 내부에 단선이 있으면 수리하기 매우 힘듭니다. 저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봐야겠죠.
축하드립니다
임피던스는 데이턴 오디오의 DATS로 측정하고 있습니다.
공돌이파파님 채널은 저도 종종 재밌게 봅니다. 스피커보다는 좀 더 넓은 영역을 다루시지만요.
반면 아큐톤 같은 세라믹 유닛의 진동판이 깨진다든지, 자성유체가 들어간 트위터에서 자성유체를 보충해야든지 하면 자가수리는 매우 어려워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