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프랑스 외노자 톱형입니다. 톰 아니고 톱입니다. 현지 시각 24시를 향해가는 중입니다.
지난 여름 제가 애지중지 사용하던 애증의 갤럭시 S20 FE의 전면 액정이 파손되었습니다. 조금 깨졌으면 그냥 참고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처참하게 깨지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기변해야 했습니다. 아쉬움의 눈물은 아니고, 폰에 돈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새 폰을 구입하려고 하면서 세운 기준들이 있었는데, 일단 최대한 쌀 것, OIS가 있을 것, 가능하면 작을 것(6인치 이하) 등이었습니다. OIS의 경우에는 홍미노트 9s를 사용할 때 손떨방이 없으니 제 똥손이 더 티가 나는 느낌이었구요. 주머니에 가능하면 쏙 들어가는 작고 가벼운 폰을 원했습니다.
제 조건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후보는 몇 없었습니다. 일단 아이폰 12 미니, 13 미니, SE 3가 있었구요. 젠폰 시리즈, 픽셀 4s와 5도 생각했고 심지어 갤럭시 S10E도 고려를 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중고로 구해야 하는 것들이 대다수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2미니로 가고 싶었고, 중고가로 300유로 후반대에 중고 전문 쇼핑몰에서 '완벽한 수준'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만... 제 아내의 중고 피버 덕분에 중고 제품 구매 계획은 파기되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조건 중 작은 폰이라는 조건을 없애버리니 선택지가 조금 더 생겼고, 그 중에 Poco F5를 선택하게 되었슺니다. 프랑스에서는 한국에서와는 큐텐이나 알리의 검색 결과도 다르고... 저는 최대한 싼걸 찾았는데 12기가 램에 256기가 스토리지 모델을 355유로에 프낙 오픈마켓에서 구매했습니다. 이것도 다른 셀러들보다 너무 저렴해서 사기면 어떡하나 고민하다가 지른 가격입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제 기준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들과 그 전에 사용하던 폰과 비교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문 지식은 전혀 없습니다.
1. 화면
일단 화면은 포코 F5(이하 포코)가 S20 fe(이하 에프이)보다 조금 큽니다만 베젤이 더 얇아서 전체적인 크기는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포코가 최대 밝기 이슈가 있었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에프이나 포코나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제가 워낙에 막눈이라서 구별을 못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2. 사운드
저는 현직 합창단원이지만 막귀입니다. 포코 구매자들의 후기를 보면 가장 큰 단점 중에 하나가 스피커였는데요. 저는 괜찮습니다. 애초에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드물어서 잘 못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3. 녹음
통화 녹음 아닙니다. 그냥 녹음입니다. 저는 녹음을 많이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 상 녹음 성능이 중요했습니다. 아이폰을 썼을 때나 삼성폰을 썼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예전에 홍미노트 5를 사용했을 때는 따로 녹음용 폰을 들고 다녔습니다만... 의외로 포코의 녹음 성능은 매우 준수합니다. 아이폰 12 프로맥스를 사용하고 있는 제 아내(성악가, 귀 예민)가 왜 이렇게 음질이 좋냐고 물었구요. 제 친구(성악가, 아이폰 사용자) 역시 마이크 사용했냐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4. 디자인
사실 제가 엄청 싫어하는 디자인입니다. 카메라가 너무 커요! 저는 카메라가 하나여도 좋으니까 카툭튀 없고 깔끔한 폰이 좋은데 그런 폰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옆면은 괜찮은데 후면의 유광 플라스틱이 엄청 싸구려틱한 느낌을 줍니다. 에프이의 디자인이 선녀로 보일 정도입니다.
5. 성능
어찌보면 포코의 유일한 장점 아닐까요? 에프이도 실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포코는 쾌적을 넘어선 쾌속입니다. 램도 넉넉하고 칩셋은 말할 것도 없죠. 앱 설치 버튼을 누르기가 무섭게 설치됩니다.
6. 카메라
구글 카메라를 포코에 맞게 포팅한 앱을 사용해도 저는 별로더라구요. 제 아내가 싫어합니다. 사진도 못 찍는데 색도 이상하다구요. 아이들 사진을 찍고 있으면 아이폰 살 걸 그랬나 후회가 조금 됩니다.
7. 배터리
예전에 홍미노트 9s를 사용할 때 만큼의 감동은 아니지만 여전히 오래가는 배터리를 자랑합니다. 특히 67w의 고속 충전 지원으로 급할 때 빨리 충전되는게 참 좋네요. 무선 충전은 지원하지 않습니다만 저는 원래도 무선 충전을 안 써서 괜찮습니다.
8. 편의기능
에프이의 굿락을 위시로 한 다양한 편의기능들에 비하면 포코의 Mi ui의 기능들은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제가 못 찾는 건지 모르겠지만 기능들이 빈약하네요. 그래서 중국 내수 모델을 사서 사용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금새 적응해서 불편하게 살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삼성 페이와 통화 녹음을 중요한 기준으로 두시던데, 프랑스는 제가 알기로 통화 녹음이 다 안되는 거 같구요. 삼성 페이는 필요 없습니다. 구글 페이 사용하거나 카드도 비접촉 결제가 가능합니다. 카드 등급마다 비접촉 결제 금액(구글 페이나 삼성 페이 등을 포함해서)에 상한선이 있어서 일정 금액을 넘어서면 카드 직접 꽂아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제일 만족하는 부분은 홈버튼과 통합된 지문인식 센서입니다. 편리하고 빠릅니다. 에프이의 광학식 지문인식 센서가 정말 싫었습니다. 정확하지도 않고 어두운 곳에서 사용하면 눈뽕이... 그리고 방수는 생활방수 코팅 정도라서 물은 조심하고 있슺니다. 좀만 더 써줬으면 어떨까 싶네요. 그리고 무게도 생각보다 가벼워서 만족합니다. 단점 중에 강화유리를 좀 가립니다.
9. 총평
뭘 했나 싶지만 벌써 총평입니다. 10월 초부터 아직 2달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포코 F5는 나쁘지 않은 폰입니다. 이미 여러분들도 다 아시겠지만 포코라는 브랜드 자체가 성능에 몰빵한 느낌이 강합니다. 에뮬 게임이나 고전 게임을 즐기는 저에게는 차고 넘치는 성능입니다. 얻어 걸린거긴 하지만 녹음 성능이 준수한 것도 마음에 듭니다. 프랑스라는 나라의 특성상 300유로 후반에 이 정도 폰을 살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지경입니다. 프랑스는 모든게 비싸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작고 가벼운 폰이 아른거립니다. 다음에 폰을 바꾼다면, 아이폰 SE 4세대가 어떤 폼 팩터인지부터 보고, 아니다 싶으면 젠폰으로 갈 거 같슺니다.
어쩌다보니 글이 좀 길어졌습니다. 간만에 혼자 깨어있는 밤이라 시간이 넘쳐서 주체를 못하겠네요 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국내가 355유로보다 싼 거 아닌가요? 오히려 사람들이 안 쓰니 같거나 오히려 더 싸기도 한 느낌이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