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공항이 군공항이라 사진을 촬영할 수 없어서, Planespotters.net에서 Junha Park 님께서 촬영한 사진을 잠시 빌려왔습니다. 이렇게 생긴 애들이 에어로케이입니다. 청주를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LCC죠. 제대로 쓰면 Aero_K, 거꾸로 쓰면 K_orea가 되는 신기한 이름입니다. 출범한지 몇 년 되지 않은 신생 항공사인데, 운항증명이 제 때 나오지 않는다던가..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던가.. 취항 시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가 터졌다던가… 하는 험난한 역사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청주-제주 노선 하나로 열심히 존버에 존버를 거듭한 끝에 A320을 3호기까지 도입하고, 첫 국제선 취항까지 하게 되었죠.
때는 한 2주 전 쯤… 새벽 1시쯤 자려고 침대에 누워서 페이스북을 켰는데, 에어로케이 광고가 보입니다. 국제선 첫 취항 기념 항공권 할인행사를 하더군요. 대충 보니 유류할증료 및 공항이용료 포함해서 청주 - 오사카 왕복 14만원 정도 금액이 나옵니다. 사실, 일본은 가도 할 게 없습니다. 가서 돈 쓰고 싶은 생각도 크게 없습니다. 하지만 ‘국내 LCC의 첫 국제선 취항을 놓칠수는 없다’는 목표는 꽤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친구랑 이 항공사의 첫 국제선 비행을 함께하러 가기로 합니다.

오후 반차를 내고 강남에서 청주공항으로 내려갑니다.
강남에서 1시 50분 쯤 출발했는데, 청주공항에 3시 30분 조금 안되어서 도착했습니다.

공항에서 에어로케이 임직원들이 취항 기념 행사를 하고 있더군요. 카운터는 총 3개가 열려 있었습니다. 체크인 줄 중간 쯤에 서 있었는데, 도저히 줄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앞을 슬쩍 보니 1개 카운터에 3명의 직원이 붙어서 업무를 보고 있는겁니다. 3개 열려 있던 체크인카운터도 2개로 줄어들었습니다. 무슨 사단이 난 것이 분명합니다.
도대체 체크인을 왜 3명이 하고있나 궁금하던 찰나, 직원들 손에 들려 있는 종이뭉치를 보고 말았습니다. “아, 전산이 터졌구나.” 그로부터 1시간 가량을 더 기다렸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좌석배정부터 탑승객 확인까지 수기로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탑승객 명단을 예약내역과 대조하고, 카운터간 해당 내용을 동기화해야 해서 세 명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국제선 운항 첫 날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
체크인에서 이렇게 지연되고 있으니, 비행기가 제 시간에 뜰 수 있을 턱이 없지요. 아니나다를까, 17:40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편 출발시간이 18:20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첫 국제선 운항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 저희는 여행을 가려고 나온게 아니라 비행기를 타러 나온 것이었기 때문에, 비행기가 지연되든 말든 별 상관이 없었거든요.

국제선 보안구역에 들어가는 줄을 서 있는데, 직원이 지연보상 밀쿠폰을 나눠줍니다. 보안구역 내부 카페에서 쓸 수 있다더군요. 사실 초저비용 항공사라고 불리는 다양한 항공사들 (RYAN이라던가, 부엘링이라던가…)에서 짐짝 취급당한 경험이 꽤 있어서 지연보상에 별로 기대는 안 했었는데, 밀 쿠폰을 주길래 나름 신기했습니다. 국제선 취항 첫 날부터 사단이 났으니, 신경이 쓰이긴 하겠지요. 그런데 또 이게 험난합니다. 밀 쿠폰을 쓰려고 갔더니, 항공사에서 준비한 카스텔라 준비가 덜 끝났다고 합니다. 게이트 앞에 앉아 있는데 매점에서 사람이 오더니 아직 준비가 덜 됐다고 이야기하고 가는 것을 봤습니다. 그렇게 비행기와 빵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었죠. 역시 항공사가 서버가 터질 것을 예측하진 못했을 테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3)
저는 진짜 그럴 수 있지 생각했는데, 하지만 다른 분들은 슬슬 화가 나는 것 같더군요.
빵을 기다리고 있는데, 안 쪽 사무실에서 누가 봐도 전산팀 직원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심각한 얼굴로 게이트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직원의 무전기에서 ‘시스템 장애’라는 말이 흘러나옵니다. 아, 또 지연되겠구나 직감하던 찰나, 진짜 “시스템 장애로 인해 지연될 예정이다” 라는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기사를 통해 확인해보니 에어로케이가 사용하는 SITA 시스템 ( SITA | Easy and safe travel every step of the way )에 장애가 생겼다고 하더군요. 하필이면 국제선 첫 취항 날에…
아무튼, 지연보상으로 왕 큰 카스텔라와 물, 그리고 링티를 받았습니다. 음식을 받자마자 10분 뒤에 보딩을 시작한다고 안내방송이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예정 출발시간인 17:40보다 30분 지연된 6:10부터 보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18:20 출발은 물 건너갔죠. 그런데 보딩 직전, 누군가가 다급하게 뛰어나오더니 ‘1분만 기다려주세요’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천천히 찍고 탑승해주세요” 라는 말이 들립니다. 서버가 돌아오긴 했는데 여전히 감자인 상태니까 승객들의 탑승 속도를 조절하여 부하를 최대한 줄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의 무전기에서 “국제선 보딩 시작하니까 국내선 보딩 잠시 중단하고 쉬는시간 가진다”는 말이 들립니다. 생각해보니 에어로케이는 그동안 비행기 한 대로 단일 노선만 굴리다가 오늘 (7/6)부터 병렬로 두대를 운항하기 시작했던 겁니다. 같이 여행가는 개발자 친구가 소탈하게 웃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보딩을 하고, 누군가 타지 않아서 승객을 좀 찾다가, 18시 45분이 다 되어 출발했습니다. 예정 출발 시각보다 1시간 5분 정도 지연되어 출발한 셈입니다.
비행기가 지상활주를 시작하고, 기내에서 약간 텁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비행기를 많이 타봐서 전 익숙합니다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일부 기종 혹은 일부 상황에서는 지상활주 및 이륙할 때 기내에서 살짝 곰팡이 냄새 같기도 하고, 제트연료 냄새 같기도 한 냄새가 들어옵니다. 이 때, 기내 안내방송을 통해 "엔진을 시동하는 과정에서 냄새가 일부 유입될 수 있으나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이 흘러나옵니다.
이런 냄새에 대한 내용은 에어라이너즈나 기타 인터넷 포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Dirty Socks Smell’ 혹은 ‘exhaust smell’ 등으로 표현됩니다. 저속에서 엔진을 가동했을 때 이착륙 도중 혹은 지상활주 중 배기가스 일부가 라인을 타고 미량 유입되는 경우이거나, APU 오일량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인 경우가 많다고 전해집니다. 최신 시스템을 장착한 B787같은 기종이 아니고서야 어느 항공사/기종에서나 날 수 있습니다. 적절한 클리닝 혹은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도 이런 냄새가 날 수 있구요. 안전에 이상이 생기는 류의 문제는 아니긴 합니다. ( 참고: https://avherald.com/h?article=4a20760d )
얼마 전, 어느 기자가 ‘에어로케이 항공기에서 악취가 난다’는 기사를 썼습니다. 블라인드에도 관련 글이 올라와 있더군요. 아마 항공사가 굳이 안내방송까지 한 데는 이유가 있겠죠. 지금 오사카행으로 들어가는 기재가 국내에서 계속 다니던 HL8384인데, 다른 기재도 동일한 문제가 있는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상활주 과정에서 애매한 냄새가 나긴 하는데, 이거 때문에 안내방송까지 하는 걸 보면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명백하게 항공유 타는 냄새가 기내로 유입되던 중국남방항공 비행기 탔을 때도 아무도 뭐라고 안하던데.

암튼,, 오사카까지의 비행시간은 1시간 45분, 정상비행했다면 17시 40분에 출발해서 19시 25분에 도착하는 비행기입니다. 그러나 1시간 5분이 지연되었으니까 20시 30분에 도착해야 했겠죠.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났는데 비행기가 조금 빠른 것 같습니다. 때마침 기장이 안내방송을 하는데, 정확한 워딩이 기억나진 않지만,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지연 회복을 위해 최대한 빨리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희는 지금 950km/h로 안전하게 비행 중입니다.” 라고 덧붙이셨습니다. 그 때가 한 31000피트 정도에 있을 때였습니다. 제가 km/h에 익숙하지 않아서 kts로 바꿔봤더니, 대략 515kts 정도더라구요. 나중에 비행이 끝나고 확인해보니 535kts였습니다. 아마 그라운드스피드 기준으로 값을 읽어준 것이겠지만,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날아가더군요. 스케쥴상 1시간 45분짜리 비행이 1시간 15분이 되었습니다. 1시간 지연되고 30분을 당겼으니 사실상 30분밖에 지연되지 않은 셈입니다. 같이 갔던 친구와 한 번 더 웃었습니다. 둘 다 비행기 탈대로 타본 사람이라 이제 비행기타는게 별로 재미 없는 사람들인데, 예상치 못한 재미가 있었다고나 할까요. 제가 비행시뮬레이터로 일본 왔다갔다 할 때도 이정도 속도를 내본 적은 없습니다 (...)

기내 서비스로는 취항 기념으로 에어로케이의 보난자 커피가 제공되었고, 이번 첫 비행을 기념하여 제작된 키링도 승객들에게 제공되었습니다. 저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자주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쓰지 않고 부담없이 녹차마시듯이 마실 수 있는 맛이라서 좋았습니다.


번외로, 이 항공사가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디자인 중심적인 항공사인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판매하는 굿즈의 디자인도 그렇지만, 비치된 기내 책자나 승객용 안전 브로셔 디자인, 위생봉투 디자인이 매우 깔끔했습니다. 전용 폰트를 비롯하여 타이포를 꽤 잘 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에어로케이의 브랜딩 전략은 정말 영리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본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가져갔으면 하고 기대해봅니다.

*역시나, Cabin Crew를 촬영할 수는 없으니 공식 보도자료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Ladies and Gentleman을 사용하지 않고 Dear passengers 로 승객들을 호칭하는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승무원 복장도 특이합니다. 해당 항공사는 젠더리스 유니폼을 지향한다고 하던데, 젠더의 구분이 없는 것도 핵심이긴 하지만 ‘일하기 편한 복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승무원의 역할은 ‘기내 서비스’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승무원은 기내 안전관리를 비롯한 다양한 관리 업무를 수행하니까, 보기에만 멋있고 예쁜 유니폼보다는 실용적인 접근이 더 어울리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저희는 문제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관광을 하러 온 것도 아니고 그냥 비행기 타는 것이 목적 그 자체였기 때문에 내일 같은 항공사의 복귀 항공편을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데요, 만약 일정이 있는데 항공기가 지연되는 경우였다면 상당히 짜증이 났을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탑승했던 항공편 직전 (7/6 오전) 출발한 RF312편 역시 1시간 지연되고 출발했다고 하더군요. 국제선 취항 첫 날 청주를 출발하는 2개의 항공편이 모두 지연된 것입니다. 취항 초기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있을 수도 있고, 지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만, 이런 경험이 반복되는 것은 결코 항공사에게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기 때문에 관련 문제들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외국인 직원 중 하나가 코리아(KOREA)를 거꾸로 하면 어떻겠냐(AeroK)는 의견에 한국을 대표할 새 항공사라는 의미로 지어졌다죠 ㅎㅎ
기존 항공사 '지역+에어' 형택의 이름짓기가 따분했다고...
/Vollago
냄새 부분은.... 크게 생각 하지 못한 부준인데... 남방항공 에어차이나 샤먼항공에 익숙해서 그런가....(뭔가 습하면서 꿉꿉한 화~ 한향이랄까여?)
전 전에 취항땐가? 볼펜이랑 a320 자수놓은 택(?)줘서 에어팟 프로에 달아놀고 비행기탈때 꼭 챙깁니당!
취항 초기엔 승객보다 승뭔이 더많았다는
암튼 긴 시간을 버텨 잘 운항하고 있는걸보니!
더 잘되라 응원합니다!
7월 6일 SITA 터져서 7시 40분부터 17시 40분까지 전전긍긍 했습니다. 아마 국제선은 처음이라 SITA터져도 몰랐나 보네요. 해외 네트웍 문제였다고 하더라고요. 고생 하셨습니다.
생각보다 저가항공 비행기들이 몇대 안되는 비행기로 시작하는건 위 항공사를 나무위키에서 조회해보고 알았네요.
하지만 미국 주로 다니는 저는 셀프체크인은 원래부터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ㅋㅋㅋㅋㅋ ㅠㅠ
셀프 체크인이 안되는 항공사는 보통 보면 온라인 체크인이나 키오스크 자체가 없더군요. 당연히 선좌석배정 서비스도 안되죠.
공항에서도 줄서서 티케팅합니다. 당연히 오래걸리고 선착순으로 자리를 배정받죠.. 이게 저 혼자면 상관이 없는데 애랑 부모님이 같이 있으면 참 힘든 상황이 연출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타 항공사보다 저렴한편이긴한데.. 전 좀 더 주고 다른 항공사를 선택하게 되더라구요.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제주 다닐때도 몇번 이용했고, 앞으로 노선 늘어나면 더 자주 이용하고 싶네요.